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선두주자인 오픈 AI가 지난 14일(미 현지 시간 13일) GPT4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GPT-4o를 출시했다. 대화에 감정을 실을 수 있게 되었고, 대화의 속도도 실시간에 가깝게 빨라졌다.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동시통역이었는데 마치 한 명의 동시통역사를 가운데 둔 듯이 한 명은 이탈리아어로, 한 명은 영어로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챗GPT 정도가 익숙하지만 생성형 AI는 과거 스마트폰 못지 않은 뜨거운 경쟁 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Bert, T6, XLNet, BARD, Falcon, PaLM 등 아직 국내에 낯선 이름이지만 각자의 특장점을 가지고 챗GPT가 채 갖추지 못한 부분을 메우며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일례로 ‘감마앱(gamma.app)’은 사용자의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수준 높은 PPT로 만들어주는데, 챗GPT에 스크립트를 의뢰하고 프롬프트를 받아 이를 감마앱에 넣어주면 끝이다. 수 십 시간을 들인 자료 못지 않은 전문가 수준의 PPT가 뚝딱 만들어진다. 제공되는 다양한 테마,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등이 있어 많은 직장인의 필수 도구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이런 혁신적인 AI 도구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동안 미소짓는 전통의 강호가 있으니 바로 인텔이다.
AI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결과물을 내 주는 연산 작용의 기반에는 빠른 계산기가 필요한데 바로 그 계산기가 프로세서다. 분명 오늘날 AI 반도체를 이끌고 있는 곳은 엔비디아가 맞다. 인텔은 스마트폰용 반도체 AP 시장 진입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PC 시장에서는 여전히 인텔이 굳건히 자리한다. 인텔이 공정 과정에서 AMD보다 다소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아주 큰 배경 중 하나가 바로 AI다.
또한 미국 정부는 올해 인텔에만 무려 195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6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한다. 일자리 창출이 명목이지만 인텔은 막강한 아군을 두고 투자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인텔의 막강한 동료가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현 AI 시대를 이끌어가는 핵심인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마이아’의 생산을 인텔에 맡긴다. 6조가 넘는 금액이고 인텔 1.8nm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인텔을 고객사로 꼽은 이유를 ‘실력’으로 단언했다. 파운드리만 놓고 보면 어쩌면 신생업체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할 인텔이기 때문에 갸웃거리는 시선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CPU 세계 1위 업체의 헤리티지를 높이 산 것이다. 이를 단순히 ‘미국 패권주의’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MS의 앞날을 좌우할 미래 산업을 애국주의만으로 자국 기업에 맡길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세계 1위 CPU 기업이라는 것은 AI 시장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한다. 실제로 기업용 AI PC의 핵심인 프로세서를 인텔이 장악하고 있고, 노트북에서까지 코어 울트라 시리즈로 AI를 구현할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에 내장된 3D 성능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는 CPU, GPU, NPU를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한다. 이를 통해 실시간 번역, 자동화 추론, 나아가 게이밍에 이르기까지 새롭고 빠른 AI 기능을 즐길 수 있게 됐다.
AI 시장에서 인텔은 막강한 마켓 플랫폼의 기능도 겸한다.
인텔을 무시할 수 없는 핵심 이유다. AI 가속 소프트웨어 업체가 300 개 이상 인텔과 협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자체가 인텔 프로세서를 베이스로 놓고 이뤄진다는 뜻이다. 인텔은 어도비, 사이버링크, 줌 등 독자적인 AI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100여 곳을 AI 최적화를 위한 파트너로 두고 있고, 이들과 함께 연내 AI를 활용한 신기능을 300개 이상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AI 가속기가 탑재된 새 프로세서를 내년까지 1억 대 이상 공급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니 그야말로 프로세서 시장에 대한 정리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AI PC를 직접적으로 사용할 일반 유저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PC 시장에서 가장 큰 ‘돈’을 움직이는 것은 누가 뭐래도 게이밍 시장이다. 인텔 AI는 세계 주요 게임 IP를 보유한 기업들과도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함께 개발한다. 단순히 더 빠르고 더 좋은 그래픽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각각에 맞춘 새로운 게이밍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함께 수행해 나간다.
게임 제작사 역시 그들의 명성이 인텔 위에 얹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프로세서 없는 게임은 있을 수 없고, 완벽한 윈-윈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파트너십이 이탈될 확률도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종합하자면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는 업무 효율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다.
화상 통화와 같은 업무 미팅 시에 AI 효과를 넣는다. 자동으로 화이트보드를 만든다든지, 회의록을 만들고 요약한다든지 하는 기능은 애교에 가깝다. AI 지원 비디오 편집, 멀티태스킹 등은 작업의 퀄리티는 물론 양적인 증가에도 기여한다. 크리에이터는 더 좋은 영상을 더 빠르게 만들어 수용자에게 배포할 수 있고, 자신의 비즈니스를 강화할 여유를 갖게 된다.
스펙만 높이며 새로운 경험 운운하던 과거가 아니다. AI 시장은 그야말로 본질적으로 달라진 컴퓨팅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세상은 엔비디아에만 주목하고 인텔이 뒤떨어졌다는 시각을 자주 드러내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인텔은 그들이 무너지지 않을 ‘PC’라는 견고한 아성에서 막강한 우군을 등에 업고 몸집을 다시 키워가고 있다. 대부분의 생성형 AI 도구는 여전히 모바일보다 PC에서 확연히 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업무 효율성 역시 적어도 아직은 PC에서 강력하게 발휘될 수 있다.
작은 화면은 1인 기업이나 소소한 업무 툴, 캘린더에서 우월함을 가지지만 전체 조직이 원활한 팀플레이를 하는 기반은 여전히 PC다. 방향성이 정해진 프로세서 세계 1위 기업은 AI 전쟁에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시장은 우리가 마주하는 것 그 이상의 속도로 진화 중이다. 그리고 언제나 중심에는 인텔이 자리했다. 단지 우리는 그것을 망각했을 뿐.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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