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플레이엑스포가 열렸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게임 관련 전시회인 지스타는 가을에, 부산에서, 대형 회사의 신작 위주로 운영되는 반면, 플레이엑스포는 봄에, 일산에서, 인디 게임과 체험형 게임 등을 내세우면서 지스타에 버금가는 게임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한 업체나 부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게이밍 하드웨어보다는 게임 그 자체나 게임을 즐기는 쪽에 좀 더 무게를 더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PC 게임과 하드웨어에서 꾸준히 홍보에 힘을 쏟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AMD입니다.
플레이엑스포에 AMD 부스도 없던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맞습니다. AMD는 지스타에 직접 부스를 내서 운영했지만 플레이엑스포에서는 AMD 이름을 걸고 직접 운영하진 않았지요. 그러나 플레이엑스포에서 진행한 게임 대회에선 전부 AMD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콘솔 게임기를 써서 진행하는 스플래툰 3이나 사운드 볼텍스 같은 건 당연히 AMD 시스템이 아니고요. 게이밍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터널 리턴 마스터즈 시즌 3와 캠퍼스 대항전,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코리안 오픈 클래식, 카트라이더 장애인e스포츠대회 등에서는 모두 AMD 라라랜드 조합을 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철권 8 대회를 뭘로 진행했는지가 궁금했는데 그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콘솔 게임기가 아니라 컴퓨터를 써서 진행했다면 당연히 블루스크린을 띄우는 인텔은 못 쓸테고 선택지가 AMD밖에 없었을테니까요.
대회에 사용한 게이밍 시스템은 라이젠 5000 시리즈에 라데온 RX 6600로 구성됐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이스포츠 게임을 플레이하기에는 차고도 넘치는 성능을 제공하며, 두 핵심 부품 모두 현재 조립 PC 시장에서 압도적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높은 가성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라이젠 5000 시리즈 중 대표적인 모델인 라이젠 5 5600은 6코어 12스레드의 젠3 아키텍처로 여전히 현역으로 쓰기에 충분한 성능과, 정품 멀티팩 기준 13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 시스템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라데온 RX 6600도 한 세대 전 아키텍처이긴 하지만 FSR 3와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을 비롯한 최신 기능을 지원하며, 신제품을 20만 원 중반에 판매 중이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납니다.
가성비는 시스템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이지만, 단순히 그것 하나 때문에 AMD 시스템을 쓴 건 아닙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 대회에서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그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고려해야 하거든요. 시스템 이슈니 하드웨어 문제 때문에 대회 진행이 중단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끔찍합니다. 그런 곳에서 라라랜드 조합 시스템을 썼다는 건, 안정성에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해 봅니다. 요새 인텔 하이엔드 프로세서의 게임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으며, 인텔 차원에서 공식 입장이나 해결책이 나온 것도 아니다보니 AMD를 선택하는 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AMD 시스템을 볼 수 있는 곳은 또 있었는데요. ASUS 부스에 AMD의 하이엔드 프로세서인 라이젠 9 7950X3D가 탑재된 시스템이 전시됐습니다. 라이젠 9 7950X3D는 출시와 함께 현존 최고의 게이밍 CPU 자리에 올랐었고, 인텔 CPU의 차력쇼가 불가능해진 지금은 그 자리를 더더욱 굳건하게 다지고 있지요. ASUS는 AMD 시스템이 경쟁 상대에 비해 가성비가 뛰어나 많은 소비자들이 찾고 있으며, TUF B650과 X670 칩셋을 사용한 메인스트림 메인보드의 판매량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외에도 플레이엑스포 2024에서는 6월 21일에 출시되는 엘든링 DLC인 황금 나무의 그림자에 맞춰서 엘든링 특별 전시회가 열렸으며, 저혈압 의 특효약으로 알려진 ALTF4의 후속작, ALT42의 체험 코너를 비롯해 여러 신작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 언제나처럼의 플레이엑스포처럼 인디 게임사들이 부스를 준비해 홍보하는 자리도 마련됐는데요. 이번에는 그 수가 67개에 달했습니다. 지방 정부 주최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상업적이고 유명한 게임에만 집중하지 않고 게임 산업 전반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습니다. 요새는 KC 인증을 받지 않아 위해할 것 같은 중국산 게임기를 통해 레트로 게임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데요. 그런 에뮬레이터가 아니라 진짜 레트로 게임기에서 레트로한 맛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마련됐으며, 한쪽에선 구형 게임기기를 구입할 수 있는 장터도 열렸습니다. 가격은 좀 비쌌지만요. 그리고 오락실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구경하기 힘들어진 아케이드 게임과 체험형 게임기를 직접 볼 수 있었고요. 요즘 대세에 따라 버튜버나 코스프레 등의 부대 행사도 함께 진행되어 볼거리를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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