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끔 주변 사람들 중에 '대체 신이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능력도 좋고, 성격도 좋고, 외모도 끝내주고, 집에 돈도 많은 사람들 가끔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엄친아 또는 끝판왕, 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재수 없다'라고 하기도 하죠.
IT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라는 명대사가 떠오르는, 모든 스펙을 다 갖춘 넘사벽 하이엔드급 제품들이 있죠. 관련 분야에서 눈에 띄게 뛰어난 제품을 소개하는 코너. <이 구역의 미친X>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노이즈캔슬링 이어폰 구역의 미친X]
음향기기를 넘어 의료기기를 넘본다!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의 새로운 진화형
젠하이저 컨버세이션 클리어 플러스(Conversation Clear Plus)
지난 9월 4일, 독일의 유서 깊은 음향기기 기업인 젠하이저에서 입을 떡 벌리게 하는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젠하이저 컨버세이션 클리어 플러스(실시간최저가 952,000원)가 그 주인공인데요, 겉보기에는 여타 노이즈캔슬링 이어폰과는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가격이 범상치 않습니다.
[사운드] 100dB / 20Hz~20kHz / 오디오코덱: SBC
[기능] 멀티페어링 / 멀티포인트 / 주변소리듣기 / ANC자동최적화 / ANC모드선택 / 대화감지 / MEMS마이크 / 빔포밍마이크
[배터리] 이어버드: 9시간 / 최대 재생시간: 27시간 / 충전단자: USB타입C
[기타] 이어버드: 5.7g / 충전케이스: 55g / 블루투스 v4.2
삶의 질을 높이는 히어링 케어
젠하이저 컨버세이션 클리어 플러스는 119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다소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는데요, “이 가격이면 귓구멍 통풍에, 마사지 기능도 있어야 하는 거 아냐?”라는 회의적인 의견도 꽤 있었죠. 대부분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의 이 제품, 젠하이저는 왜 이런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출시한 걸까요?
▲ 소노바그룹은 지난 2021년 젠하이저의 소비자 가전 사업부를 인수했습니다.
이 제품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특징에 앞서, 젠하이저의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젠하이저는 2021년 소노바그룹에 인수되었는데요, 이후 소노바그룹은 ‘듣는 즐거움으로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비전으로 젠하이저의 기존 오디오 라인업에 히어링 케어 부문을 신설했습니다. 참고로 소노바그룹 산하에 있는 '포낙'은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보청기 브랜드입니다.
▲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반응하는 빔포밍 마이크를 탑재했어요.
또한 새롭게 신설된 젠하이저 히어링 케어 부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어폰입니다. 의학 제품은 아니지만 경도성 난청 환자와 노약자를 대상으로 좀 더 편안한 청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출시되었죠.
실제 젠하이저 측은 덴마크 기술 실험 기관 포스 테크놀로지와 청취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컨버세이션 클리어 플러스 사용자 95%가 시끄러운 환경에서의 음성 청취가 착용 전보다 향상되는 경험을 했다고 발표한 바 있어요.
청취 환경 자동 인식 프로그램
젠하이저 컨버세이션 클리어 플러스는 대화용 무선 이어폰 콘셉트으로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타인과의 즐거운 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이어폰이라는 거죠. 시끄러운 환경 탓에 상대방의 말소리가 제대로 안 들릴 때, 혹은 의학적인 문제로 청각에 이상이 생겼을 때 이 제품을 착용하면 보다 수월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해요.
그렇다고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과 차별화되는 아주 생소한 기술을 적용한 것은 아닌데요, 특정 음역대의 소리를 상쇄해 소음을 제거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에,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하고 증폭시켜 들려주는 음성 개선 기술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점이 포인트입니다. 보청기와 비교할 정도라고 하네요.
▲ 상황별 3가지 모드를 제공하며, 필요에 따라 맞춤 세팅도 가능합니다.
더불어 젠하이저 컨버세이션 클리어 플러스의 핵심은 마이크입니다. 그것도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분석하는 반응형 빔포밍 마이크죠. 그래서 사용자가 따로 설정을 변경할 필요 없이 각 상황에 따른 최적의 설정값을 도출해 곧바로 적용합니다.
▲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리와 관련한 다양한 설정을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상황 감지는 조용한 환경, 보통의 환경, 시끄러운 환경으로 구분합니다. 해당 환경에 맞춰 빔포밍 마이크가 대화 상대의 말소리를 픽업하고 더욱 선명하게 들려줍니다. 물론 전용 앱을 통해서 세부적인 볼륨 조절도 가능해요.
이어폰 본연의 기능도 충실
젠하이저 컨버세이션 클리어 플러스가 보청기의 역할을 한다고는 하나 이어폰은 이어폰입니다. 상황별 커뮤니케이션 모드 외에도 기본적인 노이즈 캔슬링 모드와 음악과 영상 콘텐츠에 최적화된 스트리밍 모드를 제공하며 이어폰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하죠.
▲ 이어버드 무게는 5.7g입니다. 참고로 에어팟 프로 2세대는 5.3g, 갤럭시 버즈2 프로는 5.5g이죠.
블루투스는 4.2버전(class1, 10mW)을 탑재했습니다. 동시 연결 가능한 기기는 2대까지며 디바이스 간 자동 전환을 지원합니다. 이미 연결 속도와 전송 범위가 향상된 BT 5.0이 나온 상황에서 이전 세대를 선택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동일한 코덱을 사용했다면 사실상 음질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으니 굳이 BT 5.0을 고집할 필요는 없죠.
배터리는 최대 9시간 동안 버틸 수 있습니다. 충전 케이스를 사용한다 치면 별도의 전기 공급 없이 최대 27시간까지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어요. 충전 소요 시간은 약 5시간입니다. 참고로 USB-C 타입을 활용해 충전한답니다.
색다른 효도선물이 될 수 있을까?
젠하이저 컨버세이션 클리어 플러스는 초고가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입니다. 페라리와 콜라보레이션 했다는 뱅앤올룹슨 Beoplay EX Ferrari(856,490원), 프랑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의 드비알레 GEMINI 2(620,000원)의 가격을 훌쩍 뛰어넘죠. 그러나 난청의 불편함과 보청기 가격을 고려하면 나름 괜찮은 선택지일지도 모릅니다. 평균적으로 보청기는 한 쪽 당 대략 100만 원 정도의 예산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100만 원 남짓한 가격으로 보청기 기능과 이어폰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니 누군가에겐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에게 미리 귀 건강을 챙기시라는 의미에서 선물하기에도 좋을 듯하네요. 다만 이런 소수의 케이스가 아니라면, 쉽사리 지갑이 열리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글 / 양윤정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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