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만두’,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제갈량이 처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흔히 중국음식으로 알려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만두와 유사한 음식은 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고 그 역사도 오래되어 이른바 '제갈량 만두설'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부터 만두를 빚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설날 명절의 전통 음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만두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얘기엔 역시나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맛있는 만큼 이름도 천차만별!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만두'는 밀, 쌀 등의 곡물로 겉을 감싸는 피를 만들고, 그 안에 고기와 채소 등을 넣고 조리한 음식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만두'라는 단어 하나로 통칭하는 경향이 있지만.,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정말 다양한 이름이 존재한다.
▲ 일본에서는 교자를 밑면만 굽고 나머지 면은 물로 찌는 스타일로 많이 먹는다
일본에서는 동그란 모양의 '만두' 계열은 쥬카만(中華まん)으로 부른다. 주로 고기를 넣은 쥬카만이 많기 때문에 니쿠만(肉まん) 혹은 부타만(豚まん)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나 매체에는 ‘교자(餃子, ギョーザ)’라 통칭하는 반달모양 만두가 많이 노출된다. 한국에서도 일본 라멘집에서 사이드 메뉴로 자주 시키는 그것이다.
반면 밀이 주식인 중국에서는 만두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먹으면서 그 요리마다 지칭을 모두 달리한다. 일본의 교자는 자오쯔라 발음하고, 한자어 만터우(饅頭)에 가장 가깝다고 하며, 속에 고기를 넣고 찐빵처럼 쪄 먹는 바오쯔(包子), 중국 남방지역에서 해산물을 속 재료로 비교적 크기가 작게 빚어 먹는 시우마이(燒賣), 하가우(蝦餃), 샤오롱바오(小籠包) 등이 유명하다. 광둥성이나 홍콩에서는 이를 딤섬(點心)이라 통칭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수이자오(水饺), 훈둔(馄饨), 완탕(雲呑) 등 명칭이 어마어마하게 다양하다.
▲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비고 'Steamed Dumpling'
<이미지 출처 : Costco Food Database>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만두와 같은 음식을 주로 ‘덤플링(Dumpling)’이라 부른다. 덤플링은 ‘간이 된 반죽 모양 공’을 뜻하는 단어다. 즉, 덤플링이라는 요리는 만두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만두 모양의 밀가루 음식을 통칭하는 것이다.
만두는 언제, 어디에서 왔을까?
만두의 기원은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크게 세 가지가 지배적이다. 서두에 언급한 중국 제갈량 기원설, 중동지역 메소포타미아 기원설, 그리고 중국 후한(後漢) 말기 장중경(張仲景)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제일 신빙성을 갖는 건 메소포타미아 기원설이다. 증거는 바로 만두피의 주재료인 밀이다.
▲ 중국에 만두가 도입된 초기의 모습이라 추정되는 월병(月饼)
중동에서 전래되어 물로 찌지 않고 불에 직접 굽는 방식으로 만든다
잘 알다시피 밀을 세계 최초로 재배한 곳은 메소포타미아 지방이다. 기원전 550년 경 페르시아 제국 시대부터 만두와 비슷한 음식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역사도 깊다. 반면 중국의 제갈량과 장중경이 활동했던 시기는 3세기, AD 200년대다. 그나마 당시 기록에 따르면 오늘날 만두와는 달리 밀가루로 찐 일종의 떡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에 만두가 전래된 것은 고려 시대인 12세기로 알려졌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다채로운 만두의 모습
이렇게 중동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전파된 ‘만두’는 각지에서 어떤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했을까? 우리의 K-푸드 'MANDU'와는 어떻게 다를까? 앞서 중국과 일본 방향의 동쪽으로 전파된 만두는 이름으로 미리 알아봤다. 하지만, 중동의 서쪽과 남쪽, 즉 유럽과 인도에 전파된 만두의 모습은 어떨까?
지리학적으로, 문화적으로도 인도계에 속하는 티베트에도 만두류 음식이 있다. 이름도 귀여운 '모모'다. 티베트이나 히말라야 지방에 방문하는 여행 유튜버들이 꼭 찾는 메뉴이기도 하다. 인도 음식으로도 분류되는 티베트의 ‘모모’는 우리나라 만두와 정말 유사한 형태로, 매운 것에서부터 야채만 담은 것까지 다양한 만두소를 사용한다. 간장보다는 매콤한 칠리 계열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튀르키예에서는 형제의 나라답게 만두와 비슷한 발음의 ‘만티’가 있다. 밀가루 반죽 안에 속 재료를 넣고 쪄낸 다음에, 위에 차가운 요거트와 향신료를 뿌려서 떠먹는다. 속 재료는 주로 다진 양고기, 으깬 병아리콩을 사용하며 아르메니아로 올라가면 요거트 대신 사워크림을 곁들어 먹기도 한다.
이탈리아식 만두인 ‘라비올리’는 납작한 파스타 반죽에 속을 채운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속 재료로는 주로 고기와 치즈 등이 활용된다. 이탈리아 지역에 따라 판체타(pancetta), 토르텔리(tortelli), 카손첼리(casoncelli)로 나뉘기도 한다. 다른 나라의 만두류와 구분되는 것은 역시 리코타 치즈나 파르메산 치즈가 꼭 들어간다는 것.
동유럽식 만두류는 피에로기(pierogi), 혹은 피로스키(Pirojki)로 불린다. 주로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서 국민 음식으로 취급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밀가루 반죽에 감자, 사워 크라우트, 다진 고기 등을 넣고 조리한 음식인데, 아르메니아처럼 사워 크림을 곁들이거나 튀긴 양파와 함께 먹는다. 비슷한 음식으로 러시아의 펠메니(пельмень)가 있다.
▲ 스웨덴의 크롭카카(Kroppkaka), 무려 '잼'을 발라 먹는 만두류다!
<이미지 출처 : https://toppratter.se >
신기할 정도로 전 세계 만두류 음식이 생김새와 만드는 방법이 비슷하다. 심지어 이들 음식들은 명절이나 기념일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함께 빚어 먹었다는 점까지도 같다. 설날이 코 앞인 우리나라에서는 만두가 어떻게 발전했을까?

현대에 이르기 전, 우리나라에서 만두가 발달했던 지역은 이북 지역이었다. 역사적으로 충청도 이남 지역에서는 만두를 먹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남부 지방에 밀이나 메밀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남부 지역에서는 만두 대신 쌀로 만든 떡을 주로 먹었다. 이북 지역에서 발달한 우리나라 만두는 중국의 자오쯔(교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다만 중국과는 달리 밀가루와 돼지고기가 귀했던 우리나라에서는 밀가루 대신 메밀가루나 감자가루로, 돼지고기 대신 꿩고기나 어패류, 두부, 야채 등을 넣은 음식으로 발전했다. 현재 우리는 곡물로 만든 만두피 안에 다양한 소를 넣은 음식을 만두라 칭하고 있다. 단, 소로 팥을 넣은 경우는 만두가 아닌 호빵이라 부른다.
▲ 많은 한국인의 추억을 보유한 해태제과 고향만두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는 만두는 바로 우리나라의 ‘냉동만두’다. 우리나라에서 냉동만두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해태제과와 도투락식품이 손을 잡고 내놓은 ‘고향만두’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여러 업체가 연이어 냉동만두를 내놓기 시작했다. 냉동만두는 당시만 하더라도 힘들고 번거로운 빚는 과정이 생략된 음식이어서 주목을 받았으며, 냉장고 보급률 증가추세와 맞물리면서 국민적인 먹거리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 왕만두 신드롬으로 냉동만두 시장 1위를 석권한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시리즈
<이미지 출처 : CJ제일제당 보도자료>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인기였던 만두는 군만두였는데, 2000년대에는 웰빙 열풍을 타고 물만두가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업체간 냉동만두의 크기 경쟁이 시작되고, ‘왕만두’가 주된 화두로 떠올랐다. 크기에 이어 맛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부터였다. 주로 갈아서 넣는 만두소 재료를 큼직하게 썬 제품들이 각광을 받았다. 만두소의 육즙이 화두가 됐고, 씹는 맛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돼지고기, 채소, 두부, 당면 정도였던 만두소의 종류도 다양해 졌다. 만두 맛 경쟁의 연장선에서, 최근 들어서는 만두피의 두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 전무후무한 히트를 기록한 풀무원의 얇은피 만두 시리즈
<이미지 출처 : 풀무원 보도자료>
풀무원이 0.7mm 두께의 얇은 만두피 제품을 내놓아 출시 열흘 만에 50만 봉지를 판매하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냉동만두 업체들은 연이어 얇은 만두피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만두가 중국, 일본의 것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북미 시장에서는 ‘건강함’을 전면에 내세웠던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식 만두보다 피가 얇으며, 고기와 함께 채소가 듬뿍 들어간 점에 사람들은 주목했다. 또한 만두를 만들어 바로 얼리는 다른 나라의 냉동만두와는 달리, 우리나라 만두는 한 차례 쪄서 얼려서 조리 시간이 짧다는 점도 좋은 평을 받았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성공한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덕분에 연 매출 2조 원을 넘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글 / 최덕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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