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그룹을 이끌고 있는 기업가는 젊은 시절부터 창업주인 부친에게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왜’라는 질문을 세 번만 반복하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해당 그룹의 창업자는 참모들이 보고할 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틀기 마련인데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 잔꾀가 금방 드러난다며 경영 요령을 충고했다고 한다.
그동안 스스로 지켜보려던 자세인데 언젠가부터 유야무야된 것 같다. 독자 엽서나 e메일을 통해 본지 편집부로 보낸 갖가지 의견을 살펴보다 보면 미처 관심 두지 못했던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12월호 ‘오너스’ 코너에 소개된 독자 정희은 씨는 본인 소유의 아우디 A4가 “이중 주차가 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후배 기자가 제출한 그의 인터뷰 기사를 편집하며 기자 역시 ‘맞아!’라는 탄식이 절로 터졌다. BMW 325i를 타고 다니며 실제로 경험한 불편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물론 기자야 부모님께 얹혀살고 있는 집도 그렇고 주차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편하게 자가용을 몰고 다닌다면 제 값 내고 주차하는 것이 사회적 형평성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평소 신념 때문에 어디를 가든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주변 지인 가운데 서울 어디서든 공짜 주차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이도 있는데 그와 비교하면 한 달 주차비로 나가는 비용 차가 상당할 것이다.
아무튼 개인적인 생활 패턴상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서울 강남, 분당에 사는 지인의 집을 방문하면 상황이 다르다. 저녁 시간에 단지 내 주차장을 아무리 돌아도 정석대로 주차 라인 안에 차를 세울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이중, 삼중으로 차를 세우기도 한다. 대부분 다른 차를 가로 막고 세운 뒤 변속기를 중립에 두고 도어를 잠그는 이중 주차가 보편화된 상황이다.
문제는 기자의 BMW는 변속기를 중립에 두고 키를 뽑을 수 없다는 점. 그렇다고 전화번호만 남기고 갔다 ‘차 빼달라’는 콜이 오면 부랴부랴 달려와 비켜주는 것은 스스로 불편하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민폐가 되는 것 같아 싫다.
결국 단지 바깥 유료 주차장에 세우기도 하고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대로변에 차를 버리고(?) 온다. 상황을 모르는 이는 이런 기자를 보고 수입차 탄다고 차를 너무 애지중지하는 것 아니냐고 핀잔을 던지기도 했다. 그게 아니다.
최근에 지은 건물은 교통영향평가에 따라 주차장 면적을 넉넉히 잡기에 별 문제가 없지만 과거에 지은 아파트 등은 1세대마다 고작 한 개의 주차장을 확보한 경우가 있어 거주자도 사실상 이중 주차를 해야 한다. 이런 곳은 입주민끼리 합의하에 관리실에서 여벌의 키를 보관하며 이중 주차된 차로 인한 불편을 줄여준다.
단, 한 가지 명심할 점이 있다. 이중 주차된 차는 법적으로 운행 중인 차로 판단해 주차 관리자뿐 아니라 차주인 오너에게도 책임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중 주차된 차가 굴러가 다른 차를 파손시킨다면 주차장 관리 회사와 오너가 피해자에게 보상을 반반씩 부담하도록 판결한 사례가 많다. 이번 기사와 관련해 본지가 전체 수입차 임포터에 협조문을 보내는 과정에서도 확인된 팩트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 관계자는 “일부 짚 오너 가운데 네바퀴굴림 트랜스퍼 레버를 조작해 편법으로 이중 주차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주차시킨 차가 굴러가 지나던 행인과 부딪힌 사고가 있었고 소송 끝에 오너에게 100% 책임이 돌아간 사례가 있다. 따라서 국내에 공식 수입되는 크라이슬러, 짚, 다지 모델은 이중 주차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고 했다.
혼다코리아 역시 “이중 주차는 가능하지만 권장 사항이 아니다”는 답변을 보냈다. 반면 포드코리아, 한국닛산, 한국토요타자동차는 “국내 수입 전 모델이 이중 주차가 가능하다”는 답신을 보냈다. 나머지 다른 임포터는 이중 주차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비상용 키를 꽂아둔 상태에서 도어를 잠그면 가능하다’는 제보도 있었으나 실제 실험 결과 도어가 잠기지 않아 불가능했다.
이중 주차가 가능한 수입차에 대해서 해당 임포터는 ‘오너의 편의를 고려한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중 주차를 해야 하는 오너를 위해 ‘+’ 개념으로 더해진 기능인만큼 이참에 정확한 사용법을 소개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중 주차가 가능한 수입차 가운데 혼다를 제외한 포드, 인피니티, 렉서스 차종의 이중 주차 요령을 모았다.
포드, 링컨 차종을 국내에 공식 수입하는 포드코리아는 유럽 생산 모델과 북미 지역 모델이 이중 주차 요령이 다르다고 전했다. 유럽에서 만들어지는 몬데오는 다른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시프트 록’ 스위치를 해제해 이중 주차가 가능하다. 반면 북미 공장에서 생산되는 다른 포드 & 링컨 차종은 키패드를 활용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기어 중립 상태에서 시동을 끄고 키패드를 조작해 도어를 잠그면 이중 주차를 할 수 있다. 키가 꽃혀 있어도 키패드를 잠그면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기에 도난 우려는 없다.
한국닛산이 들여오는 인피니티 전 모델은 안전과 도난방지를 위해 변속 레버를 ‘P’에 두지 않으면 시동키가 완전히 오프 상태가 되지 않고 경고음이 울린다. 따라서 이중 주차를 하기 위해서는 ‘P’ 상태에서 시동을 끄고 키를 뺀 다. 그리고 변속기 옆에 있는 ‘시프트 록’ 커버를 열고 전용 공구로 안쪽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며 레버를 ‘N’으로 옮기면 된다. 스패너 겸용 전용 공구는 트렁크 공구함에 있다. 버튼형 시동 시스템이 달린 모델 역시 기어 레버를 ‘P’에 두고 시동을 끈 뒤 위의 방법으로 하면 된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렉서스 차종을 이중 주차하기 위해서는 ‘-’자 드라이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변속기 옆에 자리한 ‘시프트 록’ 커버를 벗기고 드라이버로 안쪽 스위치를 누르며 변속 레버를 ‘N’으로 움직이면 이중 주차가 가능하다. 시동 버튼이 있는 IS, ES, GS, LS는 기어 레버를 ‘P’에 두고 시동을 끈 뒤 조작해야 하며 RX는 키를 제거한 뒤 같은 방법으로 이중 주차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