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에서 각 지역의 독특한 향신료, 식재료로 인해 곤란할 때가 많다. 이민자의 나라 호주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없는 문화가 없는 곳이라 모두의 입맛을 충족할 수 있다. 덕분에 다양한 식문화 중에서 육각형의 맛만 남은 모습이다. 여느 레스토랑을 가도 어디선가 먹어봤을 음식인 게 분명한데, 특별하게 맛있다. 이런 게 맛의 올스타 아닐까?

●스토리 브릿지 아래 작은 이탈리아
Ciao Papi
챠오 파피(Ciao Papi)는 이탈리안과 지중해 느낌을 물씬 풍기는 레스토랑으로 불향이 지긋이 배인 스테이크와 화덕 열기가 전해지는 피자까지 군더더기 없는 식사 장소다. 커플들에게 제격인 장소다. 식당의 불그스름한 조명아래 앉아있는 현지 커플을 보니 영화 ‘어바웃타임‘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여러 메뉴가 있어 고민하게 만드는데, 이탈리아 출신 종업원이 메뉴를 추천해 주니 이탈리안식 오마카세를 경험하는 기분이다. 피자는 생소한 이름의 모튼베이피자를 추천한다. 호주 모튼베이 지역에서 잡은 바닷가재 살이 올라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나름 퀸즐랜드주 산지 직송이다. 아울러 T본 스테이크의 원조로 알려져 있는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는 웬만한 호텔 스테이크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한다.
●호주 최고 중국 레스토랑
Uncle Su
골드 코스트 The Star 호텔에 위치한 중식당이다. 호주에서 독특한 맛은 살아남지 못하듯 중국요리 중 가장 대중적인 광둥지방 요리가 대표적이다. 호주 최고 중국 레스토랑으로 수상하고, 후보자로 꾸준히 오르는 점을 미루어보아 상당한 맛집임은 분명하다.


메뉴가 유별나게 많다. 메뉴판 표지나 종이가 두꺼운 것도 있지만, 손가락 3마디 두께다. 식사용 볶음밥, 딤섬과 함께 광둥요리로 대표적인 북경오리와 차우하이(머드크랩)를 맛보면 좋다. 차우하이는 생물 상태인 머드크랩을 가져와 무게를 직접 달아 보여주고 조리를 시작한다. 매콤한 맛이 묘한 중독성을 불러일으킨다.

하이라이트는 북경오리다. 호주 최고 중국 레스토랑 칭호는 북경오리로 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통채로 구운 오리고기를 테이블 앞에서 직접 썰어주고, 먹기 좋게 한 쌈으로 만들어 켜켜이 쌓는다. 쌈 조합은 간단하다. 동그란 만두피 같은 밀가루 반죽 위에 새싹채소와 북경오리, 특제소스만 들어간다. 첫입은 소스의 강렬함이 지배하고, 이어 도무지 오리라고 믿어지지 않는 식감의 탱글함이 씹혀 미소가 절로 나온다.
●깊이 맛보는 호주 소고기
Köst
숯불 그릴 요리가 대표적인 곳이다. 호주 여행 중 소고기를 빼놓을 수 없지 않겠는가. 브라만, 헤어포드, 와규 등 다양한 품종의 스테이크를 선택할 수 있는데, 종업원의 선택은 블랙앵거스다. 블랙앵거스의 맛을 보면, 사랑에 빠진다는데 어떻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오픈 주방이 신뢰감을 높여준다. 독특한 점은 숯불 그릴이 2m가 넘는다는 점이다. 요리사들이 일렬로 서서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도록 굽는다. 주방 삼매경에 빠져있으면 사랑에 빠질 스테이크와 가게만의 시그니처 소스라고 설명하는 5가지 소스가 함께 나온다. 소스는 튀지 않는 맛으로, 음식을 꾸며주기보다는 고기 맛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용도다. 덕분에 맛보는 블랙앵거스를 더 깊게 즐길 수 있어 좋다.
브리즈번+
도시에서 찾은 여유
브리즈번의 첫인상은 ‘살고 싶은 동네’였다. 깨끗한 거리와 맑은 공기는 호주의 이민 정책에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살기 좋아 보이는 만큼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브리즈번강을 가로지르는 스토리 브리지(Story Bridge)는 압도적이면서도 우아한데, 그 매력이 낮과 밤 흔들림 없이 유지된다.
사우스뱅크(South Bank)는 브리즈번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브리즈번강 남단에 인공 해변공원으로 조성된 강둑인데, 강물은 넘치지 않았지만 여유로움이 넘쳐났다. 물놀이부터 시작해 운동, 테니스, 악기 연주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유를 즐긴다. 인근 거리인 리틀 스탠리 스트리트(little stanley stree)의 식당가는 허기진 배를 재충전할 수 있는 곳들로 가득하다.
크리스탈브룩 빈센트 호텔
예술가의 집이란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크리스탈브룩 빈센트 호텔은 호주 유명 예술가 빈센트 판타우조(Vincent Fantauzzo)의 호텔 브랜드 더 판타우조와 크리스탈브룩 호텔의 합작이다. 그의 그림과 사진 500여점이 로비부터 복도 곳곳에 걸려있다. 객실 내부까지 화려한 색이 수놓아 있는데, 자칫 거부감이 들어도 금방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호텔은 브리즈번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스토리 브릿지(Story Bridge)가 바로 보이는 하워드 스미스 부두에 위치해있다. 차이나타운이나 브리즈번 도심지와 도보로 무리 없이 이동 가능한데, 은행잎 짙게 물든 가을 날씨를 뽐내는 8월의 브리즈번은 더더욱 걸을만 하다. 호텔 데크는 대중교통인 리버 사이드 페리 선착장까지 이어져 다녀 50센트만 있다면, 시티까지 5분이면 닿는다. 굳이 나가지 않아도 브리즈번을 즐길 수 있다. 스토리 브릿지와 브리즈번강이 있는 만큼 호텔 주변에는 음식점과 펍, 라이브 카페 등이 더러 있다. 객실과 로비 두 개의 문만 통과하면, 브리즈번의 젊음 속으로 들어선 셈이다.

글·사진 송요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