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hermalright Peerless Assassin 120 SE 서린<37,600원>
으레 CPU 번들 박스에 기본 쿨러가 동봉되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에 막을 내렸다. 공랭 쿨러만이 유일한 선택지였던 시대도 지나갔다. 이제는 그야말로 ‘사제 쿨러’의 전성기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선택지가 다양해질수록, 결국 대세는 ‘가성비’ 제품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CPU 쿨러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 지금은 구하기 어려워진 Ultra-120 eXtreme
<이미지 출처 : www.computerbase.de>
최근 CPU 쿨러 시장에서 ‘가성비’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있다. 바로 Thermalright(이하 써멀라이트)다. 2001년 대만에서 설립된 써멀라이트는 밀레니엄 초기 Ultra-120 eXtreme 등 고성능 히트싱크로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인텔과 AMD가 나란히 1GHz 클럭 경쟁을 펼치면서 본격적인 '발열'의 시대로 함께 열렸다. 2003년엔 그 유명한 프레스핫! 아니 프레스캇까지 나왔을 정도니 고성능 CPU 사제 쿨러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었다. 이 틈을 타 Ultra-120으로 써멀라이트가 이름을 날린 것이다.

▲ 모델명처럼(?) 거대한 히트싱크를 자랑했던 Macho 시리즈
<이미지 출처 : www.mm-vision.dk>
그리고 2020년대에 들어서 써멀라이트는 대대적인 변신을 하게 된다. 고급형, 고가 CPU 쿨러의 경쟁사인 커세어, 녹투아, NZXT 들이 고가 정책을 고수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이어가는 한편 써멀라이트는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구현한 제품들을 연이어 선보인 것이다. 이 시기엔 인텔 K 시리즈부터 번들 기본 쿨러를 제공하지 않기 시작했는데, 써멀라이트가 기가 막히게 시류를 잘 탄 것이다. 사실상 써멀라이트의 전성기는 이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의 고민도 분명해졌다. 써멀라이트의 라인업은 다나와 공랭쿨러만 4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고, 제품명은 알쏭달쏭 비슷비슷한 데다 사양 차이는 미묘하기 때문이다. 하여 PC 초보자나 써멀라이트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라면 어디서부터 비교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CPU 쿨러 시장의 특성상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기존 모델 대비 성능은 더 좋아지고 가격은 더 낮아지는 경우도 많아, 이름만 보고 선택했다가는 구형 모델을 픽할 수도 있어 구입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본 기사에서는 써멀라이트의 복잡한 라인업을 ‘가성비’, ‘밸런스’, ‘플래그십’ 세 구간으로 재정리하고, 핵심 제품만 선별해 소개한다. 그리고 동급의 경쟁사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광범위하게 알아볼 예정이다. 사용하는 CPU, 예산, 그리고 케이스 환경에 따라 최적의 CPU 쿨러가 달라지는 만큼, 구매를 고민 중이라면 끝까지 읽어보기를 바란다.
제일 먼저 알아볼 보급형 구간은 절대적인 냉각 성능보다 ‘가격 대비 체감 업그레이드’가 핵심이다. 인텔 코어 i5·AMD 라이젠 5 이하급 CPU와 조합하기 좋으며, 일반적인 미들타워 케이스에서도 장착 부담이 적다. 대부분 싱글타워 구조를 사용하며, 처음으로 사제 쿨러를 장착해보는 입문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영역이다.

▲ Thermalright Assassin X 120 Refined SE 서린 (화이트)<21,840원>
Assassin X 120 Refined SE는 사실상 현재 써멀라이트 입문형의 대표 모델이다. 싱글타워 구조에 4개의 히트파이프, 120mm 팬을 조합한 가장 기본적인 형태지만, 인텔, AMD 기본 번들 쿨러와 비교하면 체감 성능 차이는 상당하다. 높이는 약 148mm 수준으로 대부분의 미들타워 케이스에 무리 없이 들어가며, 메모리 간섭도 적다. 일반 게임·사무 환경에서는 충분히 조용하고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한다. 기본 모델은 RGB 라이트 기능이 빠진 스펙이니 구입시 모델명 제일 뒤 ARG, ARGB의 옵션을 잘 선택하자.

▲ Thermalright Assassin X 90 SE V2 서린<25,800원>
Assassin X 90 SE는 써멀라이트 입문형 공랭 라인업 중에서도 ‘소형 케이스 특화’ 성격이 강한 제품이다.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이 X120은 120mm, X 90은 90mm 팬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싱글타워 구조에 4개의 히트파이프를 조합했으며, 높이는 약 118mm 수준으로 일반적인 120mm 타워형 공랭보다 훨씬 낮다. 덕분에 미니타워나 공간이 좁은 mATX 케이스에서도 장착 부담이 적은 편이다. 케이스 크기에 따라 X120과 X90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코스다.

▲ Thermalright Assassin King 120 SE ARGB (실버)<30,800원>
Assassin King 120 시리즈는 Assassin X 라인업보다 한 단계 높은 중급형 싱글타워 공랭이다. 외형 자체는 비슷한 형태지만, 히트파이프가 5개로 늘어나면서 냉각 성능이 한층 강화됐다. 2만 원대를 유지하면서 짜낼 수 있는 가장 높은 퍼포먼스를 가진 CPU 쿨러다. 높이는 약 154mm 수준으로 대부분의 미들타워 케이스에 무난하게 장착 가능하다. 냉각 성능과 크기 균형이 좋아 “부담 없는 메인스트림 공랭” 포지션에 가까운 제품이다. 최근에는 ARGB, 화이트, 미니 버전 등 파생형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어 시스템 컬러에 맞춰 선택하기 좋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 가격으로 써멀라이트 1패?0
▲ DEEPCOOL AG400 G2 (블랙)<19,700원>
DEEPCOOL AG400 시리즈는 현재 보급형 공랭 시장에서 써멀라이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깔끔한 디자인과 낮은 소음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AK400은 디자인 완성도가 뛰어나고 조립 편의성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절대적인 냉각 성능 자체는 써멀라이트 쪽이 좀 더 공격적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1만 원대 가격이라 그렇게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막 쓰고 막 바꾸는 전투형 쿨러라고나 할까? 보급형 CPU 쿨러 시장을 양분하는 써멀라이트의 라이벌로썬 충분한 성능이다.

사실상 지금의 써멀라이트를 만든 핵심 구간이다.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일반 유저가 느끼는 CPU 쿨러 효용의 가장 정점에 이른 제품군이라 생각하면 쉽다. 특히 게이밍 PC 대부분은 이 구간에서 모두 해결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인텔 코어 i7, AMD 라이젠 7급 CPU까지 공랭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해지면서, 과거보다 훨씬 많은 사용자가 이 구간을 선택하고 있다. 듀얼 타워가 가장 빛을 발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 Thermalright Peerless Assassin 120 SE 서린<38,060원>
써멀라이트를 국내에 알린 사실상의 대표작이 드디어 등장했다. 묵직한 듀얼타워 구조에 6개의 6mm 히트파이프, 알루미늄 상단 커버, 120mm 팬 2개로 구성된다. 높이는 155mm로 대형 듀얼타워치고는 컴팩트한 편이며, 덕분에 메모리와의 간섭이 적어 4슬롯 풀뱅크 구성에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TDP 260W를 커버하는 실질적인 냉각 성능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3만 원 후반. 해외에서도 이 가격에 이 성능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 많다. 실제 다나와에 등록된 듀얼타워 CPU 쿨러 중 판매량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품이기도 하다.

▲ Thermalright Peerless Assassin 120 SE WHITE ARGB 서린<46,730원>
대세모델인만큼 변형 버전도 다양하다. 기본 실버 외에 화이트 ARGB, 블랙, 블랙 ARGB 버전이 있으며, 상단 패널에 온도·팬 RPM을 숫자로 표시해주는 'Digital' 모델도 출시됐다. 본인의 케이스 컬러나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

▲ Thermalright Phantom Spirit 120 SE<59,500원>
다음은 Phantom Spirit 시리즈다. 앞서 알아본 Peerless Assassin 계열보다 히트파이프를 1개 더 추가해 총 7개로 구성한 듀얼타워 상위 라인업이다. 사진만 봐도 존재감이 엄청나게 느껴질 정도로 덩치가 크다. AGHP 4.0 기술을 탑재해 장착 방향에 무관한 안정적인 성능이 강점이다. 단순히 히트파이프가 1개 더 많은 것이지만, 실제 온도 차이는 고발열 환경일수록 유의미하게 벌어진다. 발열이 많은 상위 등급 CPU를 상시 풀로드 상태로 운용하거나, Peerless Assain 120 SE보다 좀 더 조용하고 여유 있는 쿨링 환경을 원하는 사람에게 권장된다. EVO 모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대 2150RPM의 팬을 탑재해 최대 성능을 끌어올렸다. 소음이 약간 올라가지만 그만큼 극한 상황에서의 냉각 여유가 넓어진다. Peerless Assassin 120 SE와 가격 차이도 별로 안나기 때문에 PC 케이스의 물리적인 공간이 넉넉하다면 무조건 이 라인업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속편한 방법이다.

보급형과 중급형 라인업이 가성비를 중심으로 구성된다면, 고급형 영역은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단순히 CPU를 식히는 수준을 넘어, 고온 환경에서도 최대한 낮은 소음과 안정적인 온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최근 인텔 코어 i9과 AMD 라이젠 9 계열 CPU들이 순간적으로 200W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하이엔드 공랭 쿨러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급 CPU = 무조건 수랭”이라는 인식도 있었지만, 최근 플래그십 공랭 쿨러들은 성능 자체가 워낙 강력해져 웬만한 240mm 수랭과 정면 승부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써멀라이트 역시 이 영역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 Thermalright Peerless Assassin 140 SE ARGB 서린<66,280원>
Peerless Assassin 120 SE의 팬 크기를 120mm에서 140mm로 키운 상위 모델이다. 20mm 차이가 팬이 클수록 같은 풍량을 더 낮은 RPM으로 낼 수 있어 소음이 줄어든다. 즉 PA120 SE와 냉각 성능이 비슷하거나 더 좋으면서도 조용하다는 것이 핵심 장점이다. 케이스 내 공간 여유가 있고 최대한 정숙한 공랭 환경을 원하는 사람에게 최적의 선택이다. 높이가 168mm로 PA120 SE보다 약간 높아지기 때문에, 케이스 쿨러 장착 가능 높이를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Digital 모델은 쿨러 상단에 온도·RPM 수치를 실시간으로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표시해줘 시스템 모니터링에도 편리하다.

▲ Thermalright Royal Pretor 130 서린 (일반)<78,600원>
Royal Pretor 130은 최근 써멀라이트 플래그십 공랭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존재감이 강한 제품이다. 듀얼타워 구조에 130mm+120mm 듀얼 팬, 6개의 6mm 히트파이프, 최대 80CFM 이상 풍량을 조합한 초대형 공랭으로, 사실상 과거 Silver Arrow 계열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에 가깝다.
특히 일반 25T 팬보다 더 두꺼운 28T 팬을 사용해 풍압 확보 능력이 뛰어난 편이며, 고부하 환경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인 냉각 성능을 보여준다. 외형 역시 최근 유행하는 블랙 하이엔드 시스템과 잘 어울리는 공격적인 디자인을 사용한다. 상단 커버와 대형 팬 조합 덕분에 존재감이 상당하다. 다만 구입시 주의할 점은 크기. 높이가 약 158mm 수준이고 방열판 부피도 큰 편이라 케이스 호환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튜닝 메모리 사용 시 슬롯 간섭 가능성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 Thermalright SILVER SOUL 110 서린 (블랙)<82,990원>
Thermalright SILVER SOUL 110은 최근 써멀라이트 공랭 라인업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포지션을 가진 제품이다. 일반적인 플래그십 공랭이 150~160mm 이상의 거대한 듀얼타워 구조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 제품은 약 110mm 수준의 낮은 높이를 유지한 컴팩트 듀얼타워 구조를 사용한다. 92mm 팬과 4개의 히트파이프를 조합했으며, 작은 크기 대비 냉각 성능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특히 미니타워·mATX·일부 ITX 케이스처럼 CPU 쿨러 높이 제한이 빡빡한 환경에서 존재감이 크다.
최근 CPU 쿨러 시장은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지만, 실제로는 케이스 호환성 때문에 고민하는 사용자도 많다. SILVER SOUL 110은 바로 이런 틈새 시장을 노린 제품에 가깝다. 일반 싱글타워 소형 공랭보다 훨씬 높은 냉각 여유를 제공하면서도, 초대형 듀얼타워 특유의 압박감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즉 “작지만 강한 공랭”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이라 볼 수 있다.

▲ Thermalright Peerless Assassin 120 Vision MAX ARGB 서린 (화이트)<132,960원>
최근에는 냉각 성능뿐 아니라 시스템 튜닝 요소를 강조한 제품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Peerless Assassin 120 VISION, Phantom Spirit Digital 같은 일부 ASSASSIN 120 계열은 상단 디스플레이를 통해 CPU 온도나 팬 RPM 등을 실시간 표시할 수 있어, 최근 유행하는 어항형 케이스나 하이엔드 튜닝 PC 사용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기존의 “공랭 쿨러는 투박하다”는 이미지를 벗어나, 이제는 시스템의 시각적 완성도를 구성하는 하나의 튜닝 요소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니가 내 라이벌이라고? 믿기진 않지만... 가격이..
▲ NOCTUA NH-D15 G2 LBC<247,830원>
써멀라이트 고급형 라인업이 넘어야할 산은 상당히 많지만, 그 중에서도 Noctua NH-D15 시리즈를 손꼽을 수 있다. Noctua는 '쿨링팬' 분야에서 이미 명품 반열에 올라 상당한 프리미엄급 이미지를 구축한지 오래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랭 CPU 쿨러 시장에도 쟁쟁한 아성을 자랑하고 있는 것. 대형 듀얼타워 구조와 140mm 듀얼 팬 조합을 기반으로 뛰어난 냉각 성능과 정숙성을 동시에 확보했으며, 특히 팬 품질과 장기 내구성 면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등장한 NH-D15 G2 버전은 베이스 구조와 팬 성능까지 개선되며 다시 한번 하이엔드 공랭 시장 최상위권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싼 가격 뺴고는 모두가 매력적이라 써멀라이트가 공략하기엔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c)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