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구 도시 부산의 숨은 진주, 컴퓨터 상가
구수한 사투리에 맛깔스런 음식, 하얗게 펼쳐진 백사장과 분주하게 항구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부산'하면 떠오르는 가슴 설레는 풍경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풍경들 못지 않게 부산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장소가 있으니, 바로 컴퓨터 도매상가입니다.
부산컴퓨터 도매상가(신화상가)와 가야 컴퓨터 도매상가, 한창 컴퓨터 상가로 대표되는 부산 컴퓨터 시장은 200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지방 컴퓨터 상가 중 최고 규모를 자랑할 만큼 공급과 수요가 활발히 이루어지던 곳이었습니다.
물론 요즘은 경기 침체의 여파로 전체 컴퓨터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예전과 같은 모습은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경남권 최고의 상가로 꼽히는 시장이어서 주말이면 많은 컴퓨터 유저들이 찾곤 합니다.
다나와에서는 얼마 전 경상남도 최고의 컴퓨터 상가로 알려진 부산 컴퓨터 도매상가들을 다녀왔습니다. 그 중 부산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부산컴퓨터 도매상가와 가야 컴퓨터 도매상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부산컴퓨터 도매상가 (신화타워 상가)
부산컴퓨터 도매상가는 다른 상가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규모 면에서는 가야 상가나 한창 상가보다도 더 큰 곳입니다. 사실 2000년 전후만 하더라도 부산 컴퓨터 시장은 가야와 한창 상가가 잘 알려졌었고, 이 곳 부산컴퓨터 상가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면서 현재는 부산뿐만 아니라 지방 상가를 통틀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큰 상가로 자리매김한 곳이죠. 사실 그다지 큰 기대를 안하고 가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라움이 앞서더군요.
명륜동 역에 내리면 부산컴퓨터 도매상가(신화 상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명륜동 역에 내려 3번 출구로 나와 몇 분만 걷다 보면 ‘신화타워’라는 상가가 보입니다. 아파트 밑에 자리잡고 있는 복합 상가의 형태를 띄고 있다 보니 처음 가시는 분들은 헷갈릴 수도 있지만 조금만 주의하면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부산컴퓨터 도매상가에는 120여 개의 업체가 입점해 있습니다
참고로 부산컴퓨터 도매상가는 총 3층으로 구성되며, 현재 약 120여 개의 크고 작은 업체들이 입점해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상가 2층의 모습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용산 전자랜드나 터미널 상가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컴퓨터 부품 판매점을 비롯해 완제품 PC의 판매점이 쭉 늘어선 모습은 언제 봐도 반가울 따름입니다.
마치 용산의 전자랜드나 터미널 상가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상가를 방문한 날이 수요일 오후다 보니 물품을 구매하러 온 손님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용산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장 구매를 위해 찾는 손님은 평일보다는 주말이 더 많습니다. 물론 온라인 주문 손님의 비중도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직접 보고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도 많기 때문에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꽤 북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좀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3층을 돌아다니다 반가운 홍보물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다나와 입점 업체라는 표시였죠. 실제로 부산 상가 중 다나와 입점 업체도 꽤 많다고 하네요. 입점 업체 관계자 분들을 직접 만나 이런 저런 조언과 지방 시장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 등 유익한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다나와 입점 업체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픽카드 박스가 쭉 나열된 이 곳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그래픽카드 업체 렉스테크놀러지의 총판이기도 합니다. 익숙한 디자인의 박스들이 차곡차곡 정리된 모습에 왠지 모를 반가운 생각이 듭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지방이라 해도 구매 패턴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0만원 초중반 대의 메인스트림급 제품이 주력이고, 간간히 하이엔드 제품을 찾는 고객도 있습니다. 물론 제품 수급이 서울보다 원활하지 않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값비싼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고 싶은 고객들에게는 꽤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렉스테크놀러지의 총판 업체인 한솔컴퓨터의 모습입니다
부산컴퓨터 도매상가는 컴퓨터 부품과 조립PC를 비롯해 주변기기, 완제품, 모바일 제품까지 다양한 IT기기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물론 규모 면에서 용산 전자상가와 비교되기는 어렵지만 천천히 둘러본다면 상당히 좋은 제품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방에서 이 정도 규모의 상가를 볼 수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 그런지 매우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지리적인 특성을 감안했을 때 상가에 대한 홍보만 제대로 된다면 국내 고객은 물론 외국인 고객까지도 유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곳이라 생각합니다.
2. 가야컴퓨터 도매상가
굳이 부산 사람이 아니더라도 오래 전부터 PC를 좋아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산 가야컴퓨터 상가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한 때 지방 컴퓨터 상가의 중심으로 상당한 호황을 누리기도 했던 곳이며, 온라인 거래가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던 시절 경상도 지역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었던 곳이 바로 가야컴퓨터 상가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 때와 비교해 다소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 지역 조립PC의 메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역시 여전히 경남권 PC 마니아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와도 같은 곳이죠.
찾아가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개금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아래와 같은 4층 건물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곳이 바로 가야컴퓨터 도매상가입니다. 사실 위의 부산컴퓨터 상가도 그렇고, 가야 상가도 용산과 같은 노점 자판이 없어서 그런지 겉보기에는 상당히 썰렁한 모습입니다. 지금껏 용산만 봐왔던 터라 ‘여기가 과연 컴퓨터 상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 유명한 가야컴퓨터 도매상가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내부의 모습은 썰렁한 외부와는 다르게 업체들이 무척 많이 입점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일이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홈페이지 상에 명시된 바로는 약 80여 개의 업체가 입점해 있다고 하네요.
상가는 A동과 B동, C동, D동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업체가 A, B동에 밀집돼 있어 볼거리는 이 두 군데가 가장 많습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A동과 B동에 입점해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부산컴퓨터 도매상가가 용산 전자랜드나 터미널 상가의 느낌이었다면 가야컴퓨터 상가는 용산 선인상가와 같은 느낌이 강한 곳입니다. 우선 건물 내부의 구조도 그렇거니와 판매 제품의 성격도 비슷해 보입니다.
우선 부산컴퓨터 상가는 조립PC와 완제품PC, 노트북, 기타 주변기기 등 다양한 제품들을 고루 판매하다 보니 컴퓨터 종합 상가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반면 가야컴퓨터 상가는 완제품도 많이 판매되지만, 그보다 조립PC를 많이 판매하고 이를 메인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많다 보니 ‘조립PC’라는 이미지가 더 많이 부각된 그런 곳입니다. 물론 조립PC의 구성이나 가격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또 군데군데 다나와 표준PC를 판매하는 계약 업체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내부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선인 상가의 향기가...
역시 방문한 날이 평일 오전이다 보니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사실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이래로 방문객의 수가 많이 줄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되도록 주말에는 많은 사람이 올 수 있게끔 유도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플랜카드도 붙여놓고 있습니다.
일요일에는 가야 컴퓨터 시장을 방문해 보아요~
- 경남지역 대표 컴퓨터 상가, 주말에는 부산으로 놀러 가보아요~!!
지금까지 부산지역 컴퓨터 상가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부산컴퓨터 도매상가와 가야컴퓨터 도매상가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봤습니다. 하루라는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을 다 돌아볼 수는 없었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잘 꾸며진 상가가 지방에도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에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물론 지방이라는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용산 전자상가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사진으로만 보아온 여러 제품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다는 매력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PC유저들에게 있어 부산 컴퓨터 상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남 지역에 살고 계시는 유저들이라면 주말에 부산 컴퓨터 상가를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최신 제품들도 만나고, 돌아오시는 길에 해운대에 들려 바다 바람도 쐬고 돌아 오신다면 한결 상쾌한 기분으로 한 주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산의 자랑 ‘밀면’입니다.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더군요. 다리품 팔다 힘들 때 한 그릇 드시면 에너지 게이지가 끝까지 차는 느낌입니다~^^
다나와 정보콘텐츠팀 홍진욱 기자 honga@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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