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고기 좀 먹는다 하면 첫 번째는 좋은 고기를 선택하는 안목, 두 번째는 자신에게 맞는 조리 방법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1일 1고기' 안 하면 서운한 프로 고기 먹방러로서 이번 편은 '불판'을 주제로 들고 왔다. 모름지기 고기 맛은 불과 불판이 좌우하는 법. 과연 최상의 고기 맛을 살려주는 불판은 무엇일까?
고기, 직화가 좋을까? 팬이 좋을까?
역시 고기는 구워야 제맛이다. 우리나라에서 고기는 보통 '굽기' 조리로 통용되지만, 석쇠에 구워 직접 불을 가하는 직화 방식으로 조리하느냐, 가열된 팬에 굽느냐 등 조리법은 세분된다. 이 가운데 한국인들의 소울푸드는 숯불 직화구이. 기름기를 쫙 뺀 직화구이는 맛뿐만 아니라 조리과정에서 시각과 후각, 분위기까지 삼박자를 만족시킨다.
그러나 이렇게 맛있는 '직화구이' 방식은 팬 조리 보다 편의성은 떨어지고 테크닉적인 요소는 더해야 하는 고급 조리법이다. 먼저, 그릴과 석쇠 판, 숯, 가스 토치와 집게, 장갑 등의 준비물이 필요하고 고기를 태우지 않는 조리사의 세심한 스킬이 필요하다.
▲ 지방이 많은 돼지고기는 직화로 조리할 때 연기 폭탄을 맞을 수 있다
특히, 육류, 생선, 가금류를 불에 직접 구워 먹는 '직화구이' 방식을 활용할 경우 발암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때문에 고기를 보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구워 먹으려면 적절한 온도가 관건이다.
헤테로사이클릭아민류(HCAs)라는 발암물질은 100℃ 이하에선 거의 생성되지 않지만, 고기를 300℃ 이상에서 구울 때 많이 발생하고, 200℃에서 250℃로 올릴 경우 3배나 많이 생성된다. 때문에 발암물질이 생성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센 불보다는 숯이 조금 잠잠해졌을 때 중불(150~160℃)로 5분~10분 이내에 조리하는 것이 좋다.
▲ 가성비 좋은 부위인 부채살을 팬에서 굽는 모습
또한 으레 직화구이는 삼겹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쇼를 할 것이 아니라면 지방이 많은 삼겹살보다는 지방이 적은 목살이나 부채살, 토시살 같은 부위가 직화구이에 알맞다. 여러 종류의 고기를 한 번에 구울 때는 숯을 많이 놓은 곳에 소고기를 구워 먹고, 먹는 동안 중간 부분에 돼지고기를 굽는다. 숯이 적은 쪽에는 쪽갈비를 천천히 익히는 것이 좋다. 고기를 구울 때 기름이 숯에 떨어지면 불도 약해지고 연기도 많이 나기 때문에 석쇠 밖에서 기름을 털어주는 것도 좋다.
▲ 소고기 윗등심 스테이크 조리 중 버터 향을 입히는 모습
전도열이 높은 팬 조리는 손재주가 없어도 스테이크부터 야들야들한 차돌박이까지 다양한 고기 종류를 더욱 손쉽게 구울 수 있지만, 기름기가 빠지지 않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 조절이 쉽기 때문에 누린내가 나기 쉬운 돼지고기도 불판을 골고루 잘 달군 후 올리면 냄새도 잡고 다양한 재료를 추가해 고기의 풍미를 더할 수 있다.
▲ 로즈메리의 향이 필수인 램 숄더렉 팬 조리 모습
집에 있는 코팅팬만으로도 버터와 로즈메리(허브)를 추가해 셰프처럼 스테이크를 구워볼 수 있다. 먼저, 중불로 충분히 달궈진 팬에 고기를 넣고 원을 그리듯 돌려주면서 골고루 익힌다. 한 면이 다 익으면 고기를 뒤집은 뒤 버터와 로즈메리를 첨가한 뒤 팬을 기울여 기름을 고기에 골고루 끼얹어 도톰한 고기를 속까지 익혀주자.
최대한 육즙을 살리고 싶다면 고기는 굽기 직전에 소금을 뿌리고, 자주 뒤집지 말자. 마지막으로 고기를 굽고 난 후 자르기 전 알루미늄포일로 실온에서 10분 정도 덮어두면 살아있는 육즙을 가정에서도 맛볼 수 있다. 최근에는 육즙을 살리면서 기름을 빼주는 팬 조리 장비들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잘 고른 팬 하나로 즐거운 고기 라이프를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석쇠라고 다 같은 석쇠가 아니다
▲ 가장 고전적인 타입의 석쇠
석쇠는 가는 철사나 구리 선으로 엮어 만든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구이 강국' 답게 상고시대부터 육류를 구워 먹는 조리법이 발달한 만큼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한 도구도 진화했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임원경제지』에 "지금은 철망을 쓰니 꼬챙이가 필요 없어졌다"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철사로 만든 석쇠가 1800년대 초엽에 이미 이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숯과 석쇠는 태곳적부터 친구였으리라...
불판에도 유행이 있다. 역사만큼이나 석쇠의 모양도 다양하게 형태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일회용 태망 석쇠부터, 석쇠 두께가 0.8mm로 기타 줄처럼 가는 실 석쇠, 재사용 가능한 스테인리스 석쇠까지 식당마다, 가정마다 각양각색의 석쇠가 우리를 반긴다.
▶실실이 석쇠
▲ 실실이 석쇠는 보통 화력이 강한 숯과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요즘 고깃집에서는 ‘실실이 석쇠’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석쇠 두께가 0.8㎜로 기타 줄처럼 가늘어 실실이석쇠라 불리는데, 전도열보다 복사열로 고기를 구워 고기가 눌어붙지 않고 은근히 익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석쇠가 가늘어 세척하기에도 편하다. 하지만, 실실이 석쇠는 화력이 강한 참숯이나 비장탄과 함께 세팅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고기에서 나온 지방이 숯에 닿아 발화해 그을음이 생겨 맛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구워야 한다.
▶스테인리스 석쇠
▲ 은근히 고기가 붙어서 뜯어지는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스테인리스 석쇠는 녹이나 부식에 강한 석쇠로 기존의 일회용 크롬 도금 석쇠에 비해 타거나 벗겨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철 수세미로 세척해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실속있는 캠핑족의 선택을 받고 있다. 스테인리스 석쇠는 불판이 뜨거우면 바로 들러붙기 때문에 구울 때 들러붙지 않게 조금씩 움직여주고 은은하게 불 조절해 굽는 것이 관건이다. 가뜩이나 1인분의 고기 그램 수가 적어지는 시대라 석쇠에 붙어 뜯어진 고기 조각이 내 살처럼 느껴진다. 번들(?)로 나오는 돼지비계나 조각 무 등으로 쉴 새 없이 석쇠를 코팅해주자.
고기 구울 땐 팬빨이지~
달걀프라이부터 스테이크까지, 주방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요리가 프라이팬 안에서 탄생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가운데 고기 좀 구워봤다 하는 분들이라면 주방에 '나만의 팬' 하나씩은 갖고 있다. 식재료가 팬에 눌어붙지 않아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코팅 프라이팬'부터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스테인리스 스틸 프라이팬', 그리고 무겁지만,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무쇠 그릴 팬'까지. 고기 굽기 초심자를 프로로 만들어줄 특급 장비를 소개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프라이팬
▲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 스테인리스 프라이팬
기존 '코팅 프라이팬'으로 고기를 굽다 코팅이 벗겨진 전적이 있다면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으로 바꿔볼 것을 추천한다. 코팅 프라이팬이 고온에 약하다면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은 재질 자체가 금속이기 때문에 코팅이 벗겨질 염려가 없고 열전도율이 높아 두툼한 스테이크부터 파스타까지 짧은 시간 안에 요리를 완성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단, 예열하지 않고 식재료를 올리면 눌어붙을 수 있어 요리 전 예열이 필수적이며, 요리 후 스테인리스 팬에 기름을 방치하면 변색이나 녹이 슬 수 있어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 스테인리스 프라이팬 노하우만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의 영상
또한, 평판이 아닌 요철 형태의 바닥인 경우 오일을 이용한 코팅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에 대한 노하우는 일종의 '고수로 가는 길'로 여겨져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쉽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뭔가 세련되고 젊고 스타일리쉬한 스테이크 라이프를 지향한다면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을 선택하자.
▶무쇠 프라이팬
서부 영화에서 광활한 황무지 한가운데 모닥불을 피우고 카우보이가 세상 무심하게 고깃덩어리를 팬에 굽는 광경은 흔한 클리셰다. 그때 카우보이가 사용하는 팬이 무쇠 프라이팬이다. 최근에는 스테이크 좀 굽는다는 고급 레스토랑 주방에서 꼭 사용하는 조리도구다. 집에서도 카우보이의 야성과 고급 레스토랑의 근사함을 즐기고 싶다면 무쇠 프라이팬이 제격이다.
뛰어난 내구성과 열 전도성, 균일한 열 분배로 온도를 오랫동안 머금어 약불에 사용해도 센불에 사용한 것 같은 성능을 발휘한다. 예전부터 무쇠 프라이팬에서 구워낸 두툼한 스테이크는 그 풍미가 남다르다고 입소문이 날 정도. 주물 특성상 2~5kg으로 무겁지만 고기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무쇠 팬은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 코스트코 만세!
▲ 무쇠 팬 역시 스테인리스 못지 않게 길들이기가 중요하다
역시 무쇠 팬도 스테인리스 프라이팬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예열한 뒤 식재료를 올려야 눌어붙지 않는다. 급격한 온도변화에 예민하기 때문에 설거지할 때 미지근한 물을 부어 설거지하고 완전 건조시켜 보관한다. 또한, 무게가 상당하므로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평상시에 연습을 자주 하는 편이 좋다. 무거운 팬을 마치 깃털 뒤집는 마냥 쉽게 다뤄야 고수의 아우라가 뿜어질 테니!
통으로 구워보자! 전기 그릴, 에어프라이어
▲ 고기 마니아의 올바른 전기 그릴 사용예
사람 손을 타는 석쇠나 프라이팬 제품만 연상했다면 이젠 자동 조리기구에 모든 걸 맡기는 시대다. 고기를 알맞게 손질하고 전기 그릴이나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끝! 화려한 손기술로 석쇠나 팬에 직접 구워 먹는 고기도 일품이지만, 여력이 없을 땐 조리기구에 손을 빌리는 것도 시간과 노력 대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도 다양한 변화를 맞이했다. 무채색과 파스텔톤 컬러로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하는 '보토코리아 쿡에어 로티세리 10L CA-R10L' 에어프라이어는 최대 220℃의 5중 열선과 고속 풍선을 통해 빠르고 강력한 열을 전달해 기름기를 빼고 식재료 본연의 풍미를 살려준다. 여기에 360º 회전으로 가정에서도 쇠꼬챙이를 끼워 꼬치구이, 통 삼겹살 구이, 통닭구이 등 다양한 바베큐 요리가 가능하다. 에어프라이어는 고기를 대충 익혀 먹는 자취생만 쓴다는 편견을 깨고 바비큐 전문점에서 조리한 것 못지않은 고기 요리를 가정에서 맛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원적외선을 이용한 제품도 다양해졌다. 2019년형 신제품 '자이글 파티 스페셜'은 지난해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던 콤팩트한 디자인의 네모 전기 그릴 '자이글 파티'의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적외선 헤드를 180도 좌우로 옮겨가며 편리하게 구이요리를 즐길 수 있다. 세상에 처음 등장해 고기계의 혁신을 가져온 자이글이 최종병기를 내놓은 셈. 상부 적외선램프만으로 냄새, 연기, 기름 튐을 최소화한 구이 요리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고, 화력을 2단에 놓으면 상부 적외선램프와 하부 열선이 동시에 작동해 고화력으로 빠른 조리와 함께 자박한 국물이 있는 요리도 가능하다.
기획, 편집 / 정도일 doil@danawa.com
글, 사진 / 임수아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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