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이스케이프 PHEV. 컨슈머리포트 연례 신뢰성 조사에서 배터리 결함과 냉각 시스템 이상, 충전 기능 오작동 등 전기차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결함은 물론, 스티어링, 서스펜션, 공조 시스템 등 차량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인 문제가 발생했다.(출처:포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결합한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받아 왔다. 도심에서는 전기 모드로, 장거리 주행 시에는 내연기관이 보조하는 구조를 통해 전기차 전환기의 핵심 역할을 맡을 기술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미국 최대 소비자기관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 CR)가 최근 발표한 연례 신뢰성 조사 결과는 이러한 인식과 다른 PHEV의 민낯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PHEV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보다 평균 80%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CR은 전동화 부품과 내연기관 구성요소가 동시에 결합된 ‘이중 파워트레인’ 구조가 결함 빈도를 높이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와 PHEV가 새로운 설계와 제어 로직, 다양한 신규 부품을 적용하면서 일부 모델에서 초기 품질 문제가 집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HEV)는 구조적 완성도가 높아 비교적 안정적인 신뢰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가 두드러진 대표 사례로는 포드 이스케이프 PHEV가 지목됐다. 이 차량에서는 EV 배터리 결함과 냉각 시스템 이상, 충전 기능 오작동이 반복적으로 보고됐으며 전자장치와 스티어링, 서스펜션, 공조 시스템 등 차량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인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프 랭글러 4xe와 그랜드 체로키 4xe 역시 중형 SUV 부문에서 최하위권 평가를 받았다. 일부 차량은 주행 중 전동화 시스템 오류로 시동이 꺼지거나 차량이 완전히 정지하는 상황을 겪었고 배터리와 모터 결함으로 장기간 운행이 불가능해지는 사례도 보고됐다.
한 차주는 차량이 거의 6개월 동안 운행되지 못했다고 증언했으며 동일 결함으로 서비스센터를 여러 차례 방문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전동화 시스템의 통합 안정성이 아직 충분히 숙성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쯔다 CX-90 PHEV의 결함 범위는 더욱 넓었다. EV 배터리와 전기모터, 변속기와 구동계, 연료 시스템과 엔진 전자장치 등 핵심 부품 전반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며 공조 시스템과 조향, 제동, 차체 하드웨어, 누유, 도장 및 트림 품질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불만이 접수됐다.
일부 차량은 전동 시스템 오류로 차량이 완전히 멈춘 뒤 기어 변속이나 충전조차 불가능해졌고 변속기가 파킹(P) 상태에 고정돼 견인조차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부품 불량을 넘어 시스템 전체가 기능을 상실하는 ‘중증 결함’으로 평가된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볼보 XC60 리차지(PHEV)에서는 전동 구동계와 EV 배터리, 공조 시스템, 전자장치 등에서 문제가 보고됐다. 일부 차량은 속도가 제한되는 보호 모드에 진입해 후단 구성품 전체를 교체하는 수리를 진행했으나 수개월 뒤 동일 증상이 재발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하이브리드는 조사 대상 미니밴 가운데 신뢰성 최하위로 분류됐다. 엔진과 변속기, 인포테인먼트 및 전자장치 문제는 물론, PHEV 특유의 충전 시스템과 배터리 냉각 부품에서 반복적인 이상이 보고되며 구조적 복합성이 유지비 부담으로 직결되는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PHEV의 구조적 복잡성에서 찾는다. 내연기관과 변속기, 배터리와 전기모터, 충전 및 냉각 시스템이 상호 의존적으로 연결돼 있어 한 부위의 오류가 차량 전체 시스템 다운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컨슈머리포트 역시 두 개의 파워트레인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신뢰성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HEV가 비교적 안정적인 이유는 기술의 성숙도에서 비롯된다. 조사 결과 토요타와 렉서스 등 전통 하이브리드 모델은 내연기관 차량보다 평균 15% 높은 신뢰성을 보였다. 단일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개선이 반복된 점이 안정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PHEV는 ‘전동화로 가는 중간 단계’라는 위치에 있음에도 설계와 통합 완성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더 큰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는 고난도 기술 영역이라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따라서 친환경성이나 연비 수치뿐 아니라 전동화 시스템의 구조적 완성도, 브랜드의 기술 축적 경험, 리콜·결함 이력까지 함께 검토하는 소비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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