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김새와 얼굴을 통해 기질, 성격, 운명 등을 유추할 수 있다. 이를 ‘관상술’이라 부르는데, 심지어 점의 위치로도 복이 바뀐다고 하여 일부러 점을 빼거나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 관상학을, 정말 생뚱맞지만 노트북에 접목해본다면 어떨까?
오늘 관상평을 기다리는 노트북은 ‘LG전자 2022 그램17 17Z95P-GA76K’, ‘레노버 요가 7 14ACN R7 PRO W10’, ‘한성컴퓨터 TFX7130H’까지 총 3대다. 모델명만 듣고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들 노트북은 예쁜 디자인에 휴대하기 좋은 무게를 가졌거나, 가격 대비 성능이 좋거나, 태블릿 겸용이 가능해 학생들이 쓰기 좋은 노트북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오는 2월 전국 학생들의 졸업 및 입학 축하 선물 후보로 나설 예정인데, 이중 학생들의 간택을 받아 도서관에 당당하게 입장하게 될 노트북은 무엇일지 예측해보자.
'내가 도서관 프리패스 상인가, 입구컷 상인가?'
22학번 대학생용 노트북 관상 보기
LG전자 2022 그램17 17Z95P-GA76K
한 줄 평: 스벅 창가 테이블에 오를 상
LG전자에서 출시한 ‘2022 그램17 17Z95P-GA76K(2,299,000원, 이하 2022 그램17)’의 관상을 한마디로 평하자면 ‘스타벅스 창가 자리에 오를 상’이다. 이 자리는 뉴요커 분위기를 내기 좋고, 외부인들의 눈길을 끌기 쉬워서 가격, 성능, 비주얼이 삼위일체를 이룬 맥북 같은 노트북 외에는 감히 오를 엄두도 내지 못한 왕좌이다. 그런데 올해는 ‘2022 그램17’의 등장으로 왕좌의 주인이 교체될지도 모르겠다.
관상은 보통 이마, 코, 입 그리고 얼굴형을 보는데, 사실 2022 그램17의 얼굴형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디스플레이가 43.1cm로 긴 데 반해 베젤이 지나치게 슬림하고, 무게도 1.35kg밖에 되지 않는 데다 피부색은 눈부시게 하얗다. 인간으로 치면 청순가련 미인형 얼굴이지만, 관상적으로는 유약한 인상이 강해 얕보이기 쉽고, SNS 허세용으로 전락하기 쉽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사람의 이마, 코, 입에 해당하는 나머지 부분들이다. 얼굴형이 못생겨도, 이목구비가 잘생기면 운세가 좋은데, 2022 그램17 역시 눈, 코, 입, 귀에 해당하는 프로세서가 매우 훌륭하다.
CPU는 4개 코어와 8개 스레드로 작동하는 인텔 Evo 플랫폼 11세대 i7-1195G7를 달아놨는데, 이런 CPU는 다재다능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일을 시켜도 거뜬하다. 또 기본 2.9GHz, 부스터 5.00GHz까지 동작하는 클럭에, 4266MHz 속도로 작동하는 LPDDR4x 16GB 온보드식 메모리와 NVMe SSD를 장착한 모양새는 퍼포먼스가 시원시원한 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이런 유형은 가벼운 문서작업보다는 영상 편집 같은 무거운 작업을 해야 빛을 본다.
또 2022 그램17은 Iris Xe 그래픽을 사용했는데, 이는 노트북 내장 그래픽 중 최고의 관상이라 일컬어진다. 이러한 그래픽 인상은 가벼운 게이밍과 간단한 FHD 영상 편집까지 가능해서 학과에 상관없이 대학생들에게 고루 사랑받는다. 뿐만 아니라 FHD보다 2배 더 정밀하고 99% 색 재현율을 가진 디스플레이는 디자인 영역에서 유능하기 그지없으며, 16:10의 화면대비는 생산성이 좋아서 사용자의 작업량을 풍년으로 만들어준다.
하이라이트는 듀얼 및 확장 가능한 휴대용 모니터 ‘그램뷰’와의 조합이다. 그램과 그램이 만나 쌍그램이 되었으니, 이러한 기운은 제아무리 맥북이라도 혼자서는 그 기를 버텨내기 어렵다. 쌍그램은 멀티미디어 작업을 주로 하면서 SNS 활동도 활발한 대학생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끌 얼굴이며, 머지않아 스벅 창가 자리를 차지할 상으로 파악된다.
이 외에 키보드와 디스플레이 사이 히든 힌지 프레임은 눈에 띄진 않지만 성실히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근면·성실한 인상이며, 80Wh 대용량 배터리를 통해 장시간 사용에도 변치 않는 그램의 뚝심을 알 수 있다. 이 외에 USB-C겸용 썬더볼트4 2개와 USB-A, USB 4.0, USB 3.2, UFS 등 포트가 많아서 다양한 디바이스들과 사교성을 유지하기 좋다.
레노버 요가 7 14ACN R7 PRO W10
한 줄 평: 생애 첫 ‘내돈내산’ 노트북이 될 상
레노버 요가7(1,395,000원)의 전체적인 인상은 길바닥의 돌멩이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다. 15.68mm의 얇은 두께와 3.3mm 초슬림 베젤은 자칫 노트북이 너무 가볍다는 인상을 주기 쉬우며, 알루미늄 메탈 하우징은 투박해 보여서 스타벅스에 들고 가면 입뺀을 당할 것 같다. 마치 기운 없는 복학생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놀라운 성능을 지닌 프로세서들의 집합에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충격받게 된다. 촌스럽지만 포스 있고, 약해 보이지만 내공 있는 레노버 요가7 노트북 관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직접 번 돈으로 노트북을 사려는 학생들의 ‘생애 첫 ‘내돈내산’ 노트북’이 될 상이다.
레노버 요가7 노트북 같은 투인원 노트북은 360도 돌아가는 힌지를 사용하는데, 이런 힌지를 쓰는 노트북은 대부분 두 얼굴 성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강의실이나 집에서는 노트북인 척했다가, 카페나 대중교통에서는 태블릿인 척하는데, 이러한 성격을 잘 이용하면 과제, 발표 등 만사가 일사천리로 술술 풀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태블릿 성격을 활용할 경우 스크린 터치, 액티브 스타일러스 펜 등 기존 노트북에서는 볼 수 없는 기능들을 접할 수 있다.
레노버 프로세스들을 요모조모 뜯어보자면 왕의 이목구비를 가진 서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은 왕처럼 위대하다. CPU로 쓰인 라이젠7 4세대 5800U는 옥타코어 16개 스레드로 동작하는 고성능 저전력 CPU인데, 이는 컴퍼터블 노트북에선 보기 어려운 매우 진귀한 프로세서다. 한편 램으로 사용된 LPDDR4는 업그레이드를 허용치 않는 독불장군 스타일이지만 속도가 4266MHz로 빠르고, 자신감도 뛰어나서 혼자서 신속하게 작업을 처리하는 편이다. 이는 NVMe SSD도 마찬가지.
그래픽은 내장 그래픽을 사용해 특출나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평범한 인상이다. 가벼운 3D 게이밍까지는 큰 무리 없지만 액티비티가 많거나 옵션이 높으면 힘겨워할 수 있다. 반면 디스플레이 관상은 제법 훌륭한 편이다. NTSC 72% 즉 sRGB로 환산 시 100% 가까이 색을 재현하는 화면빛은 총명하고, 300nit 밝기로 반짝반짝 빛이 나서 그림, 디자인 같은 예술 영역에서 특히 능력을 발휘하기 좋다.
한편 레노버 요가7 노트북은 썬더볼트가 없고, USB 포트도 C타입 2개와 A타입 1개, USB 3.0 1개로 적은 편이라 주변 디바이스와의 관계망이 아주 넓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얼웨이즈 온’이라는 특별한 기능을 통해 노트북 전원을 꺼도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한 등 주변 기기를 배려하는 마음이 뛰어나고, 130만 원이라는 착한 가격대로 형성돼 있어서 저렴한 가격으로 성능 좋은 노트북을 갖고 싶어 하는 대학생들의 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성컴퓨터 TFX7130H
한 줄 평: 삼촌·고모·이모들의 지갑을 털 상
‘한성컴퓨터 TFX7130H(1,049,000원)’는 옛날로 치면 맏사위 관상이다. 17.3인치 대화면에 22mm 두께, 2.7kg의 듬직함은 대상으로 하여금 신뢰감을 높여주고, 어떤 일이든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안도감을 선사한다. 특히 짙은 블랙 스킨은 기성세대들에게 고급스러움, 부유하다는 인상이 강해서 선택받은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 제품의 경우 가격대가 100만 원 초반으로 매우 저렴한 데다 듬직한 크기,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성능까지 갖춰 ‘삼촌·고모·이모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조카들에게 사주기 좋은 노트북’에 이름을 올릴 상으로 보인다.
참고로 한성컴퓨터 노트북은 크게 두 가지 성격으로 갈리는데, TFX는 문서 작업에 적합한 사무형, TFG는 게임에 적합한 게이밍형이다. 이 노트북은 i5-11300H CPU를 탑재했는데, 인텔 i5 CPU를 갖춘 노트북들은 문서 작업이나 영상 시청을 시키면 대게 무난하게 하지만, 영상 작업이나 게이밍 작업을 시키면 버거워한다. 그래픽도 내장그래픽인 Iris Xe를 사용했기 때문에 굳이 무거운 작업을 해야겠다면, 4K를 제외한 간단한 영상 편집이나 옵션을 최대로 낮춘 3D 게이밍 정도로 타협해야 노트북 건강에 무리를 주지 않을 것이다.
램은 DDR4 16GB를 장착했는데, 이런 인상은 보통 3200MHz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고사양 PC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500GB의 NVMe SSD는 그 자체로도 여유로운 인상을 주나 크기가 작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별도의 확장을 통해 용량을 늘려주는 것이 좋다.
한성노트북은 이목구비만 보면 앞서 소개한 노트북들만큼 잘생기진 않았지만, 머리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를 살펴보면 문서작업 운이 모두 모였다. 17.3인치에 좌우 160도 광시야각을 선사하는 대화면은 시야를 시원하게 확보해주며, NTSC 72%의 색 재현율도 뛰어나다.
이뿐만 아니라 힌지에 적용된 리프팅 기능은 노트북 하판을 바닥에 띄워주어 쿨링 효과를 선사하며, 타이핑할 때 손목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또 크고 또렷한 키캡의 인상과 가지런한 4열 숫자 패드는 문서나 엑셀 작업 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처럼 머리 부분에 문서작업 운이 대거 몰려 있기 때문에 이 노트북은 사무용 카테고리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주의할 점도 있다. 노트북 양쪽 측면에 배열된 썬더볼트와 USB 포트 크기가 다채로워서 모니터를 비롯해 다양한 디바이스를 불러들일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데스크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으니 미리 큰 책상으로 바꿔놓는 등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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