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2주 전,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매년 이뤄지곤 한다.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s)은 미국의 유머 과학 잡지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감(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이 제정해 1991년부터 수여하는 상이다. ‘불명예스러운’이라는 뜻의 ‘ignoble’과 노벨(Nobel)을 합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노벨상에 대한 패러디이다.

올해에는 한국인 박사가 이그노벨상 공중보건상을 받았다는 경사(?)가 들려왔다. 주인공은 바로 스탠퍼드대학 비뇨기의학과 박승민 박사다. 박 박사는 어떤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그노벨상이라는 명예를 안았을까? 박승민 박사의 공로와 올해 이그노벨상을 받은 기막힌 아이디어에 대해 살펴보자.
박승민 박사는 2016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사람의 배설물을 장기간 분석할 수 있는 ‘스마트 변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연구팀의 목표는 데이터를 수집해 사람의 배설물을 장기간 분석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지문처럼 사람마다 항문 모양과 지름이 다르고 개별 인식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항문 인식 카메라를 개발했다. 이어 2020년 스마트 변기로 변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논문을 네이처 바이오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발표했다.

박 박사는 “가장 개인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는 화장실은 우리 건강의 조용한 수호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 헬스케어 변기란 생각을 비웃을지 몰라도, 이번 이그노벨상 수상은 가장 개인적인 순간조차 건강에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당신의 배설물(Waste)을 낭비(Waste)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림 3. 죽은 거미의 몸체로 집게 도구를 만드는 방법. 늑대거미를 안락사시킨 뒤 다리를 조종하는 체내 부위에 바늘을 꽂아 밀봉하고, 공기로 가득찬 주사기를 주입하면 죽은 거미가 집게 도구로 변신하게 된다.
출처: Advanced Science

그림 4. 죽은 거미로 만든 집게 손. 출처: Preston Innovation Laboratory/Rice University

문학상은 같은 단어를 많이 반복하면 익숙한 단어도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자메이뷰(Jamais Vu)’ 현상을 연구한 아키라 오코너 세인트루이스대 교수(신경과학)팀이 수상했다. 자메이뷰는 처음 보는 것이 이상하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데자뷰’의 반대 현상이다. 이외에도 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멈춰 하늘을 쳐다보면 주위 사람들도 따라서 하늘을 보는지 연구한 미국 연구진이 심리학상을,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느끼는 지루함을 연구한 과학자가 교육상을 받았다. 커뮤니케이션상은 스페인어권의 문장 거꾸로 말하기 달인들에 관한 연구가 받았다.
글: 한세희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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