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 기념일들이 많은 달, 5월. 이들은 쉴 새 없이 흐르던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한다. 일에 치여 소홀히 대했던 부모님께 마음을 표현할 시간을, 그리운 선생님을 찾아뵐 명분을, 멀어졌던 자연과 가까워질 기회를 준다. 이날들은 그간 못 했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그 시간과 가장 어울리는 선물이 무엇일까. 필자는 단연 ‘차’라고 생각한다. 차는 고요한 정적을 채우는 힘이 있다. 재미있는 건, ‘차담’, ‘티타임’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그 외의 음료 뒤에는 ‘이야기’라는 단어가 붙지 않는다. 이는 ‘차’는 예의와 교류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과거에는 국가간 예의를 표하는 선물이었다"
사실, 차가 이러한 역할을 한 것은 오래전 부터다. 송나라 인종은 고형차를 눌러 용과 봉황의 무늬를 찍어 고려에 예물로 보냈다. 그것이 바로 황실의 권위를 나타내는 용봉차(龍鳳茶)다. 고려 또한 원나라에 예물을 보낼 때 향차 등을 빼놓지 않았다. 국가와 국가 간의 예를 상징할 정도로 귀한 선물이었던 셈이다. 질 높은 찻잎 자체가 희귀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품질을 사람의 손으로 직접 선별하고, 수작업으로 찌고 빻는 행위에 모두 ‘정성’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번 장에서는 그런 국내의 ‘차’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는 5곳의 브랜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속에 담긴 스토리와 철학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향이 궁금해질 것이다.
"몸과 마음을 지키는차, 보성제다"
출처: 김영선TonyKimDaily
첫 번째로 소개할 브랜드는 ‘보성제다’다. 전라남도 보성은 국내 최대 녹차 생산지다. 2019년 기준 건엽 생산량이 무려 1,469톤으로, 전국의 녹차 건엽 생산량의 36.3%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715개의 농가가 찻잎 수확부터 차밭 관리까지 손수 일궈내고 있다. 즉, 산비탈에 등고선처럼 형성된 차밭을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가꾼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유기농업을 한다는 것은 일반 평지보다 3배 이상의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보성제다는 ‘몸과 마음을 지키는 차’라는 명목하에 이러한 친환경적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
보성제다 유기농 보성녹차 다향 곡우 100g (1개) (46,800원)
‘보성제다 유기농 보성녹차 다향 곡우 100g’과 ‘보성제다 유기농 보성녹차 예향 세작 100g’은 그런 보성제다의 착한 고집 속에서 탄생한 제품들이다. 녹차는 찻잎을 채취한 시기별로 제품을 구분한다. 국내 녹차 제품들은 찻잎 재배 시기를 5단계로 구별해 제품에 표기하고 있다. 다향은 우전 다음의 두 번째 시기로, 곡우(4월 20일) 절기 전후에 채취한 찻잎을 사용했다. 맛은 곡물의 단향과 함께 부드러운 맛이 풍부하여 마니아층이 많다.
보성제다 유기농 보성녹차 예향 세작 100g (1개) (31,600원)
예향(세작)은 세 번째 시기, 즉 4월 말부터 5월 초의 어린 찻잎을 채취한 제품이다. 연녹색 찻물 색에 싱그러운 향과 풋풋한 맛을 가지고 있다. 적은 양으로도 깊은 맛이 우러난다는 것도 특징이다. 더불어 한 모금 머금는 순간, 입안이 정화되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는 차다. 음용법은 80℃의 200ml 물에 찻잎을 2g 넣고, 1분 우린 뒤 머금으면 된다.
보성제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보성제다는 1996년 농가가 모여 만든 영농조합 법인으로 시작했다. 1997년 보성녹차 상표를 등록하고, 2002년에 ‘보성녹차’를 지리적 표시 1호로 등록했다. 또한 홈페이지에 매해 갱신한 유기가공식품 인증서를 게시해 고객들에게 ‘보성녹차’의 신뢰감을 더한다. 최근에는 젊은 층을 타깃 한 깔끔한 디자인의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화산재 투성이에서 일궈낸 희망, 오설록"
출처: 오설록 월차생활
두 번째로 소개할 브랜드는 ‘오설록’이다. 오설록은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녹차의 생명력에 대한 감탄의 표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전 연령층이 알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지만, 그 과정에는 아모레퍼시픽 故 서성환 회장의 집념이 들어있다. 그는 국내에 묻혀가는 차 문화를 살리겠다는 집념으로 1979년 제주도의 돌송이차밭을 찾았다.
당시 그곳은 돌멩이처럼 잘게 부서진 화산재 투성이라 전혀 씨앗을 심을 수 없었지만, 그는 산과 바다를 동시에 접한 이곳을 개간하면 아주 질 좋은 찻잎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후, 한라산을 지난 대기가 차광 효과를 내 찻잎의 색을 좋게 만드는 ‘서광차밭’과 마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들어 녹차 맛이 좋다는 ‘한남차밭’까지 총 세 군데의 차밭을 개간해 현재까지도 좋은 차를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우전 60g(1개) (56,000원)
그중에서도 딱 두 가지를 꼽아서 추천하자면, 개인적으로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우전 60g’과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세작 80g’을 추천하고 싶다. ‘우전 60g’은 곡우 전, 이른 봄에 딴 찻잎으로 ‘첫물차’라고도 한다. 가장 먼저 해가 드는 제주 한남차밭에서, 양이 얼마 되지 않는 가장 어린 찻잎을 전통 방식으로 정성스레 덖어 만든다. 맛은 감칠맛과 구수한 풍미가 매우 깊은 편이다. 맛 만 큼이나 패키지 역시 고급스러워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기 좋다.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세작 80g (1개) (32,200원)
‘세작 80g’은 곡우와 입하(양력 5월 6일경) 사이에 채엽한 차다. 잎이 다 펼쳐지지 않은 모습이 참새의 혓바닥을 닮았다고 해 ‘작설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린 새순으로만 만들어 산뜻한 향과 감칠맛이 강하다.
고소함이 적당하며, 쓴맛은 덜하다. 마시는 방법은 앞서 소개한 우전과 동일하며, 70℃의 300ml 물에 찻잎을 티스푼으로 두번 정도 넣고, 1분 30초 동안 우린 뒤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오설록 프리미엄 녹차 와플, 그린티 랑드샤 등 함께 곁들이기 좋은 다과까지 살펴보는 것도 추천한다.
오설록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오설록은 2001년 제주도에 오설록 티 뮤지엄을 개관했다. 이후, 차 업계 최초 전공장 HACCP 인증을 받았다. 서양식 문화가 밀고 들어온 자갈밭 속에서 고유한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이 브랜드의 모습은, 이름 그대로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녹차의 생명력’을 닮았다.
"차 산업의 역사를 담다, 화개제다"
출처: 서경방송NEWS
세 번째로 소개할 브랜드는 ‘화개제다’다. ‘화개장터’라는 노래로 유명한 전라북도 화개동에 위치한 지리산 야생차 전문업 브랜드다. 화개제다의 전 대표 故 홍소술 명인은 한국 근현대 ‘차 산업’의 선구자이자 산증인이다. 1958년, 그는 전쟁이 모든 걸 뒤엎고 떠난 폐허에 차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1959년, 화개동에 야생 녹차밭 1만 평을 확보했다. 해발 1,200m가 넘는 지리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남쪽으로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나 흐르는 이곳을 되살리고자 했다. 1961년에는 하동군 화개면에 제1공장을 준공했다. 화개 지역 개별농가에 차 씨를 나눠주어 심게 해, 잎이 올라오면 그것을 사들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홍 명인은 2007년 전통식품명인 30호로 인정받기에 이른다.그리고 2022년, 향년 92세의 나이로 타계하기 전까지도 국산 녹차를 세계적인 명차로 만들기 위해 힘썼다. 그런 홍 명인이 타계한 이후에도 화개제다는 여전히 단순한 기업적 이익을 넘어서, 화개 지역이 차의 본향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고 있다.
화개제다 옥로 우전 80g (1개) (80,100원)
역사가 길다 보니 제품도 그만큼 다양해서 선택이 더 어렵다. 하지만 그중에서 과감히 두 개를 꼽자면, 일단 ‘화개제다 옥로 우전 80g’를 추천하고 싶다. 무려 ‘왕의 녹차’라 불리는 이 제품은 매년 4월 곡우(4월 20일) 전 지리산 골짜기 야생차밭에서 가장 처음 올라온 어린 새순을 채엽해 전통 수제 기법으로 제다했다. 맛은 여린 듯 은은하고 향은 매우 기품 있다. 그러나 생산량이 적어 세작, 중작, 대작 등에 비해 값이 다소 비싸다. 하지만 화개제다의 50년 역사를 담은 대표작이니만큼, 소중한 이에게 선물할 용도라면 믿고 준비해도 좋을 것이다. 음용법은 200ml 물의 온도를 60~80℃ 맞추어 찻잎 2g 정도를 넣은 뒤, 2~3분 우린 뒤 마시면 된다.
화개제다 옥로 발효차 60g (1개) (31,500원)
두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제품은 ‘화개제다 옥로 발효차 60g’이다. 은은한 붉은색 케이스가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신선한 녹차를 살짝 덖어 적절한 온도에서 발효시켜 만든 발효차다. 특징은 산화와 숙성을 거쳐 구수하고 개운한 맛으로, 하루 종일 먹어도 편안함을 준다.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기관지를 깨끗이 하는 데 이보다 좋은 제품은 없을 것이다.
"품질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다농원"
다음으로 소개할 브랜드는 ‘다농원’이다. 차 다(茶)자를 써서 ‘자연과 문화를 담아 삶의 행복을 전하고자 한다’는 뜻을 가졌다. 이름에 걸맞게 드넓은 제주 협력 다원 및, 증열부터 분쇄까지 6단계의 체계적인 덴차(てん茶) 생산 공정을 보유하고 있다. 덴차(てん茶)는 절구에 빻거나 졸이지 않고 줄기와 잎맥만 제거한 뒤 그대로 건조한 차를 말한다. 이외에도 100% 제주산 유기농 녹차를 사용하고, 균일한 600mesh 입자의 최고급 녹찻잎을 갈아 친환경 가루 제품을 생산하는 등 최대한 일정하고 정확한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농원 유기농 세작 덖음차 40g (1개) (10,030원)
다농원의 제품 중 소개할 것은 ‘다농원 유기농 세작 덖음차 40g’이다. 곡우와 입하(양력 5월 6일경) 사이에 채엽한 잎을 사용했다. 잎이 다 펼쳐지지 않은 모양이 참새의 혀를 닮았다고 ‘작설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청정 제주 유기농 덖음 차임에도 불구하고 가성비가 좋다는 점이다. 타사 대비 10~20%가량 저렴하다. 마시는 방법은 다관에 70℃~80℃ 정도의 물 200mL에 티스푼으로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넣고 2~3분 우려내서 먹으면 된다.
"한국 고유의 녹차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녹차원"
출처: NOKCHAWON
끝으로 소개할 브랜드는 ‘녹차원’이다. 녹차원은 1992년 차류 전문 기업으로 출발했다. 모토는 ‘세계인과 함께 즐기는 건강한 한국의 차와 식음료’다. 녹차를 ‘Green Tea’라 표기하지 않고 ‘NOKCHA’로 표기했다. 세계에 한국 고유의 녹차(NOKCHA)를 알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또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라 불리는 2가지의 사회적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 2007년부터는 월드비전의 식수 지원 사업을 후원 중이다. 깨끗한 물과 흙에서 피어난 녹차 제품을 개발하는 만큼, ‘물’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을 통해 10명의 임직원이 1명의 국제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다. 녹차원의 인력이 늘어나는 만큼, 후원받는 어린이들도 늘어날 수 있도록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 중이다.
녹차원 작설 덖음차 40g (1개) (8,300원)
녹차원의 대표 제품으로는 ‘녹차원 작설 덖음차 40g’이 있다. 찻잎이 지닌 수분만을 활용해 덖기 때문에 풀향이 적고 구수하다. 2g 정도의 찻잎을 다관이나 티 망에 넣고 70℃~80℃ 정도의 물 1컵에 2분 정도 우려낸 후 마신다. 깔끔함보다 구수함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제품 용기 또한 견고한 종이 원기둥 상자에 은은한 살구색 색상으로 사용하는 이의 기분을 좋게 한다. 평소 덖음차를 비싼 가격에 접하지 못해 아쉬웠다면, 가성비와 멋 모두 챙긴 이 제품을 시도해 보자.
이상으로 5가지 브랜드의 고급 잎차 제품에 대해 알아보았다. 잎차는 만드는 순간부터 정성이다. 씨앗을 뿌리는 마음, 손으로 하나하나 떼는 마음, 한눈팔지 않고 덖는 마음, 곱게 포장하는 마음이 들어있다. 우리가 잎차 뚜껑을 여는 순간, 마음이 시원해지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물을 청하는 왕건에게 버들잎을 띄워 건넨 나주 오씨의 설화처럼, 이번 달은 사랑하는 이에게 잎차를 선물해 보자. 눈 깜빡할 새에 다가온 봄을 더욱 천천히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 오늘 소개한 제품 한 번에 비교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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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
보성제다 |
보성제다 |
아모레퍼시픽 |
아모레퍼시픽 |
제품명 |
유기농 보성녹차 다향 곡우 |
유기농 보성녹차 예향 세작 |
오설록 우전 |
오설록 세작 |
용량 |
100g |
100g |
60g |
80g |
10g당 가격 *23년 4월 12일 기준 |
4,679원 |
3,160원 |
9,333원 |
4,025원 |
구매 POINT |
곡물의 단향과 함께 부드러운 맛 풍부 |
싱그러운 향과 풋풋한 맛 |
감칠맛과 구수한 풍미 |
산뜻한 향과 감칠맛 |
실시간 최저가 |
1개/46,780원 |
1개/31,600원 |
1개/56,000원 |
1개/32,2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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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
화개제다 |
화개제다 |
다농원 |
녹차원 |
제품명 |
옥로 우전 |
옥로 발효차 |
유기농 세작 덖음차 |
작설 덖음차 |
용량 |
80g |
60g |
40g |
40g |
10g당 가격 *23년 4월 12일 기준 |
10,013원 |
5,250원 |
2,508원 |
2,075원 |
구매 POINT |
은은한 맛과 기품있는 향 |
구수하고 개운한 맛 |
타 제품 대비 가성비 GOOD |
구수한 맛이 일품 가성비도 GOOD! |
실시간 최저가 |
1개/80,100원 |
1개/31,500원 |
1개/10,030원 |
1개/8,300원 |
기획, 편집 / 다나와 김주용 jyk@cowave.kr
글 / 정누리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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