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는 수 천 개의 블랑제리(Boulangerie)와 파티세리(Pâtisserie)가 있다. 여행 내내 다양한 맛을 헤매도 부족할 정도로 말이다. 맛과 가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만 이름이 알려진 곳이라면 세상 어디와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맛,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은 덤이다. 에디터가 직접 다녀오고 추천하는 빵 맛집 3곳이다.

르 물랑 드 라 크루아 니베르
Le Moulin de la Croix Nivert
에펠탑과 메트로 캉브론(Cambronne)역에서 가까운 빵집이다. 아침부터 현지인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비에누아즈리(Viennoiserie)에 강점이 있다. 모두 빵으로 칭하지만, 비에누아즈리는 달걀과 설탕, 버터를 넉넉히 넣은 반죽으로 만든 것들을 총칭한다. 비에누아즈리에는 크루아상, 브리오슈, 뺑오레즌, 뺑오쇼콜라 등이 포함된다. 르 물랑 드 라 크루아 니베르는 2024년 파리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크루아상 맛집으로 선정된 이력도 있다.

간단한 아침 식사로 추천한다. 파리 여행이라면 왠지 크루아상과 카푸치노로 하루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5유로도 안 되는 가격으로 만끽하는 행복인 셈이다. 달콤함을 살짝 더하려면 슈케트(Chouquettes)를 몇 개 곁들이면 된다. 슈케트는 고소한 반죽과 풍부한 계란향, 살짝살짝 씹히는 설탕이 매력적인 간식이다. 이곳에서도 1개는 고작 0.28유로, 12개에 2.8유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바게트 트라디시옹과 깡파뉴 같은 블랑제리, 파티세리 등도 두루두루 훌륭하다. 에펠탑이나 센강에서 피크닉을 즐길 계획이라면 이곳에서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다. 바게트에 잠봉과 버터를 더해 잠봉뵈르를 만들고, 디저트로는 각종 과일 타르트가 좋겠다.
블랑제리 유토피
Boulangerie Utopie
파리의 아침은 언제나 기대된다. 잠들기 전부터 내일 맛볼 바게트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어떤 가게에 가서 바게트를 살지, 구매한 빵은 어디서 먹을지 생각하는 재미다. 구글 지도에서 리뷰를 토대로 발굴하기도 하고, 일 드 프랑스(Île-de-France) 지역에서 열리는 바게트 대회(Le meilleur Baguette d'Île-de-France, 크루아상·플랑 등도 있음)를 참고하기도 한다.


블랑제리 유토피는 후자다. 2024년 바게트로 파리를 정복했다. 파리에서 맞이한 첫 번째 새벽에 바로 향했다. 작은 가게에는 바게트와 크루아상 등 빵의 향기로 가득하다. 2유로도 채 되지 않는 바게트는 여러모로 감동이다. 크게 손으로 찢으면 콰삭 콰삭 소리가 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씹으면 씹을수록 탄수화물의 단맛과 빵의 고소함이 가득 올라온다. 프랑스에 왔으니 보르디에, 에쉬레 등 한국에서 만나지 못하거나 비싼 버터를 듬뿍 바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카페 1902
Café 1902
1900년 파리 엑스포를 위해 지어진 쁘띠 팔레(Petit Palais, 현재 파리시립미술관)는 웅장한 건축물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공간이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데, 소장품의 수준이 높고 기획 전시도 종종 진행된다.

특별한 공간은 또 있다. 미술관 내에 있는 카페 1902다. 가벼운 점심과 샌드위치, 샐러드, 디저트 등이 준비돼 있다. 메뉴가 많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크로크 푀유테(Croque Feuillete)는 빠트릴 수 없다. 햄과 치즈를 곁들인 동그란 크루아상으로 이해하면 된다. 버터와 치즈의 깊은 풍미와 짭짤한 햄의 조화가 만족스럽다. 빵의 바삭하면서 가벼운 식감은 덤이다. 따뜻한 커피와 산뜻한 샐러드를 더하면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다. 또 매일 다른 맛을 선사하는 오늘의 파스타, 오늘의 메뉴 등을 활용한 25유로짜리 세트 메뉴도 있다.


음식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내외부의 공간이다. 내부는 우드톤으로 따뜻한 분위기가 풍기고, 외부 좌석은 중정 정원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식사 후에는 여기저기 널브러진 의자에 엉덩이를 앉히고 쉬었다 가면 된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여행이 된다.
파리+
파리 메리어트 오페라 앰배서더 호텔
Paris Marriott Opera Ambassador Hotel
위치, 객실, F&B 등 두루두루 만족스러운 숙소다. 지하철 7, 9호선 쇼씨 드 앙탱(Chaussée d'Antin-La Fayette)역, 8, 9호선 리슐리외(Richelieu-Drouot)역 사이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갤러리 라파예트와 오페라 가르니에 등도 코앞이다. 루브르 박물관, 오랑주리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센강 등도 도보로 15~20분이면 충분하다.

하늘색으로 포인트를 준 객실은 비슷한 급의 다른 호텔보다 공간이 넓어 쾌적하다. 또 로비와 계단 등은 1920년대 지어진 건물답게 고풍스러운 멋이 있다. 대규모의 호텔은 아니지만, 시간을 들여 구경할 만하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의 감성도 흡족하다. 규모는 다르지만, 파리의 옥탑방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천장이 낮고, 창문을 통해 파리 도심을 감상할 수 있다. 어슴푸레한 새벽과 해 지는 시간에 창밖으로 본 파리는 잊히지 않는다.

호텔 내 브라세리(Brasserie Sixtine)도 활용도가 높다. 관광지 근처 브라세리나 카페와 비교해도 가격대가 합리적이고, 맛은 더 준수하다. 특히, 양파 수프와 푸아그라, 송아지 커틀릿, 송어 스테이크 등은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