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 국가는 베트남이다. 2023년에 360만명 정도가 방문했다. 공항에서 만나는 출국자 6~7명 중 한 명은 베트남을 가는 셈이다. 하노이와 호치민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다낭, 나트랑, 푸꾸옥, 달랏 등 목적지도 다양하다. 아예, 경기도 다낭시, 제주도 푸꾸옥시 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구석구석 한국인이 가득하다.

갈 곳이 더 남아 있나 싶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래가 촉망되는 여행지가 여전히 많다. '하이퐁'도 그 중 하나다. 이름부터 사랑스러운 '하이퐁'은 베트남 북부의 가장 큰 항구이자 베트남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하노이에서 약 120km 떨어져 있고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택 등 한국 대기업도 하이퐁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퐁'의 '하이'는 바다를, '퐁'은 방어나 보호를 의미한다. ‘바다를 지키는 도시’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예로부터 해상 교통과 무역의 중심지였다. 하이퐁은 하노이와 하롱베이 사이에 있고 베트남 북부의 대표적 휴양지인 도선Do Son도 품고 있다. 하이퐁은 한국 골퍼들의 겨울 여행 목적지로 반가운 곳이다. 우선, 날씨가 좋다. 하이퐁의 겨울은 낮 평균 기온이 17~22도로 한국의 늦가을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비가 적은 건기에 날도 무덥지 않으니 추위를 피해서 왔다가 더위에 고생하는 극심한 온도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골프 여행에 적당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2023년에는 도선 지역 바다를 매립해 지은 ‘드래곤 오션 도선’이라는 복합관광단지도 들어섰다. 드래곤 오션 도선은 드래곤 골프 링크스와 드림 드래곤 리조트, 워터파크, 라이트닝 공원, 인공 해변 등을 갖춘 북부 베트남의 복합 휴양시설이다.

그렉 노먼이 설계한 하이퐁의 신상 링크스
2023년 개장한 드래곤 골프 링크스는 호주 백상어로 유명한 그렉 노먼이 설계한 27홀 규모의 골프장이다. 현재 18홀이 완성돼 운영 중이고 9홀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바다를 끼고 플레이하는 해안 링크스 코스로 산악 지형에 익숙한 한국 골퍼에게는 첫인상부터 충분히 이국적이다. 전장은 7,254야드로 길고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에는 부드럽고 새하얀 모래로 채운 벙커가 버티고 있다. 그린은 널찍하고 빠르며 그린 주변 공간도 옹색하지 않게 설계해 답답하지 않다. 페어웨이로 카트가 들어가지 못하는 대신 코스 전반의 관리 상태도 수준급이다.


링크스 코스답게 드래곤 골프 링크스의 시그니처는 결국 바람이다. 이곳의 바다 바람은 코스를 늘 새롭게 만든다. 두 클럽을 길게 잡아도 짧게 떨어졌는데 코너를 돌아 바로 다음 홀에서는 우드로 공략한 공이 하염없이 날아 그린을 넘기기도 한다. 어제는 쉬웠는데 오늘은 영 이상하고 스코어도 들쑥날쑥이니 골프 그 자체다. 아직 나무가 많이 자라지 않아서 몇몇 홀은 비슷해 보이거나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데 벙커와 헤저드가 곳곳에 있어서 긴장감을 주고 난이도를 높인다.


드래곤 링크스는 정확한 아이언이 필수다. 페어웨이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홀의 그린 주변에는 3~4개의 벙커가 있어 편안한 그린 공략을 허락하지 않는다. 핀 뒤로 바다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멀리 보이는 홀이 많고 바람도 수시로 달라지기 때문에 캐디와 아이언을 믿고 클럽을 선택해야 한다. 드라이버도 거리가 받쳐줘야 한다. 10개의 파4홀 중 블루티 기준으로 395야드가 넘는 홀이 5개에 달할 정도로 거리가 긴편이다. 인코스 15번홀(436야드), 17번홀(440야드)은 2온이 만만치 않다.


해안가 코스인데 워터 헤저드까지 크고 많다. 10번홀에서 오른쪽에 헤저드를 끼고 플레이를 하면 11번 홀은 왼쪽에 헤저드가 있고 그 다음 홀은 바다가 나오는 식이다. 공을 넉넉히 챙겨 가기를 권한다. 어두워지면 라이트가 켜지는데 낮과는 완전히 다른 예쁜 골프장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신생 골프장답게 클럽하우스와 락커룸 등의 시설도 깔끔하다.

천연 잔디 타석 역시 꼭 이용해 봐야 한다. 20만동(한화 약 1만1,000원)이면 바구니에 100개의 공을 담아주는데 한국과 비교하면 무료나 마찬가지다. 인조 매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근사한 디봇을 만들며 실전같은 경험을 할 수 있고 클럽별 거리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물론이고 벙커와 어프로치샷, 퍼팅 연습장을 모두 갖추고 있다.

●도선 지역 유일의 현대식 5성급 리조트
골프장과 같이 2023년 문을 연 드림 드래곤 리조트는 303개 객실을 갖춘 5성급 특급 리조트다. 도선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국제 기준에 맞춘 리조트로 실외, 실내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 인공 해변을 갖추고 있다. 골프장까지는 버기로 이동하는데 5분 정도면 충분하다. 겨울에는 날씨 탓에 실외 수영장 이용이 불가능하지만 실내 수영장은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피트니스 센터와 붙어 있는데 아직 이용자가 많지 않아 황제 수영을 할 수 있다.


신생 리조트답게 침구부터 리조트 시설 전반도 매우 깨끗하다. 모든 객실은 바다를 보고 있고 복도 한쪽은 통창으로 돼 있어 어둡지 않다. 객실마다 널찍한 발코니가 있어 여유로운 휴식이 가능하며 욕실에는 욕조가 있어서 반신욕으로 골프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좋다. 가족이나 친구 사이라면 기본 객실인 객실 하나는 주니어 스위트룸을 잡는 것도 방법이다. 디럭스룸과 커넥팅룸으로 연결돼 있어 응접실을 공유하면 한결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


●화려한 빛의 축제, 드래곤 오션 라이팅 파크
드래곤 오션 도선은 골프장 외에도 투이틴 워터파크 같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레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워터파크는 여름이면 하루 1만명이 찾는 대규모 시설이지만 겨울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대신 바로 옆에 12월말부터 문을 여는 드래곤 오션 라이팅 파크Lighting Park에서 눈호강을 할 수 있다. 큰 호수를 중심으로 공원 내부 전체를 다양한 조형물로 꾸민 모습이 흡사 거대한 연등 축제장을 연상케 한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아서 천천히 산책하며 사진도 찍고 하려면 1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조명으로 장식한 화려한 꽃과 고래, 눈을 깜빡이는 메두사, 대형 트리, 산타, 행운과 재물을 부르는 조형물 등으로 어른도 동심으로 돌아 가게 만든다.


●하롱베이 관광과 골프를 동시에, 투안 차우 골프장
하이퐁은 하롱베이 관광의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하이퐁에 왔으니 하롱베이 관광도 빼놓을 수 없다면 투안 차우 골프장에서 라운드하고 하롱베이를 관광하는 하루 일정도 추천할 수 있다. 투안 차우 골프장은 하롱베이 투안 차우 섬에 위치한 18홀(파 72, 7,124야드) 규모의 골프장으로 멀리 하롱베이를 볼 수 있다. 특히, 12번 홀의 길이는 711야드로 베트남에서 가장 긴 파5홀이라고 한다.


드래곤 골프 링크스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페어웨이가 좁고 언듈레이션도 많은 편이다. 거리도 거리지만 정확성이 관건으로 그린도 작고 매우 어려우며 헤저드도 많다. 그리스-로마 신전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클럽하우스는 실내를 고급 원목 등으로 꾸며 중후하고 고풍스럽다. 한국 주재원와 교민 등도 종종 찾기 때문에 김치 같은 한국 음식도 괜찮다.


골프장에서 하롱베이 선착장까지는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하롱베이 관광은 1박2일이나 2박3일 크루즈를 타는 것부터 3~4시간짜리 반나절 투어, 스피드보트 투어 등 여러가지가 있고 선박 상태나 식사 포함 여부 등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취향과 일정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가는 법
1. 비엣젯항공이 하이퐁 캇비 국제공항으로 매일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캇비 공항은 매우 아담한 국제공항으로 국제선은 비엣젯항공의 인천-하이퐁이 유일하다. 특별한 편의시설은 없지만 입국 심사 등이 복잡하지는 않다. 인천에서 아침 7시15분에 출발하면 10시40분에 도착하고 돌아오는 날은 23시45분에 출발해 다음날 아침 6시에 한국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골프장이나 호텔까지는 30분 정도면 도착하기 때문에 출발하는 날과 도착하는 날 모두 라운드가 가능하다.
2. 항공편이 훨씬 다양한 하노이에서 가는 것도 방법이다. 교통 상황에 따라 차량으로 1시간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동 시간이 조금 길지만 골프장이 라이트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항공 시간에 따라 첫날에도 18홀 플레이가 가능하다.
여행팁
1. 하이퐁에서의 겨울 골프는 긴팔 옷과 얇은 바람막이가 기본이다. 열이 많은 사람은 반팔을 입기도 하는데 바람이 불면 아무래도 쌀쌀하다. 한 겨울에는 두툼한 바람막이나 얇은 패딩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2. 비엣젯항공을 타고 하이퐁으로 간다면 수하물 무게에 주의해야 한다. 운임 클래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위탁 수하물은 골프백과 캐리어를 포함해서 20kg까지, 기내 수하물은 7kg까지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짐이 많다면 추가 구매를 하거나 상위 클래스 요금을 끊는 것이 안전하다.
여행상품
1. 3박5일의 기본 골프여행을 비롯해 14박 이상의 골프 전지 훈련도 가능하다. 가격은 주중은 1인 1박당 24만원(골프와 숙박, 3번의 식사), 주말은 29만원 수준이다. 14박 이상 롱스테이의 경우 가격 할인 이외에도 잔디 타석에서의 무료 연습볼과 무료 세탁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2. 여행상품을 선택할 때는 식사나 포함 사항을 잘 따져 봐야 한다. 하이퐁 골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에어투어스는 한국 시장을 겨냥해 겨울 시즌 동안 한국인 셰프를 영입해 호텔에 상주시키고 있다. 조식은 호텔에서 인터내셔널 뷔페식으로 식사하고 점심과 저녁은 한국인 셰프가 식사를 준비한다. 점심은 클럽하우스에서 오이 김치와 미역국, 불고기 같 은 세미 뷔폐로 제공하고 저녁은 코스 메뉴가 제공된다. 메뉴는 한식을 베이스로 베트남과 양식 등을 고루 섞어서 매일 다르게 제공하는데 호텔 풀코스 요리가 부럽지 않다.


하이퐁 글, 사진 = 김기남 / 취재협조 에이투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