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여전히 덥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바람이 선선하다. 가을이 오고 있다는 증거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기엔 추석이나 신학기 준비 등으로 돈 쓸일이 많아지는데, 그 중에서도 노트북은 매년 이맘때마다 직장인과 대학생의 통장을 텅장으로 만드는 주범이다.
마음은 최신 최고급 노트북을 팍 지르고 싶지만, 교통비와 선물 등으로 큰 돈이 나가는 추석을 생각하면 검색 조건을 한 단계 낮추기 마련. 게다가 패션 스타일이 확 바뀌는 가을엔 옷이나 각종 잡화류도 구매해야 하니 이런 비용까지 생각하면 어느새 노트북 검색 조건이 보급형 제품까지 내려오곤 한다.
그런데, 필자가 이번에 없는 살림에 노트북을 바꾸기 위해 20~60만 원대의 보급형 노트북을 검색하다 보니 저렴한 보급형 노트북도 꽤 쓸만한 것들이 많더라. 보통 보급형 노트북은 스펙도 안 좋고 무게도 가볍지 않고 디자인도 애매한 '애매함의 삼위일체'인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좀 다르다. 필자를 놀래킨 노트북 가성비 甲류 리스트를 아래에서 공개한다.
보급형 노트북 구매 Tip : 꼭 필요한 스펙만 쏙쏙 챙기기
▲ 노트북으로는 게임보다 PPT와 엑셀, 워드를 더 오래, 많이 쓰게 될 것이다
보급형 노트북을 고를 때 불필요한 오버스펙 옵션이 포함된 제품을 고르는 건 금물이다. 거의 쓰지도 않는 부품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길바닥에 돈을 버리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보급형 제품, 가성비형 제품을 구매할 때는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때보다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필요한 스펙만 딱딱 챙겨야 하기 때문.
일단 당신이 20~60만 원대 보급형 노트북 구매를 타진하고 있다면 주 용도는 대부분 인터넷, 문서작업, 영상감상, 학업용 정도일 것이다. 이 글을 관심있게 읽고 있다면 최신게임 구동에 대한 욕심은 모두 내려놓은 구매자일 터. 게이밍과 관련한 옵션은 미련 없이 검색 조건에서 빼자. RGB 키보드 등 화려함을 더해주는 옵션도 마찬가지다. 과감히 뺀다. 학습용, 업무용, 일상용 노트북에 고용량 RAM도 큰 효과가 없다. 물론 인터넷 창(탭)을 더 많이 띄워서 자료검색의 쾌적함을 얻을 순 있겠으나 그 이상의 장점은 당장 체감하기 어렵다. 4GB 정도로 타협하면 된다.
일상적인 용도의 보급형 노트북을 찾는다면, 봐야할 것은 딱 세 가지다. ①최소한의 스펙(CPU, RAM, 저장공간) ②적당한 휴대성 ③저렴한 가격
CPU
노트북도 CPU 성능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글을 정독하는 우리는 고사양이 필요하지 않다. 용도가 한정적인 보급형 노트북을 찾고 있다. 그러므로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해야 한다. 2018년 8월 기준 가장 최신의 노트북용 모바일 CPU는 이른바 커피레이크로 불리는 인텔 8세대 코어 CPU다. 다만 8세대 코어 CPU는 보급형에선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제품에만 들어간다. 웹서핑, 문서작업 수준은 셀러론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시스템 메모리(RAM) 용량
시스템 메모리 용량은 많을 수록 좋다. 각종 프로그램과 인터넷 창도 많이 열어둘 수 있다. 하지만, 메모리 용량이 많을 수록 비싸다. 우리는 OS 부팅 후 인터넷 창(탭) 두세개와 문서작업용 프로그램을 쾌적하게 구동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4GB가 가성비 포인트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8GB다.
저장공간
저장공간은 둘 중 하나다. 작은 용량이지만 빠른 SSD. 또는 대용량이지만 느린 HDD. 빠른 속도냐 넉넉한 저정공간이냐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되겠다. 다만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SSD가 유리하다.
그래픽카드
외장 그래픽카드는 포기하자. 만약 게이밍을 포기할 수 없다면 썬더볼트가 지원되는 제품을 골라서 eGPU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는 노트북의 크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크기가 커지면 무게도 늘어나기 마련. 휴대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작고 가벼운 노트북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해상도는 FHD(1920*1080)면 일상적인 용도에 무리가 없고 화질도 괜찮은 편이다.
무게와 배터리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무게가 무거우면 휴대하기 어렵다. 배터리 용량이 낮거나 배터리 효율이 낮아도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1kg 미만의 제품을 초경량으로 분류하는데, 13인치 이상의 초경량 노트북은 대체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초경량이 아니어도 1~1.5kg 사이의 노트북이면 성인이 휴대하기에 큰 무리는 없다. 1.5~2kg 사이의 노트북은 가방에 넣을 경우 무게감이 느껴지므로 체력이 약한 사용자는 장시간 휴대가 부담될 수 있다.
▶ [20만 원대] ASUS 비보북 E203NA-FD108TS (eMMC 32GB)
A4용지보다 작은 11.6인치 노트북이다.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긴 하지만 무게는 980g으로 초경량이다. 온종일 가방에 넣고 다녀도 부담 없는 것이 장점. 2016~2017년에 많이 쓰이던 아폴로레이크 N3350 듀얼코어 셀러론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메모리는 4GB로 약해보이는 CPU에 비하면 넉넉한 편이다. 성능은 웹서핑과 가벼운 문서작업 정도에 적합하다.
배터리는 1회 충전시 10시간 가량 사용할 수 있다. 제품의 크기가 작지만 키보드와 터치패드는 의외로 수준급. 키보드의 키 간격도 일반 키보드와 동일하며 터치패드는 상당히 큰 사이즈를 자랑한다. 오피스365 1년 사용권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윈도10도 기본으로 세팅되어 있으므로 OS와 OA 구매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부족한 저장공간은 외장하드나 마이크로SD카드로 해결한다. 가장 큰 장점은 가격. 20만 원 중반에 윈도10을 포함한 새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 [30만 원대] HP 15-da0067TU (SSD 128GB)
가장 작은 모델을 만나 봤으니 큰 모델도 만나보자. HP 15-da0067TU은 30만 원 정도의 가격에 15.6인치 FHD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모델이다. 운영체제가 없는 프리도스 모델이지만 하드웨어 가성비로는 어디 내놔도 손색 없는 제품이다. 인텔 제미니레이크 기반의 셀러론 N4000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했고, 메모리는 4GB 기본에 최대 8GB로 확장할 수 있다. 저장공간은 128GB 용량의 M.2 SSD를 썼다. 1회 충전시 최대 13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와 HP FAST CHARGE 지원으로 45분 충전시 배터리 50% 충전이 가능한 점도 좋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15.6인치 큰 디스플레이와 FHD 해상도가 이 제품 최대의 장점. 1.7kg의 무게는 초경량은 아니지만 휴대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며 디스플레이 크기를 생각하면 가벼운 편. 시원시원한 화면을 선호하는 사용자에게 적당하며, 부모님 선물용 효도노트북으로도 수요가 많다.
▶ [40만 원대] 한성컴퓨터 H58 DGA2 (SSD 120GB)
노트북 좀 안다 하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절대반지급의 제품이 몇 가지 있는데 이 제품도 그 중 하나다. 최신 인텔 프로세서 라인업인 펜티엄 골드 G5400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했다. 이 CPU는 노트북용 CPU가 아닌 데스크탑용 CPU로 동작주파수나 성능에서 어지간한 모바일 프로세서를 압도한다. 메모리는 4GB이며 8GB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128GB 용량의 M.2 SSD와 백라이트 키보드, 넉넉한 확장포트도 자랑거리. 이 제품부터는 4K 영상도 무리 없이 구동할 수 있다.
15.6인치 FHD 해상도의 큰 디스플레이는 LG전자의 IPS 패널을 사용해서 시각적 만족도도 우수하다. 다만 크기가 크고 확장성까지 넉넉하게 챙기다 보니 무게는 2.26kg으로 묵직한 편이다. 체격이 건장한 사용자가 아니라면 장시간 휴대는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각각 사용하기보다는 노트북 하나로 모든 컴퓨팅을 해결해야 하는 자취생들에게 적합하다.
▶ [50만 원대] HP 14-ck0082tu (SSD 128GB)
40만 원대에서 눈높이를 조금 더 올리면 50만 원 후반대에는 이 노트북이 있다. 최신 인텔 8세대 코어 i5-8250U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했다. 프로세서는 일단 100만 원대 노트북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기본 메모리가 4GB로 밸런스가 안 맞는 느낌이지만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다. 디스플레이는 14인치 크기에 FHD 해상도를 지원해 화질에 부족함이 없다.
저장공간은 M.2 128GB이며 완충시 최대 14시간 사용하는 배터리도 장점이다. 앞서 소개한 노트북들에 비해 가격이 제법 올라간만큼 약간의 사치도 부렸는데, 영화보는 기분을 살려주는 듀얼 스피커가 포함되어 있다. 다른 부품이 가격대비 알차기 때문에 보너스 개념으로 보면 되겠다. 무게도 1.47kg로 휴대에 부담스럽지 않다. 프리도스 제품이기 때문에 OS를 스스로 설치할 수 있다면 적당한 성능과 적당한 휴대성에 딱 적합한 노트북이다.
▶ [60만 원대] 한성컴퓨터 TFG134 83581T (SSD 120GB)
60만 원대로 넘어오면 성능과 휴대성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춘 제품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제품이다. 인텔 8세대 코어 i5-8250U를 장착했고 메모리가 8GB(4GB 2개 듀얼구성)로 넉넉하다. 시야각이 우수한 14인치 IPS 디스플레이를 사용했고, 다양한 인터페이스 지원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이 가격대에서 보기 힘든 썬더볼트나 미니DP 포트를 갖춰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
알루미늄 메탈 바디로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18.8mm 두께와 1.39kg의 무게로 휴대성도 좋다. 아쉬운 부분은 완충시 최대 7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인데, 성능이 좋은 CPU와 휴대성을 겸비하다보니 배터리에서 불가피한 원가절감이 이뤄진 것이 아닐까 싶다. 본체만으로는 최신게임을 플레이하기 어렵지만 eGPU 연결을 지원하기 때문에 별도의 외장 VGA를 연결하면 최신게임도 원활히 구동할 수 있다. 프리도스 제품.
▶ [60만 원대]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320s-13IKB 81AK004DKR (SSD 128GB)
초슬림 배젤을 이용해서 12인치급 사이즈에 13.3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이 노트북은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휴대성과 성능, 가격을 가장 적절히 조합한 제품으로 널리 알려진 제품이다. 인텔 8세대 코어 i5-8250U 프로세서에 8GB 메모리로 성능을 챙겼고, M.2 128GB SSD로 저장공간도 흠잡을 곳이 없다.
돌비 오디오 기술이 적용된 기본 스피커를 장착하고 있어서 영화나 음악 감상시에 메리트가 있으며, 슬림하고 고급스러운 외관, 약 1.2kg의 가벼운 무게로 휴대성, 디자인의 완성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배터리 효율은 다소 낮다. 제조사 설명 기준 1회 충전에 연속 사용 6시간이다. 마찬가지로 프리도스 제품.
용도가 한정적이라면 보급형 노트북도 충분해!
▲ 이런 용도라면? 보급형으로도 충분하다
얇고 가볍고 성능도 좋은데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이보다 나은 제품이 없다. 물론 얇고 가볍고 성능도 좋은데 가격까지 저렴한 노트북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일정 부분 포기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성능과 휴대성을 일정부분 포기한 대신 가성비가 매우 우수한 노트북들을 찾아봤다.
그 결과, 인터넷과 가벼운 문서작성이 목적이라면 20~30만 원대의 노트북.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작업과 4K영상 감상도 무리없는 수준이라면 40~50만 원대 이상의 노트북. 꽤 괜찮은 성능에 적당한 휴대성까지 겸비한 것은 60만 원대의 노트북을 염두에 두면 적절할 것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신제품 기준 20~60만 원대에 쓸만한 제품은 거의 없었는데, 노트북 시장의 가성비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남의 시선보다는 나의 만족이 중요한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있어보이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소비가 더 주목받는 시대다.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자주 안 쓰는 기능이나 부품에 불필요하게 투자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스펙만 갖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남는 잉여금으로 데스크탑을 구매하거나 다른 취미생활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기획 편집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김현동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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