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만에 다시 마주한 팀그룹과의 인터뷰는 다가오는 컴퓨텍스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진행됐다. 컴퓨텍스는 팀그룹에게도 중요한 발표 무대이자 방향성을 점검하는 자리인 만큼, 이번 만남은 지난 성과를 되짚고 향후 전략을 가늠하는 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왼쪽부터 진 샤오 (Jeanne Shao) 세일즈 KR 담당자, 샌디 차이(Sandy Tsai) 세일즈 ME 담당자)
이번 인터뷰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의 변화와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한국 시장에서의 반응과 향후 계획에 대한 팀그룹의 시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특히 DDR5 메모리 시장에서의 성과, SSD 제품군에 대한 전략적 고민, 디자인 방향성과 서린시앤아이를 비롯한 로컬 유통 파트너십에 이르기까지 팀그룹이 고민해온 다양한 주제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목적 기반 라인업 전략, 단순한 스펙 경쟁을 넘어
메모리와 스토리지 전문 브랜드 '팀그룹(TeamGroup)'은 최근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DDR5 메모리 시장에서는 삼성과 하이닉스라는 주요 업체 사이에서 다나와 기준 점유율 2위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보다는 세분화된 제품 전략과 현지화된 대응이 결합된 결과로 해석된다.
(왼쪽부터, T-Force, T-CREATE, Elite 라인업 제품)
팀그룹은 메모리 시장에서 다양한 사용자층을 고려한 제품 라인업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드코어 게이머를 위한 T-Force, 크리에이티브 및 AI 연산용 T-CREATE, 일반 사용자를 위한 Elite 라인업을 통해 사용자 목적에 따른 선택지를 제공한다. 또한 산업, 임베디드 용도의 별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어, B2C와 B2B 양측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T-CREATE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메모리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ESG 요소를 반영한 ECO 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다. 이 시리즈는 재활용 알루미늄 방열판과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의 메시지를 제품 수준에서 구체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친환경 제품군은 한국 시장에서 아직 뚜렷한 수요 확대 단계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소비자, 디자인 트렌드를 바꾼다
한국 시장은 기능과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 요소에 대한 요구도 높은 편이다. 팀그룹은 기존의 RGB 기반 게이밍 디자인에서 벗어나, 심플하고 절제된 디자인의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데스크테리어'와 같은 키워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제품 외관의 일관성과 미니멀한 스타일에 대한 선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XTREEM ARGB DDR5 DESKTOP MEMORY WHITE)
예컨대 초기 '후지산 스노우(Fujisan Snow)'라는 제품명은 한국 소비자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피드백에 따라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로 변경된 바 있다. 이는 제품 네이밍을 포함해 현지 시장의 감수성을 반영하려는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팀그룹은 이처럼 피드백을 수용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브랜드 신뢰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SSD, 낸드-컨트롤러 격차를 아이디어로 메운다
SSD 시장에서는 팀그룹이 다소 제한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자체 낸드와 컨트롤러를 보유한 제조사와 달리, 외부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는 제품 대응 속도와 신뢰성 확보 측면에서 제약 요인이 된다. KC 인증 재취득과 컨트롤러 변경에 따른 사용자 혼선도 변수다.
(PD20M Mag Portable SSD , P31 External SSD)
이에 대해 팀그룹은 MagSafe 호환 외장 SSD, 카메라 마운트 전용 SSD, 그래핀 히트싱크를 적용한 Gen5 SSD 등 특수 용도 기반 제품군을 통해 차별화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성능뿐 아니라 사용 맥락을 고려한 기획으로 경쟁 우위를 찾는 접근이다. 또한 SSD 컨트롤러 공급사의 다변화와 안정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대응력을 높이는 내부 조정도 지속되고 있다.
서린씨앤아이와의 협업, 현지 대응력의 핵심
팀그룹은 국내 유통 파트너인 서린씨앤아이와 협력해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B2C 영역에서 리뷰 및 마케팅 활동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으며, 다나와 히트브랜드 선정 등의 결과로 이어졌다.
서린은 리뷰어 기반 콘텐츠 마케팅, 유저 이벤트, 사후지원 채널 운영 등에서 비교적 능동적인 운영 역량을 보여왔고, 팀그룹 본사 역시 이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 내 대응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조율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팀그룹은 이러한 협력 방식을 통해 지사 설립 없이도 시장 대응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컴퓨텍스 2025, 차세대 제품으로 확장 예고
팀그룹은 올해 컴퓨텍스를 통해 DDR5X, CAMM2, 서버용 RDIMM 등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T-Force 브랜드는 "Dominate the Gaming"이라는 슬로건 하에 게이밍 및 AI 관련 수요에 대응하는 신제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LPCAMM2와 같은 신규 폼팩터는 노트북 제조사의 수요를 고려한 사전 대응 성격이 강하며, 서버용 제품군은 엔터프라이즈 수요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구성이다.
올해 팀그룹은 글로벌 매출 1조 원, 한국 시장 3배 성장이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팀그룹은 한국 소비자의 높은 기술 수용도와 까다로운 피드백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피드백을 제품 기획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한국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이는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 확보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향후에는 외장 SSD, 메모리 카드, 주변 액세서리 등 기타 제품군의 출시 여부와 시기도 시장 반응을 토대로 유연하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팀그룹은 모든 제품이 일률적으로 글로벌 출시되는 것이 아니라, 각 시장의 피드백을 근거로 라인업 조정과 제품 기획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사원문 : https://kbench.com/?q=node/267081 Copyrightⓒ kben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