○ 게임리뷰 : [류가고토쿠] 용과 같이 (PS2)
|
![]() |
|||||||||||||||||||||||||||||||||||
|
||||||||||||||||||||||||||||||||||||
![]() |
||||||||||||||||||||||||||||||||||||
|
조금 무서운 아저씨들의 이야기
한 때 국내 극장가에서는 조직 폭력배(이하 조폭) 영화가 성행하면서 스크린을 가득 메우던 시절이 있었다. 8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친구’와 여자 조폭의 활약을 내세운 ‘조폭 마누라’, 조폭과 코미디를 조합한 ‘두사부일체’ 등 조폭이라는 코드는 엔터테인먼트의 상업적 요소와 매치되어 흥행성 있는 소재의 하나로 각광받았다.
그리고 이는 비단 영화에만 머물지 않고 게임의 소재와 관련해 좋은 재료가 되기도 했는데, 지금부터 소개할 ‘류가 고토쿠 - 용과 같이(이하 용과 같이)는 일본의 조폭이라 할 수 있는 야쿠자를 소재로 하여 사나이들의 우정과 배신, 사랑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뒷골목 사나이들의 이야기는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그에 대한 궁금증도 자연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잘못 건드리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악영향을 끼침은 물론 이야기가 미화될 경우 이는 단순히 게임상의 스토리라고 단정 짓기에는 애매모호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용과 같이는 조직 간의 세력 다툼을 위주로 한 기본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전직 야쿠자라고 하기에는 어느 정도 선(善)함을 유지하는 ‘키류 카즈마’를 등장시켜 평형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
||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 키류 카즈마 |
|
음모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
환락의 거리, 카무로쵸
게임의 배경이 되는 곳은 욕망과 폭력이 끊이지 않는 도시 카무로쵸. 지명을 보면 알겠지만 이곳은 도쿄 신주쿠에 실존하는 가부키쵸(歌舞伎町)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부키쵸는 일본 최고의 환락가로 불리는 지역으로, 극장이나 학원도 있지만 유흥가와 같은 클럽부터 성인 업소가 많아 용과 같이의 배경에는 적격인 곳이라 할 수 있다.
카무로쵸가 가부키쵸를 얼마나 재현했는가 하는 직접적인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야쿠자가 넘실대는 환락가의 느낌을 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특히, 도시에 있는 사람들 모두 각자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짧은 치마의 여고생부터 길바닥에 앉아 동정을 구하는 노숙자, 그리고 거대한 덩치의 야쿠자 등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면서 각자의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환락의 거리, 카무로쵸 |
또, 사람들의 북적거림과 함께 클럽의 음악소리, 게임센터의 전자음 등 각 장소를 나타내는 효과음도 그 때 그 때 잘 표현하여 현실성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게다가 자체적인 미니 맵을 지원하고 있으며, 여기에 메인 시나리오나 서브 이벤트와 관련된 지점이 맵 상에 표기되어 원활한 진행을 돕는다. 하지만, 전체가 하나의 에리어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각 에리어가 하나로 통합된 형태이기 때문에 이동을 할 때 다양하게 바뀌는 카메라 시점과 더불어 잠깐 동안의 멈춤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적당한 볼륨의 자유도
카무로쵸를 돌아다녀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그리 넓지 않다. 외곽 지역으로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택시라는 이동수단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지정된 외곽지역에서 탑승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도보가 편할 수 있다. 도시의 크기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은 단적으로 말해 메인 시나리오 외에 주어지는 자유도가 그다지 많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총 13장으로 엮인 메인 스토리와 약 80여개의 서브 이벤트 외에 뭘 할 수 있는지에 따라 플레이 타임은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GTA 정도의 자유도를 기대한다면 이 게임은 잠시 접어두기 바란다. 본 시나리오 외에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엔터테인먼트적인 오락 요소와 다양한 상점에서 일어나는 행동으로 간추릴 수 있다.
오락 요소는 용과 같이에 포함된 미니 게임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재미도 있고 돈과 아이템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메인 시나리오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크레인으로 인형을 집는 크레인 게임과 배팅 연습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배팅 센터, 또 성인적인 요소에 걸맞게 슬롯머신으로 대박을 건지거나 카지노에서 일확천금을 노릴 수도 있다.
좀 더 깊게 들어가면 단란주점이나 안마시술소에서 아가씨와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등 성인들의 놀이(?)가 구비되어 있다. 음식점은 기본적으로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는 데 용이하게 사용되는데, 큐슈 이치방보시에서 라면을 먹거나, 스마일 버거에서 햄버거를 먹을 수 있고, 편의점이나 약국에서는 회복용 아이템 등을 구매하는 등 각 장소들과 상호 작용하여 카무로쵸라는 도시의 구성원이라는 느낌을 준다.
|
||
클럽 세가, 참고로 버추어 파이터는 없다 |
|
스트레스 풀기에 좋은 배팅 센터 |
![]() |
![]() |
|
성인 게임 하면 빠질 수 없는 슬롯머신 | 오늘은 무엇으로 허기를 달랠까? |
자유도와 연관된 것은 부의 상징인 돈이다. 용과 같이는 여타 게임에 비해 돈의 가치가 상당히 큰 편인데, 게임 중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좀 더 재미있게 진행하려면 현실에서처럼 많은 돈이 필요하다. 돈이 많으면 그만큼 많은 놀거리를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며, 가장 성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단란주점에서 아가씨들에게 작업을 걸기 위해서라도 술값과 선물 등에 상당히 많은 금액이 들어가게 된다. 마음이 아닌 돈으로 사람의 호감을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현실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지마의 용이라 불린 사나이
주먹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이 야쿠자들이기에 ‘도지마의 용’이라 불리는 키류 또한 화려한 전투를 보여준다. 용과 같이의 전투는 크게 인카운트 전투와 시나리오 전투로 나눌 수 있는데, 인카운트 전투는 이동 중에 적대감이 있는 야쿠자나 불량배들과 부딪쳐 펼쳐지는 전투여서 RPG에서 필드를 돌아다니다가 몬스터들이 캐릭터에게 부딪쳐 전투를 거는 모습과 같다.
때문에 이동 중에 전투가 상당히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전투에 돌입하기까지의 로딩이 생각보다 길어서 어떻게 보면 적들을 처리하는 시간보다 로딩이 더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어찌되었든 키류는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축적하고, 그것을 정신(心), 기술(技), 육체(?), 특수(特) 항목에 분배해 레벨을 올려 새로운 기술을 취득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주먹으로 적들을 제압하게 되지만, 각 항목별 레벨을 꾸준히 올릴수록 체력의 최대치가 증가하거나 드롭킥, 돌려차기 등 다양한 액션으로 적들을 상대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키류를 좀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량의 경험치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는 전투를 통해 얻기도 하고 서브 이벤트와 그 외 음식을 섭취하여 경험치를 축적하게 된다.
|
||
각 항목별 기술이 나열되어 있고 |
|
레벨업을 하면 새로운 기술이 추가된다 |
스토리상 키류는 1대 다수의 전투를 할 때가 상당히 많다. 기본적으로 록 온 기능이 있어 적을 정면에 두고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자유 시점을 지원하지 않아서 뒤쪽에서 공격이 들어올 경우 무방비 상태가 될 수 있다. 공격을 할 때도 적이 피하거나 정면에 위치하지 않을 경우 헛방을 날려 뒤쪽이 그대로 노출 될 수 있는데, 여러 가지로 손이 많이 가지만 실제 길거리 싸움의 느낌을 잘 살렸다.
또 주위 사물을 이용하여 적을 공격할 수도 있는데 공격 횟수가 정해져 있어 무분별한 남발을 방지했고, 적을 잡아서 공격하거나 스웨이라 하여 일종의 회피 동작을 추가해 방어 기능과 함께 전략적인 전투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벽에 상대방을 밀어붙이거나 쓰러진 상대방의 얼굴을 발로 밟는 것과 같은 과격한 동작의 히트 액션을 추가해 다양한 공격으로 적들을 제압하는 재미가 있다.
|
||
스웨이, 총알도 피할 수 있다 |
|
다양한 기술로 적을 제압하고 |
![]() |
![]() |
|
손에 잡히는 것들 모두 무기가 된다 | 화려함을 자랑하는 히트 액션 |
한글화의 부재
솔직히, 용과 같이의 성격상 이 작품이 국내에 정식 발매된 것은 게임을 즐기는 한 사람의 성인 유저로서 꽤나 기쁜 일이다. 폭력 묘사로 유명한 ‘갓 오브 워’도 정식 발매된 마당에 용과 같이가 못 나올 이유는 없지만, 성인들의 오락요소와 일본 야쿠자를 소재로 삼아 조금 불안했는데 다행히 18세 이용가를 받으면서 성인 게이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리저리 둘러봐도 한글화가 안 된 것은 유저에게나 퍼블리셔인 세가 코리아에게나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160페이지 분량의 스폐셜 가이드북을 제공해 인물들의 대사와 공략을 모두 알려주고 있지만 화면과 가이드북을 번갈아 보면서 대사를 이해해야 하는 점은 자칫 집중력을 떨어뜨릴 소지가 있다. (참고로 가이드북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아 대사가 수록된 공략집에 가깝다)
|
||
아쉬운 한글화를 가이드북으로 대신한다 |
10만개의 단어가 넘는 문장이 등장한다는 것은 인물들의 수많은 대사와 함께 드라마적인 스토리에 얼마나 중점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한데, 그렇기에 한글화의 부재가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한글화를 할 경우 추가 비용과 함께 출시일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어, 이를 위한 방책으로 내놓은 스폐셜 가이드북은 하루라도 빨리 게임을 선보이고픈 세가 코리아의 마음으로 좋게 받아들여야 할 듯 하다.
세가여, 일어나라
용과 같이는 간만에 만나보는 세가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성인층에 어필할 수 있는 세가의 향수를 가득 담고 있다. 과거 스즈키 유가 만든 쉔무와 종종 비교되기도 하지만, 보다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적인 캐릭터. 그리고, 부수적인 자유도는 쉔무와 비슷하면서도 디렉터인 나고시 토시히로의 성향에 맞추어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하드웨어 메이커를 버리고 소프트웨어 메이커로 방향을 선회한 뒤에도 한동안 갈피를 못 잡고 주춤했던 세가에게 있어 용과 같이가 보여준 성과는 그간 세가를 잊고 있던 팬들도 돌아오게 할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기에 출시 자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작품으로 인정받는 소프트웨어 메이커로서의 세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