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친목 카페 본인 인증 글에 그런 댓글이 달린 적 있었다. “님 햄버거 최대 몇 개 드실 수 있나요?” 순수한 질문 같이 보인다고? 발화 의도는 사악했다. 포동포동한 글쓴이를 조롱하려고 쓴 댓글이었거든. 찰진 어감 덕이었을까. 이내 여타 커뮤니티로 퍼지더니 그 이후 “햄최몇”으로 승화했다. 현재도 드문드문 보이는 불멸의 드립으로 남았을 정도니까. 흠, 그러고 보니 햄버거는 치킨의 강세에 K.O 당한 줄만 알았는데, 햄버거의 위상. 여전했구나! 너.
햄버거 종주국은 아니지만, 한국에도 수많은 햄버거 브랜드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햄버거는 얼마나 될까? 수십 개의 프랜차이즈에서 1년에 많게는 10개 이상의 신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나, 반짝하고 출시됐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햄버거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중에 판매되는 햄버거 중에서 어떤 메뉴가 인기가 가장 많을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을 여러분을 위해 PIKU 이상형 월드컵(햄버거 편)을 참고해 인기 순위를 매겨봤다. 인기 순위만 나열하면 재미없으니 나름대로 계급도 정했다.
좋아하는 햄버거 순위가 낮게 나올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인기투표 결과이니 너무 아쉬워 말자. (이 햄버거 계급도를 보고 있는 여러분! 여러분은 햄최몇? 햄계몇?)
우승비율 3%의 벽을 못 넘은 버거들
A1. 맥도날드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
일명 '베토디'. 순 쇠고기 패티가 두 개나 들어가고 여기에 베이컨, 토마토와 양상추, 스위트 칠리 소스, 치즈, 마요네즈가 들어간다. 느끼할 수도 있는 맛을 스위트 칠리소스가 살짝 지워준다고.
볼륨감도 내용물도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딱히 없는 적당한 편이라 맥도날드 내에서는 빅맥 만큼이나 매니아가 있는 편이다. 탄탄한 빅맥에 비해 베토디는 시간이 지나면 조금 흐트러지는 감이 있으니 나오면 얼른 먹자.
A2.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롯데리아에서 무~난하게 먹기 좋은 버거로 인식되는 불고기버거. 크기에 비해 비싼 편이라는 이야기도 많은데, 실제로 빅맥 세트보다도 200원 더 나간다.
가격이 좀 아쉽대도 그만한 가치는 한다는 평도 많다. 불고기 버거를 취급하는 여러 햄버거 프랜차이즈 중에선 롯데리아가 제일 낫다고 말이다. 어릴 적 먹던 추억의 맛이 뇌리에 깊이 박힌 걸까. 흠흠. 시중에 판매하는 불고기 버거 중에서 비교적 소스 맛이 진하고 달달한 편이다.
A3. 맘스터치 딥치즈버거
크림치즈와 체다치즈가 섞인 소스가 잔뜩 들어 있는 닭가슴살 버거. 쭉쭉 늘어나는 모짜렐라 치즈와는 다르다.
슬라이스 치즈가 아닌 애초에 크림 상태의 치즈 소스다. 요 치즈는 나초 찍어 먹는 그 치즈 맛이 난다. 꾸덕꾸덕하고 꼬숩내 나는 체다 치즈가 오늘따라 당긴다면 두말하지 말고 딥치즈버거를 먹어보자. 질척한 소스라 입에 묻고 하니까 물티슈 꼭 챙기고.
A4. 롯데리아 새우버거
분명히 있을 거다. 세상의 어떤 고기 패티보다 이 새우패티가 원픽인 사람들 말이다. (는 나?) 맥도날드에는 빅맥이 있고, 버거킹에는 와퍼가 있고, KFC엔 징거 버거가 있다면 롯데리아에는 새우버거 아닌가.
흰살생선(명태)과 새우가 섞인 패티라서 ‘진짜 새우는 아니다’라는 예송 논쟁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사우전드 드레싱에 타르타르 소스 그리고 새우+명태 패티가 환상의 궁합인 건 이러나저러나 변함없다.
A5. 버거킹 와퍼
버거킹 대표, 원조 메뉴로 불맛 나는 패티와 큰 사이즈가 특징인 햄버거. 애초에 ‘whopper’가 '엄청나게 크다'란 뜻이었단다. 와퍼 주니어 사이즈가 다른 회사의 일반 메뉴 사이즈라 하니 말 다 했다. 전통이 오래된 햄버거 아니랄까 봐 기본에 충실하다.
시그니처 소스 대신 케첩+마요네즈만 넣고 마무리했다. 여기에다 패티, 치즈를 넣어 각종 바리에이션을 칠 수 있다… 만 역시 원조만 한 게 없다. 대표 메뉴답게 할인도 수시로 되고 말이다.
A6. 롯데리아 핫크리스피버거
먹어본 사람은 꾸준히 찾는다는 롯데리아의 매콤 치킨버거. 토마토와 양상추, 매운 향이 가미된 가슴살로 만든 버거다. 이 매운 향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매운 고추라는 멕시코산 레드 사비나 하바네로 양념이다.
그래서 비등비등한 징거버거 /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에 비해 확연히 매콤하다. 가슴살 식감이 좀 퍽퍽해도 채소가 많아 밸런스는 괜찮은 편.
A7. 맥도날드 슈비 버거
롯데리아의 명태살 새우버거가 싫으면 새우살 제대로 씹히는 슈슈 버거로! 그게 좀 부족하다 싶으면 새우와 고기 맛이 동시에 나는 슈비 버거가 정답이다.
패티 속에 드문드문 통새우살이 씹히는 게 더 값진 느낌이 든다. 거기다가 비프 패티까지 있는 자비로운 버거. 조합 좋고 알차서 출시 이래로 꾸준하게 사랑받는 햄버거다. 이름도 깜찍하다. 슈비두바~
A8. 맥도날드 불고기 버거
딴 나라에는 없다! 맥도날드에서 국내 스페셜 에디션으로 만든 불고기 버거.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간장 불고기 소스에 잘 재운 패티 그리고 같이하면 더 좋은 마요네즈까지. 까먹어보면 편의점에서 먹던 맛이 날수도? 뭐 맥도날드 한국 시그니처 메뉴라는 것에 의의를 두자고. 외국 나가면 못 먹어요. 이민 가기 전에 먹어 두든지 하자.
A9. 롯데리아 T-REX버거
버거 양옆으로 튀어나오는 길쭉한 치킨 패티가 특징인 버거. 크림 어니언 소스와 양파, 양상추, 피클이 통 다리살 치킨 패티의 부드럽지만 기름진 맛에 포인트가 되어 준다. 길쭉한 닭다리살을 한 입 가득 배어 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
우승비율 5%의 벽을 못 넘은 버거들
A1. 맘스터치 화이트갈릭버거
맘스터치의 숨겨진 꿀 메뉴. 한번 먹어본 뒤로 '단짠단짠'하면 이게 먼저 생각날 수도 있을 것이다. 크림처럼 부드럽고 달달하지만 짭짤한 화이트 갈릭 소스(당연히 마늘향이 난다)에 프리미엄 더블햄과 통가슴살을 담았다.
맘스터치 햄버거 중에서는 칼로리도 상당한 편이다. 고기에 몰빵하느라 토마토와 양상추가 일절 들어가지 않았다. 밸붕이라고? 채소가 없어 불평할 거면 햄버거 대신 샤부샤부를 먹으면 되는 일. 깔ㅡ끔.
A2. 맥도날드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맥도날드에 위풍당당하게 입장했는데, 빅맥의 소고기 패티보다는 치킨 패티가 당긴다면? 뒤돌아볼 것도 없다. 바로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를 고르자. 제품명에 들어간 중국 지명이 감명 깊은데, 상하이랑 대단한 인연이 있다기보다는 이 제품이 중국에서 대박 히트를 쳐서 그렇다고 한다. (베이징이나 하얼빈도 있는데 왜…)
매콤한 시즈닝 입힌 100% 닭가슴 통살 위에 양상추와 토마토를 넣었다. 맵찔이에게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스파이시라 해도 잘게 깔린 마요네즈 덕에 혀가 터지도록 맵고 그러진 않는다.
A3. 버거킹 BLT뉴올리언스치킨버거
이 버거도 평범함과는 좀 거리가 있다.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지역의 ‘잠발라야’ 시즈닝이 두툼한 통가슴살에 아낌없이 발려서 이국적인 맛을 내는 치킨버거다. 낯선 매콤함이 중독성을 불러일으켜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것만 찾는다고.
퍽퍽한 가슴살 식감이 초딩 입맛에는 별로래도 버거킹답게 두툼해서 씹는 맛은 좋은 편. 게다가 치즈와 베이컨까지 더했으니, 부족할 틈이 없다.
A4. 맥도날드 1955 버거
명칭 앞에 붙은 1955는 맥도날드 1호점이 처음 생긴 연도다. 그렇다면 안 봐도 비디오겠다. 1955 버거는 그 당시 맛을 재현하고자 만든 버거라는 것을.
이 버거에는 113g의 두툼한 순 쇠고기 패티와 간을 해서 구운 양파가 들어있는데 아삭한 생양파가 아닌 숨 죽은 양파의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스모키한 맛이 나는 소스까지. 안 어울릴 수가 없다. 두꺼운 패티도 패티지만, 은근히 채소도 많이 들어가서 한 끼 배부르게 먹기 좋다고. 괜히 한정 메뉴에서 정식 메뉴가 됐겠어? 괜히 인기 메뉴만 선정된다는 맥올데이 메뉴겠어? 고민 말고고.
A5. 맘스터치 불싸이버거
달달하고 기름진 맛이 그만인 싸이버거에서 단맛은 빼고 불맛을 힘을 준 버전의 햄버거다. 기본 구성은 동일하지만, 원조 싸이버거의 화이트소스를 쳐내고 불맛 나는 동시에 매콤하기까지 한 소스를 더했다. 그 맵기는 불닭볶음면 정도? 위아래 빵 안쪽 면 모두에 소스를 안 아끼고 듬뿍 발랐으니 줄곧 싸이만 찾지 말고, 가끔은 불싸이도 시켜 주자고. 가격 차이도 100원뿐이다.
우승비율 7%의 벽을 못 넘은 버거들
A1. 롯데리아 모짜렐라 인 더 버거 베이컨
롯데리아가 광고를 하도 뿌린 탓에 김상중 아저씨가 치즈 늘리는 비주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거다. 쭈욱~ 늘어나는 자연산 모짜렐라 치즈가 튀김이 되어 햄버거에 쏙 들어갔다.
‘모짜렐라’인더버거라고 딱 치즈만 있는 줄 아는 사람이 많더라. 놉. 롯데리아 인기 메뉴라서 그런지 출시 이후 수많은 바리에이션 메뉴(해쉬, 더블, 올리브, 새우 등등)들이 출시됐는데, 나머지들은 다 단종되고 이 녀석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네이밍답게 내용물은 치즈 말고도 패티, 베이컨까지 알차게 들어간다. 물론 먹다 보면 무조건 탄산 땡기니까 망설이지 말고 세트로 사자.
A2. 버거킹 콰트로치즈와퍼
치즈버거계에서 상위포식자쯤 되는 콰트로치츠와퍼. 콰트로(quatro)라는 이름답게 모짜렐라, 아메리칸, 파마산, 체다까지 총 네 종류의 치즈가 들어간다. 불에 구운 와퍼 패티와 살짝 녹은 치즈의 풍미가 좋지만 먹다 보면 살짝 느끼할 수도.
이 콰트로치즈에 담긴 소소한 트리비아가 있는데, 버거킹은 미국 거지만 콰트로 치즈는 버거킹 코리아가 원조다. 처음엔 한국 ONLY 기간 한정 메뉴였지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정식 메뉴가 됐고, 이후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필리핀 등 6개국 국외 시장에 역수출까지 했단다! 태극기 펄럭펄럭한다~
A3. 버거킹 통새우와퍼
전형적인 새우버거와는 조금 다르다. 이건 100%다. 우선 차이점을 설명하겠다. 기존 와퍼에 통새우와 스파이시토마토 소스가 더해졌다. 그래서 다른 새우버거와는 달리 살짝 매콤한 게 첫 번째. 롯데리아 새우 버거나 맥도날드 슈슈버거처럼 패티 형태가 아니라 고기 패티 위에 통새우가 있다는 게 두 번째. 와퍼 특유의 육중한 크기와 볼륨이 세 번째다.
통새우 선호자들은 주저 말고 선택하자. 통새우가 오득오득 씹혀서 패티와 적절히 어우러진다. 추가도 가능하다. 기본 네 개가 들어 있고 추가할 때마다 300원을 내면 된다. 주니어는 2개 들어있다. 귀엽다...
A4. 맥도날드 빅맥
“참깨빵 위에 순 쇠고기 패티 두 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빠라빠빠빠~” 빅맥 세트를 맥올데이 가격으로 먹으면 5천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배 두드리는, 맥도날드의 범우주급 대표 메뉴다.
무엇보다 빅맥은 케첩 맛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딱이다. 특별한 소스(사우전드 드레싱 비슷하다)의 촉촉함에 빠져들기를. 아쉬운 점은 없냐고? 패티는 두 장, 빵 세 장인 데 반해 채소는 살짝 부실해서 먹다 보면 무조건 목이 막힌다. 콜라라든지 다른 음료를 필수로 같이 먹자.
2인자의 자리를 차지한 버거들
A1. 버거킹 몬스터X
내장파괴 버거를 표방한 듯 웅장한 사이즈의 몬스터X! 비슷한 이름의 아이돌이 생각나는 여성분들도 있을 것이다. 우락부락한 ‘짐승' 콘셉트도 비슷한걸.
몬스터X는 버거킹 메뉴 중에서 프리미엄 of 프리미엄 메뉴에 속한다. 가격도 칼로리도 엄청나게 무시무시하지만 무엇보다 구성이 상당하다. 와퍼용 패티 대신 스테이크 패티를, 일반 햄버거빵 대신 고급 버거에 쓰는 호밀 브리오슈 번을 사용하고 추가로 베이컨까지 넣었다. 매콤한 디아블로 소스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와퍼가 와퍼 주니어로 보일법한 빵빵한 사이즈에 고오급 재료까지. 한입 베어 물면 갑자기 서울에서 마이애미 돼버리는 기분이 들 수도. 아, 물론 한입에 물고 먹기 힘들다. 일반적인 햄버거를 생각해서 포장지 채로 잡고 먹으면 사방팔방 튀고 난리가 날 테니 포크나 나이프를 날라고 사전에 요청하는 꿀팁을 참고하자.
A2. KFC 징거더블다운맥스
이것도 햄버거라고 볼 수 있나 싶어 햄버거 정통파들 사이에서 소소한 논란이 있었지만, 출시 이후 열띤 반응에 기간 한정에서 정식 메뉴로 등극한 KFC의 육두품 징거더블다운.
햄버거에서 흔히 보이던 초록색 채소도, 빵도 없다. 아니 잠깐… 내 빵 어딨어... 돌려줘요… 라며 슬픈 무드는 하지 말자. 치킨에 해시브라운까지,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니.
징거더블다운에서는 치킨 통살이 빵 역할을 대신 맡았다. 디폴트로 치킨 통살이 두 개나 있다는 거다. 사진은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꽤 두툼한 편인 걸 참고하자. 사라진 원조 징거더블다운을 먹어본 적이 있다면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징거더블다운맥스에는 해쉬브라운도 하나 추가되고 매운 소스로 바뀌어 더 자극적인 맛이 난다.
우승 비율 넘버원, 가장 많은 픽을 받은 버거
맘스터치 싸이버거
3,800원(단품) / 512kcal
이상형 월드컵 우승비율 13.8%
맘스터치 간판 메뉴이자 가성비 버거로 인기가 많은 치킨버거. 맘스터치 가는 사람들 중 7할은 이거 먹으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맘스터치라는 신생 브랜드를 멱살 잡고 끌어올린 효자 메뉴이기도 하니.
싸이라는 이름은 닭의 '넓적다리=thigh'에서 온 말이다. 대부분의 치킨버거는 갈아 나온 닭살이 패티로 쓰이거나 닭가슴살인 데 반해 싸이버거는 통 닭다리살을 쓴다. 그래서 주문할 때마다 다른 모양의 일정치 못한 패티가 나온다고.
큼지막한 패티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한입 물다가 뭔가가 이것저것 떨어지기도 한다는 거? 썸녀 썸남 앞에서는 조신하게 먹어야 하는데 싸이버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갓 만든 따끈한 햄버거를 맛고 싶은 이들에게도 제격이다. ‘애프터 오더 쿡'이라는 제작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주문 즉시 패티부터 튀겨낸다고. 주문 후 기다림에 지쳐도, 한입 하는 순간 그 설움 다 잊힐지니.
기획, 편집 / 다나와 조은혜 joeun@danawa.com
글 / 박상예 news@danawa.com
참고자료 / PIKU 이상형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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