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에서 가장 권할만한 인티앰프를 2기종 추천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경험이 많지 않아 잠시 머뭇거렸는데, 다행히 인티앰프라면 언제 나왔던 어떤 제품이라도 좋다는 이야기에 수락했다.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동안 접해보았던 좋은 인티앰프가 너무 많다. 막상 두 기종을 추리자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범위도 문제다. 편집부에서는 나에게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는데, 가격을 초월하여 소리가 좋은 제품을 뽑을 것인지, 가격에 비해 놀라운 성능을 가진 제품을 뽑을 것인지 결정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내가 쓴다는 전제 하에서 주관적으로 제품을 골라야 할지, 아니면 사용하는 애호가들을 고려하면서 제품을 골라야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아주 쉽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원고가 벌써 몇 시간째 발목을 붙잡고 있다.
결국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자신있게 권해줄 수 있는 앰프를 선택하기로 했다. 대상은 오디오를 처음 시작하거나 입문한지 몇 년 되지 않아 앰프를 2번째 또는 3번째 바꾸는 애호가들로 한정했다. 아무래도 인티앰프 최고의 덕목은 가격대 성능비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경쟁이 치열한 중급 제품들이 많은 만큼, 속이 꽉 찬 제품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2종 중에서 한 기종은 반도체 앰프, 나머지 한 기종은 진공관 앰프를 선정해보았다.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A 클래스 증폭 인티앰프
럭스만 L590A
SPECIFICATIONS
Continuous effective output 30W + 30W / 8 ohms , 60W + 60W / 4 ohms
Total harmonic distortion 0.005% or less (8Ω, 1kHz), More than 0.03% (8Ω, 20 ~ 20kHz)
Input sensitivity / impedance PHONO (MM) : 2.5mV / 47kΩ, PHONO (MC) : 0.3mV / 100Ω, LINE : 180mV / 42kΩ,
BAL.LINE : 180mV / 79kΩ, MAIN-IN : 550mV / 51kΩ
Output voltage RECORDER: 180mV, PRE-OUT: 1V
S / N ratio PHONO (MM) : 91dB or more, PHONO (MC) : 75dB or more, LINE : 107dB or more
Frequency characteristic PHONO : 20Hz ~ 20,000Hz (± 0.5dB), LINE : 20Hz ~ 100,000Hz (within -3dB)
Power consumption 280W (Electrical Appliance and in accordance with the provisions of the Safety Act)
280W (no signal), 1.3W (standby)
External dimensions 467 (width) × 178 (height) × 434 (depth) mm
Weight 26.5kg
반도체 앰프 중에서는 후보가 매킨토시 MA6800, 크렐 KAV-300i, 럭스만 L590, 버메스터 032, 다질 CTH8550, 네임의 몇몇 앰프가 기억나는데,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못생긴 것, 너무 비싼 것을 빼고 나니 자연스럽게 럭스만의 L590A가 남았다. 한 때 큰 인기를 끌었으나 갑작스런 엔고 상황을 맞아 가격이 50% 넘게 상승하면서 수입이 중지되었던 비운의 제품이다. 요즘에는 엔저 시대이니 적당한 가격에 판매가 된다면 큰 기대가 되는 제품이다.
L590A는 비록 출력은 30W에 불과하지만 순 A급 증폭으로 소릿결이 곱고 힘도 충분하다. 역사가 깊고 큰 규모의 메이커가 만든 제품답게 만듦새가 출중하고 안정성이 뛰어나서, 예컨대 순 A급 증폭임에도 열이 펄펄 나서 걱정하거나 오래 사용할 때 변색이 되는 경우도 결코 없다. 게다가 기능도 다양해서,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부족함이 전혀 없는 앰프라는 생각이다. 제품이 생산되면서 소폭의 개량 모델 L590A2로 진화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기 제품이 가장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후기의 제품은 소위 현대적인 인상이 가미된 음으로 광대역에 해상도가 높다.
월등한 가격대 성능비를 갖추고 꾸준히 진화한
Melody H88A New Signature
SPECIFICATIONS
Tube Kt88 x 4 / 6SN7 / 5AR4 x 1
Output 50W + 50W
Frequency responce 20Hz ~ 20KHz
Input Impedence 250K ohms
S/N 90db
Input Sensitivity 480mV
Demension 430W x 215H x 410D(mm)
Weight 20.5kg
진공관 앰프는 특히 중급 기기에 많은 제품들이 몰려 있으므로 가격대 성능비가 높은 제품들이 많았다. 우아한 외관과 뛰어난 음질의 자디스 DA50 및 오케스트라 SE 레퍼런스, 가격대 성능비가 월등한 멜로디 밸브의 H88A 시그너처와 아리에타, 레벤 CS300XS나 신세시스의 초기 제품들처럼 앙증맞은 제품들, 독특한 컨셉과 외관을 갖춘 맨리 스팅레이나 EAR V12,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준 유니슨리서치 심플리 2등이 기억에 남는다. 말 그대로 난형난제.
지금 나열한 제품들은 지나치게 비싼 것도, 사용하기 불편한 것도, 그리고 너무 못생긴 것도 없어서 하나를 선택하기가 너무 어렵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범용성과 가격대 성능비를 생각하여 멜로디의 H88A 시그너처를 선택했다. 진공관이 너무 많은 제품들은 관리 보수가 어려울 수 있고 출력이 너무 작은 것은 음악 장르나 스피커의 선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H88A 시그너처가 국내에 소개된지 10년이 되어 가는데, 원래 멜로디 밸브에는 H88A라는 모델은 있지만 ‘시그너처’ 모델이 없었다고 한다. 수입원에서는 H88A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단자나 커플링 캐패시터, 진공관 등의 부품을 고급화하여 특주했고, 이 제품에 ‘시그너처’가 붙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H88A 뉴 시그너처로 판매되고 있는데, 회로가 조금씩 개선되면서 소리가 숙성되는 과정이 확연히 느껴진다. 가격대 성능비는 극강. 진공관 인티앰프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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