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사고 후회하겠지만 나는 아니겠지!'. 매번 살 때마다 합리적인 구매라고 행복회로를 굴리게 되는 물건 중 하나가 바로 다이어리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글자를 채워 넣는 이들도 있겠지만, 괜히 옛날부터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겠나 싶다. 앞부분 몇장만 채워놓고 다이어리를 팽개쳐 본 적, 다들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 다가오는 새해는 좀 다르게 시작해보자. 아직 다이어리 구매를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평범한 다이어리가 지겹다면 올해는 사용 용도에 맞춰 다이어리를 선택하는 건 어떨까? 직장인들을 위한 다이어리, 멍냥이 집사를 위한 다이어리, 라이언 봉석도 이루지 못한 '정신 수련'을 하게끔 도와주는 위한 다이어리 등등 저마다 독특한 컨셉과 스타일을 내세운 다이어리로 말이다.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없던 행복도 만들어주는
자문자답 감사 다이어리
힘든 일상 속에서 소소한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발견하는 일.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음식도 밍밍한 나물보다는 자극적인 엽기떡볶이가 더 당기는 법 아니겠는가? 엽떡에 환장하는 필자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도 당연히 감사한 일보다는 당장 열 받는 일, 고민되는 일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니 나 같은 중생은 ‘감사 노트’라도 써야 주변을 돌아보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될 듯!
자문자답 감사 노트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 이 다이어리는 앞서 살펴본 다이어리들에 비하면 화려한 맛은 덜하다. 속지도 매일매일 감사한 일, 감사한 말, 감사한 사람에 대해 적는 것이 전부다.
플래너로 겸용하기엔 무리가 있는데, 그 대신 하루를 돌아보는 용도로는 오늘 소개한 것들 가운데 가장 으뜸이다. 112매의 내지를 제공하는데, 데일리 노트는 격자무늬라서 글을 깨알같이 많이 쓸 수 있다. 다이어리로 마음의 수양도 쌓고, 글쓰기 실력도 다듬을 생각이라면 이쪽을 추천한다.
단점은 감사할 일이 없더라도 아무튼 감사하다는 간증을 해야 한다는 거. 만약 온종일 침대에 누워있었다면 이렇게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 주는 국군장병들과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는 의료진에게라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가격은 5,200원.
아, 점심시간 짬내서 다이어리나 베고 잘까?
베개 다이어리
상상을 초월하는 혼종이다. 보기만 해도 아늑함이 느껴지는 폭신한 표지, 내방 침대에 던져두면 이불과 혼연일체가 될 것 같은 무늬, 게다가 결정적으로 홍보용 띠지에 침 흘리고 자는 사람이 그려져 있잖아. 그러므로 이건 베개다. 절대적으로 베개다.
나를 혼란하게 만든 이 물건은 ‘드리미(DREAMI)’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베개 다이어리. 무독성 TPU(폴리우레탄) 소재로 만든 표지는 겉만 얇게 뽑은 것이 아니라 속까지 꽉 채워서 뽑았다. 전체적으로 도톰하게 나와서 내구성도 좋고 푹신함도 좋다.
아이디어로만 승부하는 상품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속지 구성이 알차다. 연간, 월간,주간계획(+데일리노트)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기장은 물론이고 직장인의 연간 플래너로 써도 무리 없을 듯. 심지어 속지 리필도 된다. 점심시간에 잠깐 꿀잠 자는 용도로 쓰면 딱이겠다. 표지는 완전 방수이기 때문에 마음껏 침 흘려도 된다. 가격은 17,500원.
흑역사 걱정? 노프라블럼~
자물쇠 다이어리
내가 흑염룡인지, 흑염룡이 나인지 알 수 없는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다이어리에 흑역사가 잔뜩 쓰이기 마련이다. 그런 다이어리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 청소하던 엄마나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우연히 내 다이어리를 딱 펼쳐본다면? 최소 일주일 이불킥 각이다. 그럴 때 필요한 비밀보장 다이어리가 여기 있다. 비밀번호로 안전하게 잠그는 ‘비밀 일기장 다이어리’다.
다이어리 정 중앙에 박혀 있는 세 자리 다이얼 자물쇠가 우리의 흑역사를 지켜준다. 겉표지는 인조가죽인데 촉감이나 색상이 퍽 고급스럽다. 속지는 100매. 네 모서리가 멋스럽게 장식된 가로줄 데일리노트이며 180도로 쫙 펼칠 수 있다.
사실 힘줘서 뜯거나 가위로 끈을 잘라버리면 1초 만에 뜯어지는 자물쇠이긴 하지만, 다이어리는 원래 대놓고 보는 것보다는 누군가 몰래 보고 모르는 척하는 게 더 두려운 법 아니겠는가? 이 다이어리는 자물쇠를 부수기 전에는 내용물을 볼 수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안심이다. 가격은 12,600원.
이게 비디오테이프야 다이어리야?
레코딩 비디오테이프 다이어리
다이어리는 잘 숨겨둬야 하는 물건이라고? 이걸 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리훈 레코딩 비디오테이프 다이어리’는 강의실 한복판에서 꺼내 자랑하고 싶은 관종력 MAX 다이어리다. 일단 생김새가 범상치 않다. 이건 누가 봐도 비디오테이프다.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불법 복제 비디오테이프처럼 생겼다. 사이즈도 비디오테이프랑 똑같이 만들었다고.
레트로 감성 왈칵 자극하는 껍데기 속에는 208페이지(인덱스 2p, 격자 데일리노트 200p, 개인정보 1p)를 가득 담았다. 내지는 120G 두꺼운 스노우화이트 재질을 사용해서 뒷비침이 덜하고 180도 펼쳐지는 제본으로 버려지는 공간이 없어 실용적이다. 올드한 느낌 살려주는 리무버블 스티커도 기본 제공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빈 라벨이 더 마음에 든다. 괜히 야해 보이잖아. 가격은 10,4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