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전기밥솥
직장인 A씨에게는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다. 결혼하면서 장만한 전기밥솥이 고장이 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재택근무, 그리고 자연스레 늘어난 집에서의 식사로 인한 결과로도 보였다. 때마침 아이도 태어나 입이 늘었기에, 이 기회를 맞아 A씨는 ‘좋은 밥솥’을 새로 마련하고자 마트에 들렀다. 하지만 밥솥의 종류가 A씨가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많았다. 판매원에게 물어봐도 A씨가 원하는 답은 듣지 못했다. 결국 그는 처음 들른 그곳에서 밥솥을 구매하는 데에 실패하고 말았다. 뭘 사면 좋을지 몰라 답답한 마음에 집안 어르신들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신통치 않았다. ‘전기밥솥은 일제가 최고’라던가 ‘옛날에는 다들 코끼리표 밥솥으로 밥을 했다’는 알 수 없는 대답만 돌아왔다. 어느 곳에서도 마땅치 않은 대답만 들은 A씨는 생각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직접 밥솥을 공부해서 제품을 골라 보겠노라고.
전기밥솥과 압력밥솥, 뭐가 달라?
▲ 밥맛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압력밥솥,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전기밥솥을 선택하자
밥솥을 고르는 A씨가 제일 먼저 봉착한 문제는 ‘압력밥솥’인가 ‘전기밥솥’인가의 선택지였다. 압력밥솥은 고전적인 형태의 조리기구로, 밥솥에 물과 쌀을 담아 열을 가열해서 밥을 짓는 형태의 도구다. 전기밥솥은 솥에 쌀과 물을 넣은 다음에 끓이는 것이 아니라 조리기구를 콘센트에 연결해서 조리하는 형태의 가전을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압력밥솥으로 지은 밥은 식감에 있어서 전기밥솥보다는 찰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편의성의 측면에서는 전기밥솥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압력밥솥으로 밥을 지을 때는 손이 많이 가고, 중도에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압력밥솥은 끓은 물의 수증기 압력을 이용하여 밥을 짓기 때문에 중간에 뚜껑을 열 경우에는 제대로 조리가 이뤄지지 않으며, 폭발하는 수증기에 화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직접적으로 불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밥솥을 사용할 때에는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위험성이 더해지며, 물 조절에 실패하면 물이 끓어넘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밥맛을 위해 압력밥솥을 쓰는 게 좋을지, 아니면 편의성을 감안해 전기밥솥을 사는 게 좋을지가 A씨에게 주어진 첫 번째 선택의 기로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A씨는 안전과 보다 쉬운 활용을 위해 전기밥솥을 사기로 결론을 내렸다.
전기밥솥, 알고 보면 이렇게 다양해
▲ 전기밥솥은 크기에 따라 미니, 가정용, 업소용으로 구분된다
두 번째로 A씨가 마주한 기로는 ‘그렇다면 어느 정도 크기의 전기밥솥을 살 것인가’였다. 마트에서 둘러본 전기밥솥은 디자인뿐 아니라 크기도 제각각 달랐다. 디자인 이전에 먼저 어느 정도 크기의 제품을 사는 것이 좋을지 A씨는 알아보기 시작했다. 전기밥솥은 크게 11인분 이상의 업소용과 5~10인분의 가정용, 그리고 1인 가구에 특화된 미니밥솥의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크기가 클수록 가격의 평균치는 높았고, 작을수록 낮게 형성돼 있는 걸 확인했다. 비록 집에서 식사하는 시간이 늘긴 했지만 4인분 이하를 조리할 수 있는 미니밥솥보다는, 3인 구성의 A씨 가족을 감안해 가정용 전기밥솥이 딱 적당해 보였다.
▲ 비압력밥솥, 열판 압력밥솥, IH 압력밥솥의 특징과 장단점
다음은 전기밥솥의 작동 방식을 살펴봐야 했다. 전기밥솥 카테고리 안에서도 각 제품들이 각기 다른 취사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걸 A씨는 처음 알았다. 전기밥솥 취사 방식은 크게 비압력밥솥과 열판 압력밥솥, 그리고 IH 압력밥솥의 세 가지 방식이 있었다.
비압력밥솥은 하단의 열판으로 내솥을 압력 없이 가열해 밥을 조리하는 방식으로, 별도로 고압력을 유지해 주는 장치는 없는 조리방식이다. 열판 압력밥솥은 비압력밥솥에 고압력장치가 추가된 방식으로, 대기압보다 높은 기압을 유지해 높은 온도에서 고르게 밥이 지어지게 되는 방식이었다. 마지막으로 IH(Induction Heating) 압력밥솥은 내솥을 둘러싸고 있는 코일로 전체를 가열하는 방식으로 확인됐다. 기본이 비압력밥솥 방식에 압력장치가 추가되면 열판 압력밥솥이 되고, 인덕션 방식이 되면 IH 압력밥솥이 되는 구조였다. 세 가지 방식은 취사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후자로 갈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대신 찰진 밥을 할 수 있었다.
내솥에 따라 밥맛이 다르다고?
▲ 내솥의 재질과 모양에 따라 밥맛이 달라진다
취사 방식 말고도 A씨가 선택해야 하는 건 더 있었다. 전기밥솥의 내솥이 재질과 코팅 방식이 각각 다르고 형태도 각양각색이었기 때문이다. 내솥은 대부분 곱돌, 무쇠 혹은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여기에 열전도율이 뛰어난 재질을 위에 코팅하는 방식을 주로 취하고 있었다.
곱돌 내솥은 전통 돌솥 밥맛에 가깝고, 무쇠 내솥은 발열량이 많아 더 구수한 밥을, 스테인리스 내솥은 찰진 밥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전도율이 뛰어난 황동, 열 보존율이 높은 황금, 취사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천연 곱돌, 원적외선을 방출해 밥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맥반석 등이 주로 코팅 재료로 사용되며, 최근 들어서는 긁힘에 강하고 부식이 없는 티타늄과 친환경 세라믹 소재도 쓰이는 추세로 보인다. 또한 별도로 코팅을 하지 않고 따라서 벗겨지지 않는 스테인리스 자체를 그대로 쓰는 내솥 제품도 많이 판매되고 있었다. 내솥을 어떤 재질을 쓰는지, 그리고 코팅을 뭘로 했는지가 전기밥솥 제품들의 주된 마케팅 포인트로 느껴졌다.
한편 내솥의 모양도 제조사마다 각기 다른 점이 특이했다. 기본적인 전기밥솥의 내솥은 끝이 둥근 직사각형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여기에 제조사마다 각기 다른 고유의 형태로 변주를 주고 있었다. 입구를 작게 하고 몸통을 크게 만든 둥근 형태의 ‘커브드’, 내솥 바깥에 버블층을 두고 코팅을 입혀 열전달과 열 보존을 높인 ‘에어버블’, 항아리 모양의 곡선형 방식 ‘엣지 내솥’, 가마솥을 닮은 외관의 ‘와이드 앤 플랫 내솥’ 등 내솥의 모양도 실로 다양했다. 내솥의 형태가 다른 것은 각기 제조사마다 다른 방식으로 내솥 내에서 대류가 더 많이 발생해, 밥알 깊숙이 열을 전달시키기 위한 조치로 설명되고 있었다.
단순한 취사, 보온 기능은 옛말
▲ 요즘 전기밥솥의 취사 및 보온 기능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지금의 전기밥솥은 단순히 밥을 짓는 것만이 아니라, 지어진 밥을 유지하는 ‘보온밥솥’이기도 하다. A씨는 현대의 전기밥솥이 취사와 보온 양쪽 모두의 측면에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이룬 것을 확인했다.
취사의 측면에서는 2기압 고압력을 통해 열대류를 활발하게 일으켜 밥맛을 좋게 하는 ‘2기압 취사’, 가열 면적을 넓혀서 속까지 밥알을 익히는 ‘고화력 3단 IH’, 뚜껑과 밥솥을 더욱 강하게 밀착시키는 새로운 패킹 형태 ‘4중 패킹’ 등의 기능이 A씨의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냉동된 밥을 해동해 먹는 트렌드를 반영한 ‘냉동 보관 최적화 밥맛 알고리즘(냉동보관밥 기능)’, 밥의 당질 성분을 줄여 혈당 관리와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당질 저감’ 기능, 제조사마다 몇 단계씩 조절이 가능한 ‘밥맛 조절’ 기능, 촉촉하고 고슬고슬한 밥을 지을 수 있는 ‘무압 취사’ 등의 기능들도 눈에 띄었다.
한편 밥을 보관하는 보온 기능도 예전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밥이 마르지 않도록 하고 변색을 억제해 주는 ‘스팀보온’ 기능, 보온 온도와 밥 상태에 따라 냄새를 방지하는 ‘맞춤 보온’ 기능, 평소에는 보온온도를 낮춰 진행하다가 버튼을 누르면 열을 가해 밥에 윤기를 더하는 ‘재가열’ 기능, 보온병의 원리를 내솥에 적용해 진공단열로 열 이동을 막아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진공 보온’ 기능 등 보온의 측면에서도 제품 구매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많아 보였다.
전기밥솥이 이렇게 똑똑해졌어?
▲ 이제 자동세척까지 되는 전기밥솥(출처: 유튜브 <건강법이금순 할머니의>)
요즘은 어떤 제품이든 ‘스마트’해지기 마련이다. 전기밥솥의 기능들을 찾다 재미를 들인 A씨는 이제 이 제품들이 얼마나 똑똑해졌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전기밥솥도 다른 가전제품들처럼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스마트해졌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일단 ‘음성 안내’는 기본이었다. 다양한 목소리로 취사와 보온 상태를 전기밥솥은 음성으로 안내해 주고 있었다. 밥알의 수분 증발을 낮춰주는 센서 보호 캡 ‘써모 가드’는 물론, 전기밥솥의 패킹 교체 시점을 안내하는 기능을 내장한 제품도 있었다.
조작 방법도 실로 다양해졌다. 버튼식이 아니라 편리하게 다이얼을 돌려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 다이얼’, 세분화된 메뉴를 고르기 쉽게 만든 ‘다이렉트 터치’ 등은 신기하게 비칠 정도였다. 심지어는 스마트폰을 대면 밥솥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스마트 NFC’ 기능을 탑재한 제품도 있었다. 밥을 한 뒤 물을 붓고 뚜껑을 닫은 후 메뉴만 선택하면 되는 ‘자동세척’ 기능은 A씨가 기존에 쓰던 밥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해 보였다.
전기밥솥, 위생적으로 관리하자
▲ 분리형 커버를 탑재한 제품을 선택하면 더 청결하게 사용할 수 있다
A씨는 자동세척 기능을 보고, 우리 가족이 함께 먹을 밥을 짓는 제품인 만큼 무엇보다 청결하게 제품을 관리할 필요도 있으리라는 생각에 접어들었다. 보다 쉽게 위생을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찾다 보니 눈길을 끈 것이 ‘패킹워시 분리형 커버’를 탑재한 제품들이었다. 분리형 커버를 적용한 전기밥솥은 내부의 뚜껑을 통째로 떼어내 씻어낼 수 있다고 한다. 지금껏 사용하던 전기밥솥은 커버를 분리할 수 없어 세척에 애를 먹었던 점을 떠올리고, A씨는 이번에 구매할 제품은 분리형 커버 제품을 찾아보리라 마음먹었다.
▲ 내솥에 쌀을 씻으면 전기밥솥의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출처: 유튜브
밥솥 세척에 관한 정보를 더 찾다 보니 쌀을 씻을 때 내솥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솥에 생쌀을 담아 씻으면 되면 전기밥솥 수명이 줄어들 수 있으며, 내부 코팅제가 벗겨져 중금속을 음식과 함께 섭취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울러 내솥을 세척할 때는 표면이 거친 철 수세미 대신 부드러운 스펀지 수세미를 사용하고, 밥을 풀 때는 단단한 금속 주걱보다는 플라스틱 주걱을 사용해야 흠집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전기밥솥에 대해 많은 정보를 취한 A씨는 이제 본격적으로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과연 우리 가족이 먹을 밥을 지을 제품으로 뭘 선택해야 좋을까. 다양한 기능들을 바탕으로 선택지를 늘어놓고, 이제 A씨는 그중의 하나를 가족들과 의논해 선택하고자 한다(비록 아이는 아직 말을 하지 못하지만). A씨는 생각했다. 분명 자신의 아내는 A씨가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슬기로운 선택을 할 거라고.
기획, 편집 / 다나와 안혜선 hyeseon@danawa.com
글 / 최덕수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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