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보자가 게임메카에 보내온 '언리쉬드' 스크린샷
지난 1월 7일, 게임메카에 제보가 들어왔다. 14세 아들을 둔 아버지라 본인을 소개한 제보자는 아이가 즐기는 게임이 미성년자가 하기에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라 말하며, 게임의 스크린샷을 첨부자료로 보내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게임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소위 ‘신사게임’으로 통하고 있는 모바일 TCG ‘언리쉬드’였다. 게임 내 일부 일러스트에 여성과 어린아이가 나체로 등장하는 ‘언리쉬드’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도 중학교 1학년이 할만한 게임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요점부터 말하자면 ‘언리쉬드’는 성인용 게임이다. ‘언리쉬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콘텐츠 등급 상, 다시 말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올해 14세로, 미성년자인 제보자의 아들은 어떻게 ‘언리쉬드’를 접하게 됐을까?
성인게임 ‘언리쉬드’가 14세 청소년에게 노출된 이유는?

▲ '언리쉬드'는 콘텐츠 등급 상, 즉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다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 스토어)
한국은 오픈마켓을 통해 거래되는 모바일게임에 대해 자율등급분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등급을 분류할 수 있는 범위는 ‘청소년 이용가’에 한정된다. 즉, 성인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다시 심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모바일게임이라도 모든 성인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해 심의를 받고, 성인인증이나 본인인증과 같은 청소년 보호장치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구글, 애플을 비롯해 국내에 모바일게임을 서비스하는 오픈마켓 사업자와 자율등급분류협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이 협약은 청소년 이용가 게임은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심의해 출시하되,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은 출시 전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맡아 등급분류를 수행한다. 쉽게 말해 모바일게임의 청소년 이용가 등급은 오픈마켓 사업자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분류를 맡는다.
즉, 성인용 모바일게임은 국내법에 맞춰 출시 전,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고 본인인증, 성인인증과 같은 청소년 보호장치가 마련된 후에야 오픈마켓에 나올 수 있다. 또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심의를 받지 않고 국내에 출시된 모바일게임을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해 등급 재분류 및 청소년 보호 사항을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의 경우 같은 기간에 거의 동일한 수의 게임을 출시한 애플보다 심의를 거치지 않은 성인게임을 출시해 적발된 건수가 288배 많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11월 3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애플은 32만 8388건, 구글은 31만 8963건의 자체 등급분류건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위반건수는 애플은 7건이 그친 것에 비해 구글은 2039건이나 된다.
따라서 국내법에 맞춰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성인게임이 오픈마켓에 대거 출시되고, 오픈마켓 사업자가 이를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며 관리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원칙대로라면 모든 성인게임에 대해 등급분류를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물리적으로 감당하기에 건수가 많아 고포류와 같은 사행성 게임에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가 집중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언리쉬드’의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분류 및 청소년 보호장치 도입을 제작사인 유스티스에 권고한 상태다. 유스티스는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 재분류 권고를 받은 상태이며, 현재 등급 재분류와 청소년 보호 장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등급 재분류에 대해 알리는 유스티스 측의 공지 (사진출처: 언리쉬드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성인 모바일게임 관리가 더욱 철저해져야 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청소년 이용가 게임을 심의하는 민간등급분류기관의 교육을 준비하며, 오픈마켓 사업자 측에 대한 성인게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련 규정을 따라주기를 권고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또한 사후관리 중심으로 재편된 기관의 성격에 맞춰 사후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방도를 논의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고객 서비스, 온라인게임 못지 않게 모바일게임에서도 중요하다
‘언리쉬드’의 또 다른 쟁점은 운영, 즉, 고객 서비스다. ‘언리쉬드’ 관련 커뮤니티의 주요 쟁점은 밸런스 조정에 대한 불만이지만, 그 이면을 뜯어보면 밸런스를 조정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운영진과 유저와의 의견충돌로 인한 갈등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즉, 운영에 대한 불신이 게임에 불만을 갖게 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언리쉬드’의 제작자 유스티스는 “언제나 유저가 원하는 100%를 맞춰주려 노력하고 있지만 70~80%밖에 충족시키지 못한 적도 종종 있다”라며 “고객 불만이 가장 많이 접수되는 부분은 스킬 밸런스 조정 부분인데 이메일을 통해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실제로 게임을 해보고 문제점이 있는 부분을 발견해 이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모바일게임의 디바이스가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며 모바일게임의 수명은 월 단위에서 연 단위로 늘어났다. 즉, 모바일게임 역시 게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오랜 시간 유저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운영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유스티스 역시 “사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라도 좋은 운영은 반드시 필요하다. 온라인게임과 마찬가지로 핵심적인 영역이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바일게임의 경우 전 직원 10명 내외의 소규모 회사가 많으며, 오랜 시간 사업을 진행해 회사 사정이 안정된 곳보다는 신생 제작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다 완성도 있는 운영을 제공하기 위해 전담 인력을 따로 둔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유스티스는 “우선 사업을 안정권에 올려놓은 이후, 전담 인력 채용을 고려해볼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모바일게임 개발사 역시 운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고객 서비스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곳이 많다. 이 경우, CS나 QA를 대신 맡아 처리하는 운영대행 서비스 이용이 이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운영대행 서비스를 제공중인 와이디온라인 측은 “특히 QA의 경우 전남과학대학교 e스포츠 학과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게임의 유료화 방향이나 밸런스 조정과 같은 부분에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학생들이 직접 조언을 해준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라며 “운영대행 서비스에 대한 문의 건수는 한 달에 평균 10여건 정도며, 실제 미팅까지 이어지는 업체는 2~3곳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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