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취미' 하나 정도는 있어야 나이 들어가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영역, 새로운 도전에 멈칫거리기 일쑤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그 과정은 막막할 터. 설레는 마음으로 취미를 시작하려 해도 복잡한 용어와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좌절하기 일쑤다.
2026년 들어 새롭게 시작한 <모두의 취미> 시리즈는 바로 이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려는 입문자들을 위해 다나와가 제안하는 가장 친절하고 정밀한 길잡이다. 낯선 용어의 정의부터 매커니즘의 이해, 그리고 예산별 최적의 시스템 구성까지 다나와만이 가진 데이터의 힘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 당신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 다양한 취미의 세계, 그 막연한 동경을 현실로 만드는 여정에 다나와 <모두의 취미>가 함께한다!

레트로 사랑은 LP 판을 타고~

▲ AI generated image @Google Gemini 3.0 Pro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세상 모든 음악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시대다. 국내 모바일 앱 마켓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솔루션인 모바일인덱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유튜브 뮤직 이용자가 700만 명을 돌파하며 디지털 스트리밍이 음악 소비의 절대적 기준이 되었다고 한다. 음악 듣기 참 쉬운 세상이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음악을 듣는 일은 지금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CD와 테이프를 거쳐 LP가 주력이던 시절에는 음반 매장에서 직접 고른 앨범 재킷을 눈으로 감상하고, LP 표면의 먼지를 정성스럽게 닦은 뒤, 조심스럽게 바늘을 올리는 일련의 과정까지가 음악 감상의 ‘정석’으로 여겨졌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다소 불편하고 번거로운 절차였지만, 그만큼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더 느리고 진중했다. 뮤지션에 대한 리스펙트는 덩달아 높아졌을 정도.

하지만 최근 다시 불어온 레트로 열풍 속에서 LP가 재조명받고 있다. 미국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을 기점으로 LP 판매량이 CD를 앞지르는 이른바 ‘골든 크로스’가 발생했다. 디지털 음원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오히려 아날로그 사운드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기 시작한 셈이다. 어찌 보면 고상한 취미이고, 다르게 보면 ‘돈자랑’처럼 보일 수도 있는 LP의 세계. 한때 아버지들이 애지중지하던 전축에서 흘러나오던 아련한 음악, 지름 30cm에 달하는 커다란 앨범 커버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까지. 편리함의 극치인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에 굳이 LP로 음악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기사로, LP 세계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턴테이블’에 대해 살펴본다.
LP는 어떻게 소리를 만들어내는가?

잘 알다시피 LP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염화비닐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비닐과 구분하기 위해 ‘바이닐(Vinyl)’이라 부른다. 이 바이닐 표면에는 육안으로는 거의 구분하기 힘든 미세한 V자 형태의 홈, 즉 소리골(groove)이 나선형으로 촘촘히 새겨져 있다. LP 한 장 한 장을 유난히 조심스럽게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리가 소홀하면 이 미세한 소리골에 흠집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 소리 자체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듣는 동시에 ‘물건을 보존하는 행위’가 함께 따라오는 매체, 그것이 바로 LP다.

턴테이블의 바늘, 영어로 스틸러스(Stylus)는 회전하는 소리골을 따라 움직이며 미세한 물리적 진동을 만들어낸다. 이 진동은 카트리지 내부에서 전기 신호로 변환되고, 다시 증폭 과정을 거쳐 스피커를 통해 소리로 재생된다. 이것이 아날로그 오디오의 핵심 원리다. 디지털 음원이 0과 1로 구성된 신호라면, LP는 소리의 파동을 물리적인 형태로 그대로 새겨 놓은 결과물이다. 테이프의 자성 신호, CD의 광학 신호와도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연속적인 파형’ 그대로 다루는 가장 원초적인 아날로그 사운드의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턴테이블, 오묘한 과학의 집약체

▲ 오디오테크니카 AT-LP60X (정품)<141,370원>
쉽게 말해 턴테이블은 LP를 회전시키고, 그 위를 길게 뻗은 바늘이 따라가며 소리를 만들어내는 장치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과학과 기술이 숨어 있다. 먼저 LP를 직접 올려 회전시키는 넓은 원판, 플래터(Platter)부터 살펴보자. 상식적으로 LP는 재생 내내 일정한 속도로 흔들림 없이 돌아가야 한다. 동시에 플래터를 구동하는 모터의 진동이 최대한 억제되어야 음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플래터는 보통 무게감 있는 금속 소재로 제작된다. 무거울수록 회전 안정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플래터는 LP와 직접 맞닿는 부분인 만큼, 표면에는 고무나 펠트, 코르크 등의 소재로 만든 매트를 깔아 사용한다. 이 매트는 미세한 진동을 흡수하고, 레코드가 미끄러지거나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미지 출처 : theaudiokeeper.com>
다음은 턴테이블에서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가장 예민한 부위인 톤암이다. 연식이 좀 있는 세대라면 흔히 ‘암대’라고 부르던 부분이기도 하다. 외형적으로는 바늘이 달린 카트리지를 지지하는 길쭉한 막대를 의미한다. 톤암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직선으로 뻗은 ‘직선형’과, 알파벳 S자처럼 굽은 ‘곡선형(S자형)’이다. LP의 소리골은 중심에서 바깥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휘어져 있기 때문에, 카트리지가 소리골을 최대한 정확하게 추적하도록 ‘오프셋 각도’라는 개념이 적용된다. 직선형 톤암은 헤드쉘 쪽에서 각도를 꺾고, 곡선형 톤암은 막대 자체를 휘어 오프셋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톤암 형태와 구조에 따른 음질 차이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지만, 입문자에게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체감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일단은 ‘이런 구조적 차이가 있다’ 정도로 이해해도 충분하다.

▲ 오디오테크니카 AT-VM95C/H (정품)<94,050원>
카트리지가 장착되는 부분은 ‘헤드쉘’이라 부른다. 카트리지에는 소리골을 직접 읽어내는 미세한 바늘, 즉 스틸러스(Stylus)가 달려 있는데, 이 바늘의 형태와 구조에 따라 음색의 성향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카트리지 교체 방식도 여러 가지다. 스틸러스만 분리해 교체할 수도 있고, 카트리지가 장착된 헤드쉘 전체를 통째로 바꾸는 방식도 있다. 다만 저가형 턴테이블의 경우 카트리지가 고정된 구조가 대부분이며, 카트리지 자체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중급 이상 시스템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카트리지 튜닝은 일단 ‘고수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편이 현실적인 선택이다.

▲ 오디오테크니카 AT-LP3XBT<409,000원>의 카운터 웨이트
카운터 웨이트(Counter Weight)는 톤암 뒤쪽에 달린 무게추를 의미한다. 톤암 끝에 장착된 카트리지는 중력에 의해 LP 표면으로 내려앉는데, 카운터 웨이트는 반대 방향에서 무게 중심을 조절해 카트리지가 LP를 누르는 힘, 즉 ‘침압’을 미세하게 맞추는 역할을 한다. 침압이 너무 낮으면 바늘이 소리골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미세한 진동에 튕기듯 움직이며, 이른바 ‘소리가 튄다’는 현상이 발생한다. 반대로 침압이 지나치게 높으면 소리가 둔탁해질 뿐 아니라, 소리골을 심하게 마모시켜 LP를 돌이킬 수 없게 손상시킬 수도 있다.
이처럼 침압 조절은 음질과 레코드 보호 모두에 중요한 요소지만, 저가형 일체형이나 보급형 턴테이블에서는 거의 생략되는 편이다. 그래서 카운터 웨이트를 통한 침압 조절 기능은 흔히 중급기 이상 턴테이블을 가르는 첫 번째 기준으로 꼽히기도 한다.

▲ SONY PS-LX310BT<288,990원>의 OUTPUIT SELECT 단자
LP의 바늘이 읽어내는 신호는 일반적인 오디오 신호에 비해 약 100배 이상 미세하다. 실제로 턴테이블만 구동한 상태에서 스피커에 연결하지 않고, LP 위에 내려앉은 카트리지에 귀를 가까이 대면 아주 희미하게 음악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처럼 작디작은 신호를 스피커가 인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증폭해주는 전용 장치가 바로 포노 앰프(Phono Preamp)다. 턴테이블에서 시작된 아날로그 신호가 본격적인 ‘소리’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 할 수 있다.

▲ 데논 DP-300F (정품)<368,820원>
포노 앰프는 단순히 볼륨만 키워주는 장치가 아니다. 오늘날의 코덱(CODEC)에 가까운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소리의 저음역은 파동이 크고 넓다. 이 저음 성분을 그대로 LP의 소리골에 새기면 고랑이 지나치게 넓어져 한 장의 LP에 담을 수 있는 곡 수가 줄어들게 된다. 오늘날 기준으로 말하자면 ‘용량을 과도하게 차지하는’ 셈이다. 동시에 소리골이 넓어질수록 카트리지가 이탈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대로 고음역은 파동이 매우 미세해 소리골이 좁은데, 이 경우 먼지 한 톨에도 바늘이 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물리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1950년대 미국음반산업협회(RIAA)는 이른바 ‘RIAA 커브’라는 표준 규격을 제정했다. LP를 제작할 때 저음역은 줄이고 고음역은 강조한 상태로 음원을 새기는 방식이다. 그리고 재생 시에는 포노 앰프가 RIAA 커브와 정반대의 보정 과정을 거쳐, 왜곡된 신호를 원래의 음색과 밸런스로 되돌려준다. 이것이 포노 앰프가 아날로그 사운드에서 중요한 이유다.
최근 출시되는 입문용·보급형 턴테이블에는 대부분 포노 앰프가 기본으로 내장돼 있다. 그래서 후면을 보면 PHONO / LINE이라고 표시된 스위치 레버를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액티브 스피커나 일반 오디오 입력 단자에 직접 연결할 때는 LINE 위치로 설정해 턴테이블 내부의 포노 앰프를 사용하면 된다. 반대로 외장 포노 앰프를 따로 갖추고 있다면, 턴테이블의 내장 포노 앰프를 비활성화하기 위해 PHONO 위치로 스위치를 옮겨 외부 포노 앰프를 거쳐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입문자 입장에서는 턴테이블에 내장된 포노 앰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소리를 즐길 수 있다. 외장 포노 앰프에 대한 고민은 중급 이상으로 넘어갈 때 다시 떠올려도 늦지 않다.
입문용으로 풀 세트를 구입하려면?

▲ 인켈 PM-9970U (정품)<294,080원>
앞서 살펴본 턴테이블의 구조를 이해한 뒤 입문용 모델을 마련했다면, 이제 스피커와 연결할 차례다. 스피커는 크게 앰프가 내장된 ‘액티브’ 타입과, 별도의 앰프가 필요한 ‘패시브’ 타입으로 나뉘는데, 입문자에게는 액티브 스피커가 훨씬 부담이 적다. 턴테이블 후면에는 기본적으로 RCA 출력 단자가 마련돼 있다. 흔히 빨간색과 흰색으로 한 쌍을 이루는 RCA 케이블을 사용해 액티브 스피커에 연결하기만 하면 세팅은 사실상 끝이다. 별도의 인티앰프나 복잡한 배선 구성이 필요 없어 공간 활용도와 가성비 면에서 압도적인 선택지라 할 수 있다.

▲ Britz 브리츠인터내셔널 BZ-TP1000 (정품)<84,550원>
물론 최근 레트로 디자인 열풍에 힘입어 스피커까지 내장된 일체형 턴테이블도 다수 출시되고 있다. 케이블 연결이나 세팅을 고민할 필요 없이, 디자인 좋은 박스 하나로 모든 준비가 끝난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가격 역시 10만 원대 초반에서 비싸도 20만 원 선에 형성돼 있어 진입장벽도 낮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제품을 ‘취미용 오디오’라기보다는 인테리어 소품에 더 가까운 존재로 본다. 그래서 굳이 추천하지는 않는다. 더불어 일부 일체형 턴테이블은 침압이 과도하게 설정돼 있는 경우가 많아 LP 판이 손상될 우려도 크다. 실제로 이런 기기에서 재생된 LP는 중고 시장에서 선호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 티악 TN-180BT (정품)<255,900원>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블루투스 무선 출력을 지원하는 턴테이블도 크게 늘었다. 보통 모델명 맨 뒤에 'BT'가 붙으면 블루투스 지원 턴테이블이다. 별도의 케이블 없이도 스피커와 깔끔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만큼은 분명 매력적이다. 다만 턴테이블에서 출력되는 오디오 신호는 본질적으로 아날로그다. 이를 블루투스로 전송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신호로 한 차례 변환한 뒤, 스피커 내부에서 다시 아날로그 신호로 되돌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귀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이런 변조 과정을 거친 소리에 아쉬울 것이다. 결국 LP 특유의 아날로그 사운드를 최대한 왜곡 없이 즐기고 싶다면, 번거롭더라도 RCA 케이블을 이용한 유선 연결이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 오디오테크니카 AT6028 (정품)<37,050원>
여기에 LP 표면에 쌓이는 정전기와 먼지를 제거해주는 카본 브러시, 그리고 바늘이 정확하게 수직으로 운동하도록 도와주는 수평계까지 갖춘다면 LP 입문자로서의 기본 준비는 모두 끝난 셈이다.
지금까지 턴테이블의 기본 구조를 살펴봤으니, 다음 기사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스펙을 짚어보며 자신에게 맞는 턴테이블을 고르는 방법을 알아볼 예정이다. 자동차 튜닝이나 오디오의 세계가 그렇듯, 이 영역 역시 한 번 빠져들면 예산이 수백, 수천만 원 단위로 커지는 깊은 모래늪과 같다. 그래서 입문 단계에서 기본기를 제대로 쌓지 않으면 중도에 포기하기 쉬운 취미이기도 하다. 감성과 낭만이 공존하는 LP의 세계. 부디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즐기며, 고수의 영역까지 꾸준히 올라가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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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 실제 필자가 심사숙고하고 있는 LP 시스템은?

▲ Google Gemini로 생성해본 거실 LP 시스템 구축 예상도
실제로 필자는 새로 이사할 아파트 거실에 턴테이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입문용 기기에서 한 단계 올라가 카운터 웨이트 기능을 갖춘 오디오테크니카 AT-LP120XUSB<464,630원>에 스피커는 하만카돈 AURA STUDIO 5<360,140원>로 선택했다. 처음에는 세련된 디자인에 혹해 소니 PS-LX310BT<288,990원>를 선택하려했으나 카운터 웨이트가 불가능하고 헤드쉘 교체가 불가능해 오디오테크니카로 전환했다.

▲ 하만카돈 AURA STUDIO 5 (정품)<360,140원>
하만카돈 AURA STUDIO 5는 디자인과 조명 연출, 그리고 특유의 음색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다만 연결 방식은 블루투스가 아닌 AUX 단자를 이용할 생각이다. 앞서 언급했듯, 무선 전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호 변조에 따른 음질 저하가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 티에프엔아이엔씨 코드웨이 3.5mm to 2RCA 케이블 (1.5m)<8,700원>
이에 시중에서 판매되는 RCA to 3.5mm 케이블을 별도로 구입했다. 물론 터무니없이 비싼 케이블도 존재하지만, 입문자 입장에서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케이블의 가격이 아니라, LP를 온전히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일 테니까! 과연 필자는 LP 시스템을 무사히 구축할 수 있을까?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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