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바캉스 스피리트’를 상륙시킨 클럽메드가 홋카이도에 새로운 시공간을 열었다. 무대는 극 청정의 자연, 시간은 파티 타임으로 고정.

헤밍웨이는 파리에서 보낸 젊은 날을 ’날마다 축제*’라고 말했다. 지난 파리올림픽만 봐도 알겠다. 자유분방한 파리의 분위기는 헤밍웨이 때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여름날 만났던 홋카이도 클럽메드도 말 그대로 ‘날마다 축제’였다. 태생이 프랑스산(産)인 클럽메드의 강력한 지중해식 ‘바캉스 스피리트’는 계절과 상관없이 리조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었다. 정신줄을 살짝 놓았다간 어느새 홀 중앙에서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 : 젊은 시절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보낸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
●클럽메드 키로로 그랜드
Club Med Kiroro Grand
여름은 청량하게, 노곤하게
“사실 무척 기대돼요. 우리도 여름은 처음이라서요.” 2023년 겨울에 오픈 첫 시즌을 맞이했던 클럽메드 키로로 그랜드에게 2024년의 여름은 두 번째 시즌이자, 처음 만나는 여름이다. 지도 앱을 열었다가 안 사실은 삿포로(43.06204°), 오타루(43.19063°)의 위도가 블라디보스토크(43.11566°)와 비슷하다는 것. 홋카이도 여름 여행자들이 극찬한 그 선선한 여름 앞으로, 성큼 북진한 것이다.

첫 여름을 맞이한 키로로 그랜드의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자원은 키로로 산의 싱그러움이다. 곤돌라를 타고 산정에 올라갔던 날, 몇몇은 하늘 아래 요가로 몸을 풀었고, 다른 일행은 가벼운 트레킹을 즐겼다. 공기가 믿을 수 없이 깨끗했다. 하늘도 그랬다. 내려와서는 풀밭 위의 만찬. 바비큐 피크닉의 낭만이 여름 서정을 완성했다. 쾌적한 기후와 푸른 숲, 맑은 공기까지, 지구상에서 귀해져 버린 세 가지 조합에 몸이 한결 가뿐한데, 리조트에는 천연 온천수가 가득한 노천탕이 노곤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1일 2회 온천욕은 사흘 동안 매일의 루틴이 되었다.

클럽메드 키로로 그랜드
키로로는 홋카이도 중서부에 있는 산의 이름이다. 산 아래에 리조트 단지가 형성되어 있고, 그중 두 개가 클럽메드의 이름을 달았다. 2023년 오픈한 클럽메드 키로로 그랜드는 여름에도 문을 여는 사계절 리조트이고,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클럽메드 키로로 피크는 겨울에만 운영하는 스키 전용 리조트다.

프리미엄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답게 숙박, 식사, 액티비티가 모두 포함되어 있고, 규모가 큰 키즈클럽, 노천탕이 있는 온천욕장, 실내 수영장, 피트니스도 갖추고 있다. 기본 주류까지 무제한 포함이지만, 추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페셜티 레스토랑(스시, 일본식 바비큐인 야키니쿠), 스파, 골프 등을 선택하면 여행이 더 풍부해진다. 일본 여행의 느낌을 더 누리고 싶다면 다다미 객실도 선택할 수 있다.

취미를 발견하는 기회의 장
20년 늦게 알았지만, 보드 타기에 재능이 있었나 보다. 마운틴보드는 클럽메드 중에서도 키로로 그랜드에서 처음 도입한 액티비티인데, 겨울 동안 설원을 제압하는 스키와 보드 강사들이 여름 동안엔 마운틴보드 강사로 깜짝 변신했다. 낙차라곤 한 뼘밖에 되지 않고, 헬멧에 무릎, 팔꿈치, 엉덩이 보호대까지 모두 착용하고도 처음엔 한껏 몸을 사렸지만, 밸런스가 훌륭하다는 칭찬에 결국 춤추는 고래가 되어 자발적으로 난이도를 높여갔다. 오랜만에 아주 신이 났음을 인정할 수밖에.

내성적이지만, 경험에는 적극적인 편이다. 세상 모든 취미를 누릴 수는 없겠지만, 자신에게 맞는 스포츠나 취미를 찾아가는 것을 중요하다고 믿는다. 배우고 경험할 기회가 필요하다면 클럽메드가 맞춤한 기회의 장이다. 마이 클럽메드(My Club Med) 앱을 이용하면 숙소의 액티비티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파크 골프, 테니스, 양궁, 자전거, 하이킹, 노르딕 워킹, 아쿠아로빅, 요가, 자연 관찰 등의 스포츠 야외 활동뿐 아니라 요리 교실, 오르골 꾸미기, 조향 체험, 모자 꾸미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네이처 퀘스트’ 등 알찬 프로그램이 시간대별로 빼곡하다. 추가 요금을 내고 골프 레슨을 받거나 스파 테라피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아 참! 아이들을 잊었다고? 괜찮다. 아이들은 쁘띠클럽(유아), 미니클럽(아동), 틴즈클럽(청소년)에서 이미 잘 놀고 있다.
오늘도 ‘날’ 잡으셨군요
‘그냥 빈손으로 오세요!’라는 올인클루시브 원칙이야 클럽메드의 약속이지만, 신축성 있는 위와 자정까지 거뜬한 파티 체력, 드레스 코드에 유효한 복장만큼은 개인 준비물 리스트로 챙겨야 한다. 프리미엄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의 진가는 식당과 바(Bar)에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 1열에는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가 있다.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요테이 바(Yotei Bar)로 직행했다. 컵만 놓으면 자동으로 거품까지 완벽하게 채워 주는 맥주 디스펜서가 기특하다. 1985년부터 선포인 삿포로 클래식은 오직 홋카이도에서만 마실 수 있는 지역 한정 맥주다. 타들어 가는 여독을 풀어 주었던 첫 모금은 가히 감동적인 맛! 하지만 각종 칵테일과 와인도 무제한 즐길 수 있으니, 편애는 아껴 두기로 한다.

우수한 로컬 식재료를 이기는 레시피가 있을까. 홋카이도는 구황작물과 유제품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모든 식사와 간식 코너 한편을 차지하지만 늘 동이 나는 감자와 옥수수구이, 라벤더와 말차가 자웅을 겨루는 아이스크림과 프랑스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치즈와 와인 등은 그저 ‘사이드’한 이야기일 뿐이다.

메인 레스토랑 요이치(Yoichi)는 매일이 ‘날’이다. ‘참치 잡는 날’에는 방금 해체된 생마구로가 접시로 직행하고, 스테이크가 고소한 냄새로 식당을 점령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크랩 요리를 게걸스럽게 먹을 수 있는 날도 있다. ‘뷔페가 거기서 거기’라는 속단이 쏙 들어간 자리를 ‘와 여기 대박이네’라는 탄성이 꿰찬다. 혹여라도 물릴까 봐 셰프와 G.O(클럽메드 상주직원, Gentle Organizer)들은 화려한 복장과 웰컴 드링크로 또 한 끼의 피에스타를 성공시키고 만다.
알고 보면 워케이션의 시조새
첫 여름에 모두가 설레었지만, 가장 흥분한 사림은 다른 누구도 아닌 클럽메드의 G.O였다. 그들은 클럽메드 특유의 바캉스 스피리트를 전염시키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이자, 알고 보면 놀면서(?) 일하는 워케이션의 시조새 격이다. 테니스 코트에서 만나면 꼼꼼한 레슨 선생님이 되고, 공연 무대 위에서는 멋진 댄서이자 연기자가 되었다가, 파티에서는 세상 유쾌한 분위기 메이커가 된다. 덕분에 게스트들은 숙박 경험이 다채롭고, 액티비티가 서툴러도 민망하지 않으며, 틈틈이 웃을 일이 많다. 클럽메드 리조트 촌장의 대다수가 그러하듯, 키로로 그랜드의 촌장인 멀린(Merlin Chelliah)도 바로 그 G.O 출신이다. ‘월리를 찾아라’에 버금갈 다중 출연으로 밈의 소재가 될 만한 그녀의 활약으로 키로로 그랜드의 겨울은 이미 풀 부킹 상태라고. 그녀를 경험해 보니 매우 높은 확률로 내년 여름도 심상치 않다. 서둘러야 한다.

G.O들의 끼가 팡팡 터지는 장소는 바로 매일 밤 열리는 공연과 파티다. 며칠만 지나도 낯이 익고 가족 같아지는 키로로 그랜드의 특성상 처음엔 ‘저이가 무대에?’, ‘저런 복장을 한다고?’로 시작되어, 결국은 가족 같은 마음으로 끊임없는 박수갈채와 박장대소를 보내게 되는 것이 클럽메드 공연만의 매력이다. 새로 선보인 그들의 논버벌(nonverbal), 슬랩스틱 코미디 공연이 ‘나는’ 진심 웃겼다!

공연의 흥을 잇는 것은 파티다. 술은 무제한, 흥은 논스톱이다. 어떤 날은 ‘아 참, 여기 일본이었지’를 상기시키는 카가미비라키(나무 술통 깨기) 이벤트가 진행되고, 다음 날엔 수백 개의 술잔을 넘어뜨려서 도미노를 성공시킨다. G.O들은 마지막 게스트가 나가떨어질 때까지(?) 놀아 주고도, 다음날 놀랍도록 멀쩡하다. 설마 오늘도? 하지만 밤이 되면 다시 파티가 열리는 흥의 무한루프다. 이렇게 클럽메드는 날마다 축제다.
●클럽메드 토마무 홋카이도
Club Med Tomamu Hokkaido
이웃이 하필이면?
초록으로 뒤덮인 토마무 산의 슬로프는 사슴의 놀이터가 되어 있었다. 가끔 곰도 나오고, 여우는 이곳의 흔한 동거인이다. 클럽메드 토마무의 여름 시즌은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시설 면에서도, 서비스 면에서도 가족여행에 최적이다. 기억에 영구 각인될 몇 개의 순간을 클럽메드 토마무는 ‘슬기로운 리조트 생활’에 잘 녹여 냈다. 십 년 만에 테니스 라켓을 다시 잡았고, 과녁에 화살을 찔러넣는 양궁의 재미도 만끽했다. 허공을 감아 돌아야 하는 공중그네 서커스 체험에도 꽤 마음이 기울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토마무의 특별한 밤은 야키니쿠와 산장 풍의 프라이빗 바인 ‘더 네스트-젠 바’에서 무르익었다. 실내의 조도를 낮추니 통유리창 밖에서 호기심에 들뜬 여우들이 기웃거렸다.


클럽메드 토마무의 인기 요인을 바깥에서도 찾자면, 일본 최대의 실내 파도풀 ‘미나미나 비치’와 운카이(운해) 테라스로 올라가는 곤돌라가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인근 부지를 광활하게 선점하고 있는 ‘호시노리조트 토마무’ 고객들이 주로 이용했었지만, 지금은 클럽메드 토마무의 고객들이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호시노 고객에게는 ‘유료’인 이용권이 클럽메드의 고객에게는 이미 ‘포함 사항’이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이웃이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라서 벌어진 일이다. 단, 곤돌라 티켓에 운카이(운해)까지 포함된 것은 아니다. 새벽 4시 기상을 감행하고도 우윳빛 하늘만 보고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하지만 구름 맛 아이스크림을 어찌 잊으랴.

클럽메드 토마무 홋카이도
가족 여행객에게 최적화된 리조트다. 다양한 액티비티와 푸짐한 식음료 서비스, 저녁마다 이어지는 공연과 파티 등은 전 세계 80여 개 클럽메드 리조트와 궤를 같이하지만, 노부모나 아이들이 함께하기에 편안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리조트 바로 옆에 일본 최대 규모의 실내 파도 풀장이 있고, 동물 농장을 방문하는 가벼운 트레킹,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산정 트레킹 등을 즐기다 보면 굳이 리조트를 벗어날 마음이 들지 않는다.

●‘풍경’이 다했다
오타루 하루 여행
클럽메드 안에 있으니 그다지 간절하게 시내 나들이 생각이 나진 않았다. 하지만 리조트에서 바로 출발하는 오타루 왕복 버스까지 제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잔잔한 운하와 오르골당(오르골 박물관), 고풍스러운 골목과 기차가 멈춘 테미야선 폐선로, 죄다 욕심나는 디저트와 캐릭터 숍들 사이로 줄이 길게 늘어선 맛집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러브레터>의 기억이 있으니 말이다.


‘땡그랑, 땡그랑~’ 오타루 사카이마치 거리의 첫 감각은 청량한 유리 풍경 소리였다. 유리공예의 도시가 선택한 최적의 풍경 걸이는 바로 가로등 대였다. 피리 부는 소년의 마법에 걸린 듯 풍경 소리에 이끌려 걷다 보면 이 거리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르타오 디저트도 사고, 아기자기한 캐릭터 상품과 유리잔도 고르고, 살살 녹는 ‘유바리 멜론(홋카이도 유바리시에서 생산되는 당도 높은 멜론)’ 한입에 시원한 음료도 한잔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모두의 터닝 포인트는 거리 끝의 오르골당이다. 풍경 소리는 서막이었을 뿐, 수만 개의 오르골은 각자의 무대와 음악을 품고 있다. 조개처럼 조심스레 열어 보다 나만의 진주를 발견했다면, 그것이 인연이다.

오타루 도보여행의 동선은 그리 길지 않다. 잔잔한 운하와 그 너머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 재생 카페들을 주마간산하기가 어려울 뿐. 빠듯하게, 오타루 하루 여행을 완성할 한 끼의 시간만 남았다. 삼각시장(小樽三角市場)은 오타루역 옆에 있는 골목 시장이다. 50m도 안 되는 골목 한 줄에 수산물 상점과 카이센동 식당이 마주하고 있다. 만만하게 봤는데 첫 집부터 대기 줄이다. 결론은 기다림의 노고와 고가의 부담을 거뜬히 상쇄하는 대만족이었다. 여태 궁금하다. 삼각시장 회덮밥은 왜 맛있는 것인가? 다시 가도 그럴 것인가?

글·사진 천소현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클럽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