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서 일하며 수많은 제품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다뤄 온 제가 직접 느낀 건, 똑똑한 소비는 세세한 정보와 꼼꼼한 비교에서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세부 사항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놓치는 정보를 바탕으로 혼수 가전을 준비한다면, 예산은 줄이고 만족도는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혼수 가전은 단순히 집을 채우는 물건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함께할 도구들입니다. 결혼을 앞둔(저요!) 예비 신부의 눈으로, 그리고 가격 비교의 경험으로 발견한 구매 꿀팁을 지금부터 함께 나눠볼게요!
[나의 혼수원정기]
저는 결국에 이 녀석을 간택했습니다
뚱냉이냐 키친핏이냐, 냉장고 그것이 문제로다
혼수 준비는 결혼 전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그중 냉장고는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다양한 옵션과 제한 사항이 구매 결정을 어렵게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아니 이건 사야 해~'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비싼 돈을 내고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고르고 싶지만, 신혼집을 '영끌'하느라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거든요. 신혼집을 구할 때처럼 비용 대비 최선의 선택이 되어줄 제품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 이 기사는 언급하는 냉장고는 모두 4도어 냉장고입니다.
4도어 세미 빌트인 vs 4도어 프리스탠딩, 뭐가 달라?
▲ 세미 빌트인 냉장고는 깊이가 700mm, 4도어 프리스탠딩은 930mm 남짓이에요.
제가 가장 첫 번째로 고민했던 건, 냉장고 브랜드도 아니고 용량도 아닌 제품 형태였습니다. 특히 저처럼 냉장고를 처음으로 구매하는 분들은 프리스탠딩 냉장고와 세미 빌트인 냉장고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이 많습니다.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길래 고민하는 걸까요?
▲ (맞춤법 흐린 눈) 저도 예랑이도 냉장고 사이즈는 다 같은 건 줄 알았는데요...
우선 프리스탠딩 냉장고는 독립적으로 어디든 설치할 수 있는 냉장고를 말합니다. 넉넉한 내부 용량(800L 이상)와 다양한 색상, 디자인이 특징으로, '뚱냉'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크기가 큰 편입니다. 주로 넓은 주방 공간에 적합하며, 별도의 가구와 조화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는데요, 설치가 간편하고 이동이 자유로워 가전제품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미 빌트인 냉장고는 빌트인은 아니지만, 마치 빌트인처럼 주방 가구와 일체화되어 설치되는 냉장고입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삼성전자의 키친핏(Kitchen Fit)과 LG전자의 빌트인 시리즈가 있죠.
이 제품들의 특징은 용량이 610~615L로 작고 냉장고의 깊이가 70cm 정도로 얕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싱크대장이나 냉장고장 밖으로 튀어나오는 '냉툭튀' 없이, 마치 태초부터 주방에 있었던 듯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죠.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아름다운 신혼집들처럼 집을 꾸미고 싶어, 애초부터 세미 빌트인을 고르려던 저였지만 결제까지는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첫 번째 들었던 고민은 기능과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돈다발을 흔들어도 가질 수 없는 기능들이 있었거든요. 저는 한 겨울에 얼어 죽어도 아이스'인 '명예 얼죽아'입니다. 그래서 자취생 때부터 얼음 정수기 냉장고가 너무나 갖고 싶었는데요, 하지만 얼음 정수기 냉장고는 세미 빌트인으로는 출시되지 않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아... 이럴 수가...
프리스탠딩 냉장고는 최신 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구조적 장점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고급 기능을 탑재한 모델들이 많습니다. 반면, 세미 빌트인 냉장고는 주방 가구와의 일체화를 위해 크기와 설계가 제한적이므로 일부 최신 및 고급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는 비단 얼음 정수기 냉장고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LG전자의 직수형 얼음 정수기 및 매직스페이스(홈바), 삼성전자의 패밀리허브(터치스크린으로 일정 관리/음악 스트리밍, 내부 카메라로 음식 상태 확인), AI 하이브리드 쿨링(에너지 효율 개선) 등 현재 최신 고급 기능들은 거진 다 프리스탠딩에만 탑재되고 있습니다.
작아서 저렴할 줄;;; 세미 빌트인의 반전
▲ 앗! 세미 빌트인, 프리스탠딩이랑 기능/용량 같은데 더 비싸다?!
저처럼 냉장고를 처음 구매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갖는 오해! 세미 빌트인 냉장고의 가격이 대체로 프리스탠딩보다 저렴할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오히려 부가 기능이 비슷하다면 세미 빌트인 냉장고가 대체로 가격대가 더 높은 편입니다.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아 생산량이 많지 않고, 작은 공간에 냉장고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 접목되어 비싸다는 소문이...)
LG전자 냉장고 중 무드업 기능을 탑재한 냉장고로 예를 들어볼까요? 각각의 모델명은 M874GNN3A1(빌트인, 4,448,730원), M624GNN3A2(세미 빌트인, 4,888,000원)입니다. 두 제품은 용량 차이만 날뿐(829L 프리스탠딩, 610L 세미 빌트인) 그외 기능적인 부분은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출시가는 660만 원으로 동일하며, 오히려 오픈마켓 최저가는 프리스탠딩이 더 저렴하죠.
▲ 프리스탠딩이 무조건 '냉툭튀'되는 냉장고는 아닙니다.
냉툭튀가 싫으시면 냉장고장을 맞춤 제작하거나 리폼하면 됩니다. 저는 돈이 없어서 포기!
해당 제품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대체로 모든 제품들이 세미 빌트인보다 프리스탠딩 쪽이 가격대가 낮습니다. 즉, 용량보다 기능을 따지는 소비자는, 같은 옵션이라면 세미 빌트인 타입의 냉장고보다 프리스탠딩 냉장고를 고르는 것이 가격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보관 공간이 너무 작다? 난 신혼이라 괜찮아!
냉장고 용량이 작다는 말은, 보관할 수 있는 양이 적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세미 빌트인으로 구매하면 대량 구매한 식료품이나 큰 조리 도구를 보관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또한, 선반 높이를 조절할 수 없는 모델도 많기 때문에, 수박 같은 세로 길이가 긴 음식들은 보관하기 어렵습니다.
▲ 딱 봐도 용량이 크지 않죠? 게다가 프리스탠딩과 달리 도어가 활짝 열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러한 단점들이 세미 빌트인 냉장고의 장점도 될 수도 있습니다. 과도한 음식 저장을 피하게 되어 식재료를 신선하게 관리 및 낭비를 줄일 수 있고, 깊이가 얕기 때문에 뒤에 놓은 식재료들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세미 빌트인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조합하면 용량도 넉넉하게 늘릴 수 있고 보기에도 예쁩니다.
용량이 부족하면 너무 불편하지 않냐고요? 그래서 세미 빌트인 냉장고 옆에 김치냉장고를 배치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세미 빌트인 냉장고처럼 깊이가 얕은 1도어 냉장, 냉동, 변온(삼성전자만 해당) 냉장고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제품을 나란히 놓고 써도 이질감이 없죠.
결론은 세미 빌트인! 삼성 VS LG 고민만 남았다!
저처럼 세미 빌트인에 관심이 생기셨다고요? 그렇다면 이제 삼성전자와 LG전자 중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시면 됩니다. 두 기업의 세미 빌트인 냉장고는 모두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주방 가구와 완벽히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었지만, 제품의 특징과 기능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삼성전자의 세미 빌트인 냉장고, 키친핏(Kitchen Fit)은 맞춤보관실 기능을 탑재합니다. 냉동실의 온도를 -23℃에서 4℃까지 조정해 다양한 식재료를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죠.
▲ 키친핏 냉장고는 냉동실 한 칸을 김치 냉장고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맞춤보관실의 가장 큰 매력은 김치냉장고처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약냉, 표준, 강냉 등을 선택할 수 있어 김치가 더욱 맛있게 보관됩니다. 또한, 와인, 맥주, 살얼음, 과일 보관에 용이한 온도로도 설정할 수 있습니다. 키친핏의 용량이 부족하지만 김치냉장고를 따로 사기 부담스러웠던 분에게 딱 좋은 기능이죠.
▲ 삼성전자 2024년형 키친핏 냉장고에 일부 탑재된 기능인 AI 하이브리트 쿨링.
그외 주목할 것은 AI 하이브리드 쿨링 기능입니다. 2024년형 삼성전자 냉장고에 처음 도입된 기능으로 평소에는 컴프레서 하나로, 필요할 땐 펠티어 소자까지 두 개의 쿨링이 더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덕분에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 대비 30%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해요. 앞으로는 이왕이면 이 기능을 탑재한 걸 고르는 게 좋겠죠?
가격은 어떨까요? 삼성전자 키친핏 냉장고는 4도어 기준 200~300만 원(인피니트 라인업 제외)대로, LG전자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시기만 잘 노리면 행사가로 100만 원 후반대로도 충분히 구매 가능하죠.
▲ 키친핏 냉장고는 4가지 소재의 도어 패널 중 취향에 맞는 컬러를 조합할 수 있습니다.
다, 삼성전자 키친핏은 도어 색상(재질)에 따라 가격이 10만 원대 이상 훌쩍 뛰는 점을 꼭 참고하세요! 도어 색상만 적당히 타협해도 더 저렴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요, 오픈마켓에서는 보통 '코타 화이트' 모 위주로 저렴하게 판매됩니다.
삼성 키친핏 냉장고, 고급형일수록 이 기능을 탑재해요!
긴 채소보관함 : 대파, 부추 등 길쭉한 채소를 손쉽게 넣을 수 있는 있는 내부보관함
투명 도어 : 가까이 다가가면 은은한 조명이 켜져 냉장고 안을 볼 수 있는 기능
오토 오픈도어 : 냉장고 가까이 손을 대면 센서가 인식해 자동으로 문을 열어줌
자동 아이스메이커 : 급수통에 물을 넣으면 위스키볼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빅 아이스메이커
메탈 쿨링도어 : 냉장실 벽면에 메탈 소재의 패널을 더해 온도 유지 도움
삼성 키친핏 추천 모델은?
삼성전자 비스포크 키친핏 코타 RF60DB9KF2(1,889,980원) : 키친핏 가성비 끝판왕! 자잘한 부가 기능을 제외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되었어요. 에너지등급은 2등급.
삼성전자 비스포크 키친핏 코타 RF60DB9342AP(3,300,000원) : 빅 아이스메이커 및 투어 도어, 오토 오픈도어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모조리 탑재! 고급형 중에서 가격대가 합리적인 편입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키친핏 패널별도 RF60DB9Z71APG(2,780,000원) : 최고급 라인인 인피니트 라인. 부가 기능은 다 탑재! 인피니트 라인의 고급스러운 패널로 인테리어 효과 UP! 냉장고 후면에 블랙 글래스 패널을 더해 냉기 유지력을 높였습니다.
*패널 별도라 실 구매가는 실시간 최저가보다 더 높아요.
LG전자 세미 빌트인 냉장고는 비교적 다양한 가격대의 라인업이 있어 선택지가 넓습니다. 가격 대비 기능이 풍부하지만, 고급형 모델로 갈수록 경쟁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더 높아지는 경우가 많죠. 또한, 삼성전자보다 프리미엄 모델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200~400만 원대로 다소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 멀티 수납 코너는 야채 칸 앞 쪽에 위치하며, 냉장고 공간 활용도를 높여줍니다.
LG전자 세미 빌트인 냉장고의 장점 중 하나로는 멀티 수납 코너가 기본적으로 탑재된다는 것입니다. 야채 칸 앞쪽에 위 치하는 코너로, 별도의 트레이를 부착하지 않아도 햄이나 치즈 등을 보관하는 등 공간 분리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죠.
▲ 급수통에 물을 넣을 필요가 없이 정수를 거친 물을 자동으로 둥근 얼음으로 바꿔줍니다.
최근에 출시된 신제품 중 가장 주목할 것은 STEM 라인업입니다. LG전자가 2024년에 선보인 새로운 직수형 냉장고 라인업으로, 직수관을 통해 깨끗한 물과 얼음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삼성전자는 없는 LG전자만의 강점이죠. 직수형 냉장고 스템은 정수기처럼 출수구가 있는 모델과 없는 모델 2가지 타입인데요, 세미 빌트인 라인업은 출수구가 탑재되지 않아, 자동 제빙 기능만 쓸 수 있습니다.
▲ 무드업 기능을 탑재한 LG 세미 빌트인 냉장고의 가격은 500~600만 원대입니다.
STEM 외에도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기능들은 노크온, 무드업입니다. 위 기능을 탑재할수록 비싸지는데요, 무드업의 경우 디자인적인 효과는 있지만 실사용에 크게 영향을 주는 기능이 아니기 때문에, 가성비를 따진다면 냉장고 냉기 유지에 좋은 '노크온'을 탑재하거나 아예 위 기능들을 탑재하지 않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그 외 부가 기능들도 제품의 가격대를 나뉘게 하는 요인입니다.
LG 세미 빌트인 냉장고, 고급형일수록 이 기능을 탑재해요!
무드업 : LED 컬러 도어. 전용 앱으로 도어의 색상을 자유롭게 변경 가능.
노크온 : 냉장고 문을 두드리면 하면 냉장고 안을 확인할 수 있음
접이식 선반 : 접이 선반을 활용해 큰 냄비, 수박 등을 손쉽게 수납할 수 있음
자동 정수 아이스메이커 : 정수된 물로 냉동실에서 위스키볼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크래프트 아이스메이커
LG 세미 빌트인 추천 모델은?
LG전자 오브제컬렉션 M623GBB042S(2,218,810원) : 딱 냉장고 기능에만 집중한, 가격 부담 없는 제품! LG전자 냉장고 중 가장 인기 좋은 은은한 베이지 색상이라 어디에 두어도 잘 어울려요~
LG전자 오브제컬렉션 노크온 M623GBB352(2,659,160원) : 노크온 기능으로 편의성을 높인 모델! 2023년 출시 제품이지만 가격대가 매우 합리적인 편이고, 웬만한 부가 기능도 다 탑재했어요.
LG전자 오브제컬렉션 STEM M625MRR052S(3,078,860원) : 크래프트(원형) 자동 제빙 기능을 탑재한 2024년형 냉장고 중 가성비가 좋은 모델입니다. 색상도 고급스러운 메탈 소재라서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쓸 수 있죠.
자 여러분께 저희집 냉장고를 소개합니다
"속이 꽉 찬 남자, 아니... 속이 꽉 찬 프리스탠딩, 예쁜 세미 빌트인....
가전은 LG라던데 김냉 기능까지 있는 삼성이 끌리는데... "
그 뒤에도 수 없는 고민의 시간을 보낸 저.... 하지만 이윽고 단번에 해결되었습니다. 구축 아파트의 좁은 현관문으로 4도어 프리스탠딩 냉장고는 문짝을 다 떼고도 진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죠. 아파트 층수 문제로 사다리차도 진입 불가 판정! 결국은 세미 빌트인 냉장고로 강제 선택 당해버렸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더 넓은 집으로 가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네요.
이사 가려면 돈 아껴야죠... 그래서 냉장고는 부가 기능 거의 없고 패널도 저렴한 LG전자 오브제컬렉션 M623MWW042S(2,197,310원)으로 골랐답니다. 아직은 만족하면서 잘 쓰고 있어요~
▲ 세미 빌트인인데 왜 냉툭튀냐고요? 제가 기존 냉장고장 사이즈를 잘못 체크했기 때문입니다. 하하!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c)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