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테오 레이크로 불렸던 코어 울트라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금일, 인텔 코리아는 코어 울트라와 5세대 제온 프로세서 출시를 선언하며 AI시대를 이끌어 가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결과물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NPU로 불리는 새로운 AI 프로세서와 보다 강력해진 GPU를 탑재한 코어 울트라로 AI Everywhere를 실현하겠다는 인텔의 야심을 가감 없이 내비쳤는데 AI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는 코어 울트라가 인텔의 주장 만큼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지 지금부터 간단히 알아볼까 한다.
■ 코어 울트라, 메테오 레이크의 혁신은 어디에 있나?
인텔은 코어 울트라, 코드명 메테오 레이크의 혁신을 AI로 포장됐지만 그 근본에는 칩렛이 있다.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프로세서로 연결하고 패킹한 구조인 칩렛은 더 다양한 기능성 확장과 양적 증가라는 목적 하에 개발되어 고성능 서버 시장에선 기본 구조로 자리 잡았으며 단일 칩을 고수했던 인텔 마저 CPU 코어 확장을 위해 개념적으론 같은 구조의 4세대 제온 라인업을 이미 출시한 바 있다.
이번에 소개된 코어 울트라는 인텔 모바일 프로세서로는 최초로 도입된 칩렛 제품이며 NPU와 Ark GPU가 통합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구조 변경이 있어 가능한 것이었다.
인텔은 금일 행사에서 이런 점을 강조하진 않았지만 모바일 프로세서에 칩렛 구조를 적용함으로써 더 다양한 기능과 유닛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 코어 울트라의 가장 큰 혁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에 꼭 칩렛 구조가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NPU나 GPU는 굳이 다른 칩을 연결하지 않아도 하나의 칩으로 설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처음부터 단일 칩으로 설계하면 된다. 이미 칩렛을 도입한 AMD도 전성비가 중요한 모바일 프로세서는 칩렛이 아닌 단일 칩을 고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성비를 발전시켜오고 있다.
그럼 왜 인텔은 칩렛을 모바일로 가져왔을까?
인텔은 이런 변화를 가져온 것이 확장성에서 혁신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칩 하나로 설계하면 모든 분야에 최적의 프로세서와 유닛 조합을 제공하기 어렵지만 칩렛으로 유닛들을 파편화 하면 원하는 조합을 쉽게 만들어 적재 적소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인텔 스스로의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어도 Arc GPU나 SoC 타일, I/O 타일 처럼 TSMC 같은 외주 생산에 맡기면 되니 수급 불안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 칩이 파편화 되면 단일 칩 대비 효율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발한 것이 포베로스 같은 인터커넥트와 패키징 기술이며 100%는 아니어도 상당부분 효율성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소개됐다.
메테오 레이크에 기대가 컷던 것도 이 칩렛 기술이 가져다 줄 혁신과 변화 때문이었는데 그런 혁신과 변화가 있었을까?
■ Ai 에브리웨어, 현재가 아닌 미래를 말하다
인텔이 말한 Ai 에브리웨어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이야기 한다. 전세계 PC의 80%가 Ai를 처리할 수 있는 NPU 탑재 PC가 되는 그런 세상 말이다. 그 정도가 되면 NPU를 필요로 하는 Ai 작업들이 일반화 되어 있고 모든 작업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인텔의 설명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당연한 말이다.
그 정도로 NPU가 보급될 정도면 최소한 4~5년은 더 시간이 필요할 테니 그쯤 되면 Ai가 많은 작업에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NPU만이 Ai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NPU는 CPU나 GPU 보다 전력 소모가 적을 뿐 절대적인 처리 능력에선 CPU나 GPU를 능가할 수 없고 이미 CPU와 GPU도 Ai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오히려 Ai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주체의 우선 순위만 보면 CPU나 GPU 보다 한참 뒤에 있는 것이 NPU다.
결국 Ai 에브리웨어는 현재가 아닌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며 그 시점에서 지금의 코어 울트라가 제 성능을 발휘할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NPU와 Ai 에브리웨어만으로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시점이 되면 현재의 NPU 보다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게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코어 울트라의 NPU는 결국 CPU나 GPU의 작업 보조나 아예 활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
■ 게이밍 성능, 현실은 어떤가?
인텔이 Ark GPU를 가져온 것은 잘한 것이다. AMD와 경쟁에서 매번 지적 받아왔던 GPU 성능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무기가 Arc GPU 였으니 코어 울트라에 Ark GPU는 당연히 했어야 할 선택이었다.
실제, 외신 리뷰에서도 코어 울트라의 GPU 성능이 인텔이 경쟁 제품으로 지적한 AMD 라이젠 7840U 보다 앞선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도 있고 18개의 게임을 테스트한 인텔 자료에서도 평균 10% 빠른 것으로 나와있다.
이 정도면 캐주얼 게이밍에 대한 성능 문제는 대부분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되는데 아쉽게도 그 Ark GPU가 발목을 잡고 있다.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진짜 그렇다.
인텔은 Ark GPU가 탑재된 코어 울트라를 H 시리즈로만 투입했다. H 시리즈는 베이스 파워 28W에 터보 파워 115W까지 허용된 제품이다.
H처럼 전력 소모가 크지 않고 슬림형 노트북에 주로 탑재되는 U 시리즈에는 베이스 파워 15W와 터보 파워 57W를 맞추기 위해 기존 인텔 그래픽스가 그대로 탑재되어 Ark GPU 만큼 충분한 게이밍 성능을 제공받을 수 없게 됐다.
그에 비해 AMD는 7840U만으로 15~30W 대의 다양한 플래폼을 커버하기 때문에 15W 저전력 노트북에서도 인텔 코어 울트라 보다 앞선 게이밍 능력을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라서 모든 시장에서 AMD를 꺾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 전성비, 아이들 파워를 강조한 인텔
모바일 프로세서는 언제나 전성비가 핵심이다.
아무리 성능만 강조해 봤자 발열이 심하고 사용 시간이 짧아지면 시장에서 외면 받기 때문에 전성비는 언제나 모바일 프로세서의 핵심적인 가치 평가 기준 였다.
인텔은 코어 울트라를 소개하며 SoC 타일에 포함된 LPE 코어를 통해 전성비 문제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시스템이 아무 작업도 하지 않는 아이들 상태가 되면 LPE 코어가 백 그라운드 작업을 처리해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인다는 설명이다. SoC 타일에는 GPU에 포함됐던 미디어 가속 유닛도 포함되어 있어 GPU 전체를 작동 시키는 것 보다 전력 소모가 훨씬 적다는 설명도 덧붙였는데 실제 인텔이 제시한 데이터를 보면 예상보다 차이가 커 놀라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들 상태가 아닌 실제 작업 환경에서 전력 소모가 얼마나 줄었는가는 소개되지 않았다. 금일 행사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코어 울트라 노트북을 테스트 한 외신에선 전성비 측면에서 좋지 않는 결과를 확인했다는데 가장 먼저 코어 울트라 노트북 기사를 올린 노트북체크(NotebookCheck)만 봐도 실제 작업별 소비전력은 인텔이 경쟁 제품으로 지적한 라이젠 7 7840U 보다 좋지 않게 나타났다.
물론, 노트북의 경우 크기나 메이커의 세팅 차이에 따라 결과 차이가 클 수도 있어 정확한 비교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런 지적이 무색할 만큼 와트상 성능 차이가 너무 커서 실제 작업 위주로 배터리 시간을 측정한 결과를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GPU는 CPU 처럼 차이가 크진 않았는데 Ark GPU도 TSMC가 생산해서 그런지..
■ 코어 울트라에 대한 기대와 우려
매번 반복되지만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메테오 레이크, 코어 울트라에 대한 기대도 실망이나 무관심으로 끝날 것 같다는 말이다.
인텔이 강조한 Ai 에브리웨어는 앞으로 다가 올 미래고 현실에서 필요한 CPU나 GPU 그리고 전성비는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차라리 CPU 타일을 늘려 코어 개수나 확장하고 클럭을 낮춰 전성비를 개선했거나 Ark GPU가 더 커졌더라면 본격적인 게이밍 프로세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그냥 인텔 CPU가 됐다.
언제까지 이런 작은 변화만으로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AMD가 많이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다음 세대 만큼은 제대로 된 변화를 보여줘야 할 텐데 그런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 메테오 레이크가 만들어졌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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