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지난 10일 공개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두 개의 모터와 새로운 변속기로 연료 효율성과 주행 감성을 극대화했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하이브리드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충전 인프라 확대 지연 속에,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경계를 잇는 실용적 대안으로 하이브리드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지난 4년간 공을 들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현대자동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테크 데이(Hyundai Motor Group Next-Gen. Hybrid System Tech Day)”를 개최하고 한층 진화된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공개했다. 그룹은 이날 “동력과 효율의 완벽한 조화, 하이브리드 그 이상의 전동화 경험(Well Balanced High Tech & Expanded xEV Experience)”을 콘셉트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두 개의 모터가 내장된 신규 변속기에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또한 전기차 개발로 축적한 기술을 활용해 주행 성능과 승차감을 강화하고, 스테이 모드 V2L(Vehicle To Load), 스마트 회생 제동 등 특화 기술도 제공한다.
두 개의 모터, 새 변속기…하이브리드의 구조를 바꾸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구동 및 회생 제동을 담당하는 구동 모터(P2) 외에도 시동 및 발전, 구동력 보조 기능을 수행하는 시동 모터(P1)를 새롭게 추가한 ‘P1+P2 병렬형 구조’가 적용됐다. (현대자동차그룹)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변속기에는 구동 및 회생 제동을 담당하는 구동 모터(P2) 외에도 시동 및 발전, 구동력 보조 기능을 수행하는 시동 모터(P1)를 새롭게 추가해 ‘P1+P2 병렬형 구조’가 적용됐다. 엔진에 직접 체결된 P1 모터는 엔진에 벨트로 연결된 기존 P0 모터에 비해 마찰 손실이 없어 에너지 전달 효율이 높고 P2 모터와 함께 차량에 구동력을 보조해 연비와 동력 성능을 동시에 개선한다.
변속기의 허용 토크도 기존 37.4kgf·m에서 46.9kgf·m로 약 25% 상향해 고배기량 터보 엔진에 결합 시 최대 토크를 자연스럽고 강력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변속기는 기존 수준의 크기를 유지해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다양한 차급에 탑재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P1·P2 모터의 냉각 구조 및 냉각 유량을 개선해 단위부피당 출력 밀도를 약 21%, 토크 밀도를 약 7% 높였으며, 댐퍼와 전동식 오일펌프(EOP) 등 주요 부품의 배치 및 크기 등을 최적화함으로써 전체적인 변속기 부피를 줄여 여러 차급에 대한 탑재 확장성을 확보했다.
2.5 터보 하이브리드, 연비 45%·최고 출력 19%↑ 변속감 및 정숙성도 우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대표 파워트레인인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비 14.1km/ℓ, 시스템 출력 334마력, 최대 토크 46.9kgf·m의 성능을 확보했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첫 파워트레인으로 가솔린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개발하며, 기존 2.5 터보 엔진의 설계 및 제어 기술을 개선해 효율을 극대화했다.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은 변속기와 엔진 사이에 새롭게 추가된 P1 모터가 엔진의 시동·발전을 담당, 메인 벨트, 알터네이터, 에어컨 컴프레서 등을 제거해 동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또한 하이브리드에 최적화된 고효율 사이클 도입과 실린더 내부 혼합기(연료와 공기의 혼합물)의 흐름 강화로 성능과 효율을 향상했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의 4-행정과 다르게 압축 행정 시 흡기 밸브를 의도적으로 늦게 닫아 실린더 내부로 들어온 혼합기의 유효 압축비는 낮추면서도 폭발 과정에서 높은 팽창비를 유지하는 ‘과팽창 사이클’도 적용했다. 이로 인해 혼합기 압축 시 소모되는 동력은 줄이고, 연소 후 발생하는 에너지는 최대화해 엔진 성능과 효율을 더욱 높였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대표 파워트레인 2.5 터보 하이브리드가 처음 탑재되는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대표 파워트레인인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비 14.1km/ℓ, 시스템 출력 334마력, 최대 토크 46.9kgf·m의 성능을 확보했다.(팰리세이드 2WD 7/9인승 18인치 휠 기준) 동급 내연기관 대비 연비는 약 45% 향상, 출력과 토크는 각각 19%, 9% 높다. 기존보다 진화된 연소 기술, 혼합기 흐름 개선, 과팽창 사이클 도입 등이 효율 향상을 뒷받침한다.
또한, 하이브리드 변속 로직 ‘ASC(Active Shift Control)’에 P1 모터를 추가로 활용해 기존보다 더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 성능을 구현했으며, 엔진 클러치 제어를 개선해 전기 모터만 작동되는 ‘EV 모드’로 주행 중 엔진 개입 시의 이질감을 줄여 승차감을 향상했다.
이 밖에도 정차 중 엔진 구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상황에서 P1 모터를 활용해 엔진의 진동과 부밍을 줄여주는 기술을 새롭게 적용해 실내 정숙성까지 강화했다. 현대차그룹은 신규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현재 3종 → 5종으로 확대하고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기아·제네시스 브랜드까지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전기차 부럽지 않은 주행 감성과 기능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하이브리드시스템에 V2L등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전동화 특화 기능을 대거 추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새 파워트레인은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전기차급 주행 감성과 전동화 경험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시스템에 e-AWD(전자식 사륜구동), e-VMC 2.0(차체 통합 제어), 스테이 모드(정차 시 전력 사용), V2L(외부 전력공급), 스마트 회생 제동 등 전기차에서 제공하던 편의 기능을 하이브리드에 이식했다.
특히 e-VMC 2.0은 전후륜 독립 제어로 주행 안정성을 극대화하며, 스테이 모드는 고전압 배터리를 활용해 엔진 작동 없이 최대 1시간까지 에어컨·멀티미디어 이용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충돌 회피 보조 시스템(e-EHA), 과속방지턱 대응 댐핑 기술(e-라이드 2.0) 등 안전·편의 기능도 대폭 강화됐다.
e-VMC 2.0은 e-AWD 기반의 하이브리드 차량에 적용되는 기술로 전·후륜 구동 모터의 독립적인 토크 제어를 통해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여기에는 e-핸들링 2.0, e-EHA(Electrification-Evasive Handling Assist) 2.0, e-라이드 2.0 등이 조합돼 있다.
계층형 예측 제어 기술인 ‘HPC(Hierarchical Predictive Control)’와 스마트 회생 제동을 통해 연료 효율성도 높였다. HPC는 목적지까지의 주행 경로와 도로 상황을 예측해 배터리 충전량을 최적으로 제어해 경로별로 연비 향상에 최적화된 주행 모드가 작동되도록 유도한다.
스마트 회생 제동은 과속카메라 등의 내비게이션 정보와 차간 거리 등을 차량이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최적의 회생 제동 강도를 자동 적용하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제동 페달 조작을 줄여 운전 피로도를 낮추고, 회생 제동을 통한 배터리 충전량을 증가시켜 연비 개선을 돕는다.
캐스퍼에서 럭셔리 제네시스까지 하이브리드 풀라인업 전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의 세그먼트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까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 차종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차그룹은 신규 하이브리드 변속기를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엔진에 조합해 100마력 초반부터 300마력 중반에 이르는 시스템 출력 커버리지를 구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소형부터 대형 및 럭셔리까지 다양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일 계획이다.
시스템 출력 커버지리 확대에 따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현재 3종에서 5종으로 늘어나며, 그중 2.5 터보 하이브리드는 이달 양산을 시작한 현대차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 최초 탑재된 후 현대차·기아의 타차종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2026년 후륜구동용 2.5 터보 하이브리드를 선보이고 제네시스 주요 모델에 순차적으로 탑재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럭셔리 브랜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출시할 하이브리드 신차에 대해 이날 공개한 신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다양한 전동화 특화 기술을 차급·차량 특성 및 지역별 시장 환경에 맞춰 최적의 조합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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