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것이 있다. 바로 물이다. 수분은 대소변이나 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아무리 보충해도 부족하다. 특히 인간은 다른 종에 비해 피부 땀샘이 많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건강한 신체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성인 하루 물 섭취량을 1.5~2L로 권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코로나19 이후로는 이런 물도 함부로 못 마신다. 누가 마시던 거면 안 되니까... (출처: 픽사베이)
자, 그러면 아무 물이나 하루 2L씩 마시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환경오염이 급속도로 진행된 지금은 산과 들에서 마음 놓고 물을 떠다 마시던 예전과는 다르다. 끓이든, 돈을 주고 사든 어떤 과정을 거친 물만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세상이다.
▲ 정수기도 PC만큼 고민 많은 시장이다 (출처: 픽사베이)
이런 환경에서 가장 편하게, 맘껏 물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정수기다. 문제는 어떤 정수기를 들여놓느냐는 것인데, 경험자들 의견을 참고하려고 해도 의견이 분분하고, 하물며 어떤 사람은 생수를 주문해 마시는 게 낫다고 한다. 이어서 힘들게 정수기 구매로 마음을 정하면 언더싱크니 미들이니, 필터 2개니 3개니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다시금 결정장애를 일으킨다. 그래서 오늘은 정수기 구매를 두고 혼란에 빠진 당신을 위한 ‘정수기 구매가이드’를 준비했다.
1단계: 정수기 살까 vs 말까 vs 빌릴까
▲ 직장에 머무는 시간이 긴 1~2인 가구면 굳이 정수기를 들일 필요 없다 (출처: 픽사베이)
정수기 살까 vs 말까 : 먼저 정수기를 살지 말지 고민이라면 1) 수도요금 평균 이하 2) 1인 가구 3) 적은 물 소비량(가족 및 동거인의 외부 활동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경우) 세 가지 사항에 해당되는지 체크해보자. 셋 중 두 항목 이상 해당된다면 굳이 정수기를 들일 필요 없이 6병 묶음 생수를 사 마시거나 포트 형태 휴대용 정수기를 사용하면 된다.
▲ 1인 가구 필수품으로 손꼽히는 브리타 정수기(28,860원)
휴대용 정수기는 물통 속에 정수필터가 들어 있어서 수돗물을 부으면 불순물을 걸러주는 자연 여과 방식 제품인데, 브리타 상품이 가장 유명하다. 1회 정수량은 많지 않지만, 통 하나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물 소비량이 적은 가구에 적합하다.
▲ 대형 제조사에서 출시한 정수기도 렌탈이 가능하다 (출처: LG전자)
정수기 살까 vs 빌릴까: 정수기는 구매 혹은 렌탈 두 가지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렌탈이 대세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구매 비중이 늘고 있다.
▲ 매년 상승 중인 정수기 판매량 (출처: 다나와리서치)
소비 형태 통계 시스템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정수기 판매량은 2019년 대비 80%나 증가했으며, 전자랜드 또한 지난해 4분기 정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SK매직 올인원 WPU-I220C 정수기의 구매 비용과 렌탈 비용 비교
정수기 구매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다. SK매직 올인원 WPU-I220C 정수기의 경우 구매하면 최저가 기준 1,424,990원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반면 렌탈을 하면, 소유권이 이전되는 5년 의무 사용 계약을 기준으로 봤을 때 ‘월 39,900원 x 60개월’ 렌탈료 지불 시 총 2,394,000원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제휴카드 할인이나 필터 무료 제공, 각종 유지 비용을 포함하면 이보다 좀 더 저렴하게 이용 가능하지만 그래도 렌탈 비용이 구매 비용보다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렌탈 시 각종 혜택 (출처: SK매직)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수기 렌탈은 여전히 정수기 시장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정수기 렌탈이 인기인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구매처럼 한 번에 큰 금액을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초기 비용 부담이 적다. 목돈 지불이나 신용카드 사용이 어려운 사회 초년생 등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또 렌탈은 계약 기간 동안 필터 교체와 관리, A/S 등이 무상이다. 이뿐만 아니라 직원이 주기적으로 방문해 스팀 청소와 필터 교환을 해주니 위생적으로 안심된다. 스스로 정수기 관리가 어려운 바쁜 직장인이나 위생에 민감한 영유아 가정 등에 좋은 조건이다.
▲ 필터 자가 교체가 가능한 정수기
그러나 2018년 이후 출시되는 정수기들 중에선 개인이 뚝딱 필터를 교체할 수 있도록 관리가 쉬운 제품들이 많고, 세척과 관리도 셀프로 할 수 있도록 물이 흐르는 관을 카트리지 형태로 제작된 제품(코웨이), 내부 통로 살균 가능 제품(쿠쿠홈시스), 물이 유로에 고이지 않는 제품(SK매직), 필터 속까지 살균 가능한 제품(청호나이스) 등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제품 위생 관리에 자신이 있다면 구매도 나쁘지 않다. 물론 고장 시 A/S 비용과 필터 구매 비용은 별도 발생되지만 필터 교체, 관리가 복잡하던 과거에 비하면 감수해야 할 불편은 절반 수준이다.
2단계: 정수기 저수조형 살까 vs 직수형 살까
1단계 고민을 무사히 끝냈다면 2단계인 메인 시스템을 정하자. 이는 ‘이번에 살 노트북을 게이밍용으로 살 거냐, 작업용으로 살 거냐’처럼 상품 결정에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된다.
▲ 저수조형 코웨이 AIS 3.0 CHPI-7511L(1,820,850원) / 직수형인 LG전자 오브제컬렉션 퓨리케어(973,500원)
정수기는 크게 저수조형과 직수형으로 나뉜다. 저수조형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물탱크 형태이며, 미리 물을 정수하여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쓰는 방식이다. 반면 직수는 물탱크가 없고 그때그때 물을 정수해 배출하는 방식이다.
저수조형은 미리 정수하는 만큼 정수 방식이 철저하다. 역삼투압 방식으로 여러 번 물을 걸러 내기 때문에 그만큼 물의 위생과 맛이 보장된다. 반면 직수형은 배관에서 필터로 바로 정수하는 형식이라 저수조형처럼 여러 번 정수하지 않아 개인에 따라 물맛이 떨어진다 여겨질 수 있다.
한편 물탱크가 없는 직수형은 관리가 쉽다. 부피도 작아서 공간 활용성도 뛰어나고 필터만 교체하면 되는 등 관리도 편하다. 반대로 저수조형은 물을 미리 정수해서 보관하는 만큼 물탱크 관리가 필수이며, 부피도 커서 공간 활용성도 낮고 디자인도 투박하다.
요즘에는 비용, 설치 공간, 쉬운 관리 등의 장점으로 직수형이 대세이나, 영유아가 있는 가정 혹은 정수 품질을 중요시하는 가정에는 저수조형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3단계: 싱크대 밑에 놓을까 vs 싱크대 위에 놓을까 vs 세워둘까
▲ 언더싱크형인 삼성전자 비스포크 RWP71411AAWM(857,360원)
언더싱크: 정수기는 설치 공간에 따라 언더싱크와 미들형, 스탠드형으로 나뉜다. 그중 언더싱크는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라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그대로 실현한 스타일의 정수기다. 싱크대 아래에 필터를 설치하고, 조리수 밸브를 싱크대 위로 뽑아내 이용하므로, 마치 정수기를 설치하지 않은 듯 보인다.
▲ LG전자 퓨리케어 듀얼 WU900AS(1,068,120원)
가장 큰 메리트는 인테리어다. 정수기 자체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으니 공간도 차지하지 않아 좋고, 조화롭게 배치된 내부 공간에 방해가 될 만한 디자인인지 고민할 시간도 줄여준다. 이 같은 이유로 언더싱크형은 인테리어에 민감한 신혼부부 등에게 선호도가 높다.
▲ 미들형인 피코그램 퓨리얼 퓨온 PPA-100(192,000원)
미들형: 미들형은 싱크대나 식탁 위에 올려 사용하는 박스 형태 정수기다. 데스크톱이라고도 부르는데 언더싱크형에 비해 공간 활용도는 낮지만 설치가 편하고, 직접 필터를 교체하기 쉽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형태이며 냉수·정수 기능 여부와 저수조형·직수형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
▲ 스탠드형인 위닉스 TS-200(257,070원)
스탠드형: 가게나 사무실에서 흔히 보는 대형 정수기다. 취수량이 많은 사무실, 카페,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 적합하니 가정용 정수기를 고민 중인 당신에게는 그리 권장하지 않는다.
4단계: 정수 vs +냉온수 vs +얼음
정수기는 기능에 따라 기본 ‘정수’만 가능한 제품과 냉온수가 가능한 제품, 제빙까지 가능한 제품으로 분류된다. 기능이 추가될수록 가격과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선택하도록 하자.
▲ 청호나이스 이과수 WP-10C6500N(219,000원)
정수: 말 그대로 정수만 가능한 제품이다. 냉수나 얼음 사용을 선호하지 않고, 전기포트가 있어서 온수 기능을 잘 안 쓴다면 굳이 다기능 정수기를 선택할 필요 없다. 기능이 적은 만큼 제품 금액이 저렴(10~30만 원대, 일부 대형 제조사 제품 제외)하고 크기도 작다. 또 전력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55,860원)도 많아서 유지 비용도 적다.
▲ LG전자 오브제컬렉션 퓨리케어 상하좌우 WD505AD(945,140원)
+냉온수: 정수 기능에 냉온수까지 가능한 제품은 원하는 온도의 물을 언제나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최근에는 온도 조절 기능까지 추가되어, 분유를 먹여야 하는 가정에서도 주목받는 추세다. 단 비용은 정수만 가능한 제품보다 비싸다. 보통 50~150만 원 선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으며, 온수 사용 시 전력 소모량도 크다. 또 제품 안팎 온도 차로 인한 결로 현상이 잦기 때문에 내부 위생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 청호나이스 이과수 에스프레 카페 WF-60C9660M(1,339,960원)
+얼음: 정수와 냉온수 기능에 제빙 기능까지 더해진 제품이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족에게 필수인 정수기로 매번 직접 얼음을 얼릴 필요 없이 자동으로 얼음을 얼려 제공하기 때문에 매우 편하다. 가격은 최소 100만 원 이상으로 비싼 편이지만 이 편리함을 맛본 사람들은 헤어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극한의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한다.
5단계: 정수방식은? 역삼 투압 vs 중공사막 vs 나노
▲ 역삼투압 방식(좌)과 중공사막 방식(우)
역삼투압(Reverse Osmosis): 가격이 가장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하는 정수 방식이다(음식으로 치면 슬로 푸드랄까). 속도도 느리고, 비싸지만 정수 성능은 최상위다. 압력을 가하여 불순물의 농도가 진한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시킴으로써 무려 0.0001미크론 이물질까지 걸러낸다(단 미네랄까지 걸러내는 점은 아쉽다). 지하수를 사용하거나 배관 노후화가 심해 높은 수준의 정수가 필요한 환경에 추천한다.
중공사막(UF): ‘중동에서 사막?’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 쉬운 이 단어는 ‘가운데가 비어 있는 섬유(中空絲幕)’라는 뜻이다. 중공사막 정수기는 아주 작은 사이즈의 빨대 다발들로 이물질을 걸러내는데 대장균 같은 세균과 미립자는 완벽하게 거르고, 우리 몸에 좋은 미네랄은 통과시켜준다. 단 역삼투압 방식만큼 정수 성능이 뛰어난 편은 아니라서 배관이 깨끗하거나 수돗물을 사용하는 집에 적합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정수 속도도 빨라 주로 직수형에서 이 방식을 채택한다.
나노테크(Nano Tech): 역삼투압과 중공사막 방식의 장점을 믹스한 하이브리드라고 보면 된다. 양전하를 가진 나노필터로 음전하를 가진 미생물 및 이물질을 흡착-제거하는데, 중공사막형과 마찬가지로 미네랄을 함유한 채 정수한다. 그래서 중공사막 방식보다 정수 성능이 좋고 물맛도 뛰어난 반면 가격이 비싸다.
6단계: 필터 수는 2개 vs 3개 vs 4개
▲ 코웨이 AIS 3.0 CHPI-7511L(1,820,850원)의 필터 구조
정수기 필터 단계는 보통 큰 이물질을 제거하는 전처리, 그보다 적은 이물질과 세균 등을 제거하는 메인 처리, 냄새 등을 제거하는 후처리 3단계로 구성된다. 전처리 단계에서는 프리카본/세디먼트 필터를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5미크론 이상 큰 부유물질, 녹, 잔류염소들을 제거한다.
다음 메인 처리 단계는 5단계에서 알아보았던 제품 고유 정수 방식으로 각 나노, 중공사막, 역삼투압 기능 필터를 사용한다. 중공사막은 보통 UF(Ultra Filteration), 역삼투압은 RO(Reverse Osmosis), 나노는 N(Nano)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후처리 단계는 주로 포스트 카본 필터를 사용하는데, 물에 스며든 불쾌한 냄새 및 색소 성분을 제거하여 무색무취 깨끗한 물을 만든다. 제품에 따라 2단계와 3단계가 결합된 필터도 있으니 꼭 3단계 구성 제품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참고로 필터가 3개 이상인 제품들도 있는데, 필터가 많으면 물맛이나 냄새가 좀 더 좋아질 순 있지만 3단계 필터 제품과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필터가 많으면 교체 비용만 더 들고 관리도 어려워진다는 의견도 있으니 적절히 참고해 결정하자.
7단계: 부가기능들 有 vs 無
▲ 정수기 UV살균 기능과 조리수 출수 기능 (출처: SK매직)
시판 중인 정수기 중에는 내부 세균을 없애거나 자동 배수, 잠금, 음성 안내, 조리수 사용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많다. 부가 기능이 많으면 사용은 편하지만 가격이 올라간다. 정수기 위생에 심각하게 예민하지 않거나 물만 마셔도 되는 가정의 경우 굳이 비싼 돈 내고 부가 기능 많은 제품을 선택할 필요는 없지만, 위생에 민감한 가정이나 어린아이가 있어서 안전 사용이 걱정된다면 부가 기능이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1) UV 살균 기능: 자외선으로 세균 생존/증식을 줄이는 기능이다. 주로 출수구/저수조/아이스룸에 적용된다.
2) 전기분해 살균 기능: 전기분해수가 직수관을 흐르면서 내부를 세척 후 배출하는 기능이다.
3) 자동배수 기능: 저수조방식이나 아이스룸 방식이라면 자동배수 기능이 있는 게 좋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은 오염 원인이 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물을 자동으로 배수시키는 기능이다.
4) 어린이 안전잠금 기능: 어린이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에 강추하는 기능이다. 오작동이나 온수로 인한 화상 등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정수기 하단부에 어린이용 버튼을 설치하여, 어린이가 사고 없이 안전하게 물을 마실 수 있게 한 어린이 출수 기능 제품도 좋다.
▲ 앱 연동을 통해 정수기 관리를 더욱 쉽게 할 수 있다 (출처: SK매직)
이외에 동작 상황, 사용수량, 필터교환시기 등을 음성 메시지로 안내하는 음성안내, 밤에 부엌에서 정수기 이용하다가 가족들 잠을 방해할까 봐 고민될 때 유용한 음소거 기능, 필터교체 시기를 알려주거나 제품 이상을 자동으로 진단하는 앱 연동 등 다양한 부가 기능들이 있으니 본인 환경에 적합한 정수기를 찾아 사용하자.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글 / 이현수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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