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PC 부품의 대부분은 가격과 특성이 비례한다.
즉 가격이 비쌀수록 고성능, 대용량을 제공한다. 하지만 차이는 있을지라도 구매자의 자금력은 한계가 있고, 같은 세대 제품이라면 무작정 성능을 끌어 올리는데도 한계가 있다보니 시장에는 다양한 모델이 출시된다.
흔히 누구나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엔트리급 제품부터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플래그십 모델까지 말이다. 당연히 PC 성능을 좌우하는 CPU도 이러한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고, 요즘같은 새출발 시기에 새로운 PC를 맞추려는 사용자들에게 고민거리 중 하나다.
가성비를 따지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인텔 기준 Non-K CPU를 고르게 된다.
지난 기사에서 보듯 'K' 버전과 비교했을 때 성능이 뒤쳐지지만 가격이 합리적인 만큼 가성비를 무시할 수 없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 Non-K 모델의 매력은 매우 높다. 게다가 K 버전은 별도로 쿨러를 구매해야 하는 만큼 보이는 단순 CPU 가격 이상의 비용 차이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K' 버전은 어떤 사용자들에게 유용할까?
인텔 'K' 버전, 오버클럭없이도 최고의 성능
인텔 2세대 코어 CPU인 샌디브릿지는 여러모로 상징적인 제품이다.
1세대 코어 CPU로 불리는 클락데일/ 린필드의 뒤를 이어 메인보드 칩셋에 탑재되던 그래픽 코어와 메모리 컨트롤러, PCIe Lane 등이 모두 CPU에 통합된 완성형 세대였고, 아직까지도 인텔 코어 시리즈의 핵심 구조인 링 버스 아키텍처 도입, 이번 기사와 관련해서는 오버클럭이 가능한 'K' 버전과 불가능한 Non-K 버전이 구분된 첫 세대이기도 하다.
예외적으로 코어 i3에서도 잠깐 'K' 모델이 나오던 시기가 있었지만, 'K' 버전은 각 라인업별(코어 i5/ i7/ i9)로 최고 성능을 내주는 단 하나의 제품만 나와 그 자체로 최고 성능을 제공한다.
그 이전에는 일부러 가성비를 따진다고 하위 모델을 구매해 오버클럭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오버클럭 특성상 제품과 시스템 조합별로 한계 및 달성 여부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국민오버 이상이 안되면 왠지 손해보는 느낌도 들고, 공연히 시간만 낭비한 느낌도 받는다.
오버클럭의 이러한 한계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오버클럭을 노리고 일부러 낮은 등급의 모델을 구매했던 사용자에게는 더 크게 느껴지는 것.
샌디브릿지에서 'K' 버전이 등장할 때는 이때문에 불평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큰 폭의 성능 향상이 이뤄진데다, 세대가 변화하면서 실리콘의 잠재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경향이 자리잡으면서 'K' 버전은 있는 그대로 해당 라인업에서 최고의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굳이 오버클럭을 하지 않더라도 높은 성능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K' 버전은 충분히 매력저인 모델이다. 굳이 따지자면 기존에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고 번거로운 하위 모델의 오버클럭을 비용으로 대신한다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오버클럭을 통한 추가적인 성능 향상
인텔 CPU의 'K' 버전은 그 자체로 해당 제품군 중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제공하지만, 역시나 오버클럭이 가능한 만큼 추가적인 성능 향상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버클럭의 성공 여부나 성능 향상폭은 시스템 조합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K' 버전 이상의 성능이 필요하다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다.
오버클럭없이 메인스트림 CPU의 'K' 버전 이상의 성능을 원한다면 HEDT(Highend Desktop) CPU나 워크스테이션용 제온 프로세서가 대안으로 준비되어 있지만, CPU는 물론이고 메인보드도 가격이 훌쩍 뛰는 만큼 진짜로 그만큼 투자가 필요한지 진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편, 'K' 버전쯤 되면 CPU 실리콘의 클럭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내므로, 오버클럭 여유폭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인텔에서는 'K' 버전의 오버클럭을 위해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하고 있다.
엘더 레이크의 경우 이전 세대와 비교해 코어(Die)의 높이와 솔더링의 두께를 줄여 히트스프레더로 열이 빠르게 전달되도록 설계했고, 그만큼 히트스프레더의 두께를 늘여 열 버퍼를 늘렸다.
여기에 P-코어와 E-코어 배수, 링/캐시 및 iGPU, 메모리, 베이스 클럭 조절을 통한 오버클럭이 가능하고, 코어별 하이퍼스레딩 On/ Off 및 배수 조절, 실시간 메모리 조율, 베이스클럭 적응형 전압 조절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엘더 레이크에서는 필요할 때만 XMP 오버클럭을 적용하는 다이나믹 메모리 부스트 기술도 추가되었다.
일반적인 용도로 PC를 쓰는 사용자에게 제대로 CPU 오버클럭을 준비하려면 외계어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복잡해졌지만, 현대의 오버클럭은 가성비보다 성능 지향에 가깝게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할 만한 변화기도 하다.
그럼에도 초보 오버클러커들을 위한 자동 오버클럭 기능도 지원한다. 먼저 배포된 IPM(Intel Performance Maximizer)은 각 세대별 'K' 모델에 맞는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한데, 기사 작성 시점은 3월 하순 기준으로는 아직 12세대 코어 CPU 대응 버전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XTU에 통합된 ISO(Intel Speed Optimizer)로 보다 빠르게 자동 오버클럭을 시도할 수 있다.
코어 i9-12900KF, 오버클럭으로 성능을 높이다
예시로 엘더 레이크 코어 i9-12900KF의 오버클럭을 해봤다. P-코어는 올 코어 부스트 클럭을 기본 4.9GHz서 5.1GHz로, E-코어는 기본 올 코어 부스트 클럭 3.7GHz를 4.0GHz로 높일 수 있었다. 코어 i9-12900KF는 기본 성능을 거의 극한까지 끌어올린 모델인 만큼 추가 오버클럭 폭은 썩 큰 편은 아니다.
코어 i9-12900KF를 오버클럭 한 후 지포스 RTX 3080 FE와 결합해 게임 성능을 비교해 봤다. 게임은 CPU보다 GPU 의존성이 높은 작업인데다, 오버클럭 폭이 크지 않은 만큼 게임 성능 향상폭이 그러헥 크지는 않았다.
성능 향상폭이 적었던 게임과 달리, CPU 멀티 코어 활용도가 높은 각종 작업에서는 코어 i9-12900K의 P-코어 5.1GHz/ E-코어 4.0GHz 오버클럭시 상당한 성능 향상이 나타났다. 항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Sandra의 암호화 및 뉴럴 네트워크 테스트에서 거의 10%에 가깝게 성능이 향상되었다. 올 코어 부스트 클럭의 향상 폭은 5% 수준이지만, 이러한 코어가 16개나 모여 상승 효과를 낸 것으로 판된다.
인텔 코어 CPU 'K' 버전, 고성능이 필요한 사용자를 위한 솔루션
누구나 동의하는 내용이지만, 인텔 코어 CPU의 'K' 버전의 실질적인 가성비는 좋은 편이 아니다.
우선 CPU 자체의 가격이 비싸고, 사용자가 리테일 쿨러 구매에 별도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여기에 오버클럭을 시도한다면 상대적으로 고가의 'Z'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가 필요한데다, 사용 환경에 따라 CPU 뿐 아니라 전체 시스템 및 메인보드 전원부 쿨링도 신경써야 한다.
그러나 그 자체로 각 라인업별로 가장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고, 오버클럭을 통한 추가적인 성능 향상과 작업 효율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오버클럭에 의한 성능 개선이 부족할 수 있지만, 하이엔드 데스크탑이나 워크스테이션용으로 넘어가기 어려운 메인스트림 사용자층에서는 현실적으로 한계까지 끌어올린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인텔의 메인스트림 플랫폼에서 성능을 우선시하는 사용자라면, 현실적으로 여전히 'K' 버전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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