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의 화려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현지인들의 평범함을 보는 것도 여행이니까. MTR로 조금만 벗어나면 그들의 일상을 마주하게 된다. 무대는 노스포인트와 쿼리베이다.

●정겨운 아침 풍경
노스 포인트
노스 포인트(North Point)는 주택단지와 상업, 항구가 모두 있는 지역이다. 한 곳에서 여러 모습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무대인 셈이다. MTR 노스포인트역 A1 출구로 나오면 바로 홍콩의 일상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장 간판이 따로 없지만, 마블 로드 마켓(Marble Road Market)이라는 이름의 재래시장이 있다. 거리 양옆으로 다양한 가게가 줄지어 있는데, 청과점, 정육점, 식당, 옷가게, 문방구 등 웬만한 건 다 있다.

가장 활발한 시간대는 역시 아침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상인들은 물론 간단한 식사로 아침을 해결하려는 직장인과 장을 보러 온 현지인들이 뒤섞여 있다. 홍콩의 일반적인 하루를 가장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어깨너머로 그들이 무얼 사고, 무얼 먹는지 보면 ‘아! 이게 현지의 생활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구운 돼지고기, 거위, 오리고기 등 칸토니즈 바비큐를 파는 정육식당이 많은데, 한 번쯤 맛보시길. 합리적인 가격으로 홍콩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트램이 오가는 도로로 나오면 북적이는 홍콩을 실감할 수 있다. 빽빽하게 몰려 있는 아파트와 건물들, 그리고 눈에 확 띄는 대형 간판,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까지. 이 모든 게 홍콩의 하루를 구성한다. 딱히 무얼 하지 않아도 로컬에 스며든 느낌을 받는다. 해가 진 시간에도 꼭 걸어보길. 노스포인트의 밤거리가 의외로 낭만적이다. 길거리가 그리 밝지 않아 트램의 빛이 더 눈에 띈다. 어둠을 뚫고 가까워지는 트램에 왠지 모르게 올라타고 싶다.

바다와 접해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바다와 구룡반도의 빌딩을 보며 산책하면서 오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고, 바로 옆에 쇼핑과 식당, 카페 등이 입점해 있는 하버 노스 페이즈(Harbour North Phase)가 있어 여행하기 수월하다. 게다가 페리 터미널도 있어 건너편 구룡반도로 훌쩍 넘어가 새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참, 노스포인트를 거점으로 홍콩을 다니는 걸 생각해보길. 숙소 값이 센트럴보다 저렴한 편이고, 센트럴, 셩완, 코즈웨이베이, 침사추이 등도 MTR로 15~2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또 하얏트 센트릴 빅토리아 하버 홍콩(Hyatt Centric Victoria Harbour Hong Kong)처럼 항구와 바다가 보이는 호텔이 있고, 가성비 좋은 호텔 브랜드인 이비스(ibis) 등 다양한 숙소가 있다.

●일상과 관광지 사이
쿼리베이
쿼리베이(Quarry bay)는 전통적인 주거 지역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홍콩의 아파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관광지보다는 현지인들의 일상 공간이다. 그럼에도 쿼리베이를 찾는 이유는 익청빌딩(Yick Cheong Building)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쿼리베이라는 지명보다 익청빌딩 있는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영화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의 촬영지기도 하다. 4면이 빌딩으로 꽉 채워진 공간인데, 위를 올려다보면 직사각형 프레임에 채워진 하늘을 볼 수 있다. 사실 익청빌딩만으로 구성된 건 아니고, 익팻빌딩(Yick Fat Building) 등 4개의 빌딩이 옹기종기 모여 만든 공간이다.

또 시설물 위로 올라가 빌딩을 배경으로 인증숏을 남길 수 있어 인기가 많았던 곳이다. 다만 최근(2023년 3월 기준)에 방문한 결과 펜스로 시설물을 막아놔 올라가서 사진을 남길 순 없다. 여행자들은 그저 최대한 거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홍콩의 특이한 아파트와 일상을 보고 오는 걸 추천한다. 또 정육점, 생선 가게 등 현지인들이 찾는 상점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시장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어 연신 셔터를 누르게 된다.

흥미롭게 다가온 장면은 하나 더 있다. 일본 유명 카페 아라비카 커피(Arabica Coffee)가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아파트와 빌딩을 비롯해 상가 대부분이 허름한데 유독 말끔한 카페가 눈에 띈다. 마치 이 카페도 홍콩에 여행 온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분명 이질적인 공간이나 왠지 모르게 이 분위기에 잘 흡수된 것처럼 느껴진다.
홍콩_% Arabica (Yick Fat Building) / 낯설면서도 익숙한 홍콩의 아라비카 커피
홍콩_Monster Building_3 / 여전히 남아 있는 생선 가게. 왠지 모르게 더 반갑다

또 익청빌딩에서 나오면 육교가 하나 보이는데, 여기도 뷰 포인트다. 느긋하게 다니는 트램과 산이 어울려 도심이지만 목가적인 분위기가 조금 난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바쁜 육교지만 이 풍경을 보고 있으면 잠시 다른 곳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