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망해 오던 목저지로 떠나는 여행을 앞두고 마냥 편한 마음은 아녔다. 유튜브는 이 속내를 알았던 건지 알고리즘에 마약, 살인 관련 뉴스를 띄웠다. 게다가 도착하자마자 '총기범죄, 노숙자범죄 다발 주의당부'라는 메시지도 받았다. 의례적인 안내인데도 긴장감은 최고조. 그렇지만 직접 걸어서 여행하니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조심해야 하는 건 맞지만, 너무 위축되는 건 결국 여행자가 손해. 이리저리 잘 살피면서 ‘샌프란시스코’를 누볐다.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이미지는 코로나 전후로 나뉘는 것 같다. 2019년까지는 온화한 기후,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실리콘 밸리 등이 먼저 떠올랐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노숙자와 마약 등 부정적인 이슈로 머릿속이 채워졌다. 애석하게도 작년에는 더 심했다. 주요 언론에서 헤드라인으로 ‘마약 도시’를 뽑을 정도였으니까. 이만큼 수난을 입은 여행지가 있었을까?

그렇지만 2024년의 여행은 달랐다. 이 도시의 낭만은 굳건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오는 날에는 더더욱. 준비물은 자전거와 도시락. 그거면 충분하다. 다리가 튼튼하다면 일반 자전거(시간당 10달러, 1일 40달러, 대여소마다 가격 상이)를,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전기자전거가(2시간 48달러, 1일 88달러) 좋겠다.

시작점은 하이드 스트리트 피어(Hyde Street Pier). 케이블카로 유명한 장소인데, 자전거 대여소도 곳곳에 있다. 여기를 기점으로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Palace of Fine Arts), 요다 분수(Yoda Fountain) 등을 거쳐 금문교로 가는 코스다. 훌륭한 경치가 따라온다.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 햇빛에 온몸을 맡긴 사람도 보인다. 샌프란시스코를 만끽하는 저마다의 방식이다.


이 밖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Oracle Park), 피어 39(PIER 39), 국립공원 프레시디오 터널 탑(Presidio Tunnel Tops), 롬바드 스트리트(Lombard Street) 등의 명소도 인파로 북적인다. 관광지 간 거리가 멀지 않아 뮤니패스(MUNI Pass)를 활용하면 대중교통(트램 & 지하철 & 버스)으로 어디든 갈 수 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평온하다. 며칠 동안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다니니 이러한 속담이 떠올랐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거슬리는 것이 있다고 한들 우리의 여행을 막을 정돈 아니다. 게다가 ‘안 가고 말지’라고 제쳐두기엔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도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래도 저녁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움직였다. 길거리를 무작정 배회하진 않고, 최대한 밝은 거리를 걸었고 조금 먼 거리는 우버를 활용했다. 샌프란시스코 사방에 다양한 쇼가 있고, 호텔을 포함해 멋진 바가 있으니 말이다.

쇼는 클럽 푸가지(Club Fugazi)의 디어 샌프란시스코(Dear San Francisco). 주인공은 흥망성쇠를 반복하면서도 여전히 멋진 도시, 샌프란시스코다. 이 도시에 보내는 찬사를 곡예와 노래로 표현했는데, 퍼포먼스가 제법 화려하다. 미국에 왔으니 근사한 바에서 즐기는 버번도 포기할 수 없는 노릇. 버번 위스키를 잘 몰라도 괜찮다. 자신의 취향(Smoky·Delicate·Rich·Light)을 가볍게 알려주면 바텐더가 멋진 버번을 선사해 줄 것이다.
이제 단점 한 가지. 미국 여행의 진짜 빌런은 따로 있다. 바로 살인적인 물가. K-직장인에게 자비는 없었다. 특히, 외식 물가는 상상초월. 여행지를 두고 ‘비싸다’는 말을 거의 안 하는데, 미국 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와, 와, 와, 진짜 비싸다’.

생활비는 모르겠으나 관광지 인근 식당 가격대는 이렇다. 따뜻한 간식(ex. 핫도그)+음료 15달러 내외, 일반 식당에서 식사할 경우, 메인 식사, 반찬 1가지씩 주문하면 25~35달러(팁 포함) 수준이다. 제대로 끼니를 해결하려면 3~4만원은 필요한 셈이다. 로드트립이나 자유여행, 심지어 패키지 여행에서도 밥솥을 들고 다닌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보다 즐거운 캘리포니아 여행을 위해선 안전 대책만큼 전략적인 예산 책정이 요구된다.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위한 추천 항공사 & 호텔
·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
인천-샌프란시스코 직항 매일 2회 운항
· 하얏트 리젠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소마(Hyatt Regency SF Downtown Soma)
리뉴얼로 객실 등 시설 쾌적.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유니언 스퀘어, 페리 빌딩, 오라클 파크, 차이나타운 등 관광지 접근성 훌륭
· 비콘 그랜드 유니언 스퀘어 호텔(Beacon Grand A Union Square Hotel)
고풍스러운 분위기, 유니어 스퀘어와 맞닿은 위치(백화점, 상점 등 다수)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