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DA no.50 2005.06]

자동차가 움직일 때 발생하는 쏠림 현상을 분석한 지난 호 기사가 나간 뒤 패션 담당 후배 여기자에게 항의를 받았다. “드라이빙 테크닉을 전수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다루니까 너무 싱거워요.”라고 말이다. 이 말에 공감하는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겠다. 운전을 정말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론을 적절하게 실천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이번에 다루려는 운전 요령 역시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담아 두지만 말고 직접 실행해 보길 바란다.
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과속 방지턱. 조심스레 넘어보지만 ‘쾅’하며 차체에 큰 충격이 오기 일쑤다. 부드러우면서도 신속하게 넘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호에 다룬 차의 쏠림 현상을 응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랠리 드라이버는 이른바 ‘노면 붙여가기’ 기술을 활용해 과속 방지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친 길에서도 막힘없이 내달릴 수 있다. 이는 노면이 상황에 따라 차체를 앞 뒤, 좌우로 기울여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게 해 주는 기술이다.

피칭 현상 활용해야 스무스하게 넘어
과속 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어가기 위해서는 노면 붙여가기 기술 가운데 차체를 앞뒤로 자유롭게 쏠리게 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지난 호에 다룬 자동차의 쏠림 현상 가운데 피칭 현상(스쿼드-노즈다이브)을 이용하는 것이다.

달리던 자동차 앞바퀴에 과속 방지턱이 닿는 순간을 상상해 봐라. 먼저 앞 타이어에 충격이 전해지고 서스펜션을 거쳐 차체에 진동이 올 것이다. 이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적으로 앞 타이어에 실리는 무게가 작을수록 유리하다.

차체 앞쪽의 무게를 줄이려면 차체 뒤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야 한다. 따라서 앞머리가 들리고 꽁무니가 주저앉는 스쿼드 현상을 일으켜야 한다. 스쿼드 현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액셀을 밟아 가속해야 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과속 방지턱을 넘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브레이크 페달만 살짝 놓아줘도 노즈 다이브하던 차 앞머리가 솟구치며 순간적인 스쿼드 현상이 일어난다.

구체적으로 과속 방지턱이 다가오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충분히 감속한다. 앞 타이어가 과속 방지턱에 닿기 직전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놓아 스쿼드 현상을 일으키며 진행하면 정말 사뿐하게 차체가 과속 방지턱에 올라선다.

이제 과속 방지턱을 내려갈 차례다. 내려설 때는 올라설 때와 반대로 노즈 다이브를 일으켜야 앞 타이어에 전해지는 충격이 작다. 담에서 뛰어내릴 때 미끄러지듯 타고 내리는 것과 하늘로 점프했다가 내리는 것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가볍게 착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노즈 다이브를 일으키려면 과속 방지턱 정점에서 차 앞머리가 수그러지는 순간에 놓은 브레이크를 가볍게 밟으면 된다. 정말 가볍게 타고 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 타이어가 노면에 내려선 뒤에는 뒷바퀴가 과속 방지턱을 다 넘어오길 기다려 액셀 페달을 가볍게 밟아 빠져나가면 된다.

참고로 대대수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로 과속 방지턱에 올라선 뒤 내려갈 때 액셀 페달을 밟는 방식으로 운전한다. 이는 차에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증폭하는 효과가 있다. 승차감도 나쁘고 서스펜션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노면 붙여가기 기술을 활용한 과속 방지턱을 넘어가는 요령은 차를 잘 몰기 위한 기본 기술이다. 차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과 박자를 맞춰 브레이크 페달을 조절할 수 있는 몸놀림이 가능하면 누구나 소화할 수 있다. 자, 지금 당장 시동키를 들고 나가자.

글·박영웅 기자(heropark@istrad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