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부모가 "우리 아이는 왜 이렇죠?"라고 걱정스레 묻는다. 들어보면 지금 아이의 발달상 특성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연령 별 특성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그 전에 '발달'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봤으면 한다.
'발달'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키가 크는 것, 자라는 것, 성장하는 것, 성숙하는 것 등등.
맞다. 발달은 '수정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통해 신체적 기능이나 심리적 기능에 있어 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발전하는 것, 후퇴하는 것 혹은 다른 방식으로 해볼 수 있는 것, 능력이 쌓이는 것들인데 한 개인에 일어나는 것이므로 개인차가 있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의 발달 상태를 알아야 뭔가를 해 줄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다음과 같이 발달의 특성을 알아본다.
발달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다
신체 발육을 보면 2개월쯤 목 가누기, 백일쯤 뒤집기, 6개월쯤 앉기, 돌 무렵 걷기 등 목 가누기, 뒤집기, 앉기, 걷기가 차례대로 이뤄진다. 아이들의 근육이 위에서 아래로 발달하기 때문이다. 언어 발달도 보면 울음으로 시작해 1음절어 옹알이, 한 단어, 두 단어, 문장으로 그 순서가 있다.
이처럼 신체, 언어, 인지 등 아이들의 발달은 일정한 순서에 따라 이뤄진다. 덕분에 부모는 아이들이 이후에 어떻게 발달할지 예측할 수 있고, 다음 순서를 조금 일찍 촉진해 볼 수도 있다.
속도는 일정하지 않다
발달은 예측할 수 있는 순서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한 영역에서 발달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모든 영역에서 발달이 빠른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는 20개월에 3단어를 연결 지어 문장으로 말을 하며 빠른 언어 발달을 보였지만 걷기는 16개월에, 대소변은 29~30개월쯤 가리기 시작했다. 밤 기저귀는 더 오래 걸렸다.
다시 말하지만 발달의 순서는 일정하지만 개인마다 발달의 속도, 끝나는 시기, 최종적으로 이뤄지는 정점 등은 다르다. 따라서 아이를 이해할 때 먼저 아이의 발달 수준을 살피고 아이의 인지, 언어, 사회적 관계 수준을 살펴야 한다.
민감 시기가 있다
결정적 시기는 발달상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는 최적의 시기를 말한다. 발달하는 데 있어서 특정한 발달 과업을 성취하는 가장 적절한 시기다. 이때 적절한 발달이 이뤄지지 못하거나 좋지 못한 영향을 받으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한편 발달의 민감 시기는 아이들이 발달하면서 어떤 능력이 잘 발달되거나 그렇게 하는 데 기초가 되는 최적의 시기를 말한다.
사람에게는 '민감 시기'라는 표현이 적합할 때가 많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주 양육자인 엄마만 선호하며 친밀감을 형성하는 낯가림 시기가 있다. 보통 9~12개월이 되면 다른 어른을 보고 울고, 엄마가 아닌 아빠에게 안기려 하면 매우 불안해한다. 이때는 불안한 아이를 안심시키며 기다리는 것이 좋다.
또 신체적으로 급성장하는 시기가 있다. 생후 2년 이내와 사춘기가 이에 해당된다. 이때 부모는 아이에게 영양가를 잘 맞춰줘야 한다. 언어 폭발기도 있는데 약 2세 전후로 평소 가르쳐주지 않은 단어를 말해 부모를 놀라게 한다. 이때는 더 많은 상호 작용을 하며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고, 책을 통해 언어 발달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민감 시기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전후 과정을 잘 살피며 민감 시기를 파악해야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최대의 발달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어떤 이유로 민감 시기를 놓치면 어떻게 될까? 회복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야 한다.
유전과 환경의 상호 작용으로 이뤄진다
'피는 못 속인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는 생김새, 성향 등 부모로부터 많은 유전인자를 받는다. 그런데 타고난 유전으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 그 잠재력이 발휘된다.
환경 또한 아동이 지닌 유전인자의 제한 범위 내에서 발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감각적으로 까다로운 아이, 모래나 점토 등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아이에게 조금씩 노출시키되 다른 친구들이 노는 것을 보게 하면서 아이에게 점차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어느 순간 한 번 만지고, 두 번 만져보며 적응하게 된다. 감각적인 자극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만약 언어나 인지, 정서, 신체 발달이 많이 느린 아이라면 마냥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검사 등을 통해 현재 아이의 발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상 범주 내에서 느린 지, 빠른 지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도움을 줘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발달이 빠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상생활에서 부모와 나누는 대화와 반응하는 태도는 아이가 현재 능력은 물론 잠재 능력까지 발휘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아이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려고 하기보다 타고난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아이가 왜 이러는지, 발달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글=일산하하가족상담센터
참고 자료=아이의 잠재력을 이끄는 반응육아법(김정미 지음, 한솔수북), RT부모교육(영유아 반응성 상호작용 중심, 김정미 지음, 창지사)
방수호 기자/bsh2503@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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