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최대의 내륙 도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알아인 속으로.

안쪽의 매력
세상에 ‘바깥 인간’과 ‘안쪽 인간’이란 게 있다고 치자. ‘바깥 인간’은 말 그대로 밖을 좋아한다. 나가는 것, 활기찬 것, 트여진 것, 이를테면 바다 같은 것들을. 굳이 따지면, 난 ‘안쪽 인간’이다. 광활한 바다보다 편평한 육지가 편하다. 막막한 개방감보단 오목한 안락함이 좋다. 알아인은, 이런 ‘안쪽 인간’들의 휴식처가 되어 줄 수 있는 도시다.
위치부터 살펴보자. 아랍에미리트 연합국(UAE)의 7개의 토후국 중 알아인은 아부다비 토후국에 속해 있다. 여기서 잠깐.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 요소는 물이다.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 생으로 도시를 세우는 건 무모한 짓이다. 그래서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포함한 UAE의 웬만한 도시들은 전부 바다를 끼고 지어졌다. 그런데 알아인은 UAE 최대의 내륙 도시다. 바다는커녕 사방이 땅이다. 사막이거나 산이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런 알아인이 UAE ‘제4의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오아시스 덕분이다.

약 4,000년 전부터 알아인에는 오아시스가 존재해 왔다. 초기 주민들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농업과 물 공급을 위한 관개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생명수가 샘솟는 오목한 안락함 속에서 당대 정착민들은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짓고, 알아인에 수많은 독자적인 고대 유적지와 유물들을 남겼다. 덕분에 도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석유의 발견으로 급속히 발전한 다른 도시와는 달리, 알아인의 역사가 꽤 오래된 이유다.

아부다비시에서 차로 1시간 30분. 아랍 땅의 깊숙한 품속으로 파고든다. 바다는 점점 멀어지고, 사막은 점점 가까워진다. 소음 대신 고요가 흐른다. 내륙엔 내륙 특유의 아늑함이 있다. 바다의 짠내를 털어 낸 부드러운 바람. 건조한 사막에서 굳건히 자라난 선인장. 곡선을 그리는 거대한 산맥. 이 모든 것들이 보이지 않는 방패막이 되어 도시를, 인간을, 감싸안는다.
알아인에서의 하루는 대단할 게 없다. 사막을 달리고, 낙타를 타고. 산길을 따라 드라이브도 했다. 어느 중동 국가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사막인데도 온갖 유난은 다 떨어 가며 사진도 찍어 댔더랬다. 근데, 별것 아닌 풍경에도 유난 떨게 만드는 곳이 알아인이다. 자극적이지 않아도 묘하게 빠져드는 ‘안쪽의 매력’, 그런 게 알아인에는 있다. 포근함이 주는 힘이 이렇게나 강하다.

DESERT SAFARI TOURS
사막 사파리 투어
일반 여행객들이 드넓은 알아인 사막을 홀로 여행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운전이며 식사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다행히(?) 귀찮음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자본주의 시대다. 사막과 인접한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알아인에도 다양한 사막 액티비티를 풀 패키지로 즐길 수 있는 투어가 많다. 보통은 샌드 보드, 낙타 타기, 헤나 페인팅, 베두인 텐트에서의 다과 체험, 사막 캠프에서 바비큐 뷔페 식사,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쇼 등으로 이뤄져 있다. 차량 픽업 유무나 액티비티 구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인당 90AED(한화 약 3만6,000원) 정도로 가격이 합리적이다.


어느 액티비티를 하더라도 일단 기본 재미는 보장한다. 배경이 중동의 사막이니 뭐, 걷기만 해도 이국적이다. 그럼에도 꼭 해 봐야 할 액티비티를 꼽으라면, 단연 듄 배싱(dune bashing). 전문 드라이버가 사륜 구동차로 사막 오프로드를 질주하며 언덕을 오르내리는데, ‘이래도 되나’ 싶게 경사가 가파르다. 그만큼 스릴도 엄청나다. 배경음악으로는 아랍 스타일의 흥겨운 노래가 깔려 익스트림한 분위기를 더한다. 물 없이도 파도 위에서 서핑하는 기분. 단, 식사 직후라면 말리고 싶다.
JEBEL HAFEET
제벨 하핏
제벨 하핏은 알아인과 오만의 국경에 있는 석회암 산이다. 높이는 약 1,249m. UAE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하기엔 그다지 높지 않은 해발고도지만, 경치 하나는 끝내준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도 제법 쉽다. 12km의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를 따라 차로 천천히 달리면 된다. UAE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길이다. 길목 중간중간에는 정차할 수 있는 뷰 포인트들이 있다. 아무데나 마음 내키는 곳에 차를 세워도 알아인 시내와 사막 지형이 한눈에 파노라마로 들어온다. 운 좋으면 사막여우와도 조우할 수 있다고. 노련한 등산객들은 산기슭에 위치한 사막 공원에서 9km 길이의 하이킹에 도전하기도 한다.
AL AIN ZOO
알아인 동물원
알아인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 알아인 동물원은 UAE의 야생동물을 보존하고자 했던 UAE 초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설립됐다. 그의 비전대로, 알아인 동물원은 ‘보호’에 방점을 맞춘다. 동물원에는 총 4,300마리 이상의 동물이 있는데 그중 130종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일부는 이미 야생에서 멸종됐다. 동물원은 보존 및 번식 프로그램을 통해 희귀 동물군을 멸종으로부터 보호하고 보존하는 데 힘쓰는 중이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방문객들은 귀한 동물들을 너무나 손쉽게 구경할 수 있다. 동물원의 구역은 일반 동물원과 사파리, 2개로 나뉜다. 둘 중 특히 사파리 투어가 놀랍다. 프라이빗 SUV를 타고 사파리 구역에 들어서면 그때부턴 진짜 사파리다. 도저히 동물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넓이다. 217만m² 부지에 아라비아 오릭스, 누우, 흰 코뿔소, 타조, 얼룩말, 가젤 등을 포함해 다양한 토착종과 외래종들이 살아 숨 쉰다. 동물이 사람을 구경하는, 동물보다 인간의 존재가 더 어색한 곳. 과연 세계 최대 인공 사파리 중 하나로 손꼽힐 만하다.


스치는 모든 풍경이 흥미롭지만, 누비아 기린(Nubian giraffe)에게 먹이 주기 체험은 가히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창문을 내리고 당근을 내밀면 기린의 길고 긴 목이 쑤욱 창문 안으로 들어온다. 이내 축축하고 따뜻한 혀가 손에 닿는다. 쭈뼛 소름이 돋는 것도 잠시, 익숙해지는 순간 귀여움도 배가된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아부다비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