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태블릿PC 시장은 유난히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이 많았던 한 해였다. 윈도8 태블릿PC의 적극적인 시장 동참에 따른 것으로 8인치부터 13인치까지 사용자 입맛에 따라 골라 쓸 수 있었던 '다양함'이 태블릿PC 시장을 정리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 PC, 태블릿PC까지 영역 넓혀=2012년까지만 해도 컴퓨터(PC)에 태블릿PC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다소 거부감이 느껴졌으나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 PC와 태블릿 사이는 크게 좁혀졌다. 아니 PC 업계가 태블릿PC 개념에 적응하면서 영역을 넓혔다는 표현이 정확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태블릿PC 영역을 침범한 PC의 사용 편의성은 크게 개선되었다. 윈도8 탑재 PC가 늘면서 태블릿의 개념을 PC가 제법 잘 흡수한 결과일 테다. 한편, "태블릿PC=아이패드" 이미지를 깨트릴 정도로 제품의 다양화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2013년 태블릿PC 시장을 정리해봤다.
▲ 2013년 태블릿PC 시장은 윈도8 태블릿PC 출시가 유난히 많았다. 8인치부터 13인치까지 화면 크기 또한 다양해졌다.
2012년 태블릿PC 시장은 화면 크기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북미, 유럽 지역의 태블릿PC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화면 크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진 것. 화면 자체가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태블릿PC 특성 상 디스플레이 크기는 곧 상품성으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동일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구조임에도 화면 크기 및 앱 설계에 따라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10인치 정도의 태블릿PC와 7인치 미니 태블릿PC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동일한 아키텍처와 앱을 사용함에도 화면 크기는 의외로 다른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구글이 넥서스7을 내놓기 전까지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개발자 플랫폼 성격이 강했다. 넥서스 브랜드가 출시되면서 미니 태블릿PC라는 카테고리가 형성됐고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하는 계기가 됐다.
▲ 미니 태블릿PC 카테고리를 만든 넥서스7 2012. 2012년 태블릿P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화면 크기 요구 또한 늘었다.
2013년은 용도의 다양성이 큰 흐름을 만들었다. 지금껏 태블릿PC는 아이패드 하나로 규정되곤 했다. PC가 오피스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높은 성능과 뛰어난 사용자 인터페이스, 다양한 사용법을 지원하는 유연성을 갖춘 반면 아이패드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사용자 사이를 '앱'이 중재 역할을 심플하게 처리함으로써 각각의 영역을 유지했다.
윈도8 태블릿PC가 더해진 지난 해 사실상 아이패드 등 기존 태블릿PC에 밀려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윈도8 태블릿PC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다. 하나는 윈도8 자체 완성도가 기대 이하였고, 인텔 아톰 프로세서의 충분치 않은 성능이 또 다른 이유다. 제어판 설정조차 터치스크린만으로 가능한 항목이 별로 없었다. 윈도8은 단순히 터치를 지원하는 데스크톱 OS일 뿐 키보드와 마우스가 항상 함께 해야만 제대로 된 활용이 가능하다.
▲ 윈도8 태블릿PC는 인텔 아톰 프로세서 성능 개선으로 아이패드처럼 한 번 충전으로 제법 오랫동안 쓸 수 있게 됐다. 올해에는 베이 트레일-T 코어를 탑재한 윈도8 태블릿PC 출시 붐이 일 것이다.
그러나 윈도8.1로 업데이트되고 엔비디아 테그라4와 인텔 베이 트레일-T 코어의 아톰 Z3000 시리즈가 투입되면서 차츰 사정이 나아졌다. 특히, 베이 트레일-T는 기존 데스크톱 OS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인텔 프로세서임에도 불구하고 ARM 아키텍처 계열의 프로세서와 동일한 소비전력을 지원한다.
◇ 플랫폼별 명확해지는 자리매김=예컨대 태블릿PC는 커다란 화면을 활용하는 콘텐츠 소비 또는 생산성 두 축에서 쓰임새가 나눠진다. 각각의 범주는 상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니 태블릿PC가 필요한 사람은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10인치 태블릿PC 사용을 주저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결되는 간단한 인터페이스의 앱 사용이 많으니 키보드 또한 필요치 않다. 적어도 아이패드 및 윈도 태블릿PC는 같은 태블릿PC임에도 장르는 분명 다르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 2013년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를 출시함으로써 태블릿PC 왕좌를 굳건히 했다.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싶은 이들의 첫 번째 이유는 커다란 화면의 태블릿PC에 최적화된 앱 사용을 위해서일게다. 윈도8 태블릿PC를 선택하는 이들은 윈도PC처럼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치가 애매한 것은 안드로이드 태블릿PC다.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사용하겠다는 이들의 전형적인 예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아이패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의 라이벌 관계를 생각하면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시장 또한 진검승부를 예상해 볼 수 있으나 아직은 이르다.
1세대 넥서스7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끌면서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최적화된 질 높은 앱을 늘리는데 적잖이 기여했다. 덕분에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생태계는 지난 2년 전보다 훨씬 진보했다. 그러나 구글을 제외한 제조사들이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2세대 넥서스 외에는 딱히 눈여겨볼 성적을 기록한 제품은 없다.
▲ 반면 안드로이드 진영은 다양한 태블릿PC를 쏟아냈음에도 특별한 이슈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사진은 LG G패드 8.3
◇ 프로세서 진화는 곧 태블릿PC 진화=앞서 언급한 내용을 상기하며 실제 출시된 제품들을 살펴보자. 2013년 태블릿PC 시장은 아이패드 에어를 중심으로 한 애플의 우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성숙 단계의 태블릿PC 시장에서 애플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 레티나가 거둔 성적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특히,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뛰어난 성능의 프로세서를 탑재하고도 두께와 무게를 상당히 줄인 아이패드 에어는 단연 돋보인다.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또한 조금 두꺼워졌지만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고성능의 장점 앞에서 희석된다.
그러나 "혁신"이라는 관점에선 따로 언급할만한 것은 없었다. 기존 제품의 연장선에서 최신 부품을 이용한 개선에 지나지 않는다. 요약하자만 2013년 태블릿PC 하이라이트는 프로세서 진화로 요약된다.
▲ 2013년 태블릿PC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혁신은 없었다. 애플은 A7 프로세서로 64비트를 지원함으로써 태블릿PC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했다.
애플이 ARMv8 아키텍처 명령어 세트를 발판삼아 64비트를 들고 나옴으로써 향후 몇 년간 태블릿PC가 지양해야할 방향성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애플이 혁신을 위해 다음 단계를 취할 시기는 64비트 플랫폼이 정착되는 올해 후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베이 트레일-T 세대 아톰 프로세서의 소비 전력당 성능에서 드디어 최신 ARM 프로세서에 필적할 만큼 개선된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베이 트레일-T를 탑재한 윈도8 태블릿PC의 높은 성능에 적잖이 놀랐다. 대부분의 PC용 프로그램이 척척 움직이면서도 크기와 발열 배터리 소모 수준을 ARM 프로세서 눈높이에 맞췄다.
하지만 인텔 프로세서와 호환성이 필요치 않은 즉, 윈도 외의 플랫폼에서는 적극적으로 채택할 이유가 없기에 인텔 아톰 프로세서가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글이나 삼성 등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선두 주자들이 채택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 아이패드 에어 인기는 계속=2013년 태블릿PC 시장을 주름잡았던 제품을 꼽는다면 애플 아이패드 에어가 첫손에 꼽힌다. 10인치 대 태블릿PC로 성능과 기능, 휴대성 3박자를 골고루 갖춰 흠잡을 데가 없다. 무게만 좀 더 가벼워진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다른 하나는 소니 바이오탭 11이다. 태블릿PC와 노트북 사이를 오가는 높은 사용 환경 적응력과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높은 성능은 윈도PC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없다.
▲ 콘텐츠 생산이 주 사용처라면 윈도8 태블릿PC를 권한다. 사진은 소니 바이오탭11.
일반적인 용도로 태블릿PC를 구입한다면 아이패드 아성을 넘어서기에는 아직은 무리다. 그러나 콘텐츠 생산을 중요시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순위로 윈도8 태블릿PC이 잡힌다. 회사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기존 시스템과 높은 호환성 또한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콘텐츠 플레이어로 적당한 태블릿PC를 찾는다면 7인치 미니 태블릿PC에서 구글 넥서스7을 추천하고 싶다. 풀HD 해상도의 뛰어난 화면과 한 손에 쥐어지는 그립감은 콘텐츠 플레이어 조건을 충분히 만족한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에서 따라올 제품이 없다.
▲ 콘텐츠 소비용이라면 구글 넥서스7 2013만한 제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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