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와 스카이스캐너 제시카 민(Jessica Min) 데스티네이션 전문가에게 여행을 물었다.
*김경일 교수(KI), 제시카 민 전문가(JM)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KI_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인지심리학자 김경일입니다.
JM_ 스카이스캐너에서 한국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여행 트렌드를 분석해 전달하는 제시카 민입니다.
-2025년, 눈여겨봐야 할 여행 트렌드가 있을까요?
JM_ ‘웰니스 투어’와 ‘천체 여행’이요. ‘웰니스 투어’는 피로 회복과 스트레스 해소를 주목적으로 하는 여행이에요. 일본 온천 여행을 예로 들 수 있죠. 우리나라는 ‘갓생’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바쁘고 생산적인 일상을 보내는 분들이 많아서 이런 여행이 인기를 끄는 것 같아요. 또 올해는 태양 활동 극대기로 10년 만에 오로라가 제일 활성화되는 시기예요. 노르웨이 트롬쇠(Tromso)나 캐나다 옐로나이프(Yellowknife) 등의 여행지를 추천합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여행을 떠나면 좋을까요?
KI_목적지보다는 여정, 즉 과정에 주목하는 태도를 가지면 좋겠죠. 행선지를 찍고 찍는 여행은 미션 수행과 비슷해요. 여행이 어땠는지 기억하기 어렵죠. 일하고 온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게임처럼 과정에 몰입하고 모니터링하면 즐거울 수밖에 없어요.
JM_ ‘오픈 마인드’를 갖는 걸 추천해요. 보통 오로라 여행지를 갈 때, 오로라를 생생히 볼 거라 기대하는 분이 많지만, 막상 가 보면 사진보다 못하거나, 기상 상황에 따라 볼 수 없는 경우도 많아요. 열린 마음으로 여행 자체에 주목하면 비록 원하던 걸 경험하지 못해도 만족할 수 있을 거예요.
-여행 계획은 언제, 어떻게 세우는 게 좋을까요?
KI_ 여행 계획은 ‘점’보다는 ‘범위’로 설정하는 게 좋아요. 여행 계획이 너무 빼곡하면 일처럼 느껴질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여행을 갈 때 고속도로에서 ‘망향 휴게소와 옥천 휴게소에 들러야지’ 하고 계획하기보다는, ‘충청남도 휴게소 1곳, 충청북도 휴게소 1곳에 들르자’ 하는 방식으로요. 이렇게 계획이 범위로 되어 있으면, 가는 길에 주위를 둘러보게 돼요. 또 목적지 위주로 계획하면 실패했을 때 계획이 어그러지지만, 범위를 넓히면 많은 대안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JM_ 여행 갈 때 비행기를 타야 한다면, 일단 항공권 예약만큼은 최대한 빨리하는 걸 추천해요. 수요가 증가하기 전에 일찍 검색하면 적당한 가격에 예약할 확률이 높아져요. 물론 예약 후에 특가 상품이 나올 수 있지만요. 특가 자체가 일반적인 ‘세일’ 개념과 동일하기 때문에, 인기 여행지는 재고가 없을 확률이 높아요. 내가 가고자 하는 시기에 정확하게 맞춰 원하는 여행지의 항공권을 특가나 최저가로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죠. 오래 고민하고 따져 보기보다는 항공권을 우선 예약하는 게 더 높은 확률로 저렴한 비용으로 구할 수 있어요.
-일정과 예산에 맞는 여행을 위한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JM_ 스카이스캐너의 ‘어디든지’ 기능을 활용해 봐도 좋을 거예요. 예를 들어 스키를 타기 위해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고, 어느 스키장이든 상관없다면, 원하는 기간과 예산에 맞춰서 어느 곳으로 떠날지 쉽게 계획할 수 있어요.
-심리학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좋은 최적의 타이밍이 있다면요?
KI_ 아무래도 ‘여행자의 상태’가 타이밍이겠죠. 보통 ‘여행을 떠나고 싶다’라는 동기가 유발될 때는 무언가 결핍되어 있을 확률이 높아요. 그 결핍은 에너지의 결핍, 만남의 결핍일 수도 있는데 그 결핍을 느끼는 순간이 여행을 결정하는 시점이자, 여행 가기 좋을 때예요.
-여행에서 정작 일상(업무 스트레스 등)에 얽매여 집중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KI_ 무언가를 놓고 여행을 나서 보세요.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을 제거하면 여행에 쉽게 몰입할 수 있어요. 저는 핸드폰이나 노트북, 또는 명함집을 놓고 갈 때도 있어요. 물론 비행기 타기 전까지 ‘지금이라도 챙길까?’ 하며 고민과 후회를 하지만요. 아예 두고 가는 게 어렵다면 어떤 구간이나 시간만큼은 특정 도구를 가져가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여행 중 유독 긴장되는 상황(출입국 심사, 호텔 체크인 등)이 있죠. 이런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심리적 팁이 있나요?
KI_ 제가 또 입국 심사계의 프리패스라 불리죠. 보통 출입국 심사 받는 줄을 보면 표정이 굳어 있는 분들이 많아요. 반응과 결정을 구분하는 게 필요해요. 긴장될 때 경직된 표정을 짓는 것은 반응과 결정을 동일화한 거예요. 물론 긴장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그런데도 밝은 표정을 보이는 결정을 한다면, 자연스레 입국 심사대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을 거예요. 표정이 굳은 사람과 편안한 미소를 짓는 사람은 심사하는 사람에게도 다른 인상을 줄 테니까요.
-여행 중 안 좋았던 경험이 시간이 지나서 좋게 기억되는 이유가 궁금해요.
KI_ 우리는 여행을 휴식이라고 생각해도, 뇌는 ‘일’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죠.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거예요. 여행 중 비를 맞아 쫄딱 젖었을 때, 그건 하나의 ‘이벤트’가 될 수 있어요. ‘비’에 대해 뇌가 ‘낭만’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거죠. 그런데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즉 뇌의 모드가 오로지 ‘휴식’이나 ‘쾌락’ 상태일 때, 만약 천장이 뚫려서 비를 맞아요. 이건 재앙이에요. 뇌가 ‘지금 일이 아니라 휴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비는 ‘고통’이 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두 분이 생각하시는 여행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KI_ 집 아닌 곳에서 잠을 자는 것이요. 인간은 24시간 사이클 주기를 갖고 있고 자기의 터전에서 벗어난 걸 굉장히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해요. 실제로 제대했을 때 ‘38개월 22일 여행 마치고 왔다’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여행이란 삶에 구동력을 주는 것이에요. 인간은 불쾌로부터 의미를 변화시켜 다른 일을 시도하려 하죠. 여행 중에도 여러 불편을 겪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뇌가 그걸 다시 의미 있게 해석하죠.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 ‘새로운 삶을 살아 볼까, 안 해본 일을 해 볼까’ 하며 에너지로 삼는 것이죠. 여행은 마냥 즐거운 쾌락은 아니에요. 하지만 분명 삶에 새로운 힘을 부여해요.
JM_ 일상화된 것이라 생각해요. 아무래도 여행에 관한 회사에 다니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주변에도 일반적인 관광지를 넘어 오지나 이색적인 곳을 탐험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이렇게 여행하는 법도 있구나, 이런 걸 느낄 수 있구나’ 하고 깨달을 때가 많아요. 또 부담감을 놓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숙제처럼 힘들게 생각하고 많은 기대를 하기보다는 마음 편히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면 더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 남현솔 기자 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