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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저씨들의 행복했던 일주일 '일본 큐슈 일주여행'

스쿠터N스타일
2010.06.30. 12:12:18
조회 수
9,61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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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School
같이 떠난 우리들이 모여 있는 곳은 네이버의 아주 작은 동호회인 모터사이클 관련 카페다. 너무 적은 인원수가 있어서 겉에서 보기엔 폐쇄적이고 접근하기 어려운 그런 동호회지만 한번 받아들이면 그대로 가족이 되어버리는 그런 동호회이기도 하다. 바이크 업계의 신사인 김우석 대표와 오랜 세월 바이크와의 삶이 인생 그 자체인 만화가 김종한 작가, 그리고 나는 20대 시절 ‘바쿠돌’이라는 하이텔 동호회에서 처음 만나 조우하며 그 인연이 십 몇 년이 흘러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그리고 멤버 중 큰 형인 송우철 원장님은 흉부외과 의사 선생님이자 건축가, 드라마 작가인 다재다능한 매력의 소유자이며, 자신의 직업을 비밀로 해달라고 하는 노총각인 막내는 단 하나 확실한 건 24시간 중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란다. 이렇게 이번 투어의 멤버는 총 다섯 명으로, 각기 다른 직업과 나이를 떠나 현재 일선에서 하던 일을 내던지고 과연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지만, 결과는 무사통과였다. 2대의 DUCATI S4RS, YAMAHA FZ1-S, BMW R1200RT, HONDA FTR223, 총 5대의 개성강한 바이크와 40대 아저씨들이 드디어 일을 벌였다.

 

Prologue (by 이재진)
이 여행의 시작은 그냥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던진 얘기가 약속으로 만들어지고, 결국 실행에 옮겨져 아름다운 그림으로, 같이 떠난 동료들의 가슴에 같이 남았으리라 생각한다. 도대체 몇 날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오랜 기간을 흥분으로 지새우고 삼겹살집, 와인바 등에서 매주 만나 여행을 계획하고 생각하면서 마치 국민학교 첫 소풍의 기다림을 다시 겪을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느낌. 실제 여행 가기 전 행복을 다 느껴버린 듯 한 설렘에 한동안 행복 할 수 있었다.

 

출발부터 삐끄덕
큰일은 큰일인가 보다. 떠나는 날까지 참으로 다사다난한 일들이 내게 벌어진다. 일 년에 한 번 받는 내 소유 선술집의 위생교육 통지서가 떠나기 바로 전 날 날아들고, 연락도 없던 친구 녀석이 아들 놈 영어 교재에 쓴다고 소리를 만들어 달라고 회사(스튜디오)까지 찾아온다. 업무를 처리하고, 부탁도 처리하고, 다시 위생교육장으로 가서 교육을 받으니 밤 11시가 돼서야 여행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시작부터 배배 꼬인다.

 

만나기로 한 장소를 모르는 막내를 배려하기 위해 논현동의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전화도 없고 오지도 않는 것이다. 그 시끄러운 두카티의 오픈 클러치의 탬버린(S4RS는 건식 클러치를 오픈할 수 있다. 마치 탬버린을 빠르게 치는 소리가 난다)과 테르미뇨니 머플러의 소리가 필요할 때 안 들리니 불안하기까지 하다. 아내에게 이 녀석 온다고 아침 밥 좀 먹이자고, 국이랑 유부초밥까지 만들어 놨는데 혹시 사고 난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만나기로 한오전 8시 30분이 다되어가는데, 이제는 김종한 작가와의 약속 시간도 틀어지게 생겼다. 8시20분이 되자 휴대폰으로 메시지 하나가 덜렁 온다. 원래 만나기로 한 장소로 도착해있단다.

 

제길, 배신의 씨앗은 지금부터 잉태 된 거다. 헐레벌떡 그 곳으로 달려갔지만, 0시 0분 0초를 지키는 우리 김작가 님이 역시 쌍심지를 켜고 있다. 막내 녀석이 미안하다고 연발총을 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신호대기 때 미리 메시지를 날리던지, 이놈이 매너가 참 거시기하다. 그러니 아직 총각을 못 면하지!

 

 

하얀 실밥을 드러내는 순간

 

드디어 웃을 수 있었다

 

마지막 중대 결정을 내리다
역시 한번 늦은 타이밍은 계속 늦어져서 결국 응암 휴게소에 9시 45분에 도착해 버렸다. 미리 기다리신 우철 형님한테 잠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커피 한잔씩들 하면서 투어가이드인 김종한 작가님의 공지사항을 경청했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부산까지 가는 게 오늘의 최선의 목적”이라고, 출발이라는 깔끔한 마무리로 멘트를 끝냈다.

 

배기량이 적어서 먼저 떠난 김우석 대표 (HONDA FTR223)를 제외한 4명은 스로틀을 감았다. 한 시간 남짓 국도를 달렸을까? 갑자기 투어 마스터인 김 작가의 바이크 (BMW R1100S)가 박서 엔진의 이상으로 인해 비틀대기 시작했다. 갓길에 대고 셀모터를 돌려보니 틱틱틱 신음을 해대기 시작한다. 아~ 방전이다. 정비도 철저히 했는데 왜 달리는 중에 방전일까? 이것저것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이제 겨우 수안보 근처에 왔는데, 하는 수 없이 우철 형님하고 나하고 젖 먹을 힘까지 다해 밀어서 시동을 걸어봤다. 다행히도 걸린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웬걸 조금 달리다 다시 푸드득 대기 시작한다. 이번엔 아무래도 다른 큰 고장 같아서 바로 BMW 모토라드 이곳저곳에 전화를 걸었지만, 신통한 대답도 없고 떠나기 전에 분명 전체 점검을 받았다는데 이걸 대구로 끌고 가서 정비해서 가지고 가야 하나 서울로 다시 가야 하나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인적도 드문 수안보 근처라 뾰족한 수가 나오질 않았다.

 

일본가는 배편의 수속 시간이 여유가 그리 많지 않은지라 더더욱 답답해져 간다.

 

 

가는 날이 장날
마지막 결정이 내려졌다. 나의 R1200RT에 김종환작가를 탠덤 하고 서울로 가서 다시 김작가님의 세컨드 바이크인 야마하 페이저를 다시 타고 내려오기로 한 것. 퍼져버린 R1100S는 나머지 분들이 트럭을 불러 서울로 다시 올려 보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무모하고 위험한 결정이었다. 김종한 작가의 바이크에서 짐을 꺼내 R1200RT와 우철 형님의 가방에 각각 나눠 싣고, 우리 둘은 서울로 내 지르기 시작했다. 80kg대의 장정 둘과 일주일치 두 사람 분의 해외여행 짐 보따리를 가득 싣고, 서울의 김 작가님의 집까지 1시간 정도에 주파해야 일본에 갈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초조하지만 무식하게 달려댔고, 엄청난 R1200RT의 잠재된 성능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던 것 같다. 정말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 이루 말 할 수 없이 안정적인 바이크 였다. ‘겨우’ 란 말밖에 할 수 없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 시계를 볼 여유도 없었기에 몇 시인지도 몰랐다. 김 작가는 페이저를 꺼내더니 바로 부산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김작가가 바이크와 서류를 다시 준비한 시간은 내가 길 옆에서 몰래 소피보는 시간과 동일했다. 평소 유난히 여유 있고, 천천히 움직이는 분인데, 이번에 움직이는걸 보고 너무도 놀랬다.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잽싸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우리 둘은 숨도 안 쉬고 달려 나갔고, 서울을 떠난 지 약 1시간 20분쯤 흘렀을 때 문경에 도착했다. 목이 마르지만 그 것보다 중요한 것은 멤버들과의 연락이라 사방으로 전화를 했지만 라이딩 중인지 통화는 안 되었고, 결국 메시지만 남기고 타이어 체크를 하고 떠나려는 순간! 페이저의 타이어 실밥들이 세상을 향해 온몸을 드러내고 있는걸 보고야 말았다….

 

정말 가는 날이 장날이다. 이젠 빨리 달리지도 못한다. 생각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결국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결정했다. 코너에서만 가속, 직선은 감속하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달리는 중, 어느 가게의 만두 냄새가 헬멧 안으로 들어와 오장육부를 자극한다. 하지만 이 목마름과 배고픔을 이겨내도 도착할까 말까다. 열심히 달린 결과 약 10분 정도 차이로 대구 즈음에서 선두 팀에 따라 붙었다. 나의 R1200RT와 김종한 작가의 페이져는 극적으로 4시간 만에 부산 구포다리 위를 지나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빠짐없이 부산항에 도착했다. 먼동이 트기 전에 자아를 찾아 미리 떠나신 우석 씨와 만나 수속을 마치고 배에 바이크를 진입 시키는데 성공했다. 휴~ 이제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겠군.

 

뒷담화의 시작
이제 진짜, 드디어 배를 탄 거다. 아니 배 떠나간 거다. 돌리지도 못하고, 말리지도 못하고, 취소도 못한다. 아마 그래서 배 떠난다음에 아쉬운 소리하지 마라는 말이 존재 하나보다. 스케줄들과 약속, 매출, 수금, 왠지 모를 회사에 대한 미안함들 그런 것들은 모두 머릿속에서 점점 사라져 갔다.

 

정신없는 수속을 마치고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뒷 담화(혹자는 뒷다마)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우철 형님은 푹 퍼진 R1100S를 맡겼던 집이 무당집 이었다는 이야기와 수안보 동네 트럭 회사에 기껏 전화해서 리프트 있는 차량을 섭외해서 보내달라고 했는데도 결국 가수 보아 다리통만한 판자만 덜렁 가져와서 트럭 위에서 ‘어서 실어요!’ 하는 통에 위험을 무릅쓰고 R1100S를 한방에 실은 무용담.

 

우석 씨는 FTR223의 너무 빠른 최고 속(최고 안정 속도 90km/h) 때문에 혼자서 자아를 찾아 새벽 5시에 떠났지만, 안개 덕에 시야 확보를 못해서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실드를 계속 열고 달려, 안면에 서리가 내려 고드름까지 얼면서 부산까지 달렸다는 이야기 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국 마지막 총구는 김종한 작가에게 돌려졌다. 긴 여행 떠나기 전에 정비를 제대로 안하고 떠나면 민폐를 끼친다고 항상 주의를 주고, 500km 이상 더 탈수 있는 내R1200RT의 뒤 타이어를 일본 도착 후 교체하였으면 했지만, 거기서 그걸 교체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시간 민폐니 해서 미리 다 교체 하게 해놓고는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전부들 한 마디씩 던진다. 우철 형님은 나름 재미가 있으셨는지 별 말씀이 없다. 뭐, 나도 할 말이 없다. 너무 기가 막혀서.

 

최고의 뒷길 라이더
하지만 그런 것 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었으니, 새벽 6시에 된장국 한 모금과 유부초밥 4개를 집어 먹고는 하루 종일 물도 한 모금 못 마시고 계속 달린 내 뱃속이 문제인 거다. 서울에서 수안보로, 수안보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부산으로… 부산에서 다시 일본으로의 짜릿한 투어엔 식사 시간 배정이 없었던 것이다. 허기가 지다 못해 입에 달린 욕을 방지했던 필터가 녹아 없어지고 있었고, 이젠 세관 통과를 위해 줄서고 있는 아줌마 다리가 고등어로 보이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막내 창우가 사온 물로 겨우 아사지경을 넘기며 배에 탔지만, 레스토랑은 뷁! 8시부터란다. 일단 매점에서 사온 꿀맛 같은 맥주를 몇 모금 마시고 주린 허기를 채워갔지만 곡기가 없어서 영 맥주도 넘어가질 않는다.

 

이런 허기도 김종한 작가의 독특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급해도 생길 수가 없었던 일이다. 이번 여행에서 알아버린 김종한 작가의 특성 중 하나는 장거리 여행시 바이크를 정차하고 누군가와 연락 할 때도 절대 편의점이나 물 몇 모금 마실 수 있는 곳에 정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전화하고 다시 떠나려면 5분 이상 시간을 보낼 것이고, 물 몇 모금에 보름달 빵 하나면 허기 없이 달릴 수 있는데, 그는 항상 인적이 드문 곳에만 바이크를 세운다. 참으로 고지식하고 특이한 성격의소유자다. 그 특성은 일본 여행 중에도 반복되며, 시골길 및 뒷길(!)에서는 대단히 스마트하고 최고의 라이딩 실력을 자랑하는 그가 유독 대도시에만 들어서면 버벅이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최고의 뒷길 라이더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일 년치 튀김을 맛보다
이윽고 저녁 시간이 되었다. 기다리던 쌀이다. 흰 쌀밥이란 말이다. 눈물이 다 핑 돈다. 그런데 가만… 아니 모두 튀긴 음식이다. 지금 변 소변 가릴 때가 아니지만, 유독 안 먹는 튀김 요리만 나오고, 겨우 입에 맞는 감자탕은 숭늉에 한번 담갔다 뺀 맛이다. 하지만 정말 시장이 반찬이라고 아주 감사하게 먹었다. 곡기가 채워지자 술자리로 변신한 우리의 멤버들은 안주를 추가 주문해서 한잔 더 걸치기로 결정했다. 안주 A세트 35,000원, B세트 18,000원이라고 식권 판매기가 말하고 있다. 누가 방금 밥 먹고 비싼 A세트를 시킬까? 당연히 B세트를 시켰다. 안주는 당연히 마른안주 비스 무리한 것을 기대했지만, 역시나 전부 튀겨버린 튀김 모듬세트였다. 닭이고 새우고 물고기고 육고기고 간에 잔뜩 튀긴 것을 한 접시 준다. 먹긴 먹는다만 일 년치 먹을 튀김 요리를 오늘 다 먹어 버린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이 끝날 즈음 돌이켜 보면 커다란 배라는 특성이 흔들리고, 냉장 보관이 힘드니 요리법이 당연히 뚜껑을 닫고 냉동식품을 한 번에 요리 할 수 있는 것은 튀기는 방법 밖에는 없지 않은가 하는 긍정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내가 얼마나 무식한지 금방 탄로가 났지만 말이다.

배에는 식당의 식권부터 모든 것이 벌써 일본풍이다. 레스토랑 이건 아이스크림이건 맥주건 자판기에서 꺼내 먹게 되어있다. 시설 중엔 운치 있는 동양식 목욕탕도 설치되어 있다. 사진을 찍으면 변태로 오인될까봐 못 찍었지만, 그 운치 있는 그 탕은 시골 목욕탕만 하다. 배의 주요 고객으론 보따리 행상인 아주머니, 할머니 들이며 이들은 저녁때가 되자 각 방마다 라면과 찌개 냄새를 피운다. 외국인이라면 코를 막겠지만, 나는 뛰어 들어가서 한 수저 얻어먹고싶을 만큼 아주 향기로움 그 자체다. 하지만 객실 밖 쓰레기통엔 ‘제발 취사금지!’란 글이 한글로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었다. 배의 승무원들은 아무리 주의를 줘도 법을 안 지켜주는 보따리 아줌마들이 힘드시겠지만, 어떠한 열악한 조건에도 버텨온 한민족 할매와 아줌씨들은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릴 적 꿈이었던 마도로스가 안 되길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알약의 효과
일본가는 페리는 2인실과 4인실, 그리고 다인 실(3등칸)이 있다. 물론 더 있겠지만 내가 아는 범위에선 그렇다. 일단 숙소 배정이 김종한 작가와 우석씨와 나, 그리고 세트인 우철형님 막내 창우 요렇게 배정이 되어서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여행 끝까지 그대로 고정되어 나름 막내 창우가 형님을 모시느라 알게 모르게 신경 많이 쓴 걸로 안다. 고생했다, 막내야! 4인실은 우리 셋이 묵는데, 노총각들 있는 곳에 처녀 승객을 넣어 줄 것도 아니고, 생뚱맞게 외지인을 하나 넣어줘도 우리가 괴롭힐 것을 미리 아는지 예상대로 역시 우리 셋이 묵었다.배란 놈은 아무래도 승객보다는 밑에 있는 화물칸으로 돈을 버는 느낌이 많이 든다. 비행기도 그렇단 얘기가 있는데 나같이 시끄런 승객보다는 말없는 짐 보따리가 최고의 고객이겠지! 뜬금없이 우석 씨가 욕실이 괜찮다고 수건을 메고 나가더니, 얼마 후 객실로 돌아왔다. 그래서 나도 욕탕으로 내려가 봤다. 음~ 욕탕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나름 운치가 있다. 파도가 출렁! 욕탕도 출렁! 꼭 한번 씩 경험해 보시고, 괜히 사람 많은 시간에 가셔서 할아버지들 등 미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시지 말기를 바란다. 경험상 할아버지 한분이 밀어달라고 하면 옆에 할아버지들도 무료라 많이 이용해 주시더라. 단체 숙식에 커다란 고민 하나는 역시 수면인데, 우철 형님이 첫 날 처방해주신 수면 유도제란 것을 구경하고부터는 여행이 기름 친 볼링 레일 마냥 편안히 굴러갔다. 하지만 나름 개수의 제한이 있어서 요리조리 절약한 끝에 마지막 항해에도 한 알 털어 넣을 수 있었다. 이 알약의 효과에 대한 소개는 차츰 하겠지만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하는 약이라 쉽게 얻을 수는 없다.

 

좌측통행과 우회전의 시작
항해의 첫날밤은 그날의 피로 때문인지 수면유도제의 약기운 인지, 마치 와이프가 목을 감아 조이는 것처럼 기절하고 말았다. 먼동이 트자 다들 열심히 코로 스테레오 사운드를 만들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갑판으로 나가 국민체조를 하기 시작했고 눈앞에 펼쳐진 시모노세키항은 아직 실감으로 다가 오기엔 부족했다. 이곳의 날씨는 그 추웠던 서울의 날씨와는 정반대의 따사로운 느낌이었다. 이때까지는 일본의 남쪽지방이 얼마나 더운지 몰랐다. 새벽운동을 마치고 목간을 하고, 응아하고 준비하고 배에서 내리고 세관을 통과했다. 김종한작가가 아침부터 일본에서 나름 맛있다는 시모노세키 수산시장의 음식점으로 가자고 해서 다들 기대를 하고 드디어 일본에 첫 타이어를 들이댔다. 좌측통행! 머릿속엔 좌측통행과 우회전 신호 받고 가기를 세뇌시키고 있었다. 일본이 기름 값이 싸다는 소문을 듣고 모두들 처음 들린 주유소. 만땅(!) 셀프서비스로 우리로 치면 고급 유가 리터당 250엔으로 싸긴 싸다. 이때의 환율은 1엔/760원. 엄청 깨끗하게 정리된 도로와 차들도 얼마 없어서 우리는 곧 시모노세키의 수산시장에 도착했다. 배에서부터 자랑이던 그 음식점에 도착하니 웬걸 먹을 복이 사라졌는지 이 음식점은 오픈을 점심에야 한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건너편 자그마한 오뎅 집 같은 곳에서 늙은 아주머니의 솜씨를 맛 봐야 했는데. 밥상의 메인 요리가 우리네 반찬도 안 되는 것이다. 밥 한 공기에 꽁치 한 토막, 뭐 이런 식이다. 결국 우리는 일본 여행 중 제일 소박한 집을 초장에 만났다. 아! 일본 배고프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유명산, 아소팜로드
이제 드디어 큐슈 구경을 나간다. 오늘 예정지는 ‘유~후~인’ 이란다. 김작가의 설명엔 일본의 젊은 여성들이 제일 선호하는 온천지란다. 흐흐~ 기대 만발! 좌측통행은 어렸을 적부터 강요받아 열심히 익힌 덕에 뭐 그리 어렵게 적응하진 않았지만, 우회전은 마지막 돌아오는 날까지 식겁(!)할 일이 많았다. 일단 코쿠라의 난카이(바이크샵)에서 실밥 나온 김종한 작가의 페이져 뒤 타이어를 교체하고 ‘히라오다이’ 전망소를 시작으로 일본의 단풍을 끼고, 달리고 또 달리고 내달렸다. 금강산도 식후경! 드디어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이번엔 기대하던 라멘, 여러가지 라면과 야끼교자 두개를 시켰다. 맛은 중간 정도 그렇게 죽인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홍대 앞 유명한 라멘집의 맛이 워낙 정갈해서 일본에서 엔간히 해서는 그 맛을 이길 수가 없었다. 워낙 촘촘히 짠 김작가의 스케줄 때문에 우린 먹고, 피고 마시고, 또 달렸다. 이번엔 큐슈의 북부지역 일본 라이더들의 유명산으로 불리는 아소팜로드에 도착했다. 참고로 와인딩과 정상에 공터만 있으면 전부 ‘일본의 유명산’이라고 하는 것이 김 작가의 투어 안내 스타일이다. 물론 우리도 그게 이해가 제일 빠르지만 말이다. 멋진 와인딩이 그림처럼 이어지며, 정상 부분의 넓은 용암지대에 잠시 정차했다. 팻말이 크게 사유지라고 ‘立人禁止’라고 쓰여 있다. 항상 그렇듯이 애매한 곳에 정차하는 우리라 일본에 와서 법을 어길 수도 없고 해서, 사유지 바로 앞에서 사람은 서있고 물줄기만 살짝 넣어줬다. 아~ 시원해라! 순서대로 차곡차곡.

 

 

일본에서의 첫 꽈당
참, 낮에 있었던 일을 까맣게 잊었다. 생전 처음으로 아소팜로드가 끝날 즈음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R1200RT을 넘어뜨린 사건이 있었는데, 김종환 작가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니면 아이스크림만은 유독 사랑하는지 이번엔 별안간 제대로 된 아이스크림 집에 세워준다. 이름은 ‘카프루’. 컵에 풀로 가득 채워 달라는 게 아니고, 커플의 영어 발음이다. ‘막그도나르도’와 친구 쯤 되겠다. 문제는 여기에 파킹을 하면서 부터였다. 두카티 두 대가 ‘털털털’하고 박력 있게 한국식으로 파킹을 하니, 소심한 일본 청년(화장실 용품 판매회사 직원)이 갑자기 뒷걸음을 치면서 작은 자갈로 이루어진 주차장 바닥에 핸들을 끝까지 틀고 주차하고 있는 내 R1200RT 머리에 엉덩이를 들이 대는 것이 아닌가.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잡았고, 결국 바이크는 넘어가고 말았다. 거기다 연료 탱크를 꽉 안 닫아서 금쪽같은 휘발유가 좔좔좔 쏟아지기 시작하고, 행여 불이 날까봐 시동을 얼른 끄고 연료 탱크를 닫으려 했지만, 탱크 백을 떼어 내느라 시간이 약간 소모되어 많은 양의 기름을 쏟고 말았다. 일단 상황을 정리하고, 우철 형님과 막내 창우가 도와 겨우 바이크를 일으켜 세우니 이 일본 총각(총각인지 숫총각인지 확인한 봐 없다) 우리네 타우너 같은 자기의 영업용차 뒤에 숨어서 안 나오는 거다. 두 분이 가게에 들어가시고, 내가 혼자 남으니 그 타우너 비스무리한 자동차 뒤에서 빼 꼼이 고개를 빼면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극세사 수건 한 장을 두 손으로 내밀면서 “다이죠부데스까?” “고멘나사이!” 를 연발하며 급기야 내 바이크를 닦는 것이다. 그 표정이 너무 안 되어 보여서 “청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하고 보냈다. 그래도 미안한지 안가고 한참을 있다가 우리 멤버들이 한꺼번에 나오니, 화들짝 놀라서 얼른 차를 타고 가버린다. 우리 일행 중 누가 그리 인상이 안 좋은 것일까?

 

 

샤브샤브 국물에 밥 비벼 먹는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다

 

 

 

내 생애 첫 료칸과 성찬
으슥하게 밤이 찾아오자 목적지인 유후인의 이요토미소란 료칸에 거의 도착한 거 같다. 사방이 검어서 이 동네가 온천지대인지도 모르겠고, 사람도 없다. 내 생애 처음으로 료칸이라는 곳에 바이크를 파킹하고 다다미방에 착륙했다. 침대만 아니라면 허리 때문에 나한텐 땡큐지만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 온천장 들어가는 법을 설명 듣는 와중에 성질 급한 누군가가 문을 열자 주인이 화들짝 놀라면서 “그러시면 아니 됩니다”하고 설명을 한다. 여기 욕탕들은 ‘사용 중’ 문패 하나만 걸고 들어가면 남들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아직은 일본인들만 있어서 아까의 실수가 많이 일어날 것 같다. 고의든 타의든 한국인 출입금지 팻말이 붙지 않기를. 기대하던 저녁 시간이 돌아 왔다. 료칸 숙소 앞 식당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 신부를 맞이하는 그 시간처럼, 이번 끼니는 최초로 일본 정통 요리를 맛보는 그런 숭고하고도 고결한 시간이다. 정찬이 세팅되고 한입 두입 들어가자 감탄사와 더불어 기린 맥주를 턱하니 털어 넣었다. 음, 신음이 절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음주 시 배부른 건 딱 질색이라 일본 사케와 더불어 샤브샤브를 조금씩 음미해 나갔다. 맛을 조금씩 보다보니 식당의 사케가 금방 동이 나고 주인장은 바쁘게 동네 슈퍼로 사케를 사러 나간다. 짐승을 쳐다 보는듯한 주위의 눈빛들. 아직 시작도 못한 술은 일본 사람들의 ‘뭐, 저렇게 무식하게 먹지’하는 눈초리에 이만 접어야 할 것도 같다. 우리나라부터 시작한 건지 일본이 먼저인지 모르지만, 여기도 샤브샤브 먹은 냄비에다 밥을 비벼 준다. 아무리 배불러도 마다할 사람들이 아닌지라, 살포시 두 공기를 비벼본다. 나름 맛 난다. 국물이 진국인지라 우리처럼 칼국수를 넣었어도 맛있을 것 같다. 소식(少食)이 좋다고? 그런 것은 우리 인생에 없다. 다 먹고싶은 거 먹고 살려고 사는 인생인데!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기대하던 온천탕이 비어있는걸 확인하고 휘리릭 들어갔다. 일단 노천탕은 아직도 누군가가 거시기하는 중이라, 일반 탕에 들어갔는데 그 뜨겁기가 어릴적 할아버지가 “인석아~ 시원하니까 들어와”하는 그런 거짓말보다 약간 더 뜨겁다. 귀하게 자라신 한 분이 뜨거운 탕에 결국 못 들어오셨지만, 우리들은 온천물로 얼굴이 반질반질하게 목간을 하고나서 배 톡톡 두들기며 방으로 돌아와서는 내일 갈 곳과 할 일등을 정리해본다. 나는 수면 유도제를 먹고 대화에 참여했는데, 갑자기 목에서힘이 빠지면서 소리들이 멀어진다. 귓가에 스치며 멀어지는 멘트… “쟤, 또 약 먹었나 보다.” 다음 회에는 벳부를 지나 아소 산을 향해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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