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generated image @Google Gemini 3
소싯적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모진 세상 풍파에 내 머리엔 어느새 하얗게 눈이 쌓였고, 돈벌이에 지쳐 여가 시간에 잠을 자느라 바쁘다. 문득 열어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릴스에는 40대 아재들의 기타 커버 영상이 뜬다. 기타를 들고 거실 소파 앞에서 Guns N' Roses의 'Sweet Child O' Mine' 인트로를 조심스럽게 연주하는 동년배들. 댓글창에는 "나도 시작했어요", "40대에 시작해서 1년째 치고 있습니다"라는 공감의 물결이 이어진다.
실제로 국내 주요 악기 쇼핑몰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30~40대 남성의 기타 구매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한 원인이고, 유튜브를 통한 무료 레슨 콘텐츠의 폭발적 증가도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 것이다.
<관련기사 : 코로나19 장기화에 기타 판매량 증가>
30년 전이라면 학원에 등록하거나 고가의 교재를 사야 배울 수 있었던 기타를,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더불어 기타 장비의 가격도 과거에 비해 훨씬 합리적으로 변했다. 예전엔 "제대로 된 일렉기타"를 갖추려면 수백만 원이 기본이었지만, 지금은 30만~50만 원대에도 충분히 연습하고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입문용 기타들이 시장에 즐비하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기타를 사러 달려가면 될까? 잠깐, 그러다 낭패 보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뜩이나 요즘 기억력이 달려서 고생인데, 소싯적 잠깐 공부했던 기타 상식으로는 도무지 '합리적인 소비'를 성공할 자신이 없다. 이번 모두의 취미, 기타편 기사를 참고해서 낙원 상가나 온라인몰로 달려가자.

운전을 배우기 위해선 무엇이 핸들인지, 무엇이 브레이크인지 각 조작부의 명칭부터 익히는 게 인지상정이다. 기타도 마찬가지다. 사람 키보다 작은 기타 한 대에도 많은 부품과 명칭들이 숨어있다. 초보자들은 이런 기초적인 명칭부터 습득하는 것이 내공을 쌓는데 가장 효율적인 시작이다. 기타는 크게 헤드, 넥, 바디 부분으로 나뉜다.

가장 먼저 헤드는 그 기타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제조사 고유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또한, 튜닝 페그라고 불리는 노브가 6개 존재하는 데, 각 기타줄이 여기에 연결되어 튜닝시 이 페그 부분을 돌려가며 조절하게 된다. 상당히 예민한 부분이므로 튜닝이 끝난 후엔 가급적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두 번째, 넥 부분은 왼손으로 운지(運指)하며 코드를 잡는 부분이다. 기타에서 가장 연약한 부분이기도 해서 관리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손가락이 닿는 부분이라 해서 넥의 앞면 나무판 부분을 지판이라고 부른다. 연주 시 손가락이 직접 닿는 부분으로 기타의 전체적인 음색과 연주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거기에 가로지르는 여러 금속 막대가 있는데, 이 부분을 프렛(Frests)이라 부른다. 기타 줄을 눌렀을 때 줄의 진동 길이를 조절하여 정확한 음정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프렛의 높이와 넓이에 따라 점보, 미디엄, 빈티지 등으로 구분하며 이는 서스테인(음의 지속성)과 밴딩(초킹)의 용이성에 관여한다.

기타마다 다르게 표시되지만, 지판에 새겨진 문양과 점 모양의 표식이 있는데, 이를 인레이라 한다. 연주자가 지판 위에서 위치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정표다. 인레이가 지판이 아니라 넥 뒤에 있는 경우도 있으니 취향에 맞게 선택하자.

마지막으로는 기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바디다. 일렉트릭 기타의 바디는 현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연주 편의성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연주자의 오른손으로 업, 다운 피킹을 해 가장 충격(?)이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각 부분은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며 전체적인 음색과 조작성에 관여한다.

픽업은 기타 줄 아래에 위치한 전자기 센서다. 기타 줄이 진동하면 픽업 내부의 자석이 만들어낸 자기장이 흔들리고, 이것이 전기 신호로 변환된다. 이 신호가 케이블을 타고 앰프로 전달되어 비로소 우리가 아는 일렉기타 소리가 탄생한다. 장착된 싱글코일 픽업의 개수와 위치에 따라 고유의 까랑까랑하고 명료한 음색을 만들어낸다.
픽업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고, 이것이 기타 음색의 성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싱글코일(Single Coil)은 가느다란 코일이 하나인 픽업이다. 선명하고 밝은 음색이 특징으로, 컨트리, 블루스, 펑크(Funk), 클린 팝 사운드에 잘 어울린다.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와 텔레캐스터에 주로 탑재된다. 단점은 전기 잡음(험)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험버커(Humbucker)는 코일 두 개를 역위상으로 배치해 잡음을 제거한 픽업이다. 두텁고 따뜻하며 파워풀한 음색이 특징으로, 록, 헤비메탈, 재즈에 어울린다. 깁슨 레스폴이 험버커의 대명사다. 메탈리카, 건즈 앤 로지스 스타일을 원한다면 험버커, 핑크 플로이드처럼 맑고 선명한 사운드를 원한다면 싱글코일이 어울린다.

브릿지는 바디 하단에서 줄을 단단히 고정하고 지지하는 장치다. 줄의 높이와 길이를 미세하게 조정해 정확한 피치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브릿지 옆의 트레몰로 암 홀은 암(Arm)을 장착해 음높이를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는 비브라토 효과를 내는 지점이다.
연주 중 음색의 변화를 주는 조작부도 바디에 집중되어 있다. 픽업 셀렉터는 여러 개의 픽업 중 활성화할 대상을 선택해 소리의 질감을 즉각적으로 바꾼다. 그 아래 배치된 볼륨 노브와 톤 노브는 출력의 크기와 고음역대의 밝기를 세밀하게 제어한다. 바디 전면의 픽가드는 격렬한 피킹으로부터 나무 표면의 손상을 방지하는 보호막 역할을 하며 내부 배선을 가려주는 기능도 겸한다. 마지막으로 하단의 출력 잭은 케이블을 통해 앰프로 신호를 전달하는 최종 통로가 된다.

기타의 각 부분별 명칭과 기능을 숙지했다면, 영상이나 사진 속에 나오는 일렉기타의 구조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더불어 기타의 바디와 헤드의 모양이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기타의 모양은 제조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시그니처라고 부를수 있다.

▲ 야마하 PAC-112J<270,000원>
스트라토캐스터(Stratocaster)형은 1954년 발표한 이후 70년 넘게 사랑받는 디자인이다. 비대칭형 더블 컷어웨이 구조를 채택하여 하이 프렛 연주 시 손의 간섭을 최소화한 것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바디 뒷면과 팔이 닿는 부분을 곡면으로 깎아낸 컨투어 설계 덕분에 장시간 연주에도 피로감이 적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싱글 코일 픽업 세개와 트레몰로 브릿지를 장착해 맑고 투명한 톤부터 화려한 비브라토까지 폭넓은 범용성을 자랑한다. 에릭 클랩튼, 지미 헨드릭스, 커트 코베인이 애용했다. 컨트리, 블루스, 클래식 록, 팝에 어울리며 바디 컨투어(굴곡)가 있어 연주 시 몸에 편안하게 밀착된다.

▲ 콜트 CR-250<449,000원>
레스폴(Les Paul)형은 두텁고 묵직한 기타다. 싱글 컷어웨이 방식의 두툼한 마호가니 바디를 기반으로 해 패턴이 아주 아름답다는 평가가 많다. 묵직한 바디 무게만큼이나 밀도 높은 저음과 긴 서스테인(음의 지속 시간)이 특징이다. 때문에 건스앤로지스의 슬래시,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의 시그니처 기타로 애용된다. 스트라토캐스터와는 다르게 험버커 픽업을 두개 장착해 잡음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드라이브가 걸린 강력하고 따뜻한 톤을 구현하는 데 최적화되어 하드락과 블루스 장르에서 독보적이다. 유명세만큼 가격이 비싸고, 모조품이 많다는 것이 구입에 걸림돌이다.

▲ 헥스 T200 SG/VN (일반)<330,000원>
텔레캐스터(Telecaster)형은 일렉트릭 기타의 원형을 유지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바디 가장자리를 깎지 않은 투박한 형태지만, 구조가 단순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관리가 용이하다. 특유의 고음역대가 강조된 날카로운 '트웽(Twang)' 사운드는 명료한 음전달력을 필요로 하는 컨트리와 펑크(Funk), 모던 락 연주자들에게 선호된다. 롤링 스톤스의 키스 리처즈와 평생 함께한 기타로도 유명하다. 밴드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BECK'에서 주인공이 사용하는 기타다. 픽업은 싱글 코일 형태 하나만 장착되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 데임 HL300<528,000원>
할로우 바디는 바디 내부가 비어 있는 울림통 구조로, 전면의 f홀을 통해 공명감을 극대화한다. 어쿠스틱 기타와 유사한 풍부하고 공기감이 섞인 따뜻한 톤이 강점이다. 피드백(하울링)에는 민감하지만, 공간감이 느껴지는 깊은 울림 덕분에 재즈나 정통 블루스 연주에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 Nirvana의 故 커트 코베인의 상징인 '재규어'
<이미지 출처 : pinterest.com>
앞서 소개한 네 가지 모양 외에도 다양한 기타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인건 Nirvana의 커트 코베인이 애용했던 재규어. 펜더가 1962년에 선보인 재규어는 원래 재즈 뮤지션을 타겟으로 탄생한 배경과는 달리 얼터너티브 록의 효시였던 커트 코베인이 연주해 유명세를 탔다. 물론 커트 코베인은 기존 재규어의 내부 배선과 싱글 코일 픽업을 전부 들어내고 레스폴처럼 험버커 픽업 두개를 붙여 커스터마이징을 했어도 모양은 그대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재규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것이다.

더불어 바디 끝단이 날카로운 대칭형 혹은 비대칭형 날개 모양으로 뻗어 있어 시각적인 강렬함을 선사하는 익스플로러와 V형 모델은 공격적인 외형답게 주로 험버커 픽업이 장착되어 출력값이 높으며, 강력한 하이게인 사운드를 필요로 하는 헤비메탈과 하드락 장르의 무대 퍼포먼스에 최적화되어 있다.

스트라토캐스터의 외형을 계승하면서도 고출력 험버커 픽업과 특수 브릿지(플로이드 로즈 등)를 탑재해 성능을 극대화한 변종 모델인 슈퍼 스트렛은 넥의 두께를 얇게 가공하여 빠른 속주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격렬한 아밍(Arming) 연주 후에도 튜닝이 틀어지지 않는 안정성을 확보했다. 80년대 이후 테크니컬한 연주를 지향하는 속주파 연주자들에게 필수적인 장비로 자리 잡았다.
기타 같은 악기류는 제조사와 브랜드의 정체성과 특장점이 극명하게 갈리는 분야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그냥 다른거 다 필요고 제조사, 브랜드만 보고 기타를 구입해도 될 정도다. 더불어 같은 제조사라도 고급형과 보급형 브랜드를 나누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토요타와 렉서스, 현대와 제네시스처럼 아예 다른 회사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 기타 구입 전 미리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펜더 일렉기타H AM DLX STRAT PLUS MN 011-8102<2,580,650원>
제일 먼저 펜더는 1946년 창립된 일렉기타의 살아 있는 역사다. 스트라토캐스터와 텔레캐스터를 세상에 내놓은 브랜드. 미국산 아메리칸 시리즈는 150만 원대부터 시작하며, 멕시코산 플레이어 시리즈는 80만~120만 원대에 포진해 있다.

▲ 스콰이어 Standard Stratocaster FMT<510,120원>
스콰이어는 펜더가 운영하는 보급형 라인으로, 펜더와 동일한 디자인을 훨씬 저렴하게 제공한다. 클래식 바이브 시리즈(20만~30만 원대), 컨템포러리 시리즈(30만~40만 원대) 등이 입문자들에게 인기다. 가성비 면에서 입문자에게 강력 추천할 수 있는 브랜드다.


▲ 깁슨 Gibson Les Paul Studio<2,949,690원>
1902년 창립된 깁슨은 레스폴과 SG, ES-335 등으로 록의 역사를 함께 써온 브랜드다. 미국 나슈빌에서 수제로 제작되는 기타들은 20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언젠간 반드시 들여야 할 기타지만, 입문용으로 사기엔 가격이 부담스럽다.

▲ 에피폰 Les Paul Standrad 60s
에피폰은 깁슨의 보급형 브랜드로, 깁슨과 동일한 모델명(레스폴, SG, ES-335 등)을 30만~6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레스폴 스타일 기타를 원하는 입문자에게 에피폰 레스폴 스탠다드는 교과서 같은 선택이다.


▲ 아이바네즈 AZES40<433,700원>
일본 브랜드인 아이바네즈는 특히 메탈과 헤비록 입문자에게 최고의 선택지다. 얇고 빠른 넥 프로파일로 빠른 운지가 필요한 메탈 리프 연주에 탁월하고, 가격 대비 퀄리티가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티브 바이, 조 새트리아니, 폴 길버트 등 기라성 같은 기타리스트들이 애용한다. GIO 시리즈는 20만 원대, RG 시리즈는 40만~60만 원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ESP는 일본의 고급 기타 브랜드로, 메탈리카의 제임스 헷필드와 Kirk Hammett 등 헤비메탈 씬의 레전드들이 즐겨 사용한다. 200만 원대 이상이 기본. LTD는 ESP의 보급형 라인으로, 40만~80만 원대에 ESP의 디자인과 사운드를 구현해낸다. 헤비록/메탈 지향의 입문자에게 아이바네즈와 함께 강력 추천한다.

PRS(Paul Reed Smith)는 미국의 프리미엄 기타 브랜드로, 완성도 높은 공정과 아름다운 플레임 메이플 탑으로 유명하다. 본가 제품은 300만 원대 이상이지만, SE 시리즈는 40만~80만 원대에 PRS 특유의 감성을 담아냈다. 록과 퓨전, 팝 등 폭넓은 장르를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기타다.

▲ 야마하 PAC112J 퍼시피카<270,000원>
야마하 퍼시피카(Pacifica) 시리즈는 입문자용 기타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완성도와 가성비가 훌륭하다. 파시피카 012는 20만 원대, 112V는 40만 원대에 수준급의 품질을 제공한다. 어떤 브랜드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야마하 파시피카부터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타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정상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게 전부가 아니다. 기타를 샀다고 바로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 기사를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기타 본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기타 소리를 세상 밖으로 꺼내줄 앰프, 그 소리를 원하는 대로 요리해줄 이펙터, 그리고 밤새 이웃 눈치 없이 연습할 수 있게 해주는 헤드폰 단자의 세계. 다음 편에서는 입문자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앰프 선택법과 함께, 30만 원대부터 100만 원대까지 기타+앰프+악세사리 예산별 완성 세트를 구체적인 제품명과 가격으로 깔끔하게 정리해드릴 예정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기타는 사두면 반은 된 거다. 나머지 반은 다음 편에서 채워드리겠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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