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끔 주변 사람들 중에 '대체 신이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능력도 좋고, 성격도 좋고, 외모도 끝내주고, 집에 돈도 많은 사람들 가끔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엄친아 또는 끝판왕, 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재수 없다'라고 하기도 하죠.
IT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라는 명대사가 떠오르는, 모든 스펙을 다 갖춘 넘사벽 하이엔드급 제품들이 있죠. 관련 분야에서 눈에 띄게 뛰어난 제품을 소개하는 코너. <이 구역의 미친X>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써멀그리스 구역의 미친X]
‘울트라 하이 퍼포먼스’라는 표현이 딱 맞는
숙련된 사용자용 초고성능 써멀 컴파운드
Thermal Grizzly Conductonaut extreme (1g)
써멀그리스, 써멀구리스, 써멀컴파운드. 사실 뭐 어떻게 부르든 간에 해당 제품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CPU와 쿨러 바닥면이 맞닿는 부분에 바르면 된다.
'아니 뭐 그런 것까지 발라? 그냥 CPU 위에 쿨러만 얹어 두기만 해도 되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아니다. CPU와 쿨러가 맞닿는 면은 겉보기에는 평평해 보이지만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굴곡이 있다. CPU와 쿨러가 완벽하게 밀착해야 CPU의 열이 쿨러에 제대로 전달되기에, 그 간격을 메워주는 써멀그리스가 필요하다.
시중에는 수많은 써멀그리스가 있지만, 그중 범접하기 힘든 성능, 그리고 매우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제품이 있다. Thermal Grizzly Conductonaut extreme(1g 25,820원, 5g 117,800원)이다.
써멀컴파운드(그리스) / 무게: 1g / 써멀유형: 주사기형 / 용량: 1g / 열전도율: 77W/(m·K)
77W/m·k이라는 극강의 열전도율!
써멀그리스도 제품에 따라 성능이 나뉜다. 좋은 써멀그리스일수록 열전도율이 높아 쿨링 효율이 올라간다. 써멀그리스는 실리콘 오일, 액체 금속 계열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실리콘 오일 계열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써멀그리스의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제품에 따라 상이하지만 열전도율은 보통 1.2~14W/m·K 사이다.
▲ 어떤 써멀그리스를 쓰는지에 따라 쿨링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컨덕토넛 익스트림(Conductonaut extreme)은 액체 금속 계열의 써멀그리스다. 써멀그리스가 액체라고? 다소 생소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액체 금속 계열의 써멀그리스는 갈륨과 인듐, 주석의 합금으로 만들어져, 수은과 유사한 액체 상태의 금속의 모습을 보이며 전도성이 높아 30~80W/m·K라는 엄청난 열전도율을 자랑한다.
이러한 액체 금속 계열의 써멀그리스 브랜드 중 특히 눈여겨봐야 할 브랜드가 써멀 그리즐리(Thermal Grizzly), 일명 곰써멀이다. 써멀 그리즐리는 독일의 쿨링 솔루션 브랜드로, 최고의 쿨링 성능을 원하는 오버클럭커들에게 써멀라이트(hermalright)와 더불어 아주 잘 알려져 있는 브랜드다.
그중 컨덕토넛 익스트림(Conductonaut extreme)은 무려 77W/m·k이라는 엄청난 열전도율을 자랑한다. 국민 써멀그리스라 불리는 ARCTIC MX-4(4,900원)의 열전도율이 8.5W/mk에 불과한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차이다.
뚜따용으로 인기? 도대체 왜?
컨덕토넛 익스트림은 뚜따용으로 많이 찾는 제품이다. '뚜따'의 정식 명칭은 IHS(Intergrated Heat Spreader) 튜닝이다. IHS 튜닝은 CPU의 뚜껑인 히트스프레더(구리 재질로 만들어진 얇은 판)을 제거하고 CPU 히트스프레더와 코어 사이의 써멀그리스를 더 좋은 것으로 도포하는 작업을 말한다.
‘그런데 이걸 왜 해?’ 이런 의문이 생겼다고? 뚜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매우 번거롭고 위험하지만 이 작업을 하면 CPU의 열전도성이 높아져 온도를 더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다.
뚜따를 모르는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특히 뚜따는 인텔 CPU 유저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던 작업이었다. 인텔 CPU의 경우 내부에는 써멀그리스가 들어있는데, 이게 성능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똥써멀‘이라는 별명도 붙었을까. 이러한 이유로 오버클럭커들은 기존에 도포된 똥써멀을 제거한 뒤 열전도율이 높은 써멀그리스를 도포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해내곤 했다.
▲ 뚜따하는 모습. 한순간의 실수로도 수십만 원짜리 CPU가 고철 덩어리가 될 수 있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컨덕토넛 익스트림이 뚜따용으로 사랑받은 인기는 무엇일까? 역시 77W/m·K이라는 어마무시하게 높은 열전도율 덕분이다. 컨덕토넛 익스트림은 앞서 언급했듯 실온에서 액체인 갈륨 기반 합금이다. 일반적인 실리콘 계열의 써멀그리스와는 다르다.
그러나 컨덕토넛 익스트림은 알루미늄 히트싱크에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알루미늄 히트싱크에 사용하면? 갈륨과 반응한 히트싱크가 퇴화 합금이 돼 힘을 약간만 줘도 부서지게 된다. 그럼 억장도 와르르! 슬프고 괴로워진다.
▲ 컨덕토넛 익스트림은 갈륨이 닿으면 퇴화 합금 반응을 일으키는 재질과는 사용할 수 없다.
단, 알루미늄이 아닌 구리, 니켈, 실리콘 등과는 사용이 가능하다. 참고로, CPU 히트스프레더는 구리 표면에 니켈 층을 도금한다. 그래서 CPU 히트스프레더에는 컨덕토넛 익스트림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처음 그 느낌처럼
이번 기사는 여기까지다. 컨덕토넛 익스트림이 1g에 2만 원 중반인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필자 시점에서는 그 가격을 받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액체 금속 재질이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경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리콘 기반 써멀그리스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가열과 냉각이 반복돼 고체 상태가 된다. 그런 고체 상태에서는 본 기능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딱딱하게 늘러붙은 써멀그리스를 제거하고 새로 도포해 주면 온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액체 금속 재질인 컨덕토넛 익스트림은 굳지 않는다. 액체니 굳을 수가 없다. 그래서 늘 처음과 같은 컨디션을 유지한다. 아주 뛰어난 장점이다.
오버클럭 및 뚜따에 관심이 생긴다면 곰써멀은 단순히 비싼 제품이 아니라 아주 좋은 제품으로 인식이 변화하게 될 것이다. 마치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내가 뚜따를 알기 전에 그것은 다만 비싼 써멀그리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뚜따에 관심이 생겼을 때 곰써멀은 나에게로 와서...
기획, 편집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글 / 곽달호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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