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에어컨은 그야말로 필수 가전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소중한 기기다. 하지만 에어컨은 필요에 따라 방마다 설치할 수 있는 기기가 아니다. 실외기 설치에 제약이 있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전기요금의 측면에서 여러 대의 에어컨을 구동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런 때 활용할 수 있는 기기가 ‘이동식 에어컨’이다. 방 하나 정도를 냉방시키기에 딱 적당한, 그리고 실외기 설치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형태의 신개념 에어컨이다. 지금부터는 이동식 에어컨에 대해 소비자들이 궁금할 점들을 미리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1) 이동식 에어컨은 전기를 진짜 덜 먹나?
에어컨은 신형일수록 필요로 하는 전력이 적다. 이는 냉방의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후술하겠지만 인버터 방식을 취한 에어컨 제품의 경우에는 이전까지의 방식보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전력 소모가 덜하다. 이는 다시 말해 최신 제품일수록 전기요금이 덜 청구된다는 이야기다.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과 5등급의 벽걸이형 에어컨을 비교할 때, 하루 4시간씩 한 달 동안 틀었을 경우 1등급 제품의 전력량은 5등급 제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냉방 구동 시의 이동식 에어컨의 소비전력은 제품마다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1,000W에서 1,500W 사이다. 이는 인버터형의 벽걸이 에어컨에 비해 높은 편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동식 에어컨이 항상 높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방에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동식 에어컨은 설정된 온도에 다다르면 소비전력이 낮아진다. 그렇기에 전력소모량은 거실에 놓고 사용하는 거치형 제품보다는 결과적으로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턱없이 넓은 공간에 이동식 에어컨을 놓고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2) 이동식 에어컨은 설치가 어렵나?
이동식 에어컨은 에어컨 설치 시의 큰 고민거리인 실외기를 실내기와 합쳐놓은 구조의 제품이다. 그렇기에 증발과 응축의 과정이 모두 실내에서 이뤄진다. 거치형 에어컨은 실내기와 실외기가 분리돼 있어, 차가워진 공기는 실내로 배출하고 뜨거운 공기는 실외로 배출한다. 그렇다면 이동식 에어컨은 어떻게 뜨거운 공기를 배출할까. 이동식 에어컨은 뜨거운 공기를 배출하는 덕트를 연결하고, 이를 창문 밖으로 내놓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렇기에 창문에 설치하는 키트를 활용해, 덕트의 끝부분(공기 토출구)을 창밖으로 내놓는 것에 족하다. 거치형 에어컨에 비해서는 실로 간단한 작업이고, 전문가의 손길이 없어도 누구든 쉽게 작업할 수 있다. 다만, 창문과 키트 간의 틈새가 완벽하게 차단되지는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문풍지나 테이프 같은 도구를 구비해, 이를 통해 틈새를 메우는 마감 작업을 해 줄 필요는 있다.
(3) 냉방면적? 냉방능력? 무슨 차이?
에어컨 제품을 살펴볼 때 염두에 둬야 하는 숫자가 바로 ‘냉방능력’이다. 냉방능력이란 어느 정도 크기의 공간을 냉각 또는 난방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일종의 능력치다. 일반적으로 3.3평방미터(1평)을 냉방하는데 필요한 냉방능력은 약 400W다. 에어컨마다의 냉방능력은 각기 상이하다. 자신의 집안에 맞는 제품을 고르려면, 우선 냉방이 필요한 면적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고, 이에 맞는 냉방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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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집의 면적이 10평이라면 400W X 10 = 4,000W의 냉방능력이 필요하다. 이 수치보다 낮은 냉방능력의 제품을 구매할 경우에는 원활한 냉방을 기대하기 힘들다. ‘냉방면적’은 이에 기반해 계산한 수치다. 에어컨의 냉방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냉방할 수 있는 면적이 어느 정도인지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표기한 숫자라 할 수 있다. 3,200W의 냉방능력을 가진 이동식 에어컨이 있다면, 이 제품의 냉방면적은 3200÷400=8이다. 즉, 3,200W 냉방능력 = 냉방면적 8평형 제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4) 인버터? 듀얼 인버터? 무엇이 다른가?
▲ 듀얼 인버터 방식을 채택한 LG전자 휘센 이동식 에어컨
<이미지 출처 : LG전자 휘센 이동식 에어컨 페이지>
에어컨은 냉매의 방식에 따라 인버터형과 정속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버터형은 적정온도 도달 시에 실외기 속도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데 반해, 정속형 에어컨은 실외기가 계속 같은 속도로 회전한다. 같은 시간 동안 가동해도 전력 사용량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인버터형 에어컨이 각광을 받는 추세다. 다만 인버터형 에어컨은 내려간 온도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전력보다 높은 온도를 다시 내릴 때 전력이 더 많이 필요하기에, 정속형 제품과는 달리 전원을 자주 껐다 켜는 것은 전기요금 절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듀얼 인버터는 말 그대로 인버터를 두 개 장착한 방식을 이야기한다. 인버터는 교류 전기를 직류로 바꿔주는 장비로, 다수의 인버터를 복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전류를 좀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듀얼 인버터의 구현 방법은 제조사마다 다르다. 가장 대표적으로 LG전자의 경우에는 실린더가 하나인 기존의 컴프레서와는 달리,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를 2개 사용해 효율을 늘리고 소음을 줄여서 듀얼 인버터 방식을 구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듀얼 인버터는 싱글 인버터와 기본적인 구현 방식은 동일하다. 효율을 보다 증대시킨 것을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종의 마케팅 용어라고도 할 수 있다.
(5) 후기에 소음 문제가 많던데, 얼마나 시끄러울까?
이동식 에어컨은 실외기가 일체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힘들다. 다만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초창기의 제품보다는 소음이 상당히 작은 편이다. 저소음 모드로 작동할 시 최근 이동식 에어컨의 작동 소음은 40dB 수준으로 낮아지기 마련이다. 참고로,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바람소리는 20dB, 컴퓨터 팬 소음이 30dB, 냉장고 소리가 50dB, 일반적인 대화 시의 소음 크기는 65dB 수준이다.
만약 이동식 에어컨의 소음이 일반적인 경우보다도 훨씬 더 크다고 생각될 때는 제품의 설치 상태를 파악해 볼 필요도 있다. 바닥의 수평이 맞지 않아 에어컨이 기운 경우에는 소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더운 실내를 빠르게 냉방시킬 때는 어쩔 수 없이 소음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제품에 따라서는 빠른 냉방 때 70dB(전화 벨소리 수준)로 소음이 커지는 제품도 있다.
(6) 스마트폰으로도 조작이 가능할까?
<이미지 출처 : LG전자 홈페이지>
IoT 기능을 탑재해, 스마트폰으로 제품의 동작을 제어할 수 있는 이동식 에어컨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동통신사에 상관없이, 스마트폰으로 앱을 내려받은 후 이동식 에어컨과 페어링시켜서 원격제어를 할 수 있는 제품이 많이 있다. 이런 제품의 경우에는 집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냉방을 시켜놓는다거나, 에어컨을 켜둔 채 외출했을 때 이를 끄는 등의 행위를 원격으로 편리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스마트싱큐, 스마트싱스 등의 통합 IoT 플랫폼을 제공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 또한 마찬가지다. 대형 가전사에서 나온 제품들도 모두 IoT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기에, 원격제어를 희망한다면 먼저 제품의 IoT 지원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소 가전사의 경우에도 많은 제품이 IoT를 지원하고 있다.
(7) 이슬 맺힘 현상은 없나?
1세대 이동식 에어컨 제품들은 지금과 같은 내장 냉매를 활용한 방식이 아니라, 냉풍기 제품들도 다수 있었다. 실제로는 냉풍기지만 이동식 에어컨으로 포장된 제품들로, 물을 냉매로 사용하면서 수통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제품들이었다. 세균과 곰팡이의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러한 제품들과는 달리, 최근의 이동식 에어컨은 실외기와 실내기가 합쳐졌을 뿐 기본적인 구조는 거치형 제품과 동일하다.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이동식 에어컨 또한 거치형 제품들이 겪는 결로현상의 문제를 겪기 마련이다. 에어컨은 냉방 모드를 통해 에어컨 안으로 들어온 공기에서 약간의 물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동식 에어컨 제품들은 ‘자가증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사용 중에 발생하는 물을 증발시켜 냉각하는 방식이다. 결로현상이 우려된다면 자가증발 기능을 갖춘 이동식 에어컨을 고려하길 바란다.
(8) 이동식 에어컨도 비싼 게 좋나?
이동식 에어컨 분야에는 다양한 가전사들이 진출해 있다. 가격대별로는 20만 원 내외에서 위닉스, 보국전자, 캐리어 등의 제조사 제품을 찾을 수 있다. 30만 원대로 넘어가면 캐리어, 신일전자, 루컴즈전자 등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다. 40만 원대에서는 SK매직에 이름이 보이며, 60만 원대부터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대형 가전사들의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100만 원 이상이 되는 제품들은 대부분 산업용이며, 가정용 제품을 보기는 힘들다.
▲ 60만 원대 이동식 에어컨 'LG전자 휘센 시리즈'
다나와에서 집계된 제품 판매량을 살펴볼 때, 60만 원에서 70만 원 사이의 가격대 제품이 높은 판매량을 나타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가격대에 위치한 제품은 LG전자의 것이 대부분이다. 이 제품들은 또한 LG 이동식 에어컨은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가 2개인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를 탑재한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스마트폰 제어, AI 건조 기능 등 다양한 편의기능을 갖추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에어컨으로서 압도적인 기능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하기는 힘들다. 에어컨으로서의 기본적인 효과는 중저가 제품에서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으므로, 비싼 제품이 좋긴 하지만 무조건 비싼 제품을 구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9) 다나와에서 제일 잘 팔리는 제품은?
▲ 1년간 가장 많이 팔린 LG전자 휘센 PQ08DBWAS의 설치 예
<이미지 출처 : LG전자 홈페이지>
다나와리서치에서 지난 1년 동안 집계된 판매량을 살펴볼 때,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제품은 LG전자의 ‘휘센 PQ08DBWAS’로 나타난다. 듀얼 인버터를 탑재한 냉방능력 3,200W의 8평형 이동식 에어컨이다. 간편 설치 키트를 제공해, 창문에 쉽게 공기 토출구를 연결할 수 있는 제품이다. 설치는 배기 호스 키트 구멍에 토출구를 연결하는 것으로 끝이다. 자가증발 기능을 갖추고 있어, 물통을 비울 필요가 없는 편리한 제품이기도 하다. 저소음 모드에서 본 제품이 내는 소음은 39dB 수준이다.
(10) 그 밖의 부가기능으론 뭐가 있나?
<이미지 출처 : 캐리어 이동식 에어컨 소개 페이지>
이외에도 이동식 에어컨 제품을 살펴볼 때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기능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자기진단’ 기능을 들 수 있다. 에어컨 스스로 운전상태를 진단해, 이상이 발견될 시에는 근처에 있는 이들에게 이를 인지시키는 기능이다. 정전이 잦은 여름철, 전원이 꺼졌다가 다시 공급되면 운전 정지 직전의 상태로 자동복원되는 ‘정전보상’ 기능 또한 이동식 에어컨이 많이 탑재하는 기능이다.
▲ 이동식 바퀴가 장착된 보국전자 에어젯 쿨러
<이미지 출처 : 보국전자 홈페이지>
제품을 이동시킬 일이 잦다면, 하단부에 ‘이동식 바퀴’를 탑재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소음에 민감하다면 저소음 운전을 지원하는 ‘정음기능’을 주목하면 된다. 여름날의 무더위를 한층 가중시키는 습기를 제거하는 ‘제습운전’ 기능도 중요하다. 제습운전이 지원된다면 여름철이 아니더라도 이동식 에어컨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공기 분자 크기의 미세한 수분입자를 보내 촉촉한 실내공기를 만드는 ‘가습운전’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도 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danawa.com
글 / 최덕수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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