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 세부에서 여행하기 좋은 방법을 찾았다.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세부 만다우에 시티에서 세부를 여행했다.

●여행을 위한 선택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세부 만다우에 시티
‘세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리조트 선베드에 누워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 잠드는 하루. 세부는 ‘휴양’을 즐기기에 완벽한 목적지다. 그렇다면 ‘여행’하긴 어떨까?

세부는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만큼 수많은 호텔과 리조트가 있다. 취향에 맞는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2023년 12월에 새롭게 문을 연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세부 만다우에 시티(Fairfield by Marriott Cebu Mandaue City)’는 휴양보다 ‘여행’에 방점을 둔 호텔이다. 세부 막탄 국제공항에서 차로 단 20분 거리. 세부 시티에서 막탄섬의 중간지점인 ‘만다우에’ 지역에 위치한다. 이 호텔을 활용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밤 비행기로 세부에 도착한 첫날이다. 여행 초반, 세부 시티에서 관광을 즐길 때 이동에 따른 수고를 한결 줄여 줄 수 있다. 만다우에 지역은 해변 리조트가 즐비한 막탄섬으로 이동하기도 무척 편리하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데, 막탄섬의 웬만한 리조트까지 30분 이내면 도착할 수 있다.
●단순함의 미학
‘페어필드’라는 호텔 브랜드는 ‘단순함의 미학’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내세운다. 역시나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세부 만다우에 시티 호텔도 ‘킹룸’과 ‘트윈룸’, 2가지 타입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총 객실 수는 142개, 룸당 최대 숙박 인원수는 3명이다. 구성원이 많은 가족 여행자에겐 적합하지 않지만, 커플 여행자나 혼행족은 신상 호텔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호텔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모던한 디자인. 불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현대적인 장식품과 필요한 가구만 깔끔하게 배치했다. 로비, 레스토랑, 수영장 그리고 룸까지 모던한 콘셉트다. 리셉션 데스크 옆엔 다과와 술, 음료, 커피를 전시해 둔 작은 판매대인 더 마켓-그랩 앤 고(The Market-Grab and Go)가 있다. 룸에 미니바를 생략하고, 필요한 먹거리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룸에 들어서면 공간과 동선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 단번에 느껴진다. 룸은 하나지만 3개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우선, 세면대와 거울로 룸과 욕실 공간을 나눴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전신거울과 옷장이 있어 드레스룸 공간이 따로 있다는 기분이 든다. 창가엔 크기가 넉넉한 원형 테이블이 있고, 적절한 위치에 간접조명이 여러 개 배치돼 있어서 취향에 맞게 조도와 분위기를 맞출 수 있다. 바삭거리는 이불과 베개는 밤마다 깊은 꿈나라로 나를 안내했다.

올데이 레스토랑은 호텔에서 반드시 경험해 봐야 할 자랑거리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꼭 필요하고 맛있는 메뉴들만 선별해 조식으로 제공한다. 세부에서 생산되는 과일로 직접 짠 생과일 주스와 닭 육수를 베이스로 한 국수는 우리나라 여행자 입맛에 꼭 맞는다. 비주얼 자체는 매력적이지 않지만, 필리핀 말린 생선인 ‘당깃(Danggit)’이나 필리핀 국민 젓갈인 ‘바공(Bagong)’은 세부에 왔으니 맛을 볼 필요가 있다. 먹고 나면 ‘한국 음식이네?’ 하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익숙한 맛이다.

24시간 운영하는 피트니스 센터 외에도 6층 야외 수영장, 3개의 이벤트 룸 등 다양한 부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수영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의외로 전망이 훌륭하다. 자연 그대로의 바다와 항구, 도시화된 세부 시티 등 다양한 모습의 세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가족 단위 여행자를 타겟으로 한 곳이 아니어서 키즈룸은 없고, 주변에 마사지숍이 널렸으니 스파룸도 갖추지 않았다. 그러나 모던한 신생 호텔로, 가성비와 편리성을 따지는 여행자라면 고려해 볼 만하다. 2024년 12월31일까지 비즈니스 트래블 패키지, 스테이 포 브렉퍼스트, 스테이 앤 다인, 스테이케이션 서프라이즈 등 다양한 패키지도 운영한다. 기본과 여행에 충실한 호텔에서 안락한 하루를 누려 본 경험자의 한마디, 군더더기 없이 좋았다.
●세부 시티를 여행하는 방법
우리나라 사람에겐 너무나 익숙한 여행지, 세부.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리조트가 즐비한 막탄섬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세부를 휴양도시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세부는 필리핀에서 가장 오랜 식민지 역사를 가졌으며, 가톨릭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지역이면서, ‘마젤란’이 1521년 필리핀에서 최초로 도착한 매우 역사적인 도시다.

1521년, 마젤란과 234명의 선원들은 세부섬에 닿았다. 마젤란은 진귀한 문물을 세부에 전했고, 세부 왕과 왕비는 급기야 세례를 받기에 이르렀다. 세부에서 유명한 마젤란의 십자가(Magellan’s Cross)는 이들의 세례를 기념해 마젤란이 꽂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부 시청 건너편 팔각정처럼 생긴 건축물 안에 보관된 이 십자가는 세부 시티의 대표 관광명소다.

이후 가톨릭이 급격히 세부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세부 왕은 왜 마젤란과 친교를 맺고 가톨릭을 받아들였을까? 사실 세부 왕은 막탄섬을 다스리는 족장, 라푸라푸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라푸라푸는 마젤란과 싸워 연승을 거두다가 결국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두고 만다. 특이하게도 세부에서 마젤란과 라푸라푸는 동시에 존경을 받는다. 마젤란은 세부의 침략자이지만 가톨릭을 전파해 준 위인이며, 라푸라푸는 세부의 자존심을 지켜 낸 민족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세부 시내를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라푸라푸 동상을 볼 수 있고, 마젤란 기념비는 대표 관광지다. 세부의 예술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필리핀 세부 국립 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Philippines, Cebu)’에 가면, 마젤란에 맞선 라푸라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여러 점 볼 수 있다. 이런 자긍심은 막탄섬의 대표 도시의 이름이 ‘라푸라푸(Lapu-Lapu City)’라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젤란이 세부 왕에게 세례를 주며 아기 예수상을 선물했다는 것은 매우 유명한 이야기다. 당시의 진짜 아기 예수상으로 추정되는 아기 예수상은 지금 ‘산토니뇨 대성당(Basilica Minore del Sto. Nino de Cebu)’에 봉안되어 있다. 산토니뇨(Santo Nino)는 어린 성자 즉, 아기 예수를 뜻한다. 세부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산토니뇨 대성당은 하얀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성당의 하이라이트는 안쪽에 봉안된 아기 예수상으로, 유리관 안에 보관된 아기 예수상을 보기 위한 줄이 늘 길다. 성당 안쪽 회랑에 들어서면 작은 석상과 분수대가 놓인 정원에서 고즈넉한 유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1565년 스페인 군대는 세부에 온 지 11일 만에 세부항 바로 옆에 나무로 된 요새를 지었고, 1835년 석조 요새로 다시 지어졌다. 세부의 대표 관광지인 ‘산 페드로 요새(Fort San Pedro)’다. 스페인 통치 말기에는 세부의 독립 운동의 거점이었고, 미국 식민지 시대에는 군막사로, 일본 식민지 시대에는 포로 수용소로 활용되는 등 거듭된 뼈아픈 식민지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돌벽으로 둘러싸인 정원과 유럽풍의 건축물은 소란스러운 세부 시내에서 잠시나마 평화와 휴식을 준다.

세부는 오래된 항구도시이니만큼 인근 나라에서부터 상인들이 많이 들어왔다. 중국 상인 ‘얍(Yap)’이 17세기에 지은 ‘얍-샌디에고 가옥(Yap-Sandiego Ancestral House)’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면서 중국 밖에 지어진 최초의 중국 주택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지어졌기에 스페인과 중국의 문화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 집을 현재 물려받은 ‘발 샌디에고’는 조상의 가옥을 박물관으로 꾸며 세부의 명소로 만들었다. 외부에서 보기엔 시커먼 목조주택이라 지나칠 법도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당시 중국 상인과 그의 가족이 썼던 전통 가구와 장식품, 식기, 그림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소소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글·사진 김진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세부 만다우에 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