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에서 포착한 잊지 못할 5가지 모먼트.


Emirates Palace Mandarin Oriental
에미리트 팰리스
아침 9시,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 조식당 벤돔(Vendome). 오트 밀크를 넣은 시원한 라떼 한 잔에 과자처럼 바삭한 베이컨. 메이플 시럽에 흠뻑 젖은 핫케이크와 담백한 후무스. 아부다비의 하루를 열어 줬던 건, 범속하고 일상적인 맛들이었다. 멀리선 궁전의 돔이 햇살에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고. 졸린 눈을 비비며 우린 무슨 대화를 나눴더라. 역시나 범속하고 일상적인 것이었겠지.

Infinity Pool
인피니티 풀
밥 알 카사르 호텔의 어느 객실에서 내려다본 그랜드 하얏트 아부다비의 인피니티 풀. 50m 길이의 수영장이 걸프만의 바다와 맞닿는다. 아부다비에서는 그 어떤 풍경도 풀 HD 고해상도 모니터로 재생되고 있단 착각이 든다. 포토샵으로 따지면 채도를 한도 끝까지 끌어올린 느낌. 노란색은 쨍하게 노오랗고, 파란색은 지독하게도 파랗다. 팔 할은 태양이 하는 일이다. 결국 아부다비를 아부다비답게 만드는 건 빛이란 말인가. 인공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이 도시를 덮고 있는 건 정작 ‘인피니티’한 자연일지도 모르겠단 결론.




SeaWorld Abu Dhabi
아부다비 씨월드
펭귄은 현생 생물 중 직립보행을 하는 몇 안 되는 동물이다. 그리고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 중 몇 안 되는 (치명적으로) 귀여운 동물이기도 하다. 무거운 몸과 짧은 다리. 균형 잡기가 원체 어려운 신체 구조 때문에 그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몸을 좌우로 흔들며 걷는다. 아부다비 씨월드의 남극관(Antarctica)은 온통 뒤뚱거리던 녀석들 천지였다. 젠투펭귄, 아델리펭귄, 턱끈펭귄들이 통통한 배를 내밀고 얼음 위를 내달린다. 하나같이 ‘만세’ 포즈다. 얇은 시폰 원피스 하나 입고 영상 1도밖에 안 되는 싸늘한 실내에서 덜덜 떨었지만, 추위고 뭐고 마냥 좋기만 하더라. 취향과 취재가 맞아떨어지던 순간.

Warner Bros. World Abu Dhabi
워너 브라더스 월드 아부다비
한바탕 워너 브라더스 캐릭터들의 라이브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시끌벅적했던 음악이 잦아들고, 관중들은 놀이기구로 또다시 흩어졌다. 놀이공원 건물 바깥에선 40도의 태양이 내리쬐는데.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타라이트 레스토랑(The Starlight Restaurant)의 네온사인은 밤인 양 번쩍이기만 할 뿐이다. 이곳에서만큼은 모든 시간관념을 자신의 화려한 불빛 아래에 감춰 버리겠다는 듯. 결과적으로, 그는 놀이동산의 메인 광장 한가운데에 위치한 건물로서 자신의 역할을 100% 수행한 듯하다. 적어도 난 2시간을 20분처럼 보냈다.

Sheikh Zayed Grand Mosque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모스크의 중앙 기도 홀. 세계에서 가장 큰 샹들리에 중 하나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중량 12톤, 4,000만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과 24캐럿 금 도금. 눈이 멀 듯 화려한 색색의 보석들이 좌중을 압도한다. 초월적 존재에게 바치는 이 세상 가장 귀한 것. 신을 향한 이슬람인들의 경의의 무게는 이토록 묵직하다. 한 알 한 알, 알알이 박힌 진심이 반짝인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아부다비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