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은근한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사장님께서 하사하는 선물 덕분에 두둑해진 손으로 귀가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리게 되는데. 정작 받은 건 참치캔 세트?! 어째 다니는 회사마다 이런 짠내 나는 선물만 주는 건지, 몇몇 회사 사장님들끼리 공동구매로 납품받아 주는 건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이렇게 매년 명절 때마다 사장님들의 센스가 발휘하기만을 바라다가 실망하지 말고, 슬쩍 이 계급도를 보여주자. 여기 모든 직원의 꿈과 희망이 그려져있다. 회사 선물 금지 품목으로 법 제정이 시급한 5등급부터 사장님을 찬양하게 되는 1등급까지 알뜰살뜰 모아보았다. 혹여 다른 제품들을 받았다면 자유롭게 댓글로 이야기해 보자.
* 이 계급도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는 사람, 어느 회사 사장일 가능성이 크다.
5등급 :: 받는 것에 의의
회사 입장에서 명절 선물을 준다는 것에 의의를 둔 품목이다. 가격 또한 보통 2-3만 원 선에서 정리되기에, 선물에 불만인 사람들은 몰래 다나와를 켜 최저가를 검색해 보곤 한다. 명절 끝나면 중고 어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품목이기도 하다.
1. 각종 샴푸, 워시 세트
환경 오염이 문제로 심각한 이때. 샴푸 세트는 시류를 못 읽는 사장님의 센스 없는 선물이다. 자취생이라면 쟁여 놓고 쓰기 좋을 수도 있지만, 가격이 1-3만 원 안이라 실망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2. 김 세트
물론 좋은 김들도 많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겐 ‘명절 선물’로 그다지 달갑지 않은 게 사실. 양도 많아서 아무리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마법까지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조미 김이라면 조금만 둬도 눅눅해 지거나 기름 쩔은 내가 날 수 있다.
3. 깡통 햄+식용유 세트
스팸 정도의 정성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품목이다. 나름 실속 있는 구성이긴 하지만, 살림을 직접 하지 않는 이들에겐 잘 먹지도 않는 깡통햄이나 식용유들은 처리하기 막막한 기분을 선사한다.
4. 과일 세트
더럽게 무거워서 들고 가는 것부터 난관이다. 상하기 전에 매일 한두 개씩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도 시달린다. 하지만 나름 비싼 구성이라면 ‘그래도 좋은 거 주네’라는 생각이 들며 금방 노예 마인드로 돌아가게 만드는 괘씸한 세트.
4등급 :: 그래도 쓸만한
사실상 5등급과 별 차이 없지만 가격 덕분에 한 등급으로 올라간 경우. 4등급 선물을 받았다고 행복해할 필요 없다는 소리다.
1. 스팸 세트
한 세트에 5-6만 원 선으로 꽤 비싼 편인데 의외로 호불호가 갈린다는 스팸. 깡통햄이 아니라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명절인데 고작 스팸으로 때우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다소 있다.
2. 버섯 세트
받으면 굉장히 난감한 선물 중 하나다. 요리를 많이 해먹는 가정집이면 괜찮은 선물이지만 자취생이나 요알못들은 어떻게 해 먹어야 할지 모르는 말린 버섯들. 표고버섯이 아닌 상황버섯이라면 부모님들께서는 좋아하시니 용돈과 함께 드리며 효도나 하자.
3등급 :: 성의가 보이는
이제부터 ‘명절 선물’이라는 범주에 들어갈 자격이 생긴다. 이럴 때 아니면 평소엔 얻기 힘든 품목들이 포진해있다.
1. 굴비 세트
나름 비싼 축에 속하는 선물이라 4, 5등급에 비해 패키지도 훨씬 세련돼서 받을 때 기분부터 다르다. 특히 부모님이 “회사에서 이런 것도 주냐~?”라며 좋아하신다. 다만 들고 갈 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비린내 때문에 눈치 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다.
Tip. 굴비는 받자마자 눈깔과 배 색깔을 보자.
>> 눈깔이 4K 해상도처럼 선명하고 배가 노오랗게 물들어 있으면 정말 좋은 굴비이다.
2. 전통주
약주 좋아하시는 팀장, 부장님들이 반길 선물이다. 평소 소주로 단련된 간에 고급 전통주 정도는 부어줘야 명절 느낌이 난다. 정말 좋은 전통주라면 몸값부터 패키지까지 남달라 장식장에 모셔 놓아도 된다. 만약 2~3만 원짜리 값싼 전통주일 경우…? 바로 5등급 하락이다.
2등급 :: 나름 고오급
명절 선물 중 최상급에 들만한 자격이 있는 품목들이다. 이 정도면 받을 때 ‘오~ 신경 좀 썼네?’라는 생각이 든다.
1. 홍삼 세트
평소 몸 챙길 겨를이 없는 직장인들에겐 아주 도움 되는 선물.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구성품이 ‘홍삼농축액 100%’인 홍삼 진액일 때의 얘기다. 홍삼농축액은 5% 이하에 꿀만 잔뜩 들어간 홍삼포일 경우 치킨 한 마리만도 못한 헐값이다. 홍삼농축액이 들어 있는 양에 따라 괘씸죄가 적용되기 때문에 속지 말 것.
Tip. 홍삼이 안 맞는 사람
>> 아스피린 복용 중인 사람 / 몸에 열이 많은 사람 / 혈전용해제 복용 중인 사람 / 당뇨병 약 복용 중인 사람 / 수술을 앞둔 사람 / 항정신병약 복용 중인 사람 / 어린아이 / 면역억제제, 피임약 복용 중인 사람
2. 한우 세트
한우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경외감이 있다. 남녀노소 마다 않는 한우. 명절이라면 응당 소기름으로 고급지게 위 코팅 정도는 해줘야 한다. 중간 급의 부위라도 세트로 뭉쳐 놓으면 금액대가 꽤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갑 열어 주신 사장님의 오픈 마인드에 감동이 밀려온다.
1등급 :: 사장님 나이스샷
아묻따 말해 뭐해. 회사에 뼈를 묻겠습니다 사장님.
현금
그저 빛. 당장이라도 달려가 절이라도 올리고 싶다. 금액이 높아질수록 사장님 미담 제조 쌉가능. 통장에 찍히는 숫자들을 보니 애사심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특히 사무실 분위기가 좋아져 어떠한 실수를 해도 면죄부가 하사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