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금래픽카드'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그분
그래픽카드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 수준으로 치솟고, 그마저도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수량까지 부족하다. 사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픽카드가 다들 채굴에 끌려가는(디지털 아오지행)것도 문제지만, 그래픽카드를 만드는데 필요한 부품(반도체) 수급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픽카드가 아무리 비싸도 우리는 게임을 해야하는 사람들 아니겠는가. 비대면 시국에 우리가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은 역시 게임이다. 우리의 PC가 고사양게임은 못 돌려도, 롤이나 앞으로 출시될 디아블로2 레저렉션 정도는 돌릴 수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준비했다. 비싼 그래픽카드 없어도 게임할 수 있는 PC. 말 그대로 ‘존버’용 PC다. 일단 두 가지 형태로 나눠볼 수 있었다. 하나는 최신 내장그래픽을 이용하는 방법, 또 다른 다른 하나는 저가형 외장그래픽카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버티기용 PC가 괜찮은 이유 : '금래픽카드' 때문에 대작게임이 안 나온다
'금래픽카드' 사태는 사이버펑크 2077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더 엄밀히 말하면 가상화폐 시세 폭등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는 것이 맞는데, 공교롭게도 사이버펑크 2077이 그 중간에 끼어있어서 기준점으로 삼기 좋다. 사이버펑크 2077이 출시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가상화폐 가격이 서서히 오르는 단계여서 지금처럼 광풍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시장에 풀리는 그래픽카드 물량은 적었지만 가격이 치솟는 경우는 없었다.
▲ 사이버펑크 2077은 주목 받은 것에 비해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이를 전후로 그래픽카드 물량과 시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더 엄밀히 말하면 가상화폐 채굴붐 때문이다
그런데 사이버펑크는 판매량은 많았으나 결과적으로는 망했다. 게다가 가상화폐 시세도 폭등하면서 가뜩이나 물량이 적어서 구하기 힘들었던 그래픽카드의 가격은 하늘로 갔다. 결국 게이머들이 고사양 게임을 접할 수 있는 허들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이는 게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출시를 앞둔 바이오해저드 VIII 빌리지를 제외하면 큰 대작 소식이 없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래픽카드가 워낙 귀하고 비싸다 보니 게임사들이 이런 시기에 괜히 게임을 출시했다가 망할까봐 몸사리고 있는 것이다.
▲ 사펑2077이 망하면서 게이머들은 부담은 적으면서 알찬 게임에 눈을 돌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이머들이 최신 고사양 대작게임보다는 참신한 신작이나 과거에 인기를 얻었던 명작 게임에 다시 관심을 돌리고 있다. 2013년(PC버전은 2015년)에 출시한 GTA-5를 다시 즐긴다거나, 발하임(Valheim)처럼 최신 게임이지만 요구사양이 낮고 참신한 게임을 하거나, 로스트아크처럼 MMORPG로 회귀하거나 등 패턴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대작 고사양게임은 줄어들고, 그래픽카드 부하가 적은 게임들이 흥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존버'용 본체도 나쁘지 않다.
◆ 일단은 합리적으로 – 라이젠 3600 + 지포스 GT 1030 견적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가성비 좋은 프로세서(CPU)와 저가 그래픽카드를 조합하는 형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AMD 라이젠 5-3600 프로세서다. 6코어, 12스레드를 제공하는 중급 프로세서로 탄탄한 기본기가 장점으로 꼽힌다. 라이젠 프로세서가 본격적으로 시장 궤도에 진입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이 프로세서의 덕이 컸다.
▲ 라이젠 5-3600 프로세서와 지포스 GT 1030 조합 시스템 (5월 5일 기준이며 시세는 달라질수 있음)
라이젠 5-3600 프로세서는 젠2 아키텍처 기반이며, 기본 동작주파수 3.6GHz에서 최대 4.2GHz로 작동한다. 기존 라이젠 2000 시리즈에서 지적되던 아쉬움이 대폭 개선되면서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
▲ ASUS PH 지포스 GT1030 O2G D5 2GB
이어 그래픽카드는 10만원대 초반에 판매 중인 엔비디아 지포스 GT 1030을 선택했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미쳐 날뛰는 가운데, GT 1030만 거의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대안이 없었다. 현재 그래픽카드 시장은 혼돈이기 때문에 원래는 중저가형인 지포스 GTX 1650도 50만 원가량을 줘야 구할 수 있어서 부담스럽다. GT 1030과 비슷한 가격대였던 RX550도 지금은 20만 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GT 1030의 성능은 비록 최신 내장 그래픽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내장 그래픽을 이용한 본체보다 가성비가 좋고 실제 인게임 프레임 유지 면에서 메리트가 있다. 고사양 게임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돌릴 수 있다. *내장 그래픽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메모리 오버클럭을 많이 해야 하는데, 메인보드와 메모리 비용이 만만치않다
이 본체의 핵심은 최적의 비용으로 만족도 높은 시스템을 손에 넣는 것이다. 때문에 메인보드와 메모리, SSD, 케이스, 파워서플라이 등은 최대한 돈을 아끼고 가성비 지향 제품을 선택한다. 우선 메인보드는 B450 중에서 저렴한 제품으로 선택했으며, 메모리는 프로세서의 성향을 고려해 DDR4-3200 CL16 16GB 사양으로 꾸렸다. 이 외에 SSD는 SATA 6Gbps 규격의 500GB 제품을 선택했는데, 게임용 본체이므로 250GB보다는 500GB를 골랐다.
▲ 마이크론 크루셜 발리스틱 DDR4-3200 CL16 White
파워서플라이는 500W 구성이다. 우선 비용과 현재 시스템 사양을 고려한 결정인데, 향후 업그레이드를 고려했을 때 700W 전후 출력을 갖춘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 내장으로 존버 – 라이젠 5 프로 4650G 견적
현재 가장 많은 이들에게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고성능 내장 그래픽’ 탑재 프로세서 기반 PC라 할 수 있다. 역시나 AMD에는 그런 제품이 있다. 바로 코드명 ‘르누아르(Renoir)’로 알려져 있는 라이젠 프로(RYZEN Pro) 프로세서다. 젠2 아키텍처로 라이젠 5-3600과 동일한 6코어, 12스레드 구성의 제품이다. 다른 점이라면 프로세서 내에 라데온 베가(RADEON Vega) 기반 그래픽 코어가 내장되어 있다는 것. 이것이 의외로 좋은 성능을 내기 때문에 시장에서 호평 받고 있다.
▲ 라이젠 5 프로 4650G 프로세서로 구성된 PC 시스템 (5월 5일 기준이며 시세는 달라질수 있음)
제품명에 적힌 숫자가 4000대라서 라이젠 3000의 다음 세대로 보일 수 있지만, 따져보면 같은 세대이다. 특히 라이젠 5 프로 4650G는 앞서 소개한 라이젠 5-3600과 공통점이 많다. 코어/스레드 수도 그렇지만 작동속도도 최대 4.2GHz로 같다. 기본 작동속도만 3.7GHz로 100MHz 높게 설정되어 있을 뿐이다. 차이점은 캐시 메모리 용량이다. 르누아르는 내장그래픽을 탑재하다 보니 내부 캐시 메모리의 용량을 많이 줄였다. PCI-Express 버전도 다른데 이 견적에서는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 ASRock B550M Phantom Gaming 4 에즈윈
그런데 지금 라이젠 5 4650G는 인기가 갑자기 늘어난 탓에 물량이 동이 나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 AMD 관계자에 따르면 조만간 추가 물량이 들어오긴 하지만 수량이 많지 않다고 한다. 때문에 가격이 안정될 것인지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다. 원래는 -10만 이상 저렴해야 하는데, 최근에 많이 오른 것이 아쉽다. 이 점은 미리 감안하자.
▲ ESSENCORE KLEVV DDR4-3600 CL18 CRAS X RGB
라이젠 5-3600 + 지포스 GT 1030 본체와 비교하면, 르누아르 본체의 메인보드와 메모리가 좀 더 비싼 제품으로 사용되었다. 르누아르 내장 그래픽의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메모리 동작주파수가 꽤 높아야 하는데, 커뮤니티에서는 3600MHz CL18 정도를 적당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 수치를 만족하는 메모리와, 메모리 오버클럭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받아주는 메인보드를 선택했다.
게이머들이여, 조금만 더 버텨봅시다
요즘 그래픽카드는 물론이고 다른 PC 부품의 가격도 꿈틀거리는 중이다. 가상화폐 시세가 아직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채산성이 있으니 채굴장에서 암호화폐 채굴을 위해 아직도 부품을 쓸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우리의 PC 생활은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대작 게임들이 몸 사리느라 출시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니, 집 나간 그래픽카드 가격이 돌아올 때까지 저렴한 본체와 가벼운 게임들로 기다려보자. 아무쪼록 그래픽카드와 기타 부품들의 가격이 하루 빨리 안정화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