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제동력, 전천후 성능, 디스크브레이크란
강한 제동력과 편안한 작동감, 어떤 환경에서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꾸준함까지. 디스크브레이크는 상당한 장점을 가진 브레이크다. 그러나 동시에 MTB 전용이라는 선입견이 강하다. 디스크브레이크는 로드바이크에 어울리지 않는 MTB의 전유물일까?
로드바이크에서 디스크브레이크의 인지도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2012년부터 UCI 사이클로크로스 경기에서 디스크브레이크의 사용이 허용된 이후 브랜드마다 앞 다퉈 로드바이크용 디스크브레이크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시장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쌍수를 들며 환영하는 이도 있고, 캘리퍼 브레이크로도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무겁고 복잡한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할 필요가 있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다. 아직은 과도기적 시점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좋고 나쁘고를 논하기에 앞서 디스크브레이크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 이다.
브레이크의 종류
먼저 자전거 브레이크의 종류를 알아보자. 브레이크는 휠의 외곽부분인 림을 이용해서 제동력을 얻는 림 브레이크와 휠의 중심 부분인 허브를 이용하는 허브 브레이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림 브레이크는 캔틸레버 브레이크와 V브레이크, 캘리퍼 브레이크, U브레이크 등이 있다. 림의 바깥면을 고무소재의 패드로 마찰시켜 제동력을 얻는 림 브레이크는 간단한 구조와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자전거에 사용되고 있지만, 림이 손상되거나 이물질이 묻을 경우 제동력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코스터 브레이크와 드럼 브레이크, 밴드 브레이크, 디스크브레이크로 나뉘는 허브 브레이크는 림이 아니라 타이어와 멀리 떨어진 허브 부분에서 제동력을 얻기 때문에 오염에 강하고 언제나 일정한 제동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구조와 무거운 무게 때문에 특정 장르에만 국한되어 사용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MTB에 주로 사용되는 디스크브레이크를 제외하고 나머지 종류의 브레이크는 저가 생활자전거에서 많이 사용된다. 허브 브레이크의 대표격인 디스크브레이크는 최근 들어 소재와 기술의 발전으로 크게 경량화가 이뤄지면서, 사용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캘리퍼 브레이크
작도에 사용되는 캘리퍼(Caliper)처럼 림을 C자 모양으로 감싼 형태다. 작동 시 케이블이 당겨지며 피봇이 움직여 패드가 림에 닿는 구조다. 과거 하나의 피봇(Pivot)으로 작동되는 싱글 피봇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두 개의 피봇을 장착한 듀얼 피봇이 등장하면서 보다 빠르고 강한 움직임을 통해 제동력이 높아졌다. 간단한 구조와 경량성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와 로드바이크에 많이 사용된다. 단, 휠이 오염되었을 경우 제동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V브레이크
V 모양을 지닌 V브레이크는 사실 시마노의 브레이크 시스템 이름이다. 실제로는 리니어 풀(Linear pull) 브레이크가 정확한 명칭. 하나의 와이어를 이용해 두 개의 브레이크 암을 움직이는 V브레이크는 패드가 수평으로 움직여 림을 잡아 제동이 된다. 지금은 디스크브레이크에 밀리는 추세지만 강한 제동력과 심플한 구조, 가벼운 무게를 바탕으로 MTB에 많이 이용된다.
캔틸레버 브레이크
캔티레버(Cantilever) 브레이크는 제동력이 우수하고 구조가 간단하다. 원래 캔틸레버는 한쪽만 고정된 구조물을 말하며, 지렛대의 원리로 작동 시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캔틸레버 브레이크는 세척과 관리가 편해 최근 사이클로크로스의 붐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캔틸레버 각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뉘는데, 90도보다 크면 와이드-프로파일, 90도 전후이면 미디엄-프로파일, 90도보다 작으면 로우-프로파일로 구분한다. 구조상 제동력은 로우-프로파일이 가장 우수하며 브레이크 패드와 림의 간격은 와이드-프로파일이 가장 넓다. 캔틸레버 브레이크가 사이클로크로스 경기에 많이 쓰이는 이유도 브레이크 패드와 림의 간격이 넓어 진흙 등이 뭉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크브레이크
허브에 고정되어 휠과 함께 회전하는 디스크 로터를 케이블 혹은 유압을 이용해 패드의 마찰력으로 제동한다. 자동차에도 대부분 이 방식이 사용된다. 케이블 방식은 캘리퍼와 로터만 장착할 수 있다면 기존의 리니어 풀 브레이크(V브레이크) 레버로 작동이 가능하지만 유압식은 전용 케이블과 레버, 오일(브레이크 액) 등이 필요하다.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는 레버에 오일이 들어있는 리저브 탱크와 연결되어 있으며 유압 호스를 통해 캘리퍼에 압력을 전달, 피스톤이 브레이크 패드를 눌러 로터와의 마찰력으로 제동이 된다.
로드바이크 디스크브레이크의 구성
로드바이크와 MTB의 디스크브레이크는 구조 상 차이는 거의 없다. 기계식은 레버만 다르고, 유압식은 레버와 리저버 탱크가 다르다. 드롭바를 사용하는 로드바이크는 리저버 탱크를 후드 안으로 삽입한다. 로드바이크 디스크브레이크의 구성은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① 브레이크 레버(Brake lever)
호스를 통해 유압을 캘리퍼로 전달하기 위해 움켜쥐는 레버. 드롭바의 특성상 변속 레버도 함께다.
② 캘리퍼(Caliper)
브레이크 레버에서 발생한 압력을 브레이크 패드를 작동시키는 피스톤에 전해주는 장치다. 알루미늄 주물방식으로 생산해 두 조각(Two Piece)으로 나뉘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고급 제품은 한 개의 블록을 CNC 가공해서 만든 원 피스(One Piece) 방식도 있다.
③ 브레이크 호스(Brake hose)
브레이크 작동 시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하므로 이중 이상의 고압 라인으로 제작된다. 브레이크 오일의 종류에 따라 내부 재질이 조금씩 다르다.
리저버 탱크(Reservoir Tank)
디스크브레이크 작동을 위한 유압 오일이 저장된 공간으로 브레이크 내부에서 높은 압력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오일을 남겨두는 곳이기도 하다.
피스톤(Piston)
브레이크 캘리퍼의 내부에서 발생한 압력을 패드에 전달하기 위한 원통형 부품이다. 양쪽으로 각 2개의 피스톤을 가진 것이 일반적이지만 프리라이딩이나 다운힐 등 과격한 용도는 각 4개의 피스톤을 갖춘 것도 있다.
브레이크 패드(Brake Pad)
캘리퍼 내부에 장착되어 캘리퍼의 압력으로 밀려나온 피스톤 앞에 장착되어 로터를 마찰시켜 제동력을 발생시키는 부품. 소음이 덜하지만 상대적으로 소모가 빠른 레진(Resin 또는 오가닉-Organic) 패드와 소음이 다소 발생하지만 소모가 덜 되는 메탈(또는 신터드-Sintered) 방식으로 나뉜다.
로터(Rotor)
허브에 장착된 원판 모양의 부품으로 패드의 마찰에 의해 제동력을 발생시킨다. 로터의 장착 방식에 따라 6볼트와 센터락(Center Lock) 방식으로 나뉘며, 허브의 장착 방식에 따라 이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규격은 지름(㎜단위)으로 표시한다.
디스크브레이크 장착으로 인한 변화
당연한 이야기지만 디스크브레이크는 전용 프레임을 필요로 한다. 기존의 로드바이크는 포크와 시트스테이 혹은 체인스테이의 브레이크 홀을 이용해 캘리퍼 브레이크를 장착했지만, 디스크브레이크는 별도의 전용 브레이크 홀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전용 프레임이 아니라면 디스크브레이크를 이용할 수 없다.
최근에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인듀어런스 타입의 디스크브레이크 로드바이크 모델을 많이 출시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전용 프레임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면 디스크브레이크 전용 로드바이크는 브레이크 마운트만 바뀌었을까? 그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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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브레이크를 사용한 모델은 QR(퀵릴리즈) 레버 대신 액슬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국내에서 디스크브레이크와 캘리퍼 브레이크를 한 라인업으로 동시 출시되는 모델을 살펴보면, 스캇의 솔라스와 메리다의 라이드를 들 수 있다. 솔라스는 캘리퍼 모델과 디스크 모델 모두 액슬을 사용했다. 그러나 라이드는 캘리퍼 모델은 QR 레버를, 디스크 모델은 액슬을 사용해 브레이크의 특성에 따라 부품도 달리 활용했다. QR 레버와 액슬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선택의 재미도 있다.
또 다른 차이는 허브의 규격이다. 통상 캘리퍼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로드바이크의 앞 허브는 폭이 100㎜, 뒤 허브는 130㎜다. 그러나 디스크브레이크를 사용하게 되면 달라진다. 앞 허브는 똑같이 100㎜ 지만, 뒤 허브가 135㎜로 늘어난다. QR레버가 아닌 액슬을 사용한 모델들이 135㎜의 허브 규격을 갖는다.
로드바이크에 적합한 로터의 크기는?
각기 다른 로터의 사이즈는 장르에 따라 다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디스크브레이크 전용 로터의 크기는 지름이 140~208㎜로 다양하다. 로드바이크는 140~160㎜가 주로 사용된다. 로터의 크기는 제동력과 직결되는데, 로터가 클수록 높은 제동력을 얻을 수 있다. 회전하는 힘의 중심에서 지렛대가 더 길수록 큰 힘을 내는 레버리지(Leverage, 지렛대) 효과를 생각하면 되는데, 로터와 휠의 크기 비가 작을수록 제동력이 높아진다.
MTB의 경우 장르에 따라, 또 프레임에 따라 사용되는 로터의 크기가 각각 다르다. 로드바이크의 경우, 제조사들은 보통 앞 140㎜, 뒤 160㎜를 권장하고 있다. 너무 큰 사이즈의 로터를 사용하면 강한 제동력으로 인해 감속을 넘어 바퀴가 아예 잠겨 전복 등의 사고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으로 질주하는 로드바이크는 감속과 제동의 경계를 구분하는 세팅과 주행 경험이 필요하다. 로드바이크용 디스크브레이크는 자신의 주행스타일에 적합한 로터의 규격을 먼저 파악하는 것도 안전한 라이딩을 즐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기계식 케이블 방식과 유압 방식
디스크브레이크는 제동력을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기계식 케이블 방식과 유압 방식으로 나뉜다. 이 둘은 승차감과 관리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인 공구세트로도 관리할 수 있는 기계식 케이블 방식은 관리와 정비 면에서 편리하다. 브레이크 레버 또한 다양하게 호환이 가능해 기존의 로드바이크 레버와 MTB의 디스크브레이크 캘리퍼 등을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용감이 뻑뻑하다는 단점이 있다.
유압 방식은 과거 높은 가격이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지금은 가격이 많이 인하됐고, 상급 캘리퍼 브레이크 또한 가격이 낮지 않기 때문에 많이 대중화되었다. 자가 정비의 어려움은 있지만 제동성과 소음, 부드러운 조작감이 특징.
유압 방식의 단점은 로터와 패드 사이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오일(브레이크 액)이 끓는 것이다. 베이퍼 락(Vapor Lock)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로터와 패드의 마찰열로 인해 유압 호스 내 오일이 끓어 기포가 발생하는 것으로 자동차용 디스크브레이크에서도 생긴다. 베이퍼 락이 발생하면 조작감이 떨어지고 심하면 기포가 유압을 상쇄시켜 아예 제동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베이퍼 락, 장시간의 브레이킹으로 인한 문제는?
베이퍼 락은 장시간의 제동으로 인한 마찰열로 발생한다. 도로를 달리는 로드바이크는 긴 내리막을 달려야 할 경우도 있어 베이퍼 락의 가능성이 MTB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세계의 자전거 부품산업을 선도하는 시마노와 스램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시마노의 미네랄 오일은 사용이 편리하고 인체에 무해하지만, 끓는점이 타 제품과 비교해 비교적 낮아 방열 패드를 활용하거나 2피스의 로터를 활용한다.
스램의 도트5.1은 끓는점이 비교적 높아 기포가 발생할 확률이 낮지만 환경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취급에 주의를 요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전용제품을 활용한다고 해도, 주행방식과 코스에 따라서는 열로 인해 기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기포가 찬 유압 호스는 블리딩을 통해 기포를 배출시켜야 한다. 블리딩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이번 호 ‘로드바이크 클리닉’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로드바이크의 디스크브레이크화?
사실 장르에 따라 브레이크를 달리 사용해야 한다는 정확한 규칙은 없다. UCI는 일반 도로대회에서는 디스크브레이크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UCI 승인 대회가 아니라면 디스크브레이크를 달고 출전할 수 있다. 현재 사이클로크로스(CX) 경기에 한해서는 UCI 역시 디스크브레이크 사용을 허가한 상황. CX 경기가 인기 있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진흙 코스가 많은 유럽은 디스크브레이크가 이제야 시작되는 분위기지만 미국은 이미 많은 선수들이 사용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스램의 데이먼 첸 STU 매니저는 “스램을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들이 UCI와의 대화를 통해 로드바이크의 디스크 사용을 건의하고 있다.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무렵에는 도로 대회에서 디스크브레이크의 사용 허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측과 결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로드 전용 디스크브레이크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으며 결과에 맞춰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해 도로 경기의 디스크브레이크 도입을 기정사실화 했다.
무게냐, 제동성능이냐?
무게를 민감하게 따지는 국내에서는 캘리퍼 브레이크와 비교해 다소 무거운 디스크브레이크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비슷한 스펙일 경우, 디스크브레이크는 캔틸레버 브레이크보다 로터와 캘리퍼, 리저버 탱크 등의 추가 부품 때문에 무게가 500g 이상 늘어난다. 사실 이것이 일반 로드바이크에 디스크브레이크가 보편화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의 하나다. 그러나 무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부드러운 그립감과 작은 힘으로도 일정한 제동력을 얻을 수 있는 유압식을 외면하기에는 그 장점이 너무 크다. 부드러운 제동성능은 체력적 부담도 줄여 장거리나 거친 도로에서는 상당한 메리트가 될 것이다. 베이퍼 락 현상도 장시간의 연속적인 제동이 아니라면 쉽게 발생하지 않고, 이를 막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 또한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로드바이크와 디스크브레이크의 조화는 이제 시작되는 시점이다. 무조건 제동력이 강한 것을, 또는 가벼운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라이딩 스타일과 주행 환경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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