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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 판매되는 바나나맛 우유에는 실제로 바나나가 들어갈까?"
누군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나나맛 우유'라는 이름 때문에 왠지 바나나가 들어갔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몇해 전인 걸로 기억한다. 바나나 우유를 소재로 한 어느 TV 광고가 시청자들 사이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광고는 '바나나의 속살은 원래 하얀색인데, 왜 시중에 유통되는 바나나 우유의 색은 노란 색일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바나나 우유가 노란색인 건 색을 내기 위한 첨가물이 들어갔기 때문'으로 결론을 맺는다. 물론 해당 제품의 색상은 기존 바나나 우유들과는 다른 하얀색이었다.
이 광고를 접한 시청자들은 바나나 우유의 색은 둘째치고, 실제로 해당 제품에 바나나의 성분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동안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제품명 때문이라도 '바나나가 조금이라도 들어있지 않을까?'라고 착각해왔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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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점의 사전적 의미는 '결점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다시 말해 어떠한 문제도 발견되지 않는 완전 무결한 제품을 이르는 말. 일반 공산품에서는 이 같은 무결점이라는 말이 통용될 수 있지만, 전자 제품에 있어서는 무결점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많게는 수 백여 개의 부품이 맞물려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아무리 철통 같은 검사를 거쳤다 한들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물게 ‘무결점’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전자 제품이 있다. 바로 디스플레이, 그 중에서도 LCD모니터가 이에 해당한다. LCD 모니터에서 무결점이란 화질의 상태를 이르는 말로 소위 말하는 ‘불량화소’가 없음을 뜻한다. LCD 모니터 제조사는 저마다 무결점 정책을 정해놓고, 이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에 ‘무결점’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한다.
- 현재 판매중인 무결점 제품의 예-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이 무결점의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의 한 중견 LCD모니터 제조사에서 29인치 무결점 LCD모니터에 등급을 따로 매겨 판매하면서 이에 대한 갑을논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 지금까지 무결점 제품은 통상적으로 불량화소, 그 중에서도 브라이트 도트(Bright dot) 발생되면 교체해줬으나, 이 업체가 최근 내놓은 제품은 불량 화소의 수에 따라 등급을 나눠놓고 각기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무결점이라는 말 자체가 결점이 없음을 뜻하는 것인데, 여기에 등급을 매겨 정책을 달리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해당 업체는 ‘문제될 소지가 전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에 LCD모니터 무결점 제품의 정의와 기준, 문제가 불거진 원인과 소비자의 반응에 대해 알아봤다.
‘무결점’에 대한 제조사의 기준은?
다나와 용어사전에 따르면 무결점 모니터란 ‘패널에 색 표현이 되지 않는 데드 픽셀(dead pixel)이 하나도 없는 제품’을 말한다. 모니터는 패널과 AD보드, 인버터로 구성되는데, 이 중 패널은 영상을 표기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니터의 등급과 가격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부품으로 여겨진다. 패널은 품질이나 불량 화소의 수에 따라 A+/A/B/C 등으로 나뉘는데, 가격 또한 이 등급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무결점 제품은 이 중 높은 등급의 패널을 사용해 만들어져 판매 가격도 일반 제품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결점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름 그대로 불량화소가 단 한 개도 없는 경우를 뜻할까? 정답은 ‘아니오’다. 앞서 말했듯 무결점에 대한 기준은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단 하나의 불량화소라도 교체해주는가 있는 반면, 일부 업체에서는 브라이트 도트가 발생할 경우만 교체해 준다. 물론 제조사의 무결점 정책 기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약 7~8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5~6개의 불량화소가 발견되면 무결점 제품으로 인정해줬지만,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대기업들이 제로 도트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대다수 모니터 제조사들의 무결점 기준도 불량화소 1~2개로 낮아졌다.
-브라이트 도트(Bright dot) 현상 (이미지 출처:www.gpforums.co.nz)-
이 불량화소에 대한 교환 기준도 저마다 다르다. 불량화소란 액정에 이상이 생겨 픽셀이 깨져 나와 사용상 불편함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가장 흔한 현상으로 브라이트 도트(Bright dot)와 다크 도트(dark dot)가 있다. 주위 배경이 하얀색인데 한 부분이 깨져 검은 색으로 나오는 경우를 다크 도트라 부르고, 이와 반대의 경우를 브라이트 도트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브라이트 도트는 하나만 있더라도 눈에 확 띄지만, 다크 도트는 한 두 개 정도 발견되도 크게 티가 안나고 일반인들이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이에 상당수의 모니터 제조사들은 무결점의 기준을 브라이트 도트로 잡는다. 대부분은 1개의 브라이트 도트만 발생되면 교환을 해준다. 국내에서 모니터를 제조/유통하는 A 업체는 단 한 개라도 브라이트 도트 발견시 패널 교환이 가능한 정책을 펴고 있다. 단 다크 도트는 2개 이상 발견되야 교환이 가능하다. 반면 B업체의 무결점 정책은 이와 다르다. 브라이트 도트는 1개지만, 다트 도트는 4개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C업체의 경우 소비자가 원할 시 브라이트와 다트 도트의 기준없이 무조건 교환/환불을 해주기도 한다. 이렇듯 업체들마다 정책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무결점 제품이라 하더라도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모니터 업체 관계자의 말대로 다크 도트가 일반인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고, 이로 인한 교환/환불 요구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무결점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을 뿐더러, 대다수의 업체들은 제품 판매시 상품정보에 이를 명확하게 표기 하지 않는다. 이는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한 모니터 업체에 다크 도트로 인한 교환을 문의한 결과 ‘4개 미만이라 교환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품 구매시 다크 도트에 대한 규정은 보지 못했다’라는 물음에 ‘홈페이지에 찾아보면 나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홈페이지에 들러 무결점 정책을 찾아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설상가상으로 유통사 홈페이지에 가도 이 기준을 찾기 힘든 경우가 다반사다. 다시 말해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무결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모른 상태에서 당연히 ‘결점이 없겠거니’라는 생각으로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소비자 기만 행위에 해당한다.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결점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무결점 기준 논란, 무엇이 문제였나?
최근 한 중견 LCD모니터 제조사의 무결점 모니터 등급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업체가 내놓은 29인치 IPS 무결점 모니터는 총 3종으로 똑같은 스펙을 갖춘 제품임에도 무결점의 기준에 따라 표준과 고급, 프리미엄으로 각각 차등을 두고 판매하고 있다. 즉, 표준이라 이름 붙은 제품은 브라이트 도트 2개, 다크 도트 6개부터 교환이 가능하고, 고급 제품은 각각 2개, 4개부터, 프리미엄 제품은 1개, 4개부터 교환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어느 업체도 무결점 제품에 등급을 나눠 판매했던 사례가 없었음을 비춰보면 실로 괴이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해당 업체의 29인치 모델 무결점 기준-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해당 업체의 이 같은 판매 행태를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고 있다. 똑같은 제품을 등급을 나눠놓은 것이 결국 지나친 상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게다가 표준 제품의 경우 무결점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많은 불량화소가 있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유저는 '어째서 무결점이라는 단어가 붙었는지 모르겠다. 무결점 제품에 1등 무결점이 있고, 3등 무결점이 있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말장난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한 모니터 업체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무결점에 대한 기준을 완전히 뒤엎은 상황이다. 자칫 소비자들이 무결점 패널에도 등급이 매겨지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라며 “이 같은 상황이 무결점 제품을 판매하는 모니터 업체들에게 자칫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소지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업체에 문의해 본 결과 “해당 모델은 29인치 제품인 만큼 크기도 크고, 픽셀의 수도 많다. 작은 크기의 모델보다 불량화소가 많을 수밖에 없다”라며, “등급을 나눠놓은 것도 우리의 무결정 정책에 완전히 부합되지 않았기에 자체 기준에 따라 소비자들이 알기 쉽도록 표시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다나와 미디어콘텐츠팀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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