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는 ‘포켓몬스터’ 같은 탄산음료다. 일반적으로 환타 오렌지를 떠올리지만,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심지어 여러 나라에는 자신만의 환타를 가지고 있을 정도다. 전 세계의 코카콜라를 모으는 수집가들이 많지만, 어쩌면 환타야말로 수집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녀석이라고 할까?

그런 환타를 오키나와에서 만났다는 것은, 집 앞 편의점에 걸어가다가 최애 연예인을 만난 것과도 같은 기쁨이다. 오키나와에서만 나오는 ‘환타 시콰사’라니! 그래 오키나와에는 오키나와만의 환타가 있었지!
오키나와의 과일이
담긴 환타 시콰사

그렇다. 이것은 운명 같은 만남이었다. 지나가다가 만난 자판기에서(비록 그 자판기가 짧은 거리 안에 4개는 더 있었지만) 오키나와에서만 파는 환타를 만나고 말았다. 이름은 ‘환타 시콰사’다. ‘시콰사’는 히라미레몬(平実檸檬)이라고 불리는 오키나와의 과일이다. 이를테면 제주에 나오는 청귤 같다고 할까?
하지만 일본어도 모르는 내가 음료에 그려진 그림만 봐서는 이게 시콰사인지, 라임인지, 덜 익은 감인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한쪽 구석에 있는 2개의 강아지… 아니 동물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메이드인 오키나와를
말해주는 상표

그것은 바로 ‘시사’라고 불리는 오키나와의 수호동물이었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해태’같은 동물인데 집이나 상가, 도로 등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다. 심지어 이곳에 판매되는 코카콜라에도 시사 두 마리가 있다. 이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환타만 사면 될 것을 코카콜라마저 샀다는 것이다.

환타 시콰사의 맛은 어땠을까? 동양판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수묵화처럼 농도가 짙은 새콤함이 밀려들어왔다. 새콤달콤함의 강도만 따지면 유자청 같은데, 또 레모네이드처럼 가볍게 넘어간다. 게다가 환타니까 탄산감도 가득하다. 오직 단점은 이곳에서만 판다는 것이다.
덕분에 오키나와를 여행하는 4일 동안 입이 심심할 때, 그리고 지나가다 환타 시콰사를 마주쳤을 때마다 이 녀석을 마셨다. 이곳의 더운 날씨와도, 그리고 이곳의 음식과도 너무 궁합이 좋았다. 줄여 말하면 너무 맛이다.
여행지를 추억할 수 있는
음료를 만난다는 것

우리가 매일 흔하게 보는 음료를 낯선 장소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만나는 것. 그것이 여행이 주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해외에 나가면 판매되는 환타를 보곤 한다. 그 지역을 보여주는 맛의 환타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환타 멜론, 오키나와의 환타 시콰사, 한국에도 만약 이곳을 대표하는 환타가 생긴다면 그것은 어떤 맛일까? 언젠가 환타로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날도 온다면 좋겠다. 오키나와 여행을 환타로 기억하는 마시즘처럼 환타 때문에 한국을 오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제공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