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햄, 소시지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햄과 소시지같은 육가공 식품은 직접 고기를 조리해서 먹거나 음식점을 가지 않는 이상 가장 간편하게 고기를 섭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주원료로 하는 햄이나 소시지, 통조림과 같은 제품들은 조리도 쉽고 맛도 좋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식품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공 식품’인 만큼 제품마다 맛이 천지 차이인데, 제품의 종류가 다른 탓도 있지만 원료에 있어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육가공 식품류에서 정말 중요한 개념은 바로 '발골육'이다. 잘 알다시피 도축 후 상품성이 있는 부위들은 별도로 분리하여 취급한다. 돼지의 경우 삼겹살, 목살 등으로 정형하고 닭은 가슴살, 다리 등으로 분리 유통된다. 그렇게 상품성 있는 부위를 모두 분리한 후 남은 뼈에 붙은 고기, 즉 발골육(發骨肉, Deboned meat)을 기계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재료화한 것이 발골육이다. 발골육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대체로 기계로 뼈를 갈은 뒤 철망에 강한 압력을 가해 고기를 분리하며, 반죽과 같은 형태로 모이는 가운데 근육과 지방조직, 그리고 신경이나 힘줄과 같은 조직들도 섞여 들어간다.
이렇게 모인 발골육은 어떤 제품을 만드냐에 따라 처리 방법도 달라지는데 케이싱에 넣어 훈연하는 소시지와 다양한 방식으로 숙성시키는 햄, 통조림에 담아 보관하기 좋게 만드는 통조림 햄 등 그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공통점은 원재료인 돼지고기 함량이 적으면 적을수록 이런 기계 발골육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물론 기계 발골육이 많이 들어가면 가격은 더 저렴해지지만, 돼지고기가 주는 오리지널의 맛은 적어진다는 게 함정.
또한 각 제품은 저마다 들어가는 재료나 함량은 다르지만 제작 과정에서 보존, 맛, 식감 등을 이유로 추가 성분을 넣는데, 대표적인 것이 향료나 보존제, 점성을 높이기 위한 전분, 그리고 다른 종류의 고기 등이 있다. 과거 초등학교나 중학교 등에서 과학 실험 중 소시지 단면에 요오드 액을 떨어뜨렸을 때 일부 제품서 보라색으로 반응이 나타나는 경험을 한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이런 반응의 이유가 바로 추가 성분으로 들어가는 전분 때문이다. 가격을 맞추기 위해 돼지고기 함량을 낮추고 기계 발골육과 전분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보다 고기에 가까운 육가공 품류를 먹기 위해서 브랜드나 제품 설명만을 보는 것이 아닌, 제품의 뒷면에 빼곡히 적혀 있는 성분표도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야 한다.
소시지도 돼지고기 함량을 꼭 체크!
▲ 청정원 리치부어스트 오리지널 1.5kg 20,710원 원재료 표시
<이미지 출처 : 오픈마켓 페이지>
▲ 롯데햄 칼집낸 스모크비엔나 1kg 8,890원 원재료 표시
<이미지 출처 : 오픈마켓 페이지>
우선 소시지의 경우 대상의 ‘청정원 리치부어스트 오리지널 1.5kg’는 돼지고기 91.52%의 함량인 반면 롯데푸드의 ‘롯데햄 칼집낸 스모크비엔나 1kg’ 제품의 경우 돼지고기 38.91%에 닭고기 11.97%(기계발골육)가 들어있다. 당연히 청정원 제품의 가격이 두배 이상 비싸다.
▲ 하림 칼집낸 요리비엔나 1kg 5,500원 원재료 표시
<이미지 출처 : 오픈마켓 페이지>
그리고 치킨 소시지 중 하나인 하림의 ‘칼집 낸 요리비엔나 1kg’ 제품은 일반적인 소시지와 반대로 닭고기 65.9% (기계발골육 56.5% 스킨 9.4%) 돈지방 9.4%의 함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1kg에 최저가 5,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이런 면모에서 나온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닭고기가 더 많은 햄도 있다
햄은 생햄이냐 프레스햄이냐에 따라 또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돼지고기는 익혀 먹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강해 프레스햄을 주로 먹었으나 서양서 장기 보존식 중 하나로 사용되던 프로슈토, 하몽 등의 생햄이 와인 문화와 함께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 목우촌 주부9단 살코기햄 1kg 8,720원 원재료 표시
<이미지 출처 : 오픈마켓 페이지>
▲ 삼호햄 삼호 스모크햄 1kg 2,810원 원재료 표시
<이미지 출처 : 오픈마켓 페이지>
이 중 프레스햄은 고기를 갈아서 첨가물 넣고 압착한 다음 열을 가하고 훈연하는 방식으로 고기를 갈아서 넣으니 돼지고기 함량이 제품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목우촌의 ‘주부9단 살코기햄 1kg’가 돼지고기 93.2%를 사용하고 있으며, 닭고기가 주 성분인 삼호햄의 ‘삼호 스모크햄 1kg’는 닭고기(기계발골육) 69.7% 돼지고기 4.74%, 그리고 옥수수전분 등이 담겼다. 당연히 가격은 거의 3배차이.
스팸과 런천미트, 꼭 구분하자!
역시 장기 보존식 중 하나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통조림 햄의 경우도 먹어 보면 맛이 다른데, 이 역시 제품마다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 CJ제일제당 스팸 클래식 200g 2,360원 원재료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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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기업 런천미트 200g 1,040원 원재료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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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우촌 뚝심 오리지널 200g 2,190원 원재료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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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 햄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CJ제일제당의 ‘스팸 클래식 200g’에는 돼지고기가 92.44%가 들어있으며, 한성기업의 ‘런천미트 200g’에는 돼지고기가 36.36%, 닭고기가 32.14% 각각 섞여있다. 한 때 ‘군스팸’으로 인기가 높았던 목우촌의 ‘뚝심 오리지널 200g’에는 돼지고기 비율이 83.74%로 가성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제품별로 천차만별인 발골육과 그외 성분의 조합에 따라 가격대와 맛, 조리법 등에 있어 전혀 다른 기대치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돼지고기 함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맛이 좋다는 건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우리는 선택의 기준이 어디냐에 따라 혀에서 느껴지는 맛 또한 제각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맛있는 한끼에 이들 제품을 고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글 / MrEGOIST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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