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끔 주변 사람들 중에 '대체 신이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능력도 좋고, 성격도 좋고, 외모도 끝내주고, 집에 돈도 많은 사람들 가끔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엄친아 또는 끝판왕, 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재수 없다'라고 하기도 하죠.
IT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라는 명대사가 떠오르는, 모든 스펙을 다 갖춘 넘사벽 하이엔드급 제품들이 있죠. 관련 분야에서 눈에 띄게 뛰어난 제품을 소개하는 코너. <이 구역의 미친X>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모니터 구역의 미친X]
모니터가 그랜저 중고차 값?
1,990만 원짜리 ‘괴물’ 모니터는 이게 다르다
ASUS ProArt PA32KCX
쇼핑의 쾌락은 ‘가성비’에서 온다. 내가 지불한 금액이 '최저가'이자 가장 합리적인 지출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그 짜릿함. 하지만 가끔 우리의 상식을 비웃는 물건들이 나타나 쾌락의 정의를 다시 쓰게 한다. 예를 들면 32인치 모니터 한 대가 1,990만 원이라면?
(예?)
맞다. 190만 원도 아니고 1,900만 원이다. 10만 키로를 달린 중고 그랜저나, 아반떼 신차 한 대 값을 모니터 한 대에 태웠다. “이걸 누가 사?”라는 댓글을 당장 쓰고 싶겠지만, 잠깐만 진정하자.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진짜들’의 세계가 있고, 이 제품은 진짜들의 세계 중에서도 탑을 노리는 제품이니까.
과거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밤을 새우며 픽셀 하나와 사투를 벌이던 시절의 나를 떠올려 본다. 그때 내가 이 모니터를 썼다면 내 시력은 지금보다 0.5는 더 좋았을 것이고 내 성격은 훨씬 온화했을지도 모른다.
81cm(32인치) / 8K FUHD(7680 x 4320) / 60Hz / IPS / 와이드(16:9) / 평면 / 5ms(GTG) / 1,200nit / 1,000:1 / HDR10 / VESA HDR 1000 / 스피커 / 헤드폰 아웃 / USB PD 지원 / 피벗(회전) / 엘리베이션(높낮이) / 틸트(상하) / 스위블(좌우) / 14.1kg / [색상영역] 10bit True / sRGB: 100% / Adobe RGB: 99% / DCI-P3: 97% / [게임특화] Adaptive Sync / [단자정보] HDMI 2.1 / DP / 썬더볼트4 / USB C타입
8K, 당신이 그동안 봐온 세상은 거짓말이었다

신입 디자이너 때, 사수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야, 픽셀 튀잖아. 다시 따."였다. 4K 모니터조차 귀하던 시절, 800% 줌을 땡겨서 한땀 한땀 펜 툴로 누끼 따는 고통이란. 그 시절에는 고해상도 이미지를 작업하는 게 너무 싫었다. 한 화면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다가(줌아웃을 하면 한 화면에 보이긴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확인이 불가능했다), 작업량도 많았으니까.

▲ 4K 해상도의 4배를 자랑하는 8K <출처: 위키피디아>
그런데 ASUS ProArt PA32KCX(19,900,000원)는 4K 화면 4개를 이어 붙인 8K(7680 x 4320) 해상도다. 이건 단순히 화면이 넓어진 게 아니다. 밀도의 문제다. 인쇄물로 치면 신문지의 망점을 보다가 비싼 종이에 인쇄된 명품 카탈로그를 보는 기분이다. 픽셀 하나하나가 육안으로 식별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면, 모니터는 ‘화면’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다. 8K 영상을 띄워놓고 코를 박고 봐도 계단 현상은 없다. 과거에 내가 작업하던 이미지의 곡선이 사실은 얼마나 울퉁불퉁했는지, 이 모니터는 잔인할 정도로 투명하게 보여준다.

▲ 반사 억제와 부드러운 질감을 동시에 구현하여, 왜곡 없는 색상과 쾌적한 시청 환경을 지원한다.
그리고 ASUS의 독자 기술인 ‘LuxPixel’은 고밀도 IPS 패널의 고질병인 빛 번짐을 잡아낸다. 픽셀 간의 간섭을 차단해 텍스트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디테일은 선명하게 살리는 것.
4K 소스를 편집하면서도 화면 한구석에 툴바를 넉넉하게 띄울 수 있는 여유. 이 모니터를 쓰는 사람은 ‘확대/축소’를 자주 할 이유도 없지만, 하더라도 디테일이 무너지지 않으니 굳이 확대/축소를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진짜 블랙'을 IPS에서 구현할 수 있다고?

▲ 새로운 LED 광원 프로파일로 백라이트를 보다 직접적이고 정밀하게 집중시킨다.
디자이너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모니터에선 보였는데 출력하니 안 보이는' 어두운 영역의 디테일이다. 프로용 작업 모니터(IPS 패널 모니터)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모니터에서는 밤하늘이 보라색이나 회색으로 보이고, 모델의 검은 코트 디테일도 뭉텅이로 날아간다. OLED 패널은 '블랙'과 관련한 문제는 없지만 번인과 색상이 틀어지는 문제가 있어서 일장일단이 있다.
PA32KCX는 이 문제를 4,032개의 Mini-LED 로컬 디밍 존으로 해결했다. 화면을 4,032 구역으로 쪼개서 백라이트를 제어한다는 뜻이다. OLED처럼 밤하늘의 별 하나하나를 다 컨트롤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32인치를 4032 구역으로 쪼개면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올레드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 최대 12000니트 밝기와 업계 최고 수준인 지속 1000니트 밝기로 뛰어난 명암 대비를 제공한다.
‘밝기’도 돈값 한다. 이 모니터는 화면 전체를 1,000니트(nits)의 밝기로 꾸준히 유지한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스펙인지는 요즘 대세라는 OLED 모니터를 보면 알 수 있다. OLED 모니터들이 순간 최대 밝기를 1,000니트 이상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번인이 무서워서 지속 밝기는 대부분 그 절반인 500니트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작업용 하이엔드 모니터로는 아직 OLED를 안 쓰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새내기 디자이너 때, 모니터 밝기를 100%로 올려도 화면이 어두워서 출근하면 창문에 검은 마분지를 붙였다. 이런 모니터가 있었다면 그럴 필요가 없었을 거다. 피크 밝기는 1,200니트까지 치솟는다. 이 정도면 모니터를 보는 게 아니라 광합성을 하는 기분이 들거다. 작업 전 썬크림을 발라야 하지 않을까.
"비켜봐, 내가 맞출게" 자동으로 다 해주는 로봇 캘리브레이션

▲ 내장 컬러리미터와 셀프 캘리브레이션 기능으로 별도 소프트웨어나 운영체제 관계없이 색상 보정이 가능하다.
이 제품의 가장 멋진 부분이다. 전문가들에게 ‘캘리브레이션(색 교정)’은 숙명이다. 주기적으로 모니터에 거미 같은 센서를 대고 소프트웨어를 만지고, 비교 기준점인 레퍼런스 모니터와 씨름해야 한다.
PA32KCX는 이 과정을 SF 영화로 만들었다. 모니터 아래쪽에 숨겨진 '컬러리미터'(색도계)가 스르륵 올라와서,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사용자가 퇴근한 깊은 밤, 혹은 점심시간에 알아서 화면 색상을 점검하고 교정한다.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스트레스가 없다.

▲ 3단계 공정으로 델타E<1의 높은 색 정확도와 균일성을 제공한다.
첫 직장에서 "내 모니터랑 네 모니터 색깔이 왜 달라?"라며 팀장과 싸우던 그 소모적인 논쟁이 PA32KCX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사실은 나랑 팀장 모두 (당시)우리회사 색상 기준점이었던 편집장님의 비싼 모니터와 비교하면 색이 터무니없이 달랐는데, 우리가 싸우는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HDR 워크플로우: 촬영 현장의 긴장감을 책상 위로
▲ 다양한 HDR10 커브 지원으로 제작 목적에 맞는 HDR 표현이 가능하다.
촬영장에서 본 프리뷰 화면과 편집실의 모니터, 그리고 최종 마스터링 장비의 색이 제각각일 때, 작업자들의 혼란이 최고조에 달한다. HDR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에는 긴장감이 두 배로 높아진다. 적절한 노출과 색상을 맞추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적 기준점인 PA32KCX가 있다면 작업이 훨씬 쉬울 거다.
특히 영상 제작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건 ‘PQ 커브 커스터마이징’이다. 제작 의도에 따라 최대 휘도를 고정하거나 최적화 모드로 변환하는 등의 세밀한 설정이 가능하다.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와 모니터를 직접 연결해 결과물을 즉시 시뮬레이션하는 ‘HDR 프리뷰’ 기능을 쓰면 오해의 소지가 사라진다. 촬영 시점에서부터 좋은 결과물인지 아닌지 체크할 수 있으니까.
1,900만 원이라는 가격표 안에는 수많은 스태프의 인건비와 재촬영 비용을 절약해 주는 ‘보험’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 다행히 나는 겪은 적 없지만, 전 직장에서 동료가 색을 잘 못맞춰서 수백만 원어치의 인쇄물을 다 폐기하고 전량 재출력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모니터의 가격이 조금은 납득되기 시작한다.
선 하나로 정리되는 전문가의 품격

▲ DP 2.1 포트 2개, 썬더볼트4 포트 2개, HDMI 포트 2개 및 USB 3.2 허브로 다양한 기기와 호환된다.
비싼 장비일수록 심플하다. 복잡한 선 정리는 하수다. 참고로 내 책상은 모니터 2대의 DP케이블, 전원선, USB 허브, 노트북 충전기, 외장하드 등으로 스파게티처럼 얽혀 있다. 맞다 나는 하수다.
하지만 PA32KCX는 듀얼 썬더볼트 4(Thunderbolt 4) 포트가 달렸다. 케이블 하나로 데이터 전송, 8K 화면 출력, 그리고 노트북 고속 충전까지 끝낸다. 썬더볼트 독(Dock)을 쓰면 컴퓨터 본체 만큼의 확장성을 더 챙길 수도 있다.

그리고 ‘Auto KVM’ 기능도 있다. 편집용 맥(Mac)과 렌더링용 워크스테이션을 동시에 연결해두고, 키보드와 마우스 하나로 두 대의 PC를 오갈 수 있다. 일반인들이 쓸 일은 별로 없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축복이자 필수다. 책상 위에는 오직 매끄러운 모니터와 세련된 입력 장치만 남겠지. 기술이 주는 미니멀리즘의 정점이랄까.
1,900만 원, 사치인가 투자인가?

방송국이나 대형 영화 스튜디오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는 4K 마스터 모니터는 보통 대당 4,000만 원을 넘는다. 게다가 그 녀석들은 8K도 아니고, 썬더볼트 포트 같은 친절한 연결성도 없다. 그저 '색이 정확하다'는 이유 하나로 쏘나타~그랜저 한대를 태워야 한다.

▲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32인치 8K 전문가용 모니터를 찾는다면...
그에 비하면 PA32KCX는 오히려 ‘파격적인 하이엔드’ 모델로 보인다. 기존의 하이엔드급 작업용 모니터들이 보수적인 방송 표준이나 현장 표준에 머물러 있을 때, ASUS가 큰맘 먹고 8K와 현대적인 워크플로우를 들고 나온 거다. 수천만 원대 장비는 부담스러운 중소 스튜디오나 하이엔드 크리에이터들에게 이 모니터는 저렴하지만 방송국~하이레벨 프로덕션에 준하는 성능을 보여주는 가성비 장비일 수 있다.
물론 디자인 업계를 떠난 나를 포함해서 일반인들이 게임하고 유튜브나 보는 정도라면 이 모니터는 구매를 고려할 가치조차 없다. 아마 로또 1등 250억을 독식하더라도 '2천만 원짜리 60Hz 모니터? 이건 좀...' 이라는 생각이 들 거다. 이렇게 드럽게 비싼 모니터도 있구나 정도로, 재미로만 보면 된다. 단지 과거의 나처럼 픽셀과 사투를 벌이는 후배들이나 콘텐츠 제작에 진심인 업체라면, 마스터 모니터로 고려해봐도 되지 않겠나 싶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글 / 김진우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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